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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만점, 공동 초제소

 

이번 길에 그래도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흙 범벅으로 마을에 내려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배낭 속에 따로 준비한 옷을 갈아입고 마침 큰길 옆에 식당이 있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멍하이에서도 후난(호남성) 사람들이 소매점이나 식당을 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도 주인이 호남성 사람입니다. 돼지갈비 복음, 민물고기 조림, 채소 탕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칭지아오투도스(靑椒土豆絲고추 감자 채) 푸른 고추와 감자를 얇게 쓸어 볶은 것인데 매콤하고 고소한 것이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이 요리는 중국 어디를 가도 웬만한 식당엔 꼭 있습니다. 한국 사람에게 비교적 잘 맞는 음식이니 여러분도 꼭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제가 이곳에 와서 가장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가 음식입니다. 이곳은 여러 민족이 섞여 있고 각 민족마다 그들의 명절이 따로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하루건너 하루가 식사초대입니다.

 

무엇보다 차농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로서는 매번 참석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실은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들은 또 멀리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고 특별히 챙기고 제 앞으로 수북이 음식을 쌓아 놓습니다. 육해공군이 총출동한 고기차림인데 평소 육식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라 채소 몇 가닥만 들고 있자니 차린 성의를 봐서 미안하고, 억지로 먹자니 뒤탈이 두렵고 그야말로 대략난감입니다.

 

거기다 여기서는 대부분 집에서 만든 위미지우(옥수수 술)라는 50도짜리 술을 마시는데 잔도 소주잔의 세배정도 크기입니다. 평소에 소주만 마시다가 이 술을 주는 대로 홀짝홀짝 마셨다간 정말이지 큰일 납니다.

 

알코올 도수로 대략 계산해보면 한잔이 소주 한 병 이상입니다. 희한하게도 술 권하는 문화는 한국이나 어찌나 비슷한지 계속 권합니다. 쬐끔 마시고 내려놓으면 또다시 채우고 채우고를 반복합니다. 지금은 웬만큼 적응이 되었고 인연 있는 차농들은 대부분 저의 식성을 아는지라 무리하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반찬입니다. 산길을 그것도 미끄러운 흙탕길에 우산을 접었다 펼치기를 십여 번 하면서 내려온 길이라 순식간에 세 그릇 뚝딱입니다. 식당 아줌마가 우리 자동차에 적혀있는 오운산로고와 석가명차 글씨를 보고 차업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아는 사람이 조금 준 차라면서 마셔보라고 합니다. 눈이 번쩍 뜨입니다. 어디서 온 차냐고 물으니 그곳에서 50키로 정도 떨어진 산골에 사는 친척이 준 차랍니다. 바로 수첩 꺼내들고 메모 들어갑니다. 도부장은 여러번 격은 일이라 담담히 귀 기우리며 메모하기에 바쁜데 젊은 부부는 걱정이 많습니다.

 

직업병인지 좋은 차만 만나면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눈동자가 커집니다. 엉덩이가 털썩 털썩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확인 하고픈 마음이 앞섭니다.

 

너무 늦었다느니! 비도 오고 길이 험해서 지금 갔다가는 큰일 난다느니, 날 좋을 때 자기들이 먼저 가서 확인해보고 연락 한다느니 젊은 부부가 갑자기 바쁩니다. 부인 되는 사람은 울상이고, 젊은 남편은 연신 종아리를 만지작거리며 그곳에 가면 씻을 곳도 잠잘 때도 없답니다.

 

저도 그날 당장 갈 생각은 없었는데 멋모르고 따라 나섰다가 무작정 밀어 붙이는 저 때문에 고생한 젊은 부부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티엔 부취. 今日不去오늘 안 간다. 이 한마디로 바로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오늘처럼 가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좋은 차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직 직접 가서 차산의 환경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맛으로 봐서는 확실한 고수차이고 향이나 밀도가 아주 좋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길 내내 감미로운 회감이 목안에 가득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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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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