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현재 보이차 시장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제 나름의 시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품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동안의 글들을 마감할까 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 이외에도 농약과 비료의 문제, 아플로톡신을 비롯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의 검출 문제 등 여러가지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차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겠습니다.

품평이라고 하면 흔히 각종 차 관련 행사에서 업계의 저명한? 분들을 모셔서 출품된 차들을 심사하고 시상하는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진행되는 품평은 행사 차원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시상 또한 그러한 방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중국의 이런저런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여러번 참여를 권유받았고 시상을 거래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심평을 통해 우수한 차를 선택하고 시상하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중국의 차 가게를 방문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국적불명의 상패를 보다보면 이런 시상에 연연하지 말고 제품에 좀 더 신경 쓰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대로 시설을 갖춘 실험실에서 전문 연구원들이 엄격한 기준 속에서 하는 품평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차인들이 차를 나누며 심심풀이?로 하는 품평도 있습니다. 행사 차원의 품평은 주최 측의 의도 등 다양한 품평 기준에 따라 선택지 또한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의 경우 어쩌면 일반인들이 가볍게 하는 품평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차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이 아니기에 효능적 측면보다는 마시는 사람의 입맛이 더 중요합니다. 또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차라야 소비되고 계속해서 생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소비자들의 기호만 좇아 가는 품평과 그렇게 선택된 상품이 꼭 최고의 제품이라 할 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기호는 시대적 개인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대중은 때로 일시적 충동에 의해 움직이는
중우(衆愚) 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때 대중의 열열한 호평 속에 사랑을 받았던 것들이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고 한순간에 내팽개치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차에 있어서 좋은 품평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본질에 충실한 품평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는 차가 가진 본래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차가 좋은 차이고 그러한 맛을 구현한 차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좋은 품평이 아닐까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차는 차나무에서 딴 이파리를 가공해서 만든 것입니다. 우려서 마시면 향기로우며 입안에 머금었을 때 감미롭고, 마시고 나면 속이 편안하며 여운이 오래도록 몸을 감싸는 느낌이 있는 차, 수시로 다시 생각나는 것이 좋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마시면 곧바로 그러한 느낌이 있는 차도 있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느껴지는 차도 있습니다. 그래서 품평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SNS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시음평을 보면 때론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보기에 목적을 가진 시음평과 순수한 시음평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친 미사여구로 마치 장생불사의 영약처럼 묘사한 차, 그래봐야 쌀값보다 비싼데 가성비만 강조한 차,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터무니없이 비싼 차,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차, 기회는 찬스이니 왕창 사서 쟁여두어야 한다는 차, 지금은 맛이 없으나 훗날에 틀림없이 황홀한 맛으로 바뀔 것이라는 차, 몇 달만 마시면 날씬해지고 예쁘진다는 차 등등 ...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예들을 적어 봤는데 저는 오히려 이렇게 소개하는 차들은 빼고 구입하시면 좀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자신이 취급하는 차만 최고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만든 차는 무조건 아니라는 사람이 판매하는 차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이던 집착하면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지나친 집중은 오히려 다른 세계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만든 차에 대하여 설명하다 보면 문득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최소한 다른 사람이 만든 차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들면 그냥 입을 다뭅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는 고통을 알기에 한두번의 간단한 시음으로 타인이 정성껏 만든 차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차를 만드는 동업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쓴 10편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전화로 댓글로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적었을 뿐 제가 생각하는 진실이 모두의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여 제 글로 인해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의 말씀 또한 올립니다. 좀 더 맑고 투명한 보이차 세계를 위한 제 나름의 제안이라 여겨주시고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10회 마지막 유튜브 영상
youtu.be/3nri3tok8ww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차 박람회장

보이차를 수익을 목적으로 구매하고 저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는 유산상속의 일환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거금을 오운산 차에 투자할 테니 방문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늘 자금이 부족하고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는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보이차도 세상의 수많은 차들 중에 하나이고 마시는 음료일 뿐입니다. 최근엔 보이 노차 열풍이 불면서 기타 차들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만 모든 차는 원래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마시던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손자가 마신다는 씩의 말 또한 없었습니다. 노차의 가치를 홍보하기 위해 근년에 조작된 수사일 뿐입니다.

