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산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8.19 멍하이 일기 56. 팡춘 차시장
  2. 2017.08.03 멍하이 일기 46, 쿤밍 차박람회2 '사드'이야기
반응형

팡춘(방촌) 차시장

 

귀국길에 쿤밍 공장에 들러 올해 생산된 차들을 점검하고 숑다(雄達) 차 시장 맞은 편에 있는 저희 가게에서 박람회 참가 후의 재고 상황 등을 확인한 후 어제 광조우 팡춘으로 왔습니다. 우기 인지라 비행기도 심심찮게 결항 또는 연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하이에서 쿤밍으로 나올 때도 연착이더니 광조우로 올 때도 두 시간 연착입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은 공항패션이니 쇼핑이니 하면서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작업복 차림에 배낭하나 걸치고 공항에만 오면 그냥 딱 무료합니다.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특히나 연착이라도 하게 되면 하릴없이 몇 시간이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두 번은 의자에서 졸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습니다...

 

9시 광조우 바이윈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서다가 황급히 다시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후끈한 열기와 습도에 숨이 막힙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니 휴대폰에 표시된 온도가 39도입니다. 습도까지 높으니 이런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싶습니다. 이즈음 광조우는 낮에는 보통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습니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한국 사람이라니까 130위안이면 가는 거리를 300위안 달라고 합니다.

 

차엽성에 가게가 있고 자주 온다고 하니까 그럼 200위안만 달랍니다. 결국 미터 요금 기를 켜라고 하고 136원에 호텔까지 도착했습니다. 외국 사람이라고 바가지 쉬울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150위안을 주니까 잔돈도 안 내어주고 그냥 갑니다. 모처럼 외국사람 하나 태워서 좀 더 벌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된 기사 마음도 이해해줘야 되겠지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랑 근처 매점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최근의 팡춘시장 동향과 보이차 시세를 확인합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인 대익과 하관의 시세부터 살피자면 7542, 7572, 8653, 등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숙차로 유명한 추병량 대사의 해만차창이 숙차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밀감보이차(小靑柑) 시장의 성장으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기념병으로 출시된 대익의 난운’, ‘산운’, ‘진장공작’ ‘금대익등의 제품들은 출시되기도 전부터 투기성 자본들이 몰리더니 몇 달 만에 서너 배 씩 급등하였다가 최근에 약간의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해 복금에서 먼저 출시하고 진승에서 곧이어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상근병이라는 차가 있습니다. 야생이라는 말은 중국 정부에서 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내표에 원시삼림의 500년 이상 된 고수찻잎으로 만들엇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상근(橡筋)이란 줄기를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탄력성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천여 편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오운산에서 올해 출시한 샹주칭지역의 차들이 이런 특징들을 보이는데 수령이 오래된 고수차는 섬유질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잎이나 줄기가 비벼도 쉽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출시 가격이 3000위안 정도였는데 20000위안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호흡을 고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팡춘시장에 와서 보이차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종종 꼭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입니다. ‘팡춘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차엽성에 오운산 가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의 성지가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차를 오로지 상품으로만 보는 국적불명의 자본이 할 기치는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부 공무원들의 세탁용 자금, 부동산 투기자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미 끌기 등의 형태로 자본이 들어오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세력들의 연합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 반대로 깡통 찬 사람들이 모여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입니다. 만여 개로 늘어난 상점들은 평소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누구가 무엇을 어떻게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고 발 빠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고 보이차라고 해서 상품이 아닌 것도 아니지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자본을 축적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곳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 오면 어쩐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날씨도 더운데 머리만 띵합니다. 저를 도와주는 가게 직원도 저와 성격이 비슷해서 늘 멍 때리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마주앉아 아무리 고고한? 정신을 추구한다는 오운산차이지만 그래도 사업인데, 니나 내나 자식 공부도 시키고 잘 묵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쫌 잘해보자고 얘기하면서도 시장 상황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저 고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아직은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차!

