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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숙차 발효 과정. 오운산

11월11~15일 발효19~23일차

집안에 큰 일이 있어서 잠시 고국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으로 출발하며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차례 차 무더기의 온도를 측정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습니다. 발효가 일정 정도 진행되면 차 무더기의 바깥 부분부터 마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더 이상 물을 뿌려서는 안됩니다. 테두리 원료를 5센티 정도 촉촉한 내면이 드러날 때까지 긁어서 무더기 위로 올렸습니다. 13일. 차 무더기를 덮었던 천을 걷었습니다.

 

창문 가까이 햇볕이 들어오는 쪽에 있는 원료가 더 빨리 마릅니다. 마른 원료는 상태를 봐가면서 수시로 긁어서 위로 올립니다. 긁어낸 원료로 위쪽에 배치된 고수차 샘플 원료를 덮습니다. 무더기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높아집니다. 15일 저녁 멍하이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본 무더기 원료를 시음했습니다. 단맛과 신맛이 함께 올라지만 마시기에 거북하지 않은 정도입니다. 본 무더기의 발효도는 70% 정도로 예상됩니다.

 

11월 16일 발효 24일차

오후 한시 차 무더기 테두리의 마른 원료를 긁어서 위로 올렸습니다. 무더기의 현재 크기는 가로 2.5미터 세로 1.5미터 높이 80센티입니다. 4차 뒤집기를 한 후 지금까지 계속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뒤집기를 한 다음날 저녁 본 무더기의 위쪽 온도는 59도에 도달했고 이후 61~63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간은 57~59도 아래쪽은 45~48도입니다. 위쪽에 무더기 내부의 증기가 분출되면서 수분이 내려앉은 흔적이 보입니다. 긁어 올리기를 하면서 엉긴 부분은 풀어주고 촉촉한 부분과 마른 부분을 섞어줍니다.

 

11월 17일 발효 25일차

오후 한시 5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이번 발효 과정 중 마지막 뒤집기입니다. 이번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모든 원료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엉긴 부분을 풀어주었습니다. 3차 뒤집기를 할 때 엉긴 부분이 가장 많았고 이후로 점점 줄었습니다. 이번엔 손작업만으로도 가능했지만 마무리까지 네 시간이 걸렸습니다. 무더기는 넓은 직사각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가로 5미터 세로 3.5 높이 40센티. 고수차 샘플 원료들이 포대기에 들어 있고 비닐 칸막이를 한 탓인지 수분함량이 높습니다. 그래서 본 무더기 원료보다 발효도가 낮습니다. 본 무더기 75% 샘플 원료 60% 정도 그동안 다른 원료들의 맛과 섞이지 않도록 차단에 신경 쓰다 보니 발생한 문제입니다.

 

이제는 완성 단계라서 비닐을 제거하고 위쪽에 배치했습니다. 일정 부분 발효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주변 차의 영향이 적을 것입니다. 뒤집기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향, 콩향, 알콜향 등이 대표적인데, 고수차 샘플 중에서 홍하차왕수, 노반장 원료가 단향이 가장 좋습니다. 야생차는 넘버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검은색이 두드러지고 황편은 뻣뻣합니다. 그리고 생태차는 향기와 맛 모두 약간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https://youtu.be/wOl0cdeP-aY

 

11월 18~19일 발효 26~27일차

오후 한시 발효실 온도 26도. 습도 55%. 차 무더기 온도 57도. 중간 50. 아래쪽 43도 전후입니다. 위쪽에 배치된 샘플 원료 포대기를 매일 한 번씩 뒤집습니다. 위쪽에 무명 천만 덮은 상태라 아래쪽과의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5차 뒤집기를 하면서 가저 온 고수차 샘플 원료와 본 무더기 원료를 하루 건조시켜서 시음했습니다. 고수 샘플 원료는 4차 뒤집기 때보다 탕색이 짙어지고 신맛이 줄었지만 아직도 모든 면에서 약간은 부족한 느낌입니다.