90년대 홍콩의 창고에서 노차가 발견되어 대만 한국 등으로 소개되고 최근엔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되면서 노차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하였습니다. 보이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보이차는 저장을 목적으로 생산된 차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중반을 전후하여 홍콩으로 보이차가 소개되면서 현지의 음용 습관에 따라 차를 묵혀서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렇게 보관되었던 일부의 차가 세대를 건너뛰면서 희소성을 가미한 신비한 맛으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노차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개념의 형성과 동시에 오로지 투자를 목적으로 차를 무조건 묵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차테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보이차 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광저우 팡춘에는 수많은 보이차 가게들이 난립하여 저마다 '차테크'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주식처럼 매일매일 보이차 시세를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고 주로 인지도가 높은 대형차창의 제품 위주로 거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이러한 흐름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크게 보면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좋은 차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저희도 그동안 차업을 하면서 소장하고 있던 일부 차들이 폭등하여 매년 봄 좋은 원료를 확보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시 차는 차일뿐입니다.

차나무의 잎을 따서 만들었고 마셔서 없어지는 것이 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시장에서 저장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들은 박스를 뜯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낙서가 있으면 10%, 박스를 뜯었으면 20%, 통을 열었으면 30%, 포장까지 열어보았으면 정상 가격의 절반값도 받을 수 없으니 고가의 차들은 감히 열어볼 생각도 않고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차는 품질과 상관없이 가격이 빨리 올라가는 차라는 인식이 팽배해져가고 있습니다. 특정 세력들이 움직여 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선구매로 물량이 없어지고 재선구매, 재재선구매까지 이어지고 결국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인은 도망가거나 엄청난 손실을 보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차라는 개념의 형성이 '차테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긴 했으나 원래의 목적인 햇차를 묵혀서 새로운 맛으로 재 탄생시킨다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랩니다. 오로지 자본만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저는 잠시 멍합니다.

'當年好茶 經年新茶'(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맛있게 마실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 라는 오운산의 생산이념을 새긴 차를 어렵게 생산하여 어지러운 시장의 한복판에 세워두고 있는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암울할수록 희망의 빛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세상은 넓고 보이차 시장 또한 성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노력하는 저 같은 바보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꼭 보이차가 아니더라도 좋은 차를 선택하고 항상 가까이 두고 마시는 진정한 차인이 점점 늘어났으면 합니다.

여유가 있는 분이 넉넉히 차를 구입하여 이웃과도 나누고 일평생 마시고도 남아서 훗날 자손에게 경제적 도움까지 될 수 있는 차라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가 가진 정신과 목적을 망각한 이름뿐인 차인들의 지나친 투기는 결국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가격의 등락만 지켜보는 차가 아니라 마셔서 없어지고 여운은 입가에 가슴에 남는 차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youtu.be/sbsP9jXeOvo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호급차인 송빙호 도판

보이차에 있어서 정점은 어떤 차일까요?

비싼 차! 유명한 차! 오래된 차! 희소한 차! 한번 마시면 평생 잊기 어려운 차! 보통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차! 현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여러가지 가치들을 종합해보면 역시 노차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노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보이노차는 현재 차 시장의 정점에 있는 차이고 수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마셔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96년부터 차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차를 판매한 적이 없습니다.

