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스님 소장, 보이차 경창호]

오랜만에 짱유화 교수 부부를 점심 시간에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차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짱 교수는 보이차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그것을 계통적으로 구분하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차 자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상당히 과학적이다.

 

이날 짧은 대화 속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석우연담에서 그동안 연재해 온 다미향담을 기본으로 한 책의 원고를 탈고하는 입장에서 보이차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에서 차생활을 하는 경원스님이 뵙고 싶었다.

전화 연락을 하고 바로 광덕사 경원스님께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경주 황룡골에 사시는 강 선생님이 계셨다. 지난달 경주 아사가에서 홍인차회 때 만났는데 이곳에서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순수하고 진정한 차 마니아인 강 선생님이 함께 하는 자리여서 오늘은 좋은 차를 마실 운이 있는 것 같았다. 또 한 분은 경주에서 강 선생님과 함께 오신 분이다.


저녁을 함께 먹고, 모두 네 명이 차실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본 스님 차실은 많이 바뀌었다. 첫째 찻상이 제주도 사오기 문짝으로 바뀌었고, 차실 안에서 물을 받고 버릴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졌다.

처음 마신 차는 용마 동경호다. 자사호에 차를 넣으시며 오후에 이 차를 강 선생과 마시려고 했는데 내 전화 받고 오면 같이 마시자고 해서 이제 마신다고 하였다. 용마 동경호―. 사실 이런 차를 쉽게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요즘은 찻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보이차를 마시는 자리는 피하게 된다.

허심탄회하게 마실 수 있는 찻자리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처지를 잘 알거나 차 맛을 서로 공유하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면, 보이 노차를 마시는 찻자리에 쉽게 걸음하거나 나서질 않는다.

용마 동경호―. 약간의 매실 향과 탄화되는 맛이 어울려 나오는 맛이다. 골동 보이차에서 느낄 수 있는 향미와 바디 감은 폴리페놀이 풍부해서인지 단맛과 어우러진 맛이 묘하면서도 감칠맛도 함께 한다.

두 번째 차는 무이암차의 대표격인 대홍포를 마셨다. 대홍포는 홍배를 깊게 하지 않은 맛이다. 암골화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맛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중도의 맛이다. 탕색에서 보이는 것과 맛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 하늘의 별을 보며 잠시 쉬었다가 세 번째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경창호였다. 이 차는 스님께서 10년 이상 소장한 차로, 차를 보관할 때 사향 가루를 넣고 흔들어 조금이라도 사향이 베어들게 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첫 잔 첫 한 모금에서 사향 맛이 확 풍겨왔다. 두 번 세 번 우리는 데도 사향 맛은 조금씩 연해지면서도 베어 나오는 것 같았다. 전체적인 맛은 중후함이고, 뒷맛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이날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호급차 두 가지를 마신 행운을 얻었다. 얼마 전 홍콩에서 이 차들의 실제 거래 가격을 알게 되었기에, 행운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는 자리에서 귀한 차를 마실 기회를 만난 것은, 필드에서 직접 확인하는 일을 하는 필자에게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늘도 그 미묘한 차 맛을 기록하고 있는지 모른다.

 


 

Posted by 석우(石愚)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