 

노반장. 빙도는 확실히 밀도가 높고 향기가 진합니다. 이무 만궁은 엷지만 이무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홍하야생차왕수는 검은색이 두드러지고 단향이 아주 높습니다. 홍하단주는 다른 고수차들보다 검은 편이고 부드러운 단맛이 좋습니다. 황편과 생태차는 상대적으로 맛이 엷고 가볍습니다. 본 무더기 차의 탕색과 맛은 완성 단계입니다. 약간의 악퇴미가 있지만 고수차의 밀도가 느껴지고 지금 마셔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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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발효 18일차

오후 1시 4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3차 때보다는 엉긴 부분이 많이 줄었지만 기계를 사용해서 풀어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들은 이번에도 손으로 작업했는데 3차보다는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무더기 형태를 다시 직사각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본 무더기는 중간 발효 고수차 샘플 원료는 경발효에 가깝게 하기 위해 다시 위쪽에 배치했습니다.

 

가로 5미터 새로 2.5미터 높이 40센티. 2차 뒤집기를 했을 때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앞으로 모차 상태를 관찰하면서 먼저 건조되는 바깥 부분은 긁어서 위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면 높이는 접점 높아질 것입니다. 샘플 원료들을 20그램씩 덜어내어 차실에서 품평했습니다. 아직은 발효가 덜 되었고 건조하기 전이라서 그런지 단맛은 좋지만 돌아오는 떫은맛이 강한 편입니다.

 

11월11~15일 발효19~23일차

11일

집안에 큰 일이 있어서 잠시 고국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으로 출발할 때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차 무더기의 온도를 측정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시점이라 매일 영상 통화를 하며 모차 상태를 관찰하였습니다.

12일

발효가 일정 정도 진행되면 차 무더기의 바깥 부분부터 마르기 시작합니다. 바깥쪽 원료를 5센티 정도 촉촉한 내면이 드러날 때까지 긁어서 무더기 위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3일

차 무더기를 덮었던 천을 걷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물을 뿌려서는 안됩니다. 모차 상태를 관찰하며 수시로 마른 원료들은 긁어서 위로 올립니다. 무더기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높아집니다. 긁어낸 원료로 무더기 위쪽에 배치된 고수차 샘플 원료를 덮었습니다.

14일

발효실 창문 쪽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있는 원료가 빨리 건조됩니다. 마른 부분을 하루에 한두 차례 위쪽으로 긁어서 올렸습니다.

15일

저녁 멍하이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오후에 긁어 올리기 작업을 할 때 가져온 샘플 원료를 시음했습니다. 단맛과 신맛이 함께 올라오지만 지금 마셔도 부담 없이 마실 만합니다. 발효 정도는 70% 정도로 예상됩니다.

 

11월 16일 발효 24일차

오후 1시 다시 테두리의 마른 원료를 긁어서 위로 올렸습니다. 현재 무더기의 크기는 가로 2.5미터. 세로 1.5미터. 높이 80센티입니다. 4차 뒤집기를 한 후 지금까지 계속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발효실의 온도는 아침 20도 전후 오후에는 28도 전후를 가리키고 습도는 65% 전후입니다.

 

4차 뒤집기를 한 다음날 저녁. 본 무더기의 위쪽 온도가 59도에 도달했고 이후 61~63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간은 57~59도, 아래쪽은 45~48도입니다. 무더기의 위쪽에 내부의 증기가 분출되면서 수분이 내려앉은 흔적이 보입니다. 긁어 올리기 작업을 하면서 엉긴 부분은 풀고 증기가 내려앉아 촉촉한 부분은 마른 부분과 섞어줍니다. 검은 곰팡이는 많이 줄었고 흰 곰팡이는 아직도 보이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https://youtu.be/wOl0cdeP-aY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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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발효 12일차

오후 한 시부터 3차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차 무더기 내부 온습도는 적당히 유지되고 있는데 바깥쪽은 수분이 부족해서 마르는 헌상이 보여서 어제저녁에 테두리 주변으로 조금씩 물을 뿌렸습니다. 2차 뒤집기 때보다 차가 많이 엉겨 붙어 있어서 3차에는 지에콰이지(解快机)라는 기계를 사용했습니다.

 

엉긴 모료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꽤 시끄럽네요. 샘플 모료는 기계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풀어헤치자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무더기 크기를 조정했습니다. 가로 2.5미터. 세로 2.5미터. 높이 60센티. 직사각형에서 원뿔형 정사각 형태로 바뀌었고 높아졌습니다. 샘플 모료는 본 무더기 중간쯤에 무명 천을 깔고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차맛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품안전 비닐을 잘라서 모차를 분리하고 무명 천을 덮었습니다.

