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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06 멍하이 일기 77 - 빙다오 주변의 차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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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빙도) 호수

 

빙다오 마을을 둘러보고 동구어(懂過)로 갑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이름뿐인 빙다오 차들의 원료로 주로 이용되는 지역입니다. 봄 고수차 1kg 가격이 600위안 정도입니다. 떫은맛이 약간 강한 편이지만 가격대비 품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마을 입구부터 심은 지 몇 년 안돼 보이는 생태차밭이 대단위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소수차 가격은 200위안 전후입니다. 비슷한 맛인데 빙다오 노채의 소수차 가격보다는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어쩌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차이가 가짜 빙다오 차를 양산케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구어(동과) 고차수

 

이러한 이유로 유명 차산 주변의 생산량은 실제보다 적게 알려져 있고 유명 차산의 생산량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라오반장 만해도 매년 고수차 생산량이 100톤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른 마을에 비하여 차밭 면적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진승차창의 한국 총판을 할 때부터 라오반장은 셀 수도 없이 오르내렸는데 현재 136가구 한가구당 200kg정도로 환산하면 대략 30톤 많이 잡아도 50톤 정도로 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인 반펀이나 라오만어 신반장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인데, 시장에서 이들 지역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차는 점점 줄어들었다가 최근엔 이지역의 찻값도 치솟으면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시세 따라 생산량도 고무줄입니다...

 

최근엔 고수차가 생산되는 어느 마을에나 차왕수가 있습니다. 동구어에도 차왕수가 있습니다. 차나무의 크기를 봐서는 다른 유명 지역 못지않게 굵습니다. 올해 봄차 가격을 물으니 생옆으로 1kg2400위안입니다. 모차로 만들면 1kg에 만위안 정도입니다. 빙다오의 일반 고수차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지만 동구어의 고수차 평균 가격에 비하면 아주 높은 가격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령과 관계없이 모두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고수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차나무의 굵기에 따라 가격도 점점 분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빠치(파기) 마을의 장미

 

모리에(磨烈)로 갑니다. 향이 특별히 좋지만 마을도 작고 생산량도 아주 적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2500위안 정도인데 동구어와 가까이 있지만 맛의 특징이 확연히 다릅니다. 차나무의 외형적인 모습도 조금 다릅니다. 이러한 맛의 차이는 토질이나 기후의 차이보다는 차나무 품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발 1800m 산의 구부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산길 저 너머로 샤오후싸이(小戶賽), 따후싸이(大戶賽)가 보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마을은 짜이()로 부르는데 이곳만 유독 싸이()로 부릅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빙다오 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뜻이랍니다...

 

싸이()는 제사 지내다, 우열을 겨누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실제로 샤오후싸이와 빙다오의 차맛은 아주 흡사한데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듭니다. 제 느낌으론 빙다오 쪽의 차들은 생콩 비슷한 향기가 있고 열감이 좋습니다. 샤오후싸이의 차들도 향기가 맑고 열감이 좋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는 길이 험하고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올해 봄차 가격이 삼천위안을 돌파 하면서 정말 빙다오와 한판 뜰 기세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산골 소수민족 촌의 이름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발음 그대로 한자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마을의 역사와는 관계없습니다. 한자의 뜻으로 마을의 내력을 가늠하다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소수민족들도 이전에는 마을의 이름에 별 관심이 없다가 최근에 원래 병도였다가 빙도로 이름이 바뀌면서 마을 전체가 대박 난 경우를 보아서인지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이 보입니다.

 

빠치(坝氣)로 갑니다. (빠취坝去라고도 부릅니다.) 띄엄띄엄 고수차들이 보이지만 대부분 생태차 내지는 소수차들 입니다. 지인의 집으로 들어가 가을차를 마셔봅니다. 가격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차입니다. 습관처럼 차맛이 별로이면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인연이 있는 멍쿠(勐库)의 보이차 가게를 몇 군데 둘러봅니다. 모두다 유명 차산의 이름표들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모차 원료판매가 주업인데, 팔다 남은 원료로 내비 없이 병차로 찍어둔 차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샘플로 몇 가지 차들을 구입하고자 하는데 굳이 그냥 선물로 줍니다. 얼마 전 가을에 멍하이 가게로 왔기에 오운산다기셋드를 선물했더니 저녁도 사주고 대접이 융숭합니다. 소수민족들의 친절은 어딜 가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풍성합니다. 다가올 봄을 기약하며 작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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