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사가차관 송년 차회는 16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참여 인원은 36, 접수순으로 정해지고, 대부분 참석자들이 10분 전에 자리를 메운다. 원로 차인 이정희 선생님과 김은호 회장님도 참석하여 행사 전에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송년 차회의 모습이다.

 

나는 경주세계차문화축제 이후 처음으로 방문하였기에, 차회 회원들의 건강한 모습만 보아도 반가웠다. 송년 차회는 김은호 회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하여 89년 강성전차, 83년 동정오룡, 2020년 백호은침, 진사제 대홍포, 807542가 나왔다.

팽주 두 사람이 탁자 맨 앞에서 차를 우리고 왼쪽에 앉은 회원이 보조하여, 모든 회원이 똑같은 수준의 차를 마실 수 있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런 방식으로 40, 50명의 손님을 치른 경험이 누적되면서 오늘날의 아사가차관이 된 것 같다. 한국에서 차회의 방식이 다양하게 변화되면서 정착되고 있는데, 아사가차관의 차회는 경주 시내에서부터 시행된 차회가 150회를 넘기면서 또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차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주인의 정성과 열정을 통해, 아사가차관의 차회는 단순히 경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차관 문화를 보여주는 곳으로 평가된다.

특별공연: 정란의 영앤뷰티플

대금연주 박종현, 노래 권미자

 

https://youtube.com/shorts/esKQrWfgfS0

 

'차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화다원 2023년 송년차회  (0) 2023.12.24
명가원 전주지점 개업 기념 차회  (0) 2020.11.22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일화다원

 

경기도 일산시 동구 정발산동 1184-1에서, 일화다원이 개업했다. 서울에서 명가원 김경우 대표와 함께 방문했는데, 다원에 가까이 갈수록 해가 진 겨울 불빛에 간간이 비추는 주변 마을 사이에 어둠 속에서 일화다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어둠을 밝혀주는 듯한 조명과 창가에 비치는 찻집 분위기는 추운 날씨에 문을 열기도 전에 따뜻한 기운이 돌게 해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승완 대표 부부와 구면인 티앤 한고운 대표도 함께 인사를 나누었고, 먼저 식사를 하고 와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유승완 대표  

 

명가원에서 출발할 때 차 안에서 김경우 대표가 유승완 씨는 차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아마 앞으로 잘 하실 것이라고 했다매장에서 전시된 차들을 보면서 그 말이 생각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여건에 맞추어 다양한 차를 준비하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생차와 고수차, 90년대 보이차 마니아들이 좋아할 차, 대만 오룡차, 자사호와 유리 제품 등등이 보였다.

 

오늘의 찻자리에 특별한 기억에 남는 차로는 동정오룡 품종으로 동방미인 같이 만든 옌차가 있다. 동방미인의 제조법은 먼저 차의 벌레(소록엽종)가 먹은 찻잎을 사용하는 것인데 동정오룡의 좋은 찻잎으로 만들어서인지 그 맛의 풍미가 특이하여 오룡차 마니아에게 호평받을 만한 차였다.

 

마지막에 마신 차는 홍콩에서 발효시킨 모차로 긴압한 차로 이전에는 유통할 때 60년대 차로 이야기하였지만, 현재는 70년대 차로 알려져있다. 이 차를 낸 것은 아마도 보이차 전문가인 김경우 대표가 같이 한 자리라서 오래된 차를 낸 것 같다. 덕분에 70년대 차의 한 단면을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마시게 되었다.

 

차와 도구의 전시 방식은 함께 합석한 티앤 한고운 대표의 세련된 감각으로 구비된 차도구들이 잘 진열되어, 차와 도구의 연출에서도 응용하고 배울 수 있는 연출감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일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화다원이 잘 되길 성원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대만전통다예 발표, 임헌정(林憲政)

 

중국 차도구의 사용에 있어서 크게 자사호와 개완으로 나눈다면, 자사호를 이용하여 동정오룡을 전통 다예로 내는 모습. 제3회 경주세계차문화 대회 행사를 모두 마치고 아사가 차관에서 무대 발표를 보지 못한 참가자를 위해 간단한 찻자리가 있었다.