 

2차 뒤집기 때 비닐봉지에 담아서 완전히 분리했더니 열기 분출이 원활하지 않아서 비닐 주변에 습기가 누적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때그때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상황 속의 최선을 찾고 있습니다. 본 무더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샘플 모료를 발효시키는 작업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작업을 마친 후 측정한 온도는 43도 전후입니다. 아직은 이르지만 모료 샘플을 우려보았습니다. 마실 만은 한데 호불호가 있겠습니다. 발효 정도는 30% 전후로 예상됩니다.

 

11월 5~7일 발효 13~15일차

5일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발효실의 온도가 내려갔지만 차 무더기의 온도는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3차 뒤집기를 한 다음 날 온도는 50도 전후로 측정되었고 6일 날은 60도 전후로 측정되었습니다. 무더기의 형태를 조정하고 높이를 올린 지금이 발효 과정 중 온도가 가장 높을 때입니다.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해서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면서 상태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무더기 위쪽의 온도가 가장 높고 60도, 중간이 58도, 바닥 쪽은 46도 전후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시멘바닥 발효의 경우 위쪽과 아래쪽의 온도 차가 20도 이상 난다고 하는데 화산석을 깔아서인지 15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발효되어야 차맛도 일정할 것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가 발효의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7일. 차 무더기 안쪽은 촉촉한데 테두리 쪽은 마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체가 균일한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이번엔 마른 부분에 물을 뿌리는 대신 손으로 긁어서 위쪽으로 올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11월 8일 발효 16일차

계속 비가 내립니다. 이곳은 아열대 기후라서 주로 스콜성 소낙비가 내립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4일 동안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비가 와도 모차를 발효하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시기라 수시로 발효실은 오가는데 약간의 불편이 있습니다. 발효실의 기온은 17도 습도는 95%입니다.

 

차 무더기의 온도는 위쪽 62. 중간 60. 바닥 48. 샘플모료 60 어제보다 온도가 올라갔습니다. 65도를 초과하면 원료가 까맣게 변하기 시작하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40도 이하로 떨어지면 발효가 더디고 만충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차 무더기의 평균 온도가 55~60도 사이로 유지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발효실로 들어서면 푸근한 온기가 느껴지고 나무향 한약향 묵은 볏짚향 알콜향 등이 느껴집니다. 어제오늘 계속 이게 무슨 향기일까를 생각해 보는데 꼭 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향입니다. 아무튼 계속 맡아보면 좋은 향기도 아니지만 싫지도 않아서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향이라 느껴집니다.

11월 9일 발효 17일차

비가 그쳤습니다. 오후 3시 발효실의 기온은 27도 습도는 60%입니다.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는 내려갔지만 차 무더기의 온도는 어제와 비슷합니다. 샘플을 우려보았습니다. 찻잎은 연한 갈색으로 변했고 탕색은 혼탁한 편이지만 붉은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두번 세차하고 마셔보니 약간의 악퇴미가 있지만 단맛이 좋습니다. 예상외로 지금 마셔도 불편하지 않은 맛입니다. 발효 정도는 60%로 정도로 보이는데 경발효 숙차의 가능성을 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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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발효 6일차

오전 9시. 2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기온 20도 습도 70 차 무더기 평균온도 53도 샘플 원료 온도 45. 맑고 쾌적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 무더기 가까이로 가면 열기가 느껴지고 약간 탁한 장미꽃향기가 납니다. 무더기를 헤집으면 증기가 피어오르고 검은색 흰색의 발효균들이 찻잎에 흡착되어 있습니다. 위쪽에 배치한 샘플 원료들의 온도가 전체 평균 온도보다 낮습니다. 무더기의 높이가 낮고 길쭉한 형태라서 중심 온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게 올라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포대기를 열어서 모료의 상태를 관찰해 보니 흰색 검은색 균들은 잘 안착되어 있습니다. 균들이 충분히 안착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무더기 위에 배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차를 담을 때 사용하는 식품안전 비닐봉지에 10가지 샘플 모차를 따로따로 담아서 무더기의 중간에 심었습니다. 기타 원료들의 맛과 향을 차단하고 좀 더 효율적인 열전달을 위해서입니다. 무더기 찻잎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골고루 뒤집기를 했습니다. 수분이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보충해 주고 2차 뒤집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무더기의 형태를 조정했습니다. 가로 2.5미터. 세로 5미터. 높이 45센티. 뒤집기를 한 후 측정된 온도는 43도 전후였고 저녁 7시에 측정한 온도는 50도 전후입니다.

