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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암, 왕강회장과 법인스님

서울에서 8월 20일 한국향도협회 창립식을 마치고 난 후 한국 차문화 중흥의 산실인 일지암을 여행하는 일정에 따라 중국향도협회 왕강 회장
, 한국향도협회 정진단 회장, 전재분 원장과 협회 총무인 이채로와과 필자가 해남 일지암을 향했다. 일지암에 도착한 시작은 저녁 무렵으로 해가 완전히 기울기 전이다. 초가는 풀이 올라오고 있었다. 누각 아래에는 작은 물가에는 송사리들이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일지암

왕강 회장과 법인 스님은 서로 인사를 하고 왕 회장은 일지암의 초가를 앞뒤 둘러보면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촬영하였다
. 곧 이어 누각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어두워지는 시간이라 법인스님은 아래 건물에 가서 휴대용 LED 전지와 한지로 만든 등을 가지고 왔다 등이 많아서 모두 함께 들고 왔다. 지난번에도 밤에 도착한 우리들에게 누각에서의 찻리에 등불을 밝히고자 그때는 촛불을 등 안에 넣어서 등롱불을 여러군데 달아서 운치를 더했는데 이번에는 서울 인사동 주변 불교용품점에서 구했다고 하시며 LED 등을 밝혔다. 수년전부터 여러차례 일지암을 다녀갔지만 최근 이런 모습들이 일지암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일지암 법인스님, 정진단 회장, 전재분 원장

찻자리에서 정진단 회장이 차를 내는데 법인스님이 이번에 통도사 성파스님이 감독하여 만들어온 보이생차를 마셔보자고 했다
. 그런데 주변이 경관이 좋고 대화가 재미있어서 인지 보이생차의 특별한 맛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왕강 회장이 잠시 차에 가서 일본의 매화피 껍질 차통을 가지고 왔는데 이 차는 무이암차 정암지역 차라고 하며 차를 내어 놓았다.

 

정암차라고 하면 익숙한 차 맛이 있는데 이 차는 약간의 탄배향이 무게를 더한 것으로 암차의 특징적인 맛을 보여주었다. 지난번에는 이곳의 책을 정리하고자 한다고 신부님이 함께하여 순간 놀란 적도 있었는데 법인스님은 종교간의 생각을 지우고 화합과 소통이라는 면에서 일지암을 세상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많은 역할을 하실 것으로 보였다.

스님은 옛 선인들의 선시를 암송하시며 선인들의 차 생활을 반추해 보고자 했다. 한글은 모르지만 한글발음의 사성 음을 듣고 시의 작가를 밝히는 왕강 회장은 향시와 차시의 저작를 한문의 음독으로 화답하면서 중간중간 정진단 회장의 통역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진불암, 미륵사지 부처상

다음날 일지암에서 진불암을 찾아 나섰다. 진불암에 있는 미륵사지부처상은 신라시대 보물로서 그 자태가 웅장하기 그지 없다. 이 불상에는 왼쪽에는 꽃을 들고 오른 쪽 아래에는 향로를 들고 있는 모습 또한 필자가 향에 관심가지고 책을 만들면서 이러한 것들이 주변에서 알게 해주는 것 같다.

함께한 왕 회장이나 전재분 원장도 처음 접하는 광경에 놀라움과 동시에 일지암 주변에 이런 보물이 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일지암을 먼곳에서 찾아가 그냥 돌아오기 보다는 이런 보물을 친견하고 온다면 한층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될 것 같다. 외국인에게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이런 숨겨진 보물을 볼 수 있었던 우리 일행들은 덩달아 감동과 함께 의미있는 여정이 되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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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유를 바르고 진불암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향기나는 표정


일지암(암주 법인스님)에서 아침을 먹고 초당이 바라보이는 누각에서 필자가 가져온 무이암차 기단을 마셨다. 약간의 담소와 기념 사진 촬영을 마치고 차를 타려고 할 때, 왕강 회장은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액체가 담긴 통을 꺼내어 이채로아에게 손을 내밀게 했다. 그러고는 법인스님과 함께 있는 모두에게 손목의 혈자리에 침향유를 발라주었다.

침향을 바른 손을 코에 가져가 향을 맡으니 깊은 침향의 향기가 기분 좋게 발산했다.

그러한 침향유는 처음이라 그냥 신기하게 여기고 차를 탔다. 진불암으로 향하는 길은 거칠었는데 순간 운전대를 잡은 이채로아는 차 안의 에어콘 바람으로 인해 자신의 손목에서 침향유가 스치며 나오는 향이 얼굴을 감싸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즐거워하는 표정이 얼굴과 운전하는 모습에 비쳤다. 순간 사진을 담았다. 스물아홉 청년의 산속에서 느낀 침향유의 향기에 감동한 말과 표정이 참으로 이채롭다.

향유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다. 그러나 향유라는 것은 단어로만 알지 일반인들은 그 문화를 접하기 이전에는 향유의 효능을 모른다. 이는 몸에 붓거나 하는 의식적인 행위들이 성서나 고전, 역사의 기록에서도 많이 나타나는데 그러한 것이 최고의 예우이며 향기로운 사람, 즉 그에게서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침향유가 먼저가 아니라 세상에는 수많은 향유들이 있다. 우리가 접한 침향유는 요즘 작은 용기에 진액으로 나와 이렇게 보여지니 그나마도 반갑다. 향유는 향수보다 그 연원이 깊다. 침향유는 이전에는 극히 드물었지만 요즘 나온 것으로 경험을 해 보니 향유라는 문화가 이렇게도 인간과 가깝고 독특한 효과를 지닌다는 생각에 필자도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적은 양으로 사람의 기분과 그 주변, 혹은 그 사람마저도 달라보이게 할 수 있으니 향유 이후에 향수라는 것은 어쩐지 하위부류처럼 느껴지는 하루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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