칠팔십 년대에 생산되었다는 비교적 저렴한 흑차류 차들은 일부 취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한편에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보이 노차들은 감히 취급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애초에 그만한 자본을 움직일 재력이 없었고 노차 탄생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홍콩과 대만 쪽의 인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천년 초 인연 따라 몇 번 마셔본 것이 전부인 노차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차는 많이 마셔본 사람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차업을 시작한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노차를 문의하는 연락을 받았고 먼저 거금을 줄 테니 정품 노차를 구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매번 정중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줄 곳 여러 대형차창의 한국총판을 해왔기에 신차 위주로 취급해왔습니다. 솔직히 저의 경험과 실력으로는 노차의 진위를 정확히 판별할 능력이 안된다는 자각에서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정품노차를 가지고 있기로 이름난 분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은 구경하기조차도 힘든 차인 홍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품 침향의 놀라운 가치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문화든 그 문화의 정점은 존재하고 정점의 문화를 보존하며 꽃피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누릴 수 없는 문화 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터부시하고 도외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금전의 유무를 떠나 정점은 정점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정점의 문화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일부 계층의 오락거리로 전락하거나 너희는 마셔봤냐? 씩의 특권의식을 고취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차는 차, 백년 천년이 지나도 역시 차일뿐인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호도 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제가 노차를 취급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창고에서 갑자기 출현한 수톤 내지는 수십톤의 노차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입니다. 호급 인급 차들은 애초부터 량이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들을 정확히 감정할 수 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노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기회를 틈타 오로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름뿐인 준노차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되었을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차를 익혀서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몇년도 아니고 수십년동안 정체를 감추고 있던 차가 비슷한 시기 한꺼번에 많은 량이 시장에 솥아져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넘쳐나는 가짜 노차의 유해성과 수상한 유통 또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이십여 년 차업을 해왔지만 노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제가 노차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자니 조심스럽습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정품 노차의 가치를 바르게 알리고 참다운 문화로 자리 잡게 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도 한국에 계십니다. 혹여 그분들께 이 글이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저는 신차 위주의 차업을 해왔고 지금은 운남에서 직접 햇차를 생산하고 있는 입장이라 자칫 햇차를 생산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노차를 비토 하는 글로 비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차가 이런저런 의문이 있는 차이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었습니다. 보이차가 처음 운남의 소수민족들이 마시던 차에서 청나라 때 중국 황실에 공납되던 차가되었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노차의 가치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명차가 되었습니다. 어떤 문명이던 문화든 그늘은 있게 마련입니다.

노차의 그늘이 깊은 것은 사실이나 노차 그 자체의 가치는 지금의 보이차 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youtu.be/o_x6OzFCgRE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값이 있습니다. 지금은 옛날엔 생각지도 못했던 공기나 물까지 값이 매겨져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북극의 얼음,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분류되고, 사람조차도 한때는 노예로 거래되기도 했고 현재도 다양한 형태의 몸값이 책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차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자본주의란 기본적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여러가지 생산활동을 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윤을 획득함에 있어서 세상이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에 부합하느냐 아니면 자신만의 독특한 기준으로 세상을 현혹하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유형무형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가치를 자본으로 규정하는 세상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가격은 제품의 퀄리티를 표시하는 것임과 동시에 생산자의 양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보이차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산수단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운산도 처음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출시할 때 적지 않은 고민을 했던 것이 가격 책정 문제입니다. 최종적으로 오운산에서 확정한 기준은 원료값에 가공과 유통비용을 더한 생산원가를 산출하고 적정이윤? 곱하기 2 정도를 소비자 가격으로 책정하였습니다. 소비자 가격은 전 세계에 통일하고 판매단위에 따라 일정한 비율의 할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제고가 소진되면 해당 제품의 가격 결정권은 소장자에게 자동적으로 부여됩니다. 작년부터는 기간을 정해 선주문이라는 방식으로 오운산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운산 정규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이러한 기준하에 결정되고 있고 주문 제작한 제품은 주문자에게 가격 결정권을 드리고 있습니다.

보이차의 가공과 유통 비용은 비슷하기 때문에 원료 값이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입니다. 특히 고수차는 생산되는 지역과 차나무의 수령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아주 큽니다. 어떤 경우엔 솔직히 제품의 품질에 비해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이 특별한 맛으로 유명해진 원인은 있고 찾으시는 분들이 있기에 오운산도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매년 소량의 특정지역 순료차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올해 오운산에서 생산한 노반장. 빙도. 석귀 차는 20kg입니다.)

그런데 시중엔 특정 지역의 고수순료라는 이름으로 특별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차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마찬가진데, 제가 느끼는 차이는 중국은 판매하는 사람이나 구입하는 사람 대부분은 지역을 속인 차라는 걸 알고 있지만 한국은 파는 사람은 아는데 구입하는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보이차를 판매하는 상인이라면 특정 지역의 고수차 가격이 얼마나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의 경계에 있는 차밭에서 생산했다는 등의 어설픈 이야기들을 하며 선량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저도 차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기타 업체의 영업 행태를 비판하기는 영 달갑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잡문을 쓰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타 업체에서 생산한 차라면 시음조차 조심스럽게 해왔습니다. 모두들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념을 담아 정성껏 만든 차인데 한두번의 시음으로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예의도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고수차라는 이름으로 그 지역 순료 가격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오히려 타 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씩의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일부 장사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제 얼굴이 더 화끈거립니다.

