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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고수차를 보관한 통

 

지난번에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고수차의 문제점에 대하여 잠시 소개해드렸는데 가게마다 진열된 수없이 많은 고수차들 중에서 과연 어느 제품이 진정한 고수차인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중국 정부 관련 기관에서 발표되는 생산량 통계부터 영 미덥지가 않습니다. 발표하는 곳마다 다르고 편차 또한 아주 큽니다. 이제는 보이차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수차가 좋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수령 백년이상의 진정한 고수차는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만치 않습니다. 오운산을 창업하고 삼 년여 동안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고수차 산지 이백여 군데를 직접 발로 띄며 살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곳곳에 고수차들이 적지 않게 자라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소수차와 같이 섞여 있습니다. 특히 이무 쪽의 고수차 생산비율은 1%도 안 됩니다. 길가에 그 옛날에 줄지어 자라던 고수차는 문화혁명을 거치며 대부분 경제작물로 전환되었고 지금은 바나나 밭으로 고무나무 숲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대부분 주관을 잘라버려서 뿌리에서 다시 자란 아이화(왜화倭化)차들 종류이고 올곧게 남아있는 고수차를 보려면 보통 두세 시간씩 걸어서 산을 올라야 합니다. 험로여서 개발의 손길이 닷지 않아서 아직 남아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 또한 많지 않습니다. 한 지역에서 모차로 몇십 키로 혹은 많은 곳이라도 몇백 키로 정도이지요.

 

 고수차는 한정되어 있고 소수차의 생산량은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앞으로 전체 생산량에서 고수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무지역에 비하여 포랑산이나 임창지역은 상대적으로 고수차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포랑산 지역은 이무지역과 함께 많이 알려진 편이고 강열한 맛의 특징 때문에 원료가격이 평균적으로 보이나, 임창지역 보다는 비싼 편입니다. 변경지역의 차들은 아직은 고수차라도 저렴한 편인데 가공 기술이 일정치 않아서 잘 선택해야 됩니다.

 

문제는 중국은 문화적으로 고수차에 소수차가 섞여있어도 그냥 고수차라고 부릅니다. 사실 소수차가 조금 섞여있어도 맛으로 정확히 구분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제작자의 양심 문제이지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운산이 진정한 고수차 원료만을 고집하는 것이 때론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생태차 등을 조금 섞어서 생산 단가를 낮추면 공급 가격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고객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저는 그냥 그대로 가겠습니다. 세상에 바보 한둘 쯤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금은 많이 달라진 느낌이지만 처음엔 제가 같은 고수차밭의 차라도 수령이 높은 것만 골라서 채엽 해달라고하면 의아하게 쳐다보곤 했습니다. 다른 곳에선 그냥 구입해 가는데 유독 까다롭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비용을 더 주겠다고 해도 작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문을 거절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차농 입장에서는 일꾼을 고용해서 하루하루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채엽하는데 일부는 채엽하고 일부는 남겨두고 하는 것이 비능률적이고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차왕수차, 단주(單株.고수차중에서 특별히 수령이 오래된 차나무를 따로 부르는 이름)차 등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분류되고 있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고수차라고 하면 진정한 고수차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살펴보아야합니다.

 

현제 고수차라고 부르는 차들 중에선 아예 이름뿐인 고수차, 소수차와 적당히 섞은 고수차, 진정한 고수차, 단주차 혹은 차왕수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판매되고 있는 가격만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가서 돼지 꿈꾸고 노반장을 한편에 삼만 원에 사 오셨다는 분들을 가끔 뵙는데 꿈은 꿈일 뿐입니다.,,노반장 원료가격을 알면 절대 그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차가 아니란 걸 알게 되겠지요.

 

여행 기념으로 친절한 가이드의 열정에 감복하여 한두 편 사주는 것 정도는 이해하지만 절대 많은 양을 구매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못 먹을 차는 아니고 다만 출처 불명의 차란 것이지요. 실제로 몇 년 전에 우연찮게 한국 단체관광 손님을 주로 상대하는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리따운 직원이 어찌나 열정적으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설명을 잘하는지 차업을 하는 저도 한편을 사들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오천 원짜리 차를 오만원에 사서 마누라한텐 말도 못하고 몇 년째 묻어두고 있지요. 알다시피 보이차는 오래두면 둘수록 맛도 좋아지고 가격도 올라가는데, 이런 차는 그냥 그때 그 감동으로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면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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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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