 

대만전통다예를 동영상 보기, 차를 우리고 손님에게 내는 과정

 

https://www.youtube.com/watch?v=bfMNmujbmUU

동영상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차연구소 백부송 대표

 

최근 일어나는 차회의 공통점이라면 중국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에서만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장소가 아니면 과거 중국차를 취급한 사람의 집이나 다른 업소에서 차회라는 이름으로 돈을 지불하고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의 유형이라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차 전문 카페 운영자가 매장을 열고 카페에 공지하여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차회가 있다.

 

개완으로 차를 내는 모습

 

후자에 속하는 차연구소[카페 운영자 : 백부송(차충)]의 차회가 백부송 운영자가 대표로 있는 경기도 안산의 다락찻집에서 825일 오후 3시부터 630분까지 3시간 30분 동안 열렸다.

 

플레이팅 도마에 쿠키, 잣, 대추 올림

 

필자는 찻자리가 열리기 전에 차탁 사진 작업을 위해서 20분 일찍 도착했는데, 손님으로 오신 세 분이 먼저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팽주 자리에는 손님으로 오신 이원배 선생님이 차를 내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찻자리 풍경이다.

 

차회 시작 시각인 3시 전후에 팽주를 포함 8명이 자리에 앉았다. 백부송 대표는 먼저 차회는 8명으로 제한하는 이유를 밝혔다. 자사호나 개완을 사용했을 때, 두 번 우린 차를 큰 숙우에 담아 4명씩 마실 차의 양을 작은 숙우 2개로 나누어 사용하면 찻잔에 7부 정도의 양을 넣고 마시게 되는데, 이때 차의 깊은 맛을 한 잔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9명이나 10명이 되면 차의 양을 5부나 6부 정도로 적게 따르게 된다. 그러면 차의 충분한 맛을 즐길 수 없게 되기에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안이 깊은 찻잔을 사용한다고 했다.

 

동정오룡 두등장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차를 내어 주는 대로 마셨다. 조금 큰 잔에 7부 정도로 따르니 뭔가 마실 만큼의 풍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마신 차는 2018년 동정오룡 두등장이었고, 두 번째 마신 차는 무이성 대홍포였다.

 

왕청해 대사 안계철관음

 

이날의 메인 차로 왕청해대사 안계철관음을 시음했는데, 백부송 대표는 첫 잔 마시면서 뭔가 만족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두 번째 차를 마시고는 죄송합니다. 메인 차가 기대한 차 맛이 되지 못해 오늘 회비는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차 양의 문제인듯했다. 8명이 마시는 차를 8g으로 큰 개완에 왕청해대사의 안계철관음을 우려 마셨는데, 기대치만큼의 맛을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회비를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사실 이 차를 개인적으로 마셔보았을 때는 좋은 차였다.

 

오룡차 20g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만큼 주인은 차를 준비하면서 기대를 많이 한 것에 대해 실망한 것 같았다. 그 기분은 뒤로하고 비장의 차를 낸 것이 요즘 인터넷에서 크게 활동하는 종림 씨가 만들어온 동정오룡으로 20g 한 봉지를 그대로 다 넣고 우려내었다.

 

청향으로 만든 차인데, 이전에 마신 차와는 반대로 다량의 차를 넣고 맛과 향을 깊게 느끼고자 한 모습은, 종림 씨가 만든 차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고급 숙차를 자사호로 내는 모습

 

2004년 제작 진순아호

 

차회 회비 3만 원으로 마시는 자리에 너무 많은 기대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남은 차가 4가지나 더 있었다. 그중에 한 가지만 더 소개하면, 2004년 진순아호를 내면서 맛은 1996년 진순아호라 생각하고 마시자는 주인의 말이었다.