작금의 보이차 시장을 둘러보면 비단 이러한 문제뿐 아니라 희소성의 가치를 노리는 이름뿐인 노차, 장사꾼과 금융자본이 야합하여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는 매가리 없는 생차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제가 굳이 이 시점에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잡문을 쓰는 이유는 보이차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회복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운산 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반품 및 교환이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신이 취급한 제품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5년에 출시한 후 포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시음용 소포장 차들을 전부 리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집니다. 훗날 자신이 속고 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된 차는 마시기도 버리기도 난감합니다.

차는 기호식품이므로 일단 기분이 나빠지면 품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쳐다보기도 싫은 차가 됩니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도 가성비 좋은 차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좋은 이름 하나 지어서 판매하면 됩니다. 굳이 특정 지역의 이름을 넣어 스스로 양심을 속인 사람이 되고, 이상한 차들을 판매하는 일들은 이제 사라졌으면 합니다.

youtu.be/egMDAyHhodE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보이차의 병배에 대하여 몇 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병배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병배란 기본적으로 섞는다는 의미입니다. 보이차에 있어서는 다양한 원료를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섞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의도가 지역을 속이거나 불순한 목적을 가진 것이라면 나쁜 병배하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미에서 좀 더 경쟁력 있는 좋은 차를 생산할 목적이라면 건전한 병배라고 할 것입니다.

 

저도 멍하이 현지에서 차를 생산하면서 매년 여러 지역의 고수차 원료들을 조금씩 구입하여 병배 실험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석가명차-오운산 멍하이 중국본점 가게에는 이백여 지역의 샘플 차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한국본사에는 올해 윈난의 각 지역에서 생산된 보이차 이백여 가지가 샘플로 들어와 있습니다. (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시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6년여 수천 번의 병배 실험을 반복해온 저의 생각을 한마디도 말씀드리자면 '병배를 하지만 병배는 없다'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동안 다소 은밀하게 논의되었던 병배의 비밀이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각에서입니다.

 

2012년 저희가 해만차창 한국총판을 할 때 서울차박람회에 참가하며 추병량대사를 한국에 초대했었습니다. 박람회를 마치고 석가명차 본사를 방문하셨고, 제주도 오설록 등 전국을 돌며 강연회 및 세미나를 주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열흘 정도 추대사님과 같이 머물면서 차에 관한 여러가지 질문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병배에 관한 것이었는데 대사님은 일관되게 병배의 특별한 비밀은 없다고 간단히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병배란 각 차창이 가진 일급비밀이고 노하우라서 쉽게 말씀하시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후 제가 윈난성에서 오운산을 창업하고 직접 차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병배 실험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축적될수록 오히려 더 모르겠고 점점 수렁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둔한 저를 탓하며 병배로 인한 피로가 극도로 쌓이던 어느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병배란 따로 없구나.

그냥 좋은 원료끼리 섞어 면 좋은 차 되고, 나쁜 원료가 들어가면 그만큼 차가 나빠지는구나!.

7542 등 대형차창의 맥호 차들은 생산량과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이산저산의 원료를 모았을 뿐이지 처음부터 일정한 맛과 향기를 위해 지역을 안배한 병배는 아닙니다. 다만 어린잎과 다 자란 큰 잎을 등급별로 나누고 제품의 앞뒤로 섞는 비율을 결정하여 맥호로 구분하였을 뿐입니다.

 

고수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특별한 비방 같은 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맛이 좋기로 알려진 지역의 고수차를 선택해서 잘 가공하여 제품화하면 맛있는 차가 됩니다. 고수차는 같은 지역이라도 수백년 동안의 변이에 의한 다양한 품종이 섞여 있습니다. 세밀히 분류하면 차 나무마다 각각 맛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지역, 한마을, 한 집의 차를 생산해도 다양한 맛이 존재하므로 순료차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엄밀한 의미의 순료차는 다원에서 한 품종의 차나무를 무성생식으로 식재하여 생산한 차를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 지역에서 생산된 고수차를 '고수순료자연병배차'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차를 몇 그램씩 병배해서 실험하다 보면 그때그때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물론 그 지역의 전체적인 특징은 여러번 시음하다 보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배를 위한 기초 자료로 삼기에는 변수가 너무도 많습니다.

