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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보이 숙차

 

보이차를 마실 때는 늘 선입감이 있다. 숙차인가 생차인가에 따라서 다르지만 잘 익은 숙차라고 해도 숙미는 난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명가원에서 만난 찻자리에서 함께한 분이 주인 자리에서 차를 내었다. 차를 내는 자리를 바꿀 때는 뭔가 이유가 있다. 이차는 내가 내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고 할 때 보통 하는 행동이다.

 

무슨 차인가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었다. 그냥 차 한잔을 정성스레 내는 것 같은데, 첫잔에서 이게 무슨 차인가? 하는 단순한 의문이 들었다.

 

두 번째 잔에서는 좀 더 깊은 탕색이 나왔는데, 탕색을 보고 첫잔의 향기와 어울려 숙차임을 알았다.

세 번째는 더 깊은 탕색이 나오는데 숙차 같지 않는 숙차다.

 

참 묘한 차. 좋은 차라는 것이 바로 이런 차이다. 족보도 계급장도 없이 누군가 차를 내고 마실 때

! 이런 맛이 나는 차 좋은데 하면 그만이다.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이 과연 나에겐 이런 차가 있을까? 찻장서랍이 궁금해진다.

 

잘 익은 보이 숙차

 

그래서 오래된 차꾼들이 만나는 찻자리에서는 무언가 서로 배울 것이 있다. 이름있는 차를 마신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자리에서 차와 차를 내는 모습에서 서로 배울게 있다.

 

우리는 그런 자리를 마치고 나면 참 기분 좋은 찻자리에서 차를 마셨다는 마음의 흡족함을 가지고 새로운 한주의 시작을 기다려지게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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