 

차회 모습

 

참 재미있는 말이며, ‘다락차회의 순진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찻자리는 과도기로, 모두가 서로 이해하며 하나하나 존중해 나갈 때 각 차회의 성격이 드러나면서 개성 있는 차회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70년대 보이 산차

 

아사가 차회가 100회를 넘긴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큰 변화라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집을 지어 이전하게 되었다. 현재의 차관에서 마지막 차회가 열렸는데, 늘 그렇게 되듯이 이번에도 공지한 인원 20명 정원을 초과하고 마감 후에도 3명이 다시금 추가되었다. 이런 차회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장소에서 마지막이라고하는 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찾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하모니카 연주 심나영, 서영숙(동영상)

 

필자도 상당히 오랜만에 참석했는데 마지막 차회라고하는 말에 꼭 기록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차를 마시기 전, 오프닝 이벤트로 늘 차회에 참석하는 고정 멤버인 부산에서 오신 서영숙 회원님이 하모니까 연주를 했는데, 혼자서는 자신이 없다고 베테랑 연주자를 모시고 함께 했다. 이 날을 위해서 옷도 새로 준비했다고 하니 열정이 대단하다.

 

월파 찻잔. 녹차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처음 마신 차는 청도에서 오신 이복규 교수님이 집에서 만든 녹차인데 곡우때 채엽한 차라고 한다. 두 번째는 동정오룡 H1급이라고 해서 농향인줄 알았는데, 발효도가 낮은 차였다. 대만 충이차창에서 9등급으로 분류한 것은 동정오룡의 등급을 차의 수준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발효도를 구분한 것이다.

 

세 번째는 70년대 보이산차였다. 요즘 세월감을 풍부하게 내는 보이 산차를 만나기 어려운데 이번에 마신 차는 그래 이런게 보이 산차야! 라고 할 만큼의 고미가 섞여 있었다.

 

동정오룡을 내기 전(동영상)

 

박종현 대금 연주

 

그 다음으로는 메인 차로 준비한 소황인이었다. 소황인을 시음할 시기에 늘 함께하는 박종현 선생님이 당일 터키 원형극장에서 연주하고 돌아와서 여독도 풀기전에 이 자리에 참석하여 날개올드 랭 사인을 연주해 주셨다.

 

오랜만에 참석한 면면을 보니 안면이 있는 분이 70% 이상이다. 포항과 대구, 경주에서 오신 몇 분은 처음이었다. 차를 만나면서 초심자들이 아사가 차회에 참석만 하고서도 많은 체험속에 차생활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한 형태로 발전되어 간다고 생각되어진다.

 

차관의 차회가 이루어지는 형태는 다양하지만 지역과 인물이 다양하게 참석하여 과정이 반복되면서 화자와 청자사이에 조금씩 공감대가 형성되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진행이 되는 법이다. 그 방법이 차를 마시고 다식을 먹으면서 다양한 형태로의 발전이 경주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아사가차관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며 큰 업적이라 하겠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전하게 된다고 하니 더욱 성원을 보낸다. 새로운 집에서 그간의 나래를 펼쳐 다른 공간 같은 식구들의 향그러운 차회가 지속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

 

아사가차회 100회 기념 차회(동영상보기)

 

아사가차회 100회 기념 차회(동영상)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고전문화, 동정오룡 비새품 품평하기

 

우리나라에서 차관이나 중국차 전문점에서 회비를 내고 차를 품평하거나 시음하는 일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지역적으로는 경주, 부산, 대구, 서울이다.

 

서울에서는 인사동에 위치한 고전문화(대표 황영하)에서 품평과 시음을 구분하여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필자가 참여하여 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되어온 대만 동정오룡 비새품 중에서 두등장, 이등장, 삼등장, 3종류를 비교 품평하였다.

 

사진 왼쪽에서 동정오룡 두등장, 이등장, 삼등장

 

녹곡현농회 춘계, 동계 동정오룡을 대상으로한 비새품 품평하기는 사실 일반적으로 도로변에서 세금내고 하는 상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이 공개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녹곡현농회 품평 결과를 가지고 우리는 이런 차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드려야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받으면서 하나하나 살펴보는 그 과정이다.

