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아사가차관에서 대차회 건으로 방문해 회의를 마친 뒤, 반가운 인연을 만났다. 전통 도예가 홍우경 작가를 우연히 마주한 것이다. 함께 점심을 나누고 차관으로 돌아와 김이정 관장님이 차를 내주는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는 덕화 백자와 칠기 찻잔을 비교하며 차를 마시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덕화 백자 찻잔과 칠기 찻잔
나는 아무런 정보 없이 칠기 찻잔으로 마신 차의 맛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순간, 이전에 마시던 덕화 백자 찻잔과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칠기 찻잔으로 마신 차는 더욱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찻잔이 홍우경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그 자리에서 즉석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떻게 이런 찻잔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홍우경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잡안에 가지고 있는 까르마가 백자, 청자, 칠기 그릇이 있었다. 칠기 그릇으로 만들기 시작할 즈음 아사가차관 김이정 관장님의 행사 때에 사용할 찻잔을 만들게 된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그때 처음 만든 찻잔이 오늘 마시고 있는 찻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1세대 사기장인 홍재표 사기장의 아들로서 전통 도예의 맥을 잇고자 오랜 시간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왔다.
홍우경 작가의 첫 칠기 찻잔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리고 예술과 기능의 만남을 상징하는 작품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차 한 잔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며, 그의 작품 세계에 더욱 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이렇게 홍우경 작가의 첫 칠기 찻잔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로, 하나의 예술로 자리 잡았다. 그의 열정과 창의력은 전통 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었다.
우리 시대의 찻잔이 변화해 나가는 것을 주시해 왔다.그 과정에서 사기장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진정 예술적인 형상으로 제작한 찻잔을 확인했으며,특히 대학에서 도예 전공인들의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의 재해석적인 면과 함께 세습식에서 보지 못했던 일면을 보게 되었다.
차도구 전문 작가 85명에 대한 이야기.
1969년 작품부터 연대별 대표작 소개
차도구 전문 작가 185개의 낙관
지금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닌 작품들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유는 실용성이라는 중국식 다기의 영향이 이전의 전통적 형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수준도 작가들의 작품을 구분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아마도 3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다 보니 작품의 누적도 많아지고 전체적인 세대별 순환이 보여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별 낙관 종류 185가지
이에 작품의 수준이 형상같은 외형적, 태토같은 재료적인 내용으로 구분하는 것도 있지만, 필자는 그동안 30여 년간 다완을 비롯한 차도구들을 연구해 오면서, 도자 작품에 나타난 낙관의 크고 작은 사례들도 정리해 온 바, 외국의 경우에는 낙관이나 인장의 위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국내의 작품들은 그 사용이 빈약하기에 이 부분은 감정과 판단에 있어 상당히 희귀하고 명확한 증거가 된다.
최근에 필자는 일본으로 수출된 다완을 비롯한 차호, 화병 등이 수입되면서 낙관으로 작품을 구분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공개하는 것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차도구 옥션에서 유통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찻잔이야기 표지
목차
Ⅰ. 석우연담 石愚硯談 이름값 14 품격 있는 다기茶器와 값비싼 다기 16 명품名品이란 과연 무엇인가? 18 과도기와 소비자의 선택 20 사기장은 덕을 쌓아야 한다 22 안복眼福 24 공개하기와 평가받기 26 모방, 예술이냐 베끼기냐 28 찻잔과 잔받침의 화음和音 32 여유로운 차생활을 하려면… 35 호중거壺中居하니 무릉도원이라 36 차실 풍경 37 수여좌誰與坐 38 찻자리와 밥상 40 차인茶人이라면… 42 다기값, 다구값 44 동도서기東道西器 45 당시의 명품이라면 지금도 명품이다Ⅰ 48 당시의 명품이라면 지금도 명품이다Ⅱ 50 야나기는 죽었다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