10월 31일 발효 7, 8일차

차 무더기의 온도는 오전 오후 모두 53~56도 사이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심부와 바깥의 온도 차이는 크지 않고 모든 원료들이 고르게 발효되고 있습니다. 숙차를 발효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 중에 하나가 만충이라는 작은 벌레의 발생입니다.

환경이 열악하거나 온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발생합니다. 일단 만충이 발생하면 쉽게 제거되지 않고 출시된 상품에서도 간혹 발견되곤 합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관리해서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숙차를 발효할 때 일꾼들이 종종 계란을 숙차 무더기에 넣고 익혀서 간식 삼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도 실험 삼아 토종 계란 15개를 구해서 심어두었습니다.

11월 2일 발효 9, 10일차

차 무더기의 평균 온도는 54~56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수시로 경험 있는 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오후에 근처에서 발효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가 방문해서 모료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좋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샘플 원료도 보여줬더니 굳이 비닐봉지에 담아서 따로 분리하지 않아도 다른 차의 맛과 향과 섞이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그래도 실험을 위해선 확실히 분리 하는 것이 좋겠지요. 31일에 심어둔 계란을 확인했더니 아직도 덜 익었네요. 버리긴 아까워서 어제 오늘 익다 만 계란을 삼키자니 입안이 비릿합니다. ᆢ^^

11월 03일 발효 11일차

계속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 무더기의 온도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54~56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화산석 발효를 한다니까 궁금해서 방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대만 분인 임 선생 일행 등이 다녀갔습니다. 한국 사람이 어떻게 숙차 발효까지 하게 됐냐며 여러가지 질문을 하십니다. 저는 전문가는 아니고 배우는 자세로 연구하고 있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계란을 묻은 위치가 바닥 쪽이라 온도가 낮은 것 같아서 어제 위쪽으로 조금 올렸는데 오늘 더디어 3일 만에 익은 계란을 먹었습니다. 텅총 차농이 고구마도 묻어서 익혀보자는 걸 말렸습니다. 무슨 가마솥도 아니고 ᆢㅎ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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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뒤집기를 끝내고 보온 용 천으로 차를 덮음

10월 25일 발효 2일차

물을 뿌린 후 원료의 부피가 절반 정도로 가라앉았습니다. 이번 참에 멍하이 기지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유명 지역 고수차 원료 몇 가지를 같이 발효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이차가 대중화되면서 정품 노차는 점점 희소해져가고 생차가 지닌 강한 맛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숙차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고급 숙차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지역의 고수숙차들은 신빙성이 떨어져서 정확한 샘플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적은 양이지만 저희가 직접 생산한 것 그리고 샘플로 조금씩 구한 모차들로 숙차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원료들과 구분하기 위해 면으로 만든 포대기를 구한 다음 샘플 모료를 담고 번호를 표시했습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를 면 자루에 담음

저는 개인적으로 고가의 고수차 원료들로 숙차를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차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한 차인데 굳이 숙차를 만들어 원래 가진 맛이 소실되게 할 이유를 아직 확실히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분들이 있으면 만들어 보는 것이 또한 상인의 숙명인 것 같아서 시도해 봅니다. 아래의 원료들도 숙차를 만들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험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각종 고수차 샘플

1. 24홍하차왕수 2.2kg

2. 24빙도남박고수 2.2kg

3. 24홍하단주 1.7kg

4. 22.23.24노반장고수 2.5kg

5. 24반분고수 2.2kg

6. 24하개만매고수 2.2kg

7. 24파전생태 2.2kg

8. 19이무만공고수2.2kg

9. 18향죽청단주 2.2kg

10. 19하개고급황편 2.2kg

 

오후 3시 모차를 뒤집으면서 물기가 골고루 적셔졌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곳은 수분을 보충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뒤집기를 하면서 숙차 무더기의 형태를 잡았습니다. 처음엔 직사각 모양의 형태를 만들어야 발효시 발생하는 열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샘플 모차를 무더기에서 중간 부분 위쪽에 배치했습니다.

