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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8 다미향담(144) 보이차 송빙(宋聘)호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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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이병인 교수 연구실에서 차 대접을 받았다.

처음 마신 차는 광운공병이고 두 번째는 송빙 가루다.

 

굳이 송빙차라고 하지 않고 가루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 노차를 보관하는 차 창고에서 차를 관리하는 시점에 홍콩차창에서 차를 털어내면서 산차 가루가 모인다. 이런 차로는 과거 끽다거 안사장님이 취급한 동경 보이차 가루라는 명칭으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필자가 그 당시에 1년간 마셔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직까지도 그 가루차를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데, 오늘 그런 류의 차로 송빙을 만났다.

 

너무 가루가 되어 있어 다관이나 개완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커피 드립에 사용하는 종이 망을 이용하여 유리 숙우에 우려 마셨는데, 옛날 당시의 차 맛이 나는 것으로 두 번째 차를 마시면서 열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맛! 추억의 맛을 오랜만에 마셨다. 물론 이런 맛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송빙을 마셔본 사람들이 간혹 그 맛의 추억을 아련하게 느끼고자 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눈 말이 바로 이 맛을 기억하는 이가 없어 방문한 손님이나 지인에게 내놓을 수가 없다는 내용.

 

차를 마시다 다완 두 개를 꺼내어 차를 따르고는 조교에게 전화하여 좋은 차 같이 마시자고 부른다. 마침 어학연수를 마치고 인사차 온 학생과 같이 송빙차를 마셨다. 조교는 늘 마셔온 것처럼 잘 마셨다. 그 조교의 이야기가 교수실에서 이렇게 마셔온 차가 너무 좋아서 요즘은 한국차문화사를 스스로 공부한다고 한다.

다완에 보이차를 담아 주는 이병인 교수는 학생들과 작은 잔으로 몇 잔씩 나누기 보다는 큰 잔에 한 번 크게 담아 주는 것도 좋다고 한다.

 

석사 과정의 젊은 조교는 이렇게 차에 대해서도 복을 누리며 환경공학과에서 물을 연구하는 교수실에서 차와 물을 같이 알게 되는 행운을 얻은 것 같아 보였다. 하루가 지나도 그 송빙호의 맛은 잊을 수 없다. 맛이 주는 맛 이전에 교수실에 있는 많은 도구를 놔두고 유리 숙우에 드립커피용 거름종이를 이용하여 우려마시는 것이 기막힌 맛을 만들어낸 듯하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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