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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부산에서 활동하는 해정 김만수 화백의 개인전을 관람하러 부산 영광갤러리를 방문하였다. 최근 영광갤러리에는 차와 관련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찾아가는 발걸음도 가볍게 느껴졌다.

전시 내용은 평소 일본에 건너간 문화재급 다완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차인들이 소장하면 좋을 내용을 담고 있는 전시로서 만다라와 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전시였다.

전시 작품을 둘러보고 자리에 앉았는데 손님이지만 기꺼이 팽주 역할을 하시는 다원 선생이 복전차라고 하며 차를 내어주었는데, 흑차로서의 맛, 복전으로서의 맛을 생각하며 마신 차의 맛이 어! 맛이 좋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형상으로 볼 때는 매우 거친 차였다.

그래서 다원 선생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제가 평소에 보아온 복전과는 다른 모양인데 어떤 차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팽주는 오래된 천량차 만드는 모차를 가지고 복전차를 만든 것이라고 하였다. 천량차와 복전차는 제조 과정이 다른데 어떻게 복전의 규범을 갖출 수 있냐는 질문에 찻잎은 비록 다르지만 복전을 만드는 방법(비법)을 그대로 준수하여 만들었는데 이 차가 성공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 한다. 그래서 차를 쪼개어 보면 복전에서만 핀다는 금화가 아주 잘 피어있다.

다원 선생은 오늘 필자에게 좋은 차는 아니지만 이런 류의 차를 한 번 마셔보라 하며, 남은 차의 반을 어렵게 잘라서 주었다. 이것을 평소 흑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좀 나누어주고 마셔보는데, 어떻게 이렇게 거친 찻잎으로 만든 것에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모르지만 흑차의 독특한 맛 하나하나를 즐기는 필자로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는 차로서 흑차를 이해하는 자료로서 만난 또 하나의 차였다.

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로서 그렇게 흔쾌히 나누어주는 것이 아무리 미덕이라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다원 선생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오픈하는 때에 오셨으면 더 좋은 차를 드실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당신의 뜻과 그 너른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잘 아는 차, 모두가 귀한 차로 인정받은 차 만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다르게 거친 찻잎이지만 공정이 다르고 보관이 달랐기에 별미로서 마실 수 있는 차,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에서 기꺼이 팽주가 되어 스스로 준비해온 여러 가지 흑차 맛을 보여주는 다원 선생의 마음이 시간이 많이 지난 이 시간까지 기억에 남고, 마침 오늘 그 자리의 주인공인 화가에게서 온 신년카드를 받았다.

그 카드는 직접 작가가 육필로 그려 장식한 작품이었다. 문득 그 차가 생각나 조용히 우려 마시며 마음으로 쓰는 글을 하나 남기게 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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