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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09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1 -지역에 따른 가격차이 1
  2. 2017.03.26 멍하이 일기를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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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만들면서 느끼게 된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지 지역에 따른 고수차의 품질과 가격 차이입니다. 올해도 그렇지만 라오반장 빙다오를 비롯한 유명 지역의 고수차 가격은 변함없이 올랐습니다.

 

올해는 중국 경기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고수차 산지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약간 오른 정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명 지역은 현재도 턱없이 비싼데 해가 갈수록 점점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오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제품의 가격은 어차피 수요와 공급의 원칙하에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급자들의 치열한 경쟁과는 별개로 고수차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맛으로 있습니다. 이십여년 차업을 하고 있지만 보이차에 있어서는 햇차 노차 할 것 없이 수요와 공급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좋은 차는 좋은 차의 특징이 있고 그렇지 못한 차는 또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차가 어떤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라오반장은 주변의 신반장, 반펀, 허카이, 빠카롱, 라오만어 등의 지역과 연이어져 있습니다. 빙다오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섬처럼 외따로 자리한 지역이 아닙니다. 라오반장 차가 좋다고 하지만 주변의 차산에도 비슷한 품종 비슷한 수령의 고수차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토양과 날씨 기온 등도 기본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여러번 블라인드 테스트 등 정밀 시음을 해보았지만 주변 지역과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몇배 심지어 몇십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차들이 라오반장, 빙다오 등의 명산 차로 둔갑하여 판매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라오만어, 신반장차는 쓴맛이 강하고, 반펀은 향이 좋고, 허카이, 파샤는 떫은맛이 좋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리고 라오반장은 이 모든 맛을 다 충족한다고 합니다만 확실치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솔직히 허카이에도 라오반장 차보다 맛있는 차가 있고 라오반장에 맛없는 차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정하고 보면 주변의 다른 지역 원료로도 얼마든지 라오반장, 빙다오 못지않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을 누구나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차들로 명산의 이름을 붙여서 수익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양심의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중국의 일부?에서는 양심의 문제보다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걸 우선시하고 나아가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주변의 가게에서 만원짜리를 백만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드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사기꾼 소리를 듣겠지만 이곳에선 오히려 엄지를 치켜들고 대단하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리고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최근에 고수차 열풍이 불면서 일부 유명지역에 예전에 없던 고수차가 하루아침에 새로 생기는 현상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 모차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근처에서 비슷한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지요. 수백년 된 고수차를 어떻게 옮겨 심느냐고 하지만 윈난은 토양이 비옥하고 차나무를 관리하는 기술도 비교적 발달되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연 제대로 된 라오반장 100% 원료로 라오반장 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설사 라오반장 원료 100%를 사용하더라도 원료들을 일일이 시음하고 잘 선택해야지 적당히 생산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몇몇 인연 있는 차농집에서 매년 품평을 하고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만 생산량이 많아지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차맛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품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단주차를 생산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된 내용입니다.

 

같은 지역 바로 옆의 차나무도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여러번의 경험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라오반장은 하니족 마을입니다. 근처의 신반장 그리고 파사, 광비에(廣別) 등도 하니족 마을입니다. 유추하자면 차나무의 전파는 같은 민족들이 근처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을 받아서 심거나 어린 묘목을 옮겨 심는 형태로 전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고로 소수민족들이 씨족 형태로 모여사는 산골의 마을에는 대부분 비슷한 품종이 식재되고 변이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라고 하면 수령 300년 전후의 차나무를 말합니다. 고수차는 윈난성 일대의 여러 지역에 자생하고 있고 지역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떤 한 지역 특정 마을의 차만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맛이라는 기준에서 보아도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어 무조건 명성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산지의 이름을 떠나 좋은 고수차를 선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석가명차 오운산에서는 지역을 떠나 그해에 생산되는 고수차들의 품질을 평가하고 가성비 높은 원료들을 선정하고 병배 하여 매년 진-선-미 시리즈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진과 선은 고수차 원료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그래도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100 그램 소병으로도 출시합니다. 저희처럼 소기업이 거대한 자본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맛을 보아야 품질을 알 수 있고 나아가 빈부를 떠나 진정 차를 좋아하는 차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youtu.be/sz3eHTt-2Ug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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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최해철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의 초대로 3월 15일부터 8일간 임창지역과 맹해, 포랑산의 고차수 탐방에 일정을 함께 했다. 이번 여행에서 최해철 대표의 거래처와 제조공장, 맹해에 있는 석가명차 매장과 직원, 맹해 시내와 10분 거리에 있는 자연주의 집 등을 확인하면서, 그의 차생활 이야기를 '멍하기 일기' 형식으로 보내오면 석우연담에서 담고자 한다.

 

멍하이 일기를 시작하면서 / 최해철

 

멍하이 일기는 제가 윈난성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직접 생산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보이차 관련 지식과 정보 그리고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드리고자 개설 되었습니다.


찻잔이야기 등의 책을 통해 박홍관 선생님을 알게 된 세월은 오래되었지만 직접 만나기는 2014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차도구옥션이라는 경매 사이트를 만들어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한국의 차도구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보자는데 뜻을 같이하면서 부터입니다.

 

이후 매월 두세 번 울산까지 내려와 작품 감정 및 촬영을 하시는 모습을 뵈면서 인연이 깊어졌습니다. 각종 사진 자료와 원고를 정리하자니 늘 시간이 부족하여 이동하는 시간에 수면 등을 보충하고자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는답니다.

 

서울에서 새벽 기차로 내려와 저녁 기차로 올라가고 다음날 오전에 촬영한 자료를 전부 올려주는 등 실제로 생활하는 모습을 뵈니 정말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돈도 안 되는 일 재산 탕진해가면서 뭐하려고 그리 열심히 하시냐고 물으면 그저 웃을 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가난은 숙명으로 받아들이지만 어렵게 작업하시는 작가 분들께 때론 약속한 출판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등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어 늘 가슴 아파 하십니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겠지요...

 

앞으로 멍하이 일기는 보이차가 만들어 지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논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의 보이차는 노차 등 주로 상품화된 제품을 평가하는데 치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료의 선택, 가공 방법의 차이 등을 미리 연구함으로서 정직한 보이차, 자신에게 맞는 보이차를 선택하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10여년 혼신의 노력으로 한국 최대의 차 관련 불로그로 자리 잡은 석우연담에 멍하이 일기를 초대해주신 박홍관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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