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73청병과 88청병)
9월 25일 저녁, 오랜만에 안국동차관에서 K 증권 임원들과의 차회가 열렸는데 필자도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 이런 자리에서는 늘 잘 보관된 노차의 향미를 볼 수 있어서 즐겁고, 또 이런 마니아들의 손에서 나온 차가 반가워서 같이 자리 함에기꺼울 뿐이다.
처음엔 차관에서 내는 차로 무이암차를 마셨다. 두 번째부터 K 증권에서 준비한 소장품으로 마셨는데, 처음에는 88청병을 두 번째는 73청병을 마셨다. 이날은 평소와 다르게 중국의 차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다. 정진단 대표의 친구인 이슬님과 그의 제자들이 함께 했는데, 인원이 20명이라서 양쪽에서 차를 내었고, 정 대표와 이슬님이 각각의 다호에 차를 우렸다.
안국동차관 마당에서 20명의 차회
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이 차에서 나타나는 이런 맛을 우리는 좋은 맛, 깊은 맛으로 구분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또 그 향과 맛에 대하여 제각기 자신의 관점을 말하던 중에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기고 했다. 혹여 이 자리에 같이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런 차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거나 마셔본 경험이 적을 경우 우리와 같은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또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또 다른 차의 찻잔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마신 차는 김해준 대표 소장품으로, 60년대 운남성 찻잎으로 만든 광운이다. 이차는 필자도처음 마신 차다. 60년대 광운이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운남성 찻잎으로 만든 것을 처음 만났다.
필자가 앉은 방향에서는 오른쪽에 앉은 이슬님이 내는 차를 먼저 마시게 되었는데, 이슬님은 차를 내기 전 차호 안에 차를 넣고 흔들어 차향을 맡게 해주었다. 그 향기가 광운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노차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각 분야에서의 마니아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들의 식견과 대화의 내용이 맛을 또 한 가지씩 이어 만들어가기도 한다.
유행이 되기 전에 경험한 사람은 외롭고, 유행 중에 바라보며 자신이 높은 곳에 홀로 있다는 외로움도 있다. 유행 후에는 스스로 외로운 것이 마니아인데, 그들이 자진해서 공유하면서 즐기는 시간은 과연 무엇과 비교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