 

발효균들이 샘플 모료에 잘 안착하게 하면서도 다른 모차들의 항과 맛이 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무더기의 위쪽에 무명 천을 깔고 그 위에 고급 모차를 나란히 배치하고 다시 무명 천으로 덮었습니다. 위쪽이라 온도가 부족할 것이 염려되어 박스에 모차를 담을 때 사용하는 식품안전 비닐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넓을 천으로 모차 무더기 전체를 감싸듯이 덮었습니다.

차 무더기의 중간에 샘플차를 배치

10월 26일 발효 3일차

발효되고 있는 차 무더기에 온도계를 꽂았습니다. 시작할 때의 온도는 20도 정도였는데 현재 온도는 35도입니다.

당분간은 계속 온도가 올라가고 며칠 뒤 50~60도 전후가 되면 2차 뒤집기를 할 예정입니다.

10월 27일 발효 4일차

매일 아침 9시, 오후 3시에 발효되고 있는 차 무더기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42도 전후 였는데 오후엔 45도 전후가 되었습니다. 어제보다 10도 정도 상승했는데 중심과 바깥의 온도 차이는 3~4도 입니다.

현재 차 무더기의 크기는

가로 7 미터

세로 3 미터

높이 30 센티입니다.

더 많은 원료를 발효시키자면 무더기의 높이를 좀 더 높게 쌓으면 됩니다. 그러나 부피가 두꺼울수록 중심 온도의 변화가 가팔라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운산 멍하이기지 발효실은 한 번에 최대 2톤 정도의 모차를 발효할 수 있습니다.

뒤집기를 끝내고 보온용 덮개를 쉬움

10월 28일 발효 5일 차

오전 48도, 오후 51도 전후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발효실로 들어서면 찻잎이 발효 되는 향기가 느껴집니다. 맨 위에 따로 배치한 고급 원료들의 온도를 측정해 보니 45도 전후입니다. 전체 무더기의 온도보다는 약간 낮아서 2차 뒤집기를 할 때 개선할 방법을 찾아봐야 겠습니다. 찻잎 무더기를 손으로 헤쳐보니 제법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검은색 균과 흰색 균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효 4일차 온도와 원료의 모습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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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 대표 최해철

운남은 올해 봄차 시즌이 끝나고 오월부터 최근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이 지역의 특성상 우기인 여름에 비가 집중되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특히 올해는 이천 년대에 들어와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노반장을 오르는 길목에 있는 '멍혼' 평야가 물에 잠겨서 채소 값이 폭등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번 운남 일정의 가장 큰 목적인 숙차 발효를 시작하고부터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이 숙차를 만들기엔 좋은 계절입니다. 봄철엔 모차 생산 때문에 바쁘고 여름엔 계속 비가 와서 작업이 번거롭고 온도와 습도를 통제하기 힘듭니다. 겨울은 기온이 낮아서 발효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멘트 바닥 위에 깐 화산석 청소

먼저 오운산 멍하이 기지 발효실의 시설들을 보완하고 정비했습니다. 전통적 발효 방식인 시멘바닥 발효와 목판 발효는 유해성과 청결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나무 광주리 발효, 나무통 발효 나아가 스테인리스 통 발효 등으로 기술이 발달되고 있지만 한번에 발효할 수 있는 량이 한정적입니다(100~300kg). 그리고 뒤집기를 하면서 발효 정도를 살피고 온도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다시 원료를 쏟아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좋은 방법을 모색하다가 우연히 화산석 발효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봄차철엔 오운산 텅총, 덕굉 기지를 관리하고 평소엔 저희 멍하이 기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선생과, 이여사 부부의 고향이 텅총입니다. 텅총은 중국에서 온천과 화산석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고향의 친척들을 통해 쉽게 화산석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생각해 낸 방식입니다. 화산석은 용암이 굳어서 생성된 현무암입니다.