 

오늘의 주인공 동정오룡 비새품

고전문화 황영하 대표, 동영상(석우미디어)

 

엽저 하나하나 살펴보고 동정오룡의 채엽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1아 3엽

차를 모두 품평한 뒤에는 냉수에 엽저를 담아서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녹곡현농해 2015년 두등장 엽저

이것은 대학원 차학과 품평 수업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품평시간 분위기를 볼 수 있는 동영상(석우미디어)

 

황영하 대표는 중국어를 전공한 만큼 원서에서 찾아낸 자료를 아끼지 않고 공개하는 것에 더 많은 신뢰가 쌓여 오늘날 이런 비새품 품평하기를 할 수 있다. 대만의 대표적인 오룡차라 할 수 있는 동정오룡 하나를 가지고 이론과 품평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간은 진행자나 참여자 모두에게 차란 무엇인가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깨우치게 한다.

 

문의: 고전문화(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7)

전화: 02-722-0103

 

고전문화 지난 기사

2015/08/29 - 다미향담(190) 차왕수채와 경매산 고수차 시음

2015/07/11 - 다미향담(176) 대홍포의 밤, 1985년 천종대홍포 시음

2015/07/10 - 제13회 국제차문화대전, 코엑스에서 성황을 이룸

2015/07/09 - 다미향담(175) 진덕화 선생의 상품대홍포와 순종대홍포

2014/09/04 - 다미향담(118) 돌차상에서 마신 1997년 8502

2014/06/29 - ‘고전문화’ 이전 개업 특별전, 자사호의 역사

2013/10/28 - 홍차문화 특별전 리뷰

2013/10/22 - 고전문화 - 홍차문화 특별전

2012/11/25 - 고전문화/조기 자사호 전시회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백범님이 준비한 찻자리]

지난 7월 달에 "경주 문화의 거리에서 7월 20일까지 운영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는 문자를 받은 후, 처음으로 황용골에서 차회를 가졌다. 이전에 단골들은 기존 아사가에서 마지막 차회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처음으로 ‘아사가’의 단골 고객들을 만난 자리가 되었다. 요즘은 찻자리, 차회 등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많은 차회가 열리고 있다. 필자는 교통 문제로 하루 전에 경주에 도착했다. 장소가 황용골이고 인원이 40명 전후가 되는데 그 장소에서 어떻게 차회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기우였다. 3시 이전 현장에 도착해서 안내 표지대로 걸어가는데, 시골의 골목 풍경이 도시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겨움이었다. 조용한 행복감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는 기분으로 걸었다.

           [차실에 들어가기 전에 다식을 먹었던 방으로 글씨와 그림을 배견하는 자리다]

아사가 김 선생님과 이웃으로 사시는 강 선생님과 효은님, 백범님, 다향님 등이 각자의 역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5개의 찻자리로 구성이 되었는데, 4곳은 집안에서 한 곳은 백범님이 실외 나무그늘에서 특별한 찻자리를 만들어 놓고 대기 모드로 웃으면서 맞이해 주었다.

 

놀라운 점은 백범님은 연세가 많이 드신 분이지만, 자신의 찻자리 구성을 그 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도구를 직접 가져와서 준비하였고, 대접할 차는 73청병이다. 보이차 마니아로서 상당한 고심 끝에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좋은 차를 내어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맛을 보이고 싶은 그 분의 마음이 크게 움직였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찻자리에서는 엘리님이 안길백차를 준비했다.

 

계절적으로 안길백차를 안길백차답게 마시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차는 주인의 정성을 다 읽지 못하고 안길백차 고유의 맛을 충분하게 내 주지 못했다. 하지만 첫 자리에서의 워밍업으로는 충분했다. 한편 차회 운영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효은님의 방에서 가진 찻자리는 방에 들어섰을 때,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면서 이미 이 집의 차향을 한껏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충분한 마음으로 다음 자리로 옮겼다.

