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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0 알랭 드 보통과 존 암스토롱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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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과 존 암스토롱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 원제 <Art as Therapy>김한영 옮김은 현대인들이 도시에서 일상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우아하고 지적인 에세이로 풀어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이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미술 책과는 좀 다른 디자인과 포맷으로 구성되었다. 첫 장을 열었을 때제법 큰 활자체로(특별히 두 쪽만) 독자에게 진중하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책은 문제의 뿌리가 일차적으로 개인에게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주류 예술계가 예술을 가르치고, 팔고,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20세기가 시작된 이래 인간과 예술의 관계는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근본적으로 꺼리는 제도의 소극성으로 인해 꾸준히 약화되어왔다. 예술의 존재 이유를 묻는 행위는 아주 부당하게도 조급하고, 불합리하고, 다소 무례하다고 여겨지게 되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말은 예술이 어떤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명확히 거부하고, 그림으로써 예술의 높은 지위를 신비한 영역에 남겨두고 그와 동시에 공격에 취약하게 만든다. 예술은 칭송받고 있지만, 그 중요성은 설명의 대상이기보다 추정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잦다. 예술의 가치는 상식의 문제로 밀려난다. 이는 예술의 수호자들에게 만큼이나 관람자들에게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은 (디자인, 건축, 공예를 포함한) 예술이 관람자를 인도하고, 독려하고, 위로하여 보다 나은 존재 형태가 되도록 이끌 수 있는 치유 매개라고 제언한다.

소박한 순간, 장바티스트시메옹 샤르댕,<차 마시는 여인>, 1973

저자는 장바티스트시메옹 샤르댕
,<차 마시는 여인>에서 설명하기를 이미지는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에게 해독제를 건네주어 면목을 제우기도 한다. 이는 우리 삶의 조건이 때분함과 무미건조함을 메스껍게 만드는 동시에 그 조건과 지적인 화해를 이끌어내는 예술의 힘 덕분이다. 샤르댕의 <차 마시는 여인>을 보라. 오늘 의자에 앉은 여인의 옷은 평소보다 조금 더 세련됐을지 모르지만, 색칠된 식탁, 찻주전자, 의자, 스푼, 컵은 모두 벼룩시장에서 골라온 듯하다. 실내는 아무 장식도 없다. 하지만 그림은 매혹적이다. 그림은 이 평범한 때, 그리고 소박한 가구들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은 아무 일도 없는데 마치 아름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척하는 거짓된 광택에 있지않다. 새르댕은 소박한 순간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특질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그의 천재성을 발휘했다.고 한다. 본문 -62p

우리가 명화나 명작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분명하게 모를 때는 어떠한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떨때는 조금 의아해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난해한 작품을 만나면 초조해지며 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다고 자책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명화나 명작을 대면하면서 실제로 체감하며 즐기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저자 알랭 드 보통이 가까이서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을 설명하면서 미술관을 관람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저자: Alain de Botton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알랭 드 보통은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책들은 현재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032월에 드 보통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인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자: John Armstrong
1966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철학자이자 미술사가로 현재 호주 멜버른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멜버른 대학교 차관 상임고문으로 있다.친숙한 예술 철학The Intimate Philosophy of Art』『사랑의 조건Conditions of Love:The Philosophy of Intimacy』『문명을 찾아서In Search of Civilisation: Remaking a Tarnished Idea』『인생학교: 등을 썼다.

번역: 김한영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빈 서판』『본성과 양육』『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언어본능』『갈리아 전쟁기』『카이사르의 내전기』『사랑을 위한 과학등이 있고, 최근 역서로는 죽음과 섹스』 『진선미』『지혜의 집』『모든 언어를 꽃피게 하라』『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고삐 풀린 뇌등이 있다. 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부문을 수상했다.

추천글
알랭 드 보통은 이 독특한 책을 통해 현대 미술이 잃어버린 것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그에 따르면, 미술은 본질적으로 나약한 인간성을 보완해주고 보다 숭고한 가치를 향한 열망을 되살려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상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미술은 개인과 공동체의 치유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가 미술작품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향유하는 것은, 그 기능, 곧 위로와 치유가 우리에게 항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필요에 초점을 맞춰 성찰하노라면, 우리는 우리가 미술을 즐기는 방식과 시스템, 시장, 나아가 사회까지 바꿀 수 있고 또 바꿔야 함을 깨닫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의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나아가 미술을 향한 남다른 애정과 사명감을 엿볼 수 잇는 흥미로운 책이다.
_서울미술관 관장 이주헌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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