 

차 맛은 일기 등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지역의 차라도 해마다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료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박스마다 시음을 해야 합니다.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평소에 좋은 차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좋은 차를 생산하고 마실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youtu.be/pWuqJHdsUyM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석가명차 오운산 보이차 보관 창고

한국은 흔히 건조한 환경이라 차가 익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일정 기간 보관한 다음 한국으로 들여와 거풍시키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반면에 처음부터 밀봉하여 산화와 발효의 조건을 최대한 차단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국에서 보관된 차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된 차보다 느리게 변화하는 것은 것은 맞지만 한국에서 차가 익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제가 익는다고 표현한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발효와 산화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장마철엔 고온다습하여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미생물이 작용하는 조건이 형성됩니다.

 

발효가 아니더라도 찻잎 자체 효소의 습열작용 등으로 산화가 촉진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봄 가을은 건조한 편이라 느리게 변화하고 겨울에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 이상 변화가 중지되는 상태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겨울 한철 관리만 신경 쓴다면 한국이라고 사계절 내내 보이차가 익지 않는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비닐이나 알루미늄 등으로 밀봉하여 차를 보관해야 한다는 분들은 보이차의 진화를 찻잎 자체 효소에 의한 변화만으로 한정하는 것 같습니다.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보이차 시장의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가치와 저변을 확대하는 새로운 주장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합니다.

 

옳고 그름으로 무조건 매도할 것이 아니라 보이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신선한 시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목적을 가지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불순한 논리가 아니라면 입창 차의 가치도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다소 생경한 논리들이지만 언젠가는 보이차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물결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한국의 석가명차-오운산 본사 창고에서 보관되고 있는 차들은 매년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봄 가을엔 가끔 문을 열어 환기해 줄 뿐 특별히 관리하지 않습니다. 여름엔 천정의 선풍기를 가동하고, 겨울엔 몇 군데 전기 히터를 가동하여 가능하면 영상 10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게 합니다.

 

건창, 습창, 입창, 밀봉 등의 논란이 있지만 기호식품인 보이차의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의 몫입니다. 홍콩 대만 광조우 등 과습한 창고에서 보관된 차를 선택할 수도 있고, 베이징 쿤밍 등 아주 건조한 지역에서 보관된 차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에서 보관된 차를 더욱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홍콩의 과습한 창고에서 어느 순간 불쑥 나온 노차가 현재 시장의 정점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최근에는 고수 햇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생산자는 자신의 이념에 맞는 차를 만들면 되고 유통업자 또한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차를 판매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생산자 유통업자가 아무리 억지로 차맛의 경계를 짓는다 할지라도 문화는 특정 집단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습니다. 기호식품인 차는 당연히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아야만 소비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자문해봅니다. 이런저런 논쟁을 뒤로하고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차, 맛있는 차, 좋은 차는 과연 어떤 차 일까요?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보이차의 산화와 발효에 대하여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보이차를 생산할 뿐 과학자가 아니라서 세밀한 분석은 어렵고 영어로 명명된 각종 원소 기호들을 나열하기도 솔직히 벅찹니다. 그러나 보이차를 이해함에 있어서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사항이기에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여 다시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작년에 생물학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관련 업종에 오래도록 종사한 경력이 있는 진제형 선생님과 이 부분을 두고 토론한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멍하이 일기 *차과학 편에 소개되어 있으니 다시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효소 =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즉, 단백질로 만들어진 촉매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효소는 특정한 온도 범위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대개의 효소는 온도가 35∼45℃에서 활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온도가 그 범위를 넘어서면, 오히려 활성이 떨어진다.

 

미생물 =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 효모 등이 있다.

효모 = 고등 미생물

산화 =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변화하는 것

발효 = 효소 작용에 의하여 유기물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대사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효모가 자신의 효소를 이용해서 호흡을 한 결과

위의 정의는 네이버 사전을 살펴보며 정리한 내용입니다. 사실은 훨씬 더 복잡한 내용들이 있지만 차를 만들면서 알아야 할 내용들만 간추려본 것입니다. 보이생차는 찻잎속에 함유된 주성분인 폴리페놀이 폴리페놀옥시다젠 이란 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황색을 내는 데아플라빈 적색의 데아루비긴 등으로 변화합니다.

