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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발효 33일차

건조를 위한 3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세 갈래였던 무더기를 네 갈래로 만들면서 아래 위로 골고루 섞어줍니다. 아직도 무더기 꼭대기엔 내부의 증기가 분출된 흔적이 보입니다. 엉긴 원료를 풀어주면서 마른 부분과 증기가 내려앉아 젖은 부분을 섞어줍니다. 차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두가 생성되는 비율은 5%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뭉친 부분을 푸는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본 무더기를 나눌수록 중심 온도는 점점 내려갑니다. 두 갈레 45도 세 갈레 38도 네 갈래로 나눈 지금의 온도는 30도 전후입니다.

 

11월 26일 발효 34일차
건조를 위한 4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4무더기로 나누어져 있던 원료를 반씩 갈라서 8무더기를 만들었고 창문을 열어서 통기성을 높였습니다. 차두가 많아서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더니 봄차나 고수차는 밀도가 높아서 엉기기 쉽고 여름차나 황편 등은 상대적으로 엷어서 잘 뭉치지 않는답니다. 일리가 있는 부분이지만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 무더기 안쪽 원료와 고수차 샘플 원료 세 가지의 수분을 측정했습니다.

본 무더기 안쪽 13.01%. 홍하차왕수 16.96%. 반분고수 16.28%. 향죽청단주 15.19 무더기에서 분리하여 바로 측정하는 것과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측정하는 수치가 많이 다릅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라 짧은 시간에도 건조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11월 27일 발효 35일차
오후 한시 발효실 기온 26도 습도 60% 차 무더기 온도 26도입니다. 건조를 위한 5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무더기를 나누면서 중심 온도는 점점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모래쯤 햇볕에 한나절 건조시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본 무더기 샘플을 우린 탕색이 아주 맑습니다.
 
 
11월 28일 발효 36일차
하루종일 오락가락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오후 세시 발효실 기온 22도 습도 75% 차 무더기 온도 27도입니다. 비가 와서 발효실의 문을 닫고 오늘은 뒤집기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 무더기 내부와 외부 샘플의 수분을 측정했습니다. 샘플마다 부분 편차가 있지만 크지는 않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약간 높게 나왔네요.
11월 29일 발효 37일차
어제부터 내린 비가 오후 세시쯤 그쳤습니다. 날씨가 좋았으면 오늘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비가 와서 하루를 늦추었습니다. 공기 중 습도가 높아서 차를 다시 한 무더기로 만들었습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검은 곰팡이가 늘어납니다. 샘플 차를 우릴 때 개완 벽에 그을음 같은 게 보입니다. 본 무더기의 발효도는 80%를 초과한 느낌이고 고수차 샘플 원료들은 70% 정도로 보입니다. 발효도를 측정하는 기구는 따로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탕색과 엽저를 보고 판단하는데 다소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내일 날씨가 맑으면 햇볕에 건조시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발효하는 모든 차들의 수분함량을 측정했습니다. 비가 와서 대체로 높게 측정되었지만 내일 하루 햇볕에 건조하면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마무리를 준비하며 원료를 담고 일정 기간 보관할 포대기를 제작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기존의 비닐류 자루는 냄새도 나고 거풍과 숙성에도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서 광목천으로 주문 제작했습니다. 한 포대에 25kg 정도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내일 발효 시작할 때 투차한 량과 비교해서 손실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https://youtu.be/XM0XLp_2euQ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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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좋아하는 차 맛은 무엇일까

 

멍하이 일기 27 - 고수차 소수차의 구분 -

 