 

제주도의 돌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이 많은 돌이지요. 어렵사리 직사각형으로 생산된 화산석을 구해서 시멘트 바닥 위에 깔고 보니 보기는 좋은데 작은 구멍 속에 이물질이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니 숙차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라서 관리만 잘 하면 작은 구멍들은 오히려 온도를 유지하고 유익균이 서석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보다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생복 신발 모자 등을 준비했습니다. 아무튼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이라 걱정반 기대반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오운산 최해철 대표와 직원

2024년 10월 24일 오후 3시

오운산 멍하이 기지 발효실에서 숙차 발효를 시작했습니다. 발효 책임자는 '랑하차창'에서 발효 기술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텅총 차농 장선생이 맡고 장선생 부인 이여사, 오운산 멍하이 점장 샤오리우 그리고 저는 보조 일꾼으로 참여합니다. 주원료는 오운산 멍하이 기지 주변의 왜화 형 고수차 400kg, 생태차 400kg 그리고 지난 2년간 운남의 여러 차산지에서 구한 고수차 샘플 204kg입니다. 모두 합치고 보니 공교롭게도 1004kg 천사표가 되었네요..^^ 

숙차 발효

오전에 세 차례에 걸친 물청소 등을 통해 발효실 환경을 최대한 깨끗하게 했습니다. 멍하이 기지 창고에 저장하고 있던 모차를 발효실로 옮겨서 생태차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왜화 형 고수차를 덮었습니다. 그리고 고수차 샘플을 골고루 뿌려서 병배 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 발효실에 비치되어 있는 수도관에 호수를 연결하여 물을 뿌리기 시작했고 한시간 정도 모차가 충분히 젖을 정도로 계속 물을 뿌렸습니다.

 

경발효(70%전후), 중간 발효(80% 전후), 중 발효(90% 이상) 완성된 숙차의 색깔이 검을수록 중 발표에 가깝습니다. 숙차는 선호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발효시킬 수 있습니다.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수분의 공급량도 각기 다릅니다. 저는 중간 발효를 선택했고 이후의 과정도 그렇게 진행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달정도 차를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해 숙차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올려드리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zi16LJIXQM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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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오운산 중국 부스

"茶是拿來喝的" 차는 마시는 것이다. 제가 중국에서 종종 사용하는 건배사입니다.

제가 茶是(차쓰) 차는. 하고 외치면 다른 분들은 那來喝的(나라이허더) 마시는 것이다. 라고 화답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나 중국에 있을 때도 늘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앞의 구절만 들어도 모두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에 건배사로 사용합니다.그렇습니다. 차는 누가 뭐래도 마시는 것입니다. 이렇듯 당연한 이야기를 제가 누차 강조하는 이유를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10월 10일 중국으로 입국하여 오운산 쿤밍점에서 이틀을 머물고 멍하이 기지로 내려왔습니다.

 

현재 중국의 차 시장은 한마디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가을 차 시즌이지만 차산을 찾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고 멍하이 모차 시장의 절반 정도는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특히 보이차 유통 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조우 팡춘에서는 투매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운산 팡춘점을 운영하고 있는 명이 씨에게 연락해서 작금의 상황을 파악해 보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삼 년 전에 갑자기 등장한 금융차 브랜드 '범차'의 붕괴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보이차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가 '범차' 사태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봅니다.

어떤 지역의 원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시도 되기 전에 주식의 선물처럼 거래되고,

심지어 웃돈까지 붙여서 제차 삼차 거래됩니다. 실물도 없이 종이 한 장으로 거래되고 설사 실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박스가 훼손되거나 열어 본 흔적이 있으면 판매가 어렵고 제값을 받을 수도 없으니 이런 종류의 차는 감히 마실 생각도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거래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팡춘에서 차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번의 '범차' 사태에 직 간접적으로 연결된 비율이 80% 이상이고, 피해 금액은 조 단위를 넘어선다고 하니 작금의 보이차 시장에서 금융차가 점유하는 비율이 얼마나 절대적인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오운산이 중국에 진출하고 광조우, 선쩐, 상하이 등 여러 도시의 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보이차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목도하면서 오로지 품질 하나에만 매달려 온 한국의 작은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서 아직도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자본주의 속성과 맞물린 보이차 유통구조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유사 이래로 차를 소장해서 금융 자본처럼 활용하기 시작한 세월은 길지 않습니다. 이천 년대 이후에 본격적인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 차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녹차나 홍차는 소장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오히려 유통기한이 있어서 노차들은 폐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노차 개념의 형성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보이차에서 노차 개념이 형성된 후 다른 차들도 덩달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넓게 보면 차업의 발전이며 차 맛의 가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농의 입장에선 유통 기한이라는 한계를 돌파하게 되었고, 차인의 입장에선 다양한 차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의 교묘한 속성이 노차 개념을 활용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번의 '범차' 사태를 계기로 차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일어나기를 바래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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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들의 삶 그리고 차

윈난성 어디에나 차나무가 있고 골짝 골짜기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마다 산비탈에 제비집처럼 붙어있는 소수민족들의 터전을 봅니다. 