               [백범님이 보이차 73청병을 진하게 우려내었다]

두 번째 자리는 백범님이 내는 찻자리다.
더운 여름 날씨에 별천지 같은 공간에서 그는 짚신을 신고 손님에게 차를 직접 접대하는 팽주 역할을 하였다. 보이차는 73철병으로 요즘엔 쉽게 만날 수 없는 차였다. 기본이 고조되어서인지 차를 가득 넣고 우려 주었다. 실내에서 마실 때와는 또 다른 차 맛이다. 다관의 뚜껑을 열고 보이는 차의 엽저에서 ‘참 맛이 좋은 차로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73청병을 말할 때 가장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표준적인 맛을 내었다. 단순히 차만 좋아서 나올 수 있는 맛은 아니다.

이번 팽주 가운데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면서 가장 보이차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분이기에, 우리가 보이차를 왜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였다. 그 자리에서 재미난 어투로 보이차의 효능과 효과를 스스로의 체험 사례로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도, 천상 차애호가이시구나 싶었다. 자연스럽게 꾸며 나가는 멋진 찻자리였다.

 

우리나라 발효차를 자신있게 준비하고 기쁜 마음으로 차를 내는 박미애 선생

세 번째 자리는 동다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박미애 선생이다.
차는 동다학회에서 만든 우리나라 방식의 발효차라고 한다. 흔히 경상도 지역에서 황차라고 하는 차와는 다른 발효차다. 덖음차가 아닌 증제차 방식의 고유한 차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80그램에 10만원이라고 하는 차는, 상당히 고급차에 속하는 맛이었다. 이런 고급차를 잘 소화해서 차 맛을 감칠맛 나게 내어준 것에 감사드린다. 본인은 조금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평소의 익숙한 다기라면 차 맛을 더 잘 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보이차 8582를 80년대 8582답게 우려내는 모습

 

아사가 김이정 선생님 차실에서 리시안님의 찻자리
네 번째 리시안님의 80년대 8582를 마시는 자리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찻상도 보기 드문 특별한 것이었고 차를 내는 분도 그 분위기에 맞게 특별한 차를 내었다. 원래 보이차 8582를 먼저 마시고 73청병을 마시는 것이 보편적인 순서인데, 이곳 찻자리의 동선과 앞뒤 순서를 고려한 나머지 8582를 뒤에 마시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시안님은 경주 아사가에서 차를 늘 잘 낸 분으로 마음의 여유가 함께 묻어난 찻자리였다.

 

[강선생님 차실에서 대우령과 동정오령]

마지막 자리는 향인님이 강 선생님 방에서 내 찻자리다.
이날 차회의 대미를 장식한 중요한 위치에서 차를 내었다. 청차류다. 처음엔 대우령, 다음으로는 동정오룡이다. 차의 향미에 따라서는 동정오룡을 먼저 낼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동정오룡을 뒤에 낸 것이 좋았던 것 같다. 5명씩 한 조가 되어 다식을 먼저 먹고 차를 마시는 방으로 이동을 했다. 방마다 김이정 대표가 들어와서는 여기서는 10분, 15분 등의 시간을 알려 주었다. 앞 팀과 뒤에서 오는 팀과의 시간을 안배하기 위해서다 그런 노고가 있었기에 40명의 인원을 순차적으로 차 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방마다의 개성 있는 연출은 특별히 한 것이 아니지만 방 주인의 개성을 보면서 찻자리는 이어졌다.
이런 찻자리 형식은 황용골에서의 개성있는 찻자리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회비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초대 형식으로 만들어진 차회다.

 

[대금과 하모니카 연주를 마치고 마무리하는 김이정 대표]

귀한 찻자리에 초대되어 내 짧은 글로 그 감동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몇 자 남긴다.
차도구의 이해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3.09.25
상세보기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