어떻게 하면 차맛을 정확히 분류 할 수 있을까요? 매일 여러 산지에서 들어온 차들을 시음하지만 단주차(單株茶), 고수차(古樹茶), 대수차(大樹茶), 노수차(老樹茶), 중수차(中樹茶), 생태차(生態茶), 소수차(小樹茶), 태지차(台地茶), 교목차(喬木茶), 관목차(灌木茶), 밭차 등으로 구분되고 있는 차들을 단번에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맛이 좋다 나쁘다 정도는 누구나 구분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도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개개인의 입맛이나 기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사람 입맛에 좋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사람의 입맛에도 똑같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차업을 하면서 좋은 차맛을 찾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맛 보다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좋아하는 차맛은 과연 또 어떤 맛일까요? 누구나 기분 좋아하는 맛이라 규정하기도 막연한 느낌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맛있다라고 표현하는 맛은 단맛에 중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달면 보통 달다 라고도 말하지만 맛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다른 맛은 쓰면 쓰다, 떫으면 떫다고 표현합니다. 쓴맛과 떫은맛도 맛있을 수 있지만 단맛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차도 달게만 만들면 될까요? 달면 다 맛있나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차의 맛이란 단맛이 중심에 있되 쓴맛과 떫은맛이 잘 어우러져 있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가지 맛이 두드러지게 되면 생각까지 치우치는 것 같아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맛의 정답은 없습니다. 저마다의 입맛에 맞는 차를 구해서 즐기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운산 차는 최대한 맛의 중심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병배차를 출시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멍하이 현지에서 차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고수차와 소수차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원료를 구해서 좋은 차를 만들자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음다(飮茶) 지식입니다. 어떤 분들은 마치 커다란 비밀처럼 좀처럼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닙니다. 제가 차업에 전념한지 20여년 저절로 알게 된 비밀 아닌 비밀들을 다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찻잎의 무게가 다릅니다. 마셔보지 않고 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대부분의 고수차는 약간 두텁게 느껴지고 탄성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손으로 살큼살큼 들어보면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직접 살청을 하고 유념, 쇄청을 하다보면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소수차보다 고수차에 내제된 영양물질이 풍부해서 그럴까요...차농들은 평소에 거의 차를 마시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대충 들어보고 판가름을 하곤 합니다.

 

맛을 보면 좀 더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고수차는 향기가 풍부하고 진합니다. 차를 우린 첫 번째 숙우에서 가장 농밀한 향기가 올라오는데 숙우를 흔들며 바람을 불어넣으면 더욱 진해집니다. 소수차도 유념을 강하게 하면 향기가 조금 진해질 수 있지만 고수차와는 다르게 약간 탁한 향이 돌출합니다. 저는 습관처럼 차를 마신 다음 찻잔에 남아 있는 향을 맡아 보는데 좋은 고수차일수록 잔에 남는 향이 진하고 황홀합니다. 맛도 저는 소수차에 비하여 고수차는 무겁다고 표현 하겠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수차는 가벼운 맛이라는 뜻인데 맛을 무게로 표현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자주 마시다보면 어쩐지 그렇게 느껴집니다. 고수차는 입안에 머금는 순간 꽉차는 느낌이 있고 여러 가지 맛이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하지만 소수차는 약간 달달하면서 가벼운 물맛이 느껴집니다. 삼키면 고수차는 약간 간질간질한 느낌이 목안에 남고 소수차는 그냥 훌러덩 넘어갑니다...(맛을 표현하자니 지금 이 순간 제 글이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합니다.) 잠시 후 고수차는 천천히 흔히 회감이라고 부르는 기분 좋은 여향(餘香)이 식도를 통해 솔솔 올라옵니다.

 

소수차는 그냥 마실 때의 달달 쌉쌀한 맛이 끝입니다. 아무리 마셔도 회감 같은 뒤 소식은 없습니다...그리고 다 우리고 난 찻잎을 살펴봅니다. 고수차는 대체로 찻잎의 중심선이 뚜렷하고 가로로 펼쳐진 가로선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소수차도 눈 크게 뜨고 보면 잘 보입니다.,.마지막으로 찻잎을 문질러 봅니다. 소수차는 쉽게 뭉개지고 천년 고수차는 섬유질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리 비벼도 찻잎 형상이 잘 파괴되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알고 있는 고수차 구분의 비밀 아닌 비밀을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임을 밝히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도 밝힙니다. 역시 맛을 글로 표현하자니 참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 자기만의 노하우 들이 있겠지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차의 기운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아직도 정확한 기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좋은 차를 마시면 어께 쪽이 약간 따뜻해지고 아무리 좋은 차도 많이 마시면 머리가 띵한 정도를 느낄 따름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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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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