듣도 보지도 못했는데 턱도 없이 비싼 차!

정해진 규정 외에 할인도 안 해 주는 차!

보이차의 변방인 한국인이 만든 차!

 

그 외에도 오운산이 가진 약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팡춘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차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차는 괜찮은데! 하고 맙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한 편 두 편 신기해서인지! 실험용인지! 사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년호차(當年好茶) 즉 그해에 만들어서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를 경영이념으로 세웠고, 보이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먹다가 남으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경영이념에 새긴 것입니다. 훗날 재산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언하건데 그러려고 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늘 귀국합니다.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멍하이 일기는 시월에 다시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쿤밍 차박람회

 

오늘은 최근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드에 대하여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번 박람회 기간에 중국 인민군 건국 90주년 기념일이 있어서 그런지 박람회에 오신 많은 분들이 사드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는 더욱더 집요하게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멍하이에는 소수 민족들이 많고 저나 차농들이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와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도 거의 없었는데 대도시의 박람회에 나와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되도록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지만 최근에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의 대국적이지 못한 처사에 대해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단호히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몇몇 공무원 쯤 되어 보이는 손님이 사드문제를 지나치게 거론하기에 저는 단박에 사드의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너희 중국의 소심한 처사는 결국 진정한 대국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순 없겠지만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는 분명한 대원칙과 이웃을 배려하고 정도를 존중하는 국정 철학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데도 그러할 진데 하물며 국가가 나서서 쩨쩨하게 경제 보복 운운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정부는 비공식적으로 경제 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뻔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비공식적이란 이유로 감출 수는 없고 오히려 더욱 비굴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튼 지금에 와선 복잡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양쪽 국민 모두에게 앙금을 남기고 있습니다. 쉽게 처리할 수 없는 난제가 되어버렸고 한국이나 중국이나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더욱 큰 시름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오운산차 중국에 안 팔아도 좋으니 국가에서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자존심을 지키며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오히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사드는 남의 집 안방에다 감시 카메라 다는 격이라며 흥분하는 중국인들 앞에서 다소 주춤거렸습니다만 이젠 피하기보단 솔직하게 저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그들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고 오운산에 대하여 더욱 신뢰를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의 현안은 많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제를 볼모로 잡아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의 태도를 버리게 해야 됩니다. 경제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앞으로도 통일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내 조국 대한민국이 무조건 중국이나 미국의 눈치나 보면서 움직여야할까요?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당연한 주권적 권리가 경제에 발목 잡혀서 좌지우지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도 북한처럼 핵폭탄 만들어서 대국들과 한판 붙자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볼 땐 사드문제는 괜히 불필요한 불씨를 자꾸만 건드려서 문제를 키워놓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은밀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괜한 문제들을 야기 시켰고, 언론도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개념 있는 보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망각한 체 오로지 이슈 성 속보 경쟁에 매달려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들어낸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드를 간단히 설명하면 말 그대로 방어무기일 뿐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날아오는 적의 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북한의 핵이나 대륙간탄도탄처럼 직접적인 공격 무기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시끄럽게 되었는지 저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와 복잡한 국제 정세의 한복판에서 국가 운영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대처를 잘못하여 괜히 소용돌이에 말려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작금의 세계에서는 방어가 곧 공격일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합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이 한국을 겨누지는 않을 것이고 사드가 한국보다는 미국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수긍합니다만 그렇다고 현실로 다가온 핵의 위협 앞에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씩의 논리는 어느 나라 사람의 무슨 작태인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에서도 한 나라 국정운영의 근간인 국방 문제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이 이슈 하나하나를 매일 같이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올은 것일까요. 물론 국민의 알 권리 소중합니다만 때론 모를 권리도 소중합니다. 책임 있는 당사자들 끼리 서로 잘 의논해서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괜히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것 같습니다. 오운산의 쿤밍 박람회 성과가 미흡해서 사드핑계를 위로 삼아 올립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상세보기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