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20241221, 서울 메이필드호텔의 더 큐레스토랑에서 열린 제1회 운차아집(云茶雅集) 차회가 열렸다. 2024, 내가 기록한 마지막 차회로서의 의미도 있어, 그날의 순간들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고자 한다.

 

기대와 설렘의 웰컴 티

차회는 사뭇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는 중국다예연구중심의 정회원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를 포함해 몇몇 특별 초대 손님들이 함께 자리했다. 다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참석자들 덕분에 행사 전반은 자연스럽고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웰컴 티는 그날 차회의 여정을 암시하듯, 참석자들의 기대를 조용히 끌어올렸다.

특별한 음식과 음료의 조화

차회에서는 메이필드호텔의 메뉴에는 없는 특별 주문 요리가 제공되었으며, 송강 스님께서 기증하신 고급 샴페인과 와인도 곁들여졌다. 이러한 배려는 단순히 차와 음식을 넘어서, 모두가 함께 나누는 교감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앙무리 홍차

세 가지 특별한 차

그날 내어진 차는 웰컴 티 외에도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차는 안휘성 황산시 태평현의 진가오 앙무리 태평후괴 찻잎으로 만든 홍차였다. 이 차는 첫째 날 채다한 잎의 신선함과 따뜻한 기운을 담아내며 차회의 시작을 알렸다. 한 모금 머금을 때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과 깊은 풍미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잊게 해주었다.

 

두 번째 차는 무이성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대홍포였다. 특히 산장 지역에서 재배된 찻잎의 향미를 정교하게 표현한 이 차는, 잔을 들기 전부터 퍼지는 풍성한 향이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로 나온 차는 정암 지역의 대홍포였다. 무이성의 제다 표준에 따라 만들어진 이 차는, 앞선 차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드럽고 묵직한 뒷맛이 긴 여운을 남기며, 차회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특별히 준비된 음식과 차는 이 자리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차 한 잔을 통해 다도의 깊이를 느끼고, 그 안에서 한국과 중국의 차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게는 마지막 차회였지만, 이 자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차와 다예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샴페인과 와인

이태리 음식과 명주(名酒)의 완벽한 조화

 

운차아집(云茶雅集) 차회에서 이태리 음식과 샴페인의 조화를 경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메이필드호텔 더 큐레스토랑에서 특별히 준비된 이태리 요리와 함께한 샴페인과 와인은 차회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이며, 감각을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먼저, 로랑 페리에 그랑 써클 샴페인의 산뜻한 기포와 상쾌한 풍미가 식사의 시작을 아름답게 열었다. 샴페인의 복합적인 아로마는 신선한 전채 요리와 완벽히 어우러져, 음식의 섬세한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메인 요리에는 2003년 빈티지 새또 오 브리옹 레드 와인이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이 와인의 풍부하고 깊은 과실 향과 부드러운 스파이스 노트는 이태리 특유의 풍미를 가진 고기 요리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식사에 품격과 여운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와 함께한 1998년 빈티지 새또 디켐은 열대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풍미로 감미로운 마무리를 장식했다. 이 디저트 와인은 이태리 디저트의 달콤함을 한층 풍요롭게 하며, 식사의 피날레를 완성했다.

 

이태리 음식과 세 가지 명주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감각의 향연이었으며, 잊지 못할 미식의 순간으로 남았다.

https://youtube.com/shorts/hK6DVtBV-9s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태허스님과 송강스님

중국다예연구중심(원장 김영숙)은 개원 20주년 기념으로 무이성 공사에서 제공한 무이암차 순료 26종 품다회를 진행하였다. 무이암차 순료 26종 품다회의 일환으로 난곡사 태허스님과 개화사 송강스님의 품다회를 특별히 유튜브 다석TV에 공개하기 위해 처음부터 기획을 하고 촬영을 하게 되었다.

품다회는 26종 순료 가운데 제품의 특장점이 잘 드러나는 10종을 선별하였다.

세 차례로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순서는 아래와 같으며, 내용은 유튜브 영상에서 차 맛에 대한 내용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하행기에 대한 설명이 함께 한다.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품다일지를 발표하고 있는데, 차 애호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1. 금모란, 서향, 매점, 2. 금유조, 금쇄시, 북두, 3. 소홍포, 수선, 육계, 대홍포

https://youtu.be/fnOB6lE8e0M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무이성에서 생산한 대홍포 차왕

올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필자가 1년간 마셔온 차들을 생각해 보면 역시나 보이차를 가장 많이 마신 것 같다. 그중에는 외부에 초대받아서 마신 차의 95%가 보이차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시대의 특별한 유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에서 공부차, 공부홍차 등의 말이 왜 나왔겠는가? 대만의 청차 계열은 차를 만드는 수준이 매우 우수하며 최근에는 최고 상품은 중국으로 수출하기에 차 값이 인상되는 형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보이차에 열광하고 있다. 보이차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보이차는 물론 좋은 차이다. 하지만 (이유 없는) 높은 가격은 거품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아직은 한국인이 투자의 가치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이산 무이성에서 생산한 육계왕

