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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청

 

산화와 발효에 대하여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화는 무엇이고 또 발효는 무엇이냐는 것이지요. 공기 중의 산소와 물질이 만나면서 변하는 것을 통칭해서 산화라고도 하고 발효라고도 합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변화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작용하면 발효이고 미생물의 작용 없이 물질 자체의 효소가 산소를 만나서 변화하면 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만약에 밀봉을 하거나 산소가 아닌 질소 등을 주입하면 산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과자봉지 등에 질소를 주입하는 것은 파손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주요한 목적은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함입니다. 보이차에 있어서 산화(발효)는 어떤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나누어집니다. 숙차는 일차 가공이 완료된 보이생차 원료를 쌓아두고 물을 뿌려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하도록 조절하면서 단기간에 차를 푹 익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발효라는 공정을 거친 차이지요. 그런데 생차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약간 애매할 수 있습니다. 찻잎을 채엽하여 위조 과정을 거친 뒤 살청을 하는데 일단 채엽하는 순간부터 찻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치므로 살청 전까지 이미 약간은 산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가마솥에서 차를 덖는 살청이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살청은 원래 찻잎의 산화(발효) 요소를 정지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녹차는 처음 제조할때부터 산화(발효) 요소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홍차도 발효과정이 끝나면 살청(홍청)을 통해 산화(발효)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그야말로 모든 제조 공정이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이 생차는 살청을 하지만 녹차처럼 300도 전후의 고온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120도 전후의 저온 살청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살청 후 찻잎 속의 수분 함수율입니다.

 

녹차는 4%로 전후로 완전히 마른 상태이지만 보이생차는 햇볕에 말려도 12% 전후의 수분이 아직 찻잎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는 비장한 문장과도 연결이 되는데, 이 수군이 아니라 수분이 대 역전 아니 후 발효(산화)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산화(발효) 요소들과 결합하여 느리지만 서서히 변해(익어?) 가는 것입니다.

 

제가 당년호차(當年好茶)’와 더불어 오운산의 경영이념으로 새운 경년신차(經年新茶)’는 이러한 보이차의 특징을 오랫동안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보이차는 매년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5년 된 보이차와 50년 된 보이차는 완전히 다릅니다. 녹차나 홍차가 그렇듯이 대부분의 차들은 출시될 때의 맛을 표준으로 합니다. 그 맛이 변하면 변질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최근엔 백차나 오룡차 등도 노차들이 시장에 출현하고 있지만 이러한 개념의 변화를 이끈 것은 보이차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과학적 설명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은 그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저는 제가 만들고 싶은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할 생각입니다.

 

이세상의 모든 물질은 변화합니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도 일종의 산화이고 발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효도 좋은 쪽으로 진행되면 익어가는 것이고 나쁜 쪽으로 진행되면 부패입니다. 익어 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요! 자칫 TV 뉴스에 자주 나오는 부패분자가 되지 않으려면 안팎으로 스스로를 잘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제형이 최해철에게 위챗으로 보낸 글

사장님, 글 고맙습니다. 아마도 제가 만나 뵙고 찬찬히 설명을 드려야 하겠지만, 일단 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 일부분에 대해서는 가설이므로 실제적인 연구가 필요하긴 합니다.

 

1) 살청시의 솥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엽의 온도인데, 차엽 온도가 75 ~80도 이상이 넘어가면 차엽 내의 산화 효소인 폴리페놀옥시데이스 등 모든 산화효소는 실활 됩니다. 만약 120도의 온도로 적은 차엽을 넣고 오랫동안 살청을 한다면 효소는 대부분 실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쨩유화교수의 차과학 개론 366페이지에 보면 대부분의 녹차 살청에서도 효소의 20%정도는 잔류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녹차와 보이생차의 살청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2) 녹차의 수분 함량과 보이생차의 수분 함량의 차이를 말씀하셨는데요, 사실은 수분함량은 거의 의미가 없고 수분활성도가 중요합니다. 물론 두개는 관계는 있습니다만, 수분활성도가 일정 수준 이하(0.85이하)이면 효소는 작용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파악하기에 녹차나 보이생차나 수분활성도는 0.85이하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습창보이차가 됩니다.

 

3) 그렇다면 녹차는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까요? 녹차나 보이생차나 모두 동일한 변화를 거칩니다. 이는 산소의 존재하에서 발생하는 산화인데, 효소가 관여하지 않으므로 '비효소적 산화' 또는 '자동산화 - autooxidation'이라고 표현합니다. 녹차도 서서히 서서히 변화하는데, 카테킨 류가 서서히 테아플라빈 쪽으로 산화 중합됩니다. 단 효소가 없으므로 속도는 서서히 일어납니다

 

.4) 만약에, 만약에 효소가 살아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효소는 반응 속도를 엄청나게 빠르게 만듭니다. 효소의 작용은 반응의 유무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반응속도만을 조절합니다. 단 반응 속도를 아주 아주 빠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만약 보관중인 건조된 보이생차에 산화효소가 작용을 한다면 그 잎은 빨간 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를 홍변이라 합니다. 보이생차를 오래 두어도 홍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아주 명확한 증거입니다.

 

보이생차 우린 엽저를 보면 방금 만든 것임에도 홍변된 부분이 보일 것입니다. 이는 살청되기 전에 세포의 파괴에 의해서 효소에 의한 산화 즉 홍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관 중에는 홍변이 발생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효소가 있더라도 작용을 할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오늘부터 다섯편에 걸처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대하여저와 중국 상하이 립톤 회사의 연구원으로 계신 진제형님과 토론한 내용을 멍하이 일기로 올려드리겠습니다. 박홍관 선생님이 새롭게 보이차 전문잡지로 출간하신 다석특집 기사로 올린 내용인데 보이차의 진화에 대하여 함께 공부해보고자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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