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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인다

 

멍하이 일기8

 

오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석 달여 온 국민의 가슴을 졸여 온 이번 헌제 심판은 한국의 여러 가지를 문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구름의 남쪽 먼 나라에 와 있지만 국내의 상황과 동떨어져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탄핵 심판 장면을 생중계로 볼 수는 없었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문자 뉴스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는 누구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그저 허망한 느낌입니다.

 

운남이 중국의 변방이라지만 여기 사람들도 최근 사드문제 등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박대통령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다소 난감합니다. 나는 그저 차가 좋아서 차 만들러 여기 왔지 당신들과 정치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만 계속 사드문제를 거론 할 땐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어떤 애국심이 투철한? 중국 사람은 나에게 전화까지 해가면서 사드의 불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중ᆞ.미 양국이 사드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사드가 북한 핵을 견제하기 위함이란 논리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어쩔 수없이 장소를 제공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드는 방어 무기 일뿐이라고 설득하지만 현대전은 방어가 곧 공격일수 있기에 중국으로서는 전략적 무가가 집결되어 있는 동북 지역을 사드로 낱낱이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묵과할 수없는 침략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개인적으로 정치 현실에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인생 마지막 꿈으로 정말 내가 원하는 좋은 차 만들어서 좋은 분들과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타국에 있으면 때론 고국이 그립고 김치, 된장찌개가 먹고 싶습니다. 특히 혼란스러운 소식이 들릴 때면 남몰래 잠 못 이루는 날 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공안이라고 부르는 중국 경찰이 두 번이나 다녀갔습니다. 혹시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할까 보호 차원에서 방문한다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멍하이에서 정식으로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살고 있는 유일한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디를 가나 눈에 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더욱 행동을 조심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정성껏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노력합니다.

 

사드 배치의 효용성 논란을 떠나서 저는 중국의 변방인 이곳 운남에서 당신들과 더불어 좋은 차 만들고 한국인의 품위를 지키며 살고 싶을 뿐이라고, 당신들도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고 더 이상 나에게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지 말라고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오두막엔 오늘도 중국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할 때마다 바라보는 맑은 창공의 태극기가 오늘따라 애처롭기만 합니다.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서 주권 국가로서 이런 저런 나라의 내정 간섭 없이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으뜸 문명국가로서 세계인을 이끌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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