최근의 보이차 맛을 보면

, 보이차의 본질적인 맛은 찾아보기 어렵고 가격만 비싼 차를 보이차라고 논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떤 찻 자리에서는 무슨 차 드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할 때, 보이차 말고 다른 차 좀 마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만큼 가격만 높게 책정해 놓은 비싼 차 말고는 좋은 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 무이암차 전문점 명운당에서 12월에 행사한 무이암차 세미나와 품다회는 건강한 차를 찾는 차인들에게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보이차 만큼의 영업적인 이익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차들이 좀 더 세상 밖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중국다예연구중심 연구실에서 태허스님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태허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다. 차실에 들어서자 암차 향이 향긋하게 코를 스쳤다. 필자가 들어가기 직전에 스님께서 무이성에서 생산한 수선차왕을 마시고 있었던 흔적이다. 지난 세미나에서도 그 가치를 알고 즐겼던 수선차왕의 그 맛을 또 보았다.

다음 차로 '육계왕'과 '대홍포차왕'을 마시면서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이런 게 차 맛이지. 나도 보이차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마실 만한 보이차를 만나기도 어려운데 왜 모두 보이차 보이차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필자도 스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녹차나 청차의 좋은 차 맛을 진실로 알게 되면 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마음도 달라진다.
금년의 마지막 달 사흘을 남긴 오늘, 무이암차의 청정한 암운 속에서 노닐었던 하루였다.

중국다예연구중심 관련 지난 기사
2013/12/22 - 다미향담(80) 특급 무이수선(武夷水仙)의 정통성 있는 맛
2013/12/14 - [석우연담 뉴스] - 무이암차 세미나 및 품음회 성황리에 마침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곡사 태허스님, 사보공명을 다호 가득히 넣고 우려마닌다.]

차의 맛이나 차의 진수를 아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찻자리에서 차를 아끼지 않고 넣는다. 차 맛을 내기 위해서이고 차의 참(眞)맛을 알기 때문이다.

명가원 김 사장과 강원도 원주에서 오신 부부, 한준 선생의 부부와 함께 태허스님을 만나러갔다. 절에서 오명진 씨도 만났다. 그날 내가 갔던 목적은 태허스님과 함께 했던 찻자리의 사진을 보여드리고 책에 사용하는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가는 길에 여러 사람들이 합류하게 된 찻자리다. 스님은 늘 반겼다. 아마도 김 경우 사장과의 특별한 연이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난 그 덕에 좋은 특별한 차를 마시는 기회가 많았고,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온 것이다.

그런데 스님은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허락해 주지 않으셨고, 나는 그 자리에서 ‘알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하였다. 그동안 보아왔고 마신 찻자리를 나의 좋은 추억의 방에 담아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스님은 늘 좋은 차를 내신다. 중국차를 좋아하셔서 보이차 뿐 아니라 청차나 녹차계열의 차도 아주 즐기시는 편이다. 그래서 차 종류별로 오래된 차들이 많이 있다. 몇년 전에는 보이차를 마실 때, 홍인을 편하게 자주 마셨다. 그날은 대홍포와 사보공명을 내어주셨다. 지난번 중국에서 김영숙 씨가 무이암차 연구하는 교수들의 자문으로 차농가에서 준비해 준 차에 대한 극찬을 하셨다.

스님은 강원도 원주에서 오신 손님을 앞에 두고, ‘대홍포 한 잔 드실래요. 부산에서 장원 정 사장이 보내준 좋은 대홍포가 있는데 그 차 드릴게요’ 하시면서 주니호를 고르셨다. ‘난 요즘 이 차를 잘 마셔요’ 하시면서 대홍포를 다호 가득 넣고 우려 주셨다.

진한 맛이다. 대홍포는 인간에게 참 여러 가지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차 맛을 보는 사람 각각이 느끼는 맛이 다 다르니까. 보이차도 다호 가득 넣어 우려 주셨다. 보통 차를 내면 그렇게 진한 맛을 내지 않는다. 반이나 1/3 정도의 양으로 차를 우려내는데 가득 담아 진한 차를 우려내어 서로 맛본다는 것은 찻자리에서도 아주 드문 광경이다.

차꾼이라면 모를까 진액의 머금음은 그저 이전에 한 번이라는 추억의 도구이지만, 스님의 차 내심은 언제나 크게 내어 즐기자는 마음이시다.

그날 같이 동석하였던 이들도 차의 맛이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몰랐을 것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