 

차나무에 찻잎이 매달려 있을 때는 찻잎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역시 찻잎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산화효소는 세포막으로 분리되어 있어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채엽과 위조 유념 과정에서 세포막이 깨지면서 두 성분은 만나게 되고 산소와 접촉하여 산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찻잎을 살청(찻잎 내부 온도 80도 이상) 증기(일본) 등으로 열처리를 하게 되면 산화효소는 비활성 상태 즉 존재하지만 활동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차들은 이미 완성된 차들입니다. 보이차도 다른 대부분의 차들과 마찬가지로 살청과 쇄청 건조를 통해 생산된 차입니다 즉 효소를 비활성 되게 하여 완성된 차입니다. 또한 출시된 이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건조한 장소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된 보이차의 대부분은 변화를 차단한 상태의 차 즉 산화와 발효의 여지를 차단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흑차류를 제외한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등 대부분의 차들은 오랫동안 출시 후 산화와 발효가 다시 진행되면 변질된 차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러한 기타 차들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 산화와 발효 문제는 다소 복잡합니다. 보이숙차는 분명히 미생물이 작용하는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생산한 차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건조과정을 통해 잔존하는 미생물의 대부분을 제거하고 포장하여 출시한 차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보이차 또한 다른 차들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생산되었기에 변화하면 변질된 차가 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경우 '월진월향' 즉 햇차보다 오히려 세월이 경과하여 맛과 향기가 완전히 달라진 노차의 가치가 현재 시장의 정점에 있습니다. 일단 완성되어 출시된 차이지만 세월과 더불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 차가 더욱 가치 있는 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이차가 이렇게 다소 신비한 혹은 이상한 차로 변화한 것은 20세기 중반 윈난에 불어닥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으로 판매되었던 보이차가 1990년대에 대량으로 발견된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운남에서 생산된 여린 잎 위주의 고급 보이차는 사천 북경 상해 등 내륙으로 판매되었고 다 자란 거친 잎 위주의 품질이 낮은 차는 티벳 홍콩 등으로 판매되었습니다. 그런데 내륙으로 판매되었던 차는 이후에 발견된 노차가 거의 없습니다. 보이차보다 많이 생산되었던 녹차와 홍차 또한 노차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차들은 아직 노차라는 개념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홍콩으로 수출되었던 보이차는 낮은 등급의 저렴한 차들은 일상에 지친 노동자들이 차루에서 식사를 할 때 무료로 제공된 음료였습니다. 고급차가 아니었기에 창고 구석에 아무렇게나 보관했던 차, 고온다습한 지역적 환경속에서 산화와 발효가 진행된 차였지만 그들의 음용 습관과 기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보이차가 탄생한 것입니다. 유통과 보관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도 있고, 완성된 모차에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의도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차의 역사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사 이래 인류가 차를 개발하고 마셔왔지만 모든 차는 언제나 햇차가 고급이고 여린 잎이 고급차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남의 골짜기에서 생산된 낮은 등급의 차가, 오랜 세월 방치되다시피 보관되었던 차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고급차로 천지개벽하였고 노차의 가치와 개념이 처음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다른 차와 달리 처음으로 보이차에서 노차의 가치가 형성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이차의 생산과정부터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이차는 큰 틀에서 다른 차들과 가공방식이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건조를 햇볕으로 하는 쇄청이라는 독특한 과정을 거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념과정에서 배여져나온 차의 성분들과햇볕이 만나면서 이루어내는 조화가 태양미라는 독특한 맛으로 드러나는데 이것이 보이차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과학적 설명을 보테기엔 부족합니다. 그리고 보이차는 포장 방식도 죽피를 사용하며, 지역에 따라 보관하는 방식, 음용하는 계층도 조금씩 다른 차였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홍콩 등 고온다습한 환경속에 보관된 노차의 대부분은 백상 등 미생물이 작용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찻잎속의 산화효소와(폴리페놀옥시다젠) 미생물이 결합하여 발효가 진행된 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된 모든 차는 느리게 자동산화합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 홍차 등과 달리 죽비통에 느슨한 종이 포장이라서 외부의 간섭이 용이합니다.

 

그래서 기타 차에 비하여 자동산화의 속도는 약간 빠를 수있습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미생물이 작용하여 발효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외부의 간섭이 용이하기에 산화도 촉진될 수 있고 동시에 상황에 따라 발효도 진행될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https://youtu.be/BPQPGiTz8eo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

중국정부는 2003년 윈난성 질량기술감독국 명의로 보이차의 규정을 발표합니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의 일정 구역 내에서 자란 대엽종(大葉種) 찻잎(茶葉)으로 만든 쇄청모차(晒靑母茶)를 원료로 하여 후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를 말한다.”

