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보이차의 산화와 발효에 대하여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보이차를 생산할 뿐 과학자가 아니라서 세밀한 분석은 어렵고 영어로 명명된 각종 원소 기호들을 나열하기도 솔직히 벅찹니다. 그러나 보이차를 이해함에 있어서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사항이기에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여 다시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작년에 생물학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관련 업종에 오래도록 종사한 경력이 있는 진제형 선생님과 이 부분을 두고 토론한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멍하이 일기 *차과학 편에 소개되어 있으니 다시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효소 =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즉, 단백질로 만들어진 촉매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효소는 특정한 온도 범위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대개의 효소는 온도가 35∼45℃에서 활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온도가 그 범위를 넘어서면, 오히려 활성이 떨어진다.

 

미생물 =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 효모 등이 있다.

효모 = 고등 미생물

산화 =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변화하는 것

발효 = 효소 작용에 의하여 유기물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대사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효모가 자신의 효소를 이용해서 호흡을 한 결과

위의 정의는 네이버 사전을 살펴보며 정리한 내용입니다. 사실은 훨씬 더 복잡한 내용들이 있지만 차를 만들면서 알아야 할 내용들만 간추려본 것입니다. 보이생차는 찻잎속에 함유된 주성분인 폴리페놀이 폴리페놀옥시다젠 이란 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황색을 내는 데아플라빈 적색의 데아루비긴 등으로 변화합니다.

 

차나무에 찻잎이 매달려 있을 때는 찻잎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역시 찻잎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산화효소는 세포막으로 분리되어 있어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채엽과 위조 유념 과정에서 세포막이 깨지면서 두 성분은 만나게 되고 산소와 접촉하여 산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찻잎을 살청(찻잎 내부 온도 80도 이상) 증기(일본) 등으로 열처리를 하게 되면 산화효소는 비활성 상태 즉 존재하지만 활동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차들은 이미 완성된 차들입니다. 보이차도 다른 대부분의 차들과 마찬가지로 살청과 쇄청 건조를 통해 생산된 차입니다 즉 효소를 비활성 되게 하여 완성된 차입니다. 또한 출시된 이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건조한 장소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된 보이차의 대부분은 변화를 차단한 상태의 차 즉 산화와 발효의 여지를 차단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흑차류를 제외한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등 대부분의 차들은 오랫동안 출시 후 산화와 발효가 다시 진행되면 변질된 차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러한 기타 차들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 산화와 발효 문제는 다소 복잡합니다. 보이숙차는 분명히 미생물이 작용하는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생산한 차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건조과정을 통해 잔존하는 미생물의 대부분을 제거하고 포장하여 출시한 차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보이차 또한 다른 차들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생산되었기에 변화하면 변질된 차가 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경우 '월진월향' 즉 햇차보다 오히려 세월이 경과하여 맛과 향기가 완전히 달라진 노차의 가치가 현재 시장의 정점에 있습니다. 일단 완성되어 출시된 차이지만 세월과 더불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 차가 더욱 가치 있는 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이차가 이렇게 다소 신비한 혹은 이상한 차로 변화한 것은 20세기 중반 윈난에 불어닥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으로 판매되었던 보이차가 1990년대에 대량으로 발견된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운남에서 생산된 여린 잎 위주의 고급 보이차는 사천 북경 상해 등 내륙으로 판매되었고 다 자란 거친 잎 위주의 품질이 낮은 차는 티벳 홍콩 등으로 판매되었습니다. 그런데 내륙으로 판매되었던 차는 이후에 발견된 노차가 거의 없습니다. 보이차보다 많이 생산되었던 녹차와 홍차 또한 노차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차들은 아직 노차라는 개념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홍콩으로 수출되었던 보이차는 낮은 등급의 저렴한 차들은 일상에 지친 노동자들이 차루에서 식사를 할 때 무료로 제공된 음료였습니다. 고급차가 아니었기에 창고 구석에 아무렇게나 보관했던 차, 고온다습한 지역적 환경속에서 산화와 발효가 진행된 차였지만 그들의 음용 습관과 기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보이차가 탄생한 것입니다. 유통과 보관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도 있고, 완성된 모차에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의도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차의 역사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사 이래 인류가 차를 개발하고 마셔왔지만 모든 차는 언제나 햇차가 고급이고 여린 잎이 고급차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남의 골짜기에서 생산된 낮은 등급의 차가, 오랜 세월 방치되다시피 보관되었던 차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고급차로 천지개벽하였고 노차의 가치와 개념이 처음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다른 차와 달리 처음으로 보이차에서 노차의 가치가 형성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이차의 생산과정부터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이차는 큰 틀에서 다른 차들과 가공방식이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건조를 햇볕으로 하는 쇄청이라는 독특한 과정을 거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념과정에서 배여져나온 차의 성분들과햇볕이 만나면서 이루어내는 조화가 태양미라는 독특한 맛으로 드러나는데 이것이 보이차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과학적 설명을 보테기엔 부족합니다. 그리고 보이차는 포장 방식도 죽피를 사용하며, 지역에 따라 보관하는 방식, 음용하는 계층도 조금씩 다른 차였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홍콩 등 고온다습한 환경속에 보관된 노차의 대부분은 백상 등 미생물이 작용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찻잎속의 산화효소와(폴리페놀옥시다젠) 미생물이 결합하여 발효가 진행된 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된 모든 차는 느리게 자동산화합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 홍차 등과 달리 죽비통에 느슨한 종이 포장이라서 외부의 간섭이 용이합니다.

 

그래서 기타 차에 비하여 자동산화의 속도는 약간 빠를 수있습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미생물이 작용하여 발효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외부의 간섭이 용이하기에 산화도 촉진될 수 있고 동시에 상황에 따라 발효도 진행될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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