 

기름진 평야 넓고 평평한 땅은 힘 있는 세력에게 내어주었습니다. 그것도 모라라서 쫓기고 도망쳐 온 심심 산골에 시름을 풀어놓고, 숲속의 나무를 잘라서 얼기설기 집을 지었습니다. 나무집 아래쪽에는 짐승을 길러 온기를 나누고 파리 모기랑 더불어 삽니다. 차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무심코 카메라를 들이대다 망원렌즈로 다가오는 그들의 뜨거운 삶에 왈칵 눈물이 솟아집니다. 

내 한 몸 근사하기도 어려운 척박한 땅이지만 희망의 곡갱이를 꽂았습니다. 도망친 인연이 도망 나온 인연을 만나 자식을 낳고 핏줄을 잊고 또 이어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느낌이 차나무를 통해 쫓겨난 삶에 다가가고 도망치고픈 삶이 차나무를 통해 교감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 그 삶 속에 차가 있었습니다. 

긴 노동을 끝내고 주저앉았을 때 갈증을 달래주던 차 

문득 깨어난 새벽, 어스름을 어루만져 주던 차 

아픈 자식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주던 차 

비바람 부는 날 화톳불 주위에 동그마니 둘러앉아 미소를 나누던 차 

마침내 고단했던 생을 마감하면 씨앗을 함께 묻어 먼 길을 동반하게 하던 차 

외딴 산속에서 보리수나무를 보게 되면 평생 수행만 하다가 때가 되어 보리수 염주 하나 걸치고 깊은 산속으로 홀로 들어가 입적하신 고승의 자취를 느낍니다. 원시삼림 속 차나무를 보면 저는 보리수가 일깨워주는 인연을 만나듯 변방 소수민족들의 삶과 함께 한 차나무의 영혼을 생각합니다. 비탈진 골짜기에 매달려 땀과 눈물의 두둑을 쌓아 손바닥만 한 농토를 만들었고, 그렇게 붙들어 온 세월을 쌓아 천 마지기 만 마지기 계단식 논밭을 만들었습니다. 

 

비탈에 의지한 그들의 삶은 이제 와 풍경이 되었지만 그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소수민족들의 애환과 역사를 생각하면 피와 눈물의 터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화려한 세상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아직도 궁핍의 골짜기를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렇게 운남의 산천을 돌고 돌며 골짝 골짜기에 서린 그들의 자취를 만나고, 그 속에서 자라난 고차수를 만나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려난 고적한 향기를 음미합니다. 언젠가 스님과 마주 앉은 찻자리에서 뜨거운 물속에서 맛과 향기를 풀어내는 찻잎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지금 저 찻잎은 고향의 엄마 나무를 생각할 것이다."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차에 대한 어떤 예찬보다 가슴을 울린 말씀이었습니다. 깊은 산골 맑은 바람 속에서 순수한 영혼들과 더불어 자라다가 어느 순간 딸깍 분리되어 시들어지고, 뜨거운 불에 익혀서 비틀리고, 작열하는 태양에 새까맣게 말라서 이역만리를 건너와 비로소 몸을 푸는 찻잎을 바라봅니다. 그 향기와 그 영혼을 내 몸속에 넣어봅니다. 시집간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 낳아주고 길러주신 엄마를 생각하듯이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푸는 찻잎을 바라보며 저는 비로소 차맛의 근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십 대 때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강원도의 어느 암자에서 처음 차를 만났습니다. 노스님의 손때묻은 다관에서 우려져 나온 노작지근한 찻물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리라곤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세상의 모든 맛에는 약간의 잡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생선의 비린내 육고기의 구린내 그리고 낯설고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생경하고도 고리타분한 내음. 그러나 잘 만든 차에서는 일말의 잡미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경건한 향기를 느끼며 내 삶의 잡내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한 날들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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