 

이후 갓 생산한 보이생차는 보이차가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지면서 2006년 보이생차와 보이숙차로 구분하게 되었고, 2008121일 재개정된 <지리표지산품보이차(地理標志産品普洱茶)>라는 국가 표준이 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쇄청모차 즉 보이 생 산차는 무엇이냐는 문제에 봉착되어 있습니다. 녹차라는 논쟁과 맞서고 있는데 녹차는 일반적으로 초청(炒靑) 즉 가마솥에 여러번 덖어서 만들어지는 차입니다. 증청(蒸靑) 등 기타 가공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 후 찻잎 속의 수분은 4% 전후이며 포장 또한 밀봉 방식으로 산화와 발효를 원천적으로 방지한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쇄청(晒靑) 즉 햇볕에 건조하는 것이 우선 다르고 모차의 수분이 10% 전후가 되도록 해서 산화 혹은 상황에 따른 발효의 여지를 남겨둔 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가 직접 보이차를 가공 생산하면서 여러번 모차의 수분을 측정해본 결과 6%(제품화 되어 유통되고 있는 보이병차 9%) 전후의 결과 수치를 얻었습니다.

 

모차 상태에서 녹차보다 수분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생각만큼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보이차의 정의를 약간 수정 하였습니다. 보이차는 모차 상태에서 수분 함수량 등을 살펴보면 녹차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밀봉 포장이 아니라 상온에 노출되기 쉬운 죽통 혹은 종이 포장이라서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기와 열에 노출되어 산화가 촉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발효의 문제는 미생물이 작용해야 하는데 보이차의 일반적인 보관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작용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년내내 습도와 기온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는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화와 발효가 촉진될 수 있으며 또한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하거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여 미생물이 작용 할 수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제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셨거나 해당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정확하고 합리적인 논리는 제가 좋은 보이차를 생산하는데 크다란 밑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야 전문가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바랍니다. 그러나 보이차가 가공 후 모차 상태에서 겉모습은 일견 녹차와 비슷해 보이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보이차와 녹차는 다른 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윈난산, 대엽종, 쇄청모차, 후 발효차라는 보이차 규정은 다분히 지역적 특화를 위한 작위적인 규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윈난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나무들이 있습니다.

 

뿌랑산은 대엽종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징마이, 나카 등은 오히려 중.소엽종의 비율이 높습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보이차는 대엽종 만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엽종도 같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곧 대엽종이라는 등식은 이미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녹차나 홍차는 세계 어디에서 만들든지 녹차는 녹차이고, 홍차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그 차를 만드는 일정한 제조방식으로 가공해서 생산하면 녹차 또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역 다른 종류의 찻잎으로 보이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녹차가 있고, 중국 녹차가 있듯이 중국의 윈난에 보이차가 생산되지만

 

한국의 어떤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보이차를 만들면 당연히 한국산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맛이나 향이 윈난에서 생산한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것은 보이차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지역과 차종이 아니라

보이차만의 가공 방법인 쇄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윈난에서도 녹차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녹차를 쇄청으로 만드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보이차는 유념 후 찻잎 속의 진액이 흘러나온 상태에서 햇볕 속의 각종 광선과 만나면서

 

다른 차와는 다른 독특한 보이차만의 향기와 맛이 형성됩니다. 제가 굳이 현재의 보이차를 구분하자면 중국 윈난에서 생산한 보이차와 기타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윈난에서 생산된 보이차가 유명해진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윈난은 그 지역이 가진 특색이 보이차로 가장 잘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생산한 인삼이 중국에서 생산한 것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듯이,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보다 품질이 좋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규정에 의거하여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나 중. 소엽종으로 생산된 보이차를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인삼은 인삼이 아니라는 논리와 비슷한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는 조만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지역적 특화를 위한 다소 억지스러운 규정을 만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차를 찻잎을 가공 후 쇄청 건조하여 각종 형태로 만든 차라고 그냥 간단히 정의하고 싶습니다.

 

다소 광범위한 규정이지만 보이차의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서는 보이차를 단순히 국가적 지역적 이익에 기반한

 

지역과 품종의 틀로 묶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오픈해서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의 보이차보다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의 보이차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규정에 얽매인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보이차도 와인처럼 세계적인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XAn5JhOyuFs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