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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이싱에 도착하여 산 아줌마와 그야말로 속 시원한 작별을 하고 광조우에서 넘어온 직원이랑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 늦었지만 자사호 작가의 가게로 갔습니다. 자사1창 박물관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최근의 자사호 근황을 물어봅니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차농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차의 대중화를 위해 송나라의 점다법(點茶法) 차를 갈아서 다완에 마시는 문화를 폐지하고 포다법(泡茶法) 다관에 넣고 우려 마시게 하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싱의 자사호가 중국의 차 역사 속에 등장합니다.

 

자사호의 시조로 알려진 공춘이라는 작가로부터 수많은 작가들이 제 나름의 형태를 창안하여 지금의 자사 표준들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처음엔 실용성의 바탕위에서 창작되었다가 나중에 예술의 경지로 승화되어 가는 것이지요. 자사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중국뿐아니라 세계적으로 징더전 자기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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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싱에는 정식 직급을 가진 자사호 작가만 오천여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싱(宜興)의 인구는 200, 특히 딩수전(丁蜀鎭)에는 30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자사호 관련 일들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사호의 가격을 가늠하는 가장 큰 요인이 작가의 직급인데, 숙련의 정도와 학력, 대회 입상 경력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차인구도 증가하고 특히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날로 뚜렷해지면서 자사 업계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0년 중국의 CCTV에서 자사호의 각종 문제에 대하여 심층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크게 원료의 문제, 유명 작가의 호를 대신 만들어 주는 대공(代工)의 문제, 직급의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리를 예전보다 좀 더 엄격하게 할 따름이지요. 그럼으로 오히려 유명 작가의 정품은 더욱 가격이 치솟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문제는 호의 가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시음할 때 개완을 자주 사용하지만 가끔 노차를 마시거나 혼자 마실 때는 자사호를 사용하곤 합니다. 주로 이십만원 전후의 반 수공 원광 니료(泥料)로 만든 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만원 하는 호들도 있지만 저는 그저 바라만 볼 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여년 적지 않은 자사호들을 취급했지만 저는 아직도 자사호의 예술적 가치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가격 대비 좋은 상품호를 구해서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차에 집중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차 관련 모든 도구는 차를 있는 그대로 잘 우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호로 우리면 차맛이 이렇게 변하고 저 호는 어떻고 하는 것은 원래 그 차가 가진 맛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차나고 도구 생겻지 도구 나고 차나지 않았다는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는 각자의 관념과 기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호는 오래 길들이다보면 못난 놈도 기른 정 때문에 예뻐 보이기도 합니다...다만 어떤 호이던 원료 즉 니료의 정직성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형태 또한 일단 차를 우리기 좋은 모양이여야 하겠지요.

 

지나친 조각이나 산만한 형태는 차를 우리는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도 불편합니다. 그리고 가격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비싼 호들은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경우엔 내가 도구를 사용하여 차를 우리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직급에 집착하면 평범한 호를 비싸게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안목을 길러서 정직한 니료로 사용하기 좋게 잘 만든 호를 선택하시는 것이 최선입니다. 평범한 정답 같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니료를 보고 다음에 마음에 드는 형태를 보고 다음에 가격을 보고 선택하면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작가의 직급은 마지막에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이싱에서 오운산 로고를 새긴 호를 다시 주문제작하고 기타 고객님들의 부탁받은 업무를 보면서도 모두 이러한 기준에서 처리하였습니다.

 

자사호은 저보다 안목이 높은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저 가격대비 차 우리기 좋은 상품호를 구해서 여러분에게 소개할 따름입니다. 평범한 호를 예술의 경지까지 이르도록 이끌어 주시는 장인의 손길과 그 호의 가치를 세밀한 눈으로 평가하고 역사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자사호 애장가 님들의 고견은 늘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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