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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14 [아제생각] 한국 차계에 고함 - 차 선생님 - 1
  2. 2015.05.26 제19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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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동녹차연구소’에서 한국 차의 발전을 위한 주제로 진행된 강의를 준비하면서 현재 한국 차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주제는 발효차의 생산 과정과 중국차의 현황에 관한 것이었지만 강의 마지막 시간에 한국 차의 발전을 위한 제안으로 10가지 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자면 각각의 과제들이 모두 시급한 문제지만 마지막으로 제안한 -형식적인 차 문화에서 실생활 차로의 전환- 은 제가 차업을 하면서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입니다. 

 

8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녹차를 중심으로 차가 일반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천 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대부분의 가정집에 다기셋드 정도는 갖추고 있습니다. 차가 일반화되고 집집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들이 갖추어진 것은 '한국차인연합회'를 비롯한 전국의 무수한 차 단체 그리고 차 선생님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를 마시는 도구들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구매하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롱 속의 차, 장식품으로 전락한 다구들이 거실의 한 공간을 차치하고 있을 뿐입니다. 커피의 홍수 속에서 기껏 마시는 차도 대용차들 위주이고 진정한 차를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든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차의 생산량과 음용 인구는 예전에 비하여 확실히 증가하였습니다. 최근엔 이삼십 대 젊은 층의 차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의 차 음용량은 전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자칭 타칭 차인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희한하게도 실제로 차를 생활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보여주는 차에서 실생활 차로의 연결이 순조롭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수많은 차 선생님들이 차를 보여주고 보급한 공로는 인정합니다. 행사 차원에서 보여주는 차 행위가 필요한 것도 인정합니다. 

 

차를 다루는 정제된 형식이 내면을 성숙시킬 수 있음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보급에 그치고, 행사에 그치고, 형식에만 매몰되어 실생활 차로 연결되지 못하면 말짱 황입니다.일단은 차를 마셔야 차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고 차인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행다도 필요하고 나아가 차를 대하는 절제된 형식이 내면의 성숙으로 이어져 참다운 차인이 탄생할 것입니다. 우선은 선생님 자신부터 차인의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돌아볼 일입니다. 차는 우리는 사람 마시는 사람 모두 편안할 때 가슴 깊이 스밉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스스로 체득하면 단순하고 쉽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나치게 엄숙한 형식만 강요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형식들이 처음 차를 배우는 사람들이 생활 속의 차로 나아가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리고 차 선생님은 직업 자격증이 아니라 봉사 명령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래도 차를 가까이하며 살았고 선생님 칭호까지 받았다면 이 사회에서 그만큼 혜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차 교육을 위해 정식으로 공부를 한 경우라면 당연히 직업으로서의 차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양으로 획득한 각종 자격증으로 혹은 오랜 차 생활의 경력으로 차 선생님 대열이 있는 분이라면 공식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정당한 보수 이외에 엉뚱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차를 배우는 제자들에게 세밀한 안목과 깊이 있는 성찰 없이 이런저런 인연을 밑천으로? 무작정 차와 도구들을 소개하지 않았는지 돌아 볼 일입니다. 차를 핑계로 몰려다니며 순진한 도공이나 선량한 차상들을 멍들게 하고 일종의 커넥션 관계를 형성하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데 일조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제라도 전국에 있는 차 선생님들은 장사를 하고 싶으면 차라리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당하게 세금 내고하던지 아니면 차계의 진정한 선생님으로 좋은 차인을 양성하고 후학들의 존경을 받을지 결정하셔야 됩니다. 

 

차 행사장에 향수 뿌리고 다니며 짙은 화장에 잠자리 날개 같은 옷만 걸치면 차인인 줄 착각하는 아줌마들도 볼썽사납습니다. 새빨간 손톱으로 움켜쥔 찻잔에 루즈나 바르고 앉아서 이 잔이 어떠니 저 차 맛이 어떠니 떠드는 모습도 꼴사납긴 마찬가지입니다. 

 

마니아랍시고 이런저런 차 동개동개 쌓아 놓고 자기 자랑만 일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천만 원 수 억하는 차를 마시며 너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세계에서 자신들이 놀고 있음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초도 부실하고 뚜렷한 논리도 없으면서 얼기설기 엮은 책으로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듣기보다는 떠들기 좋아하고 이유 없이 목소리만 큰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는 차인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솔직히 저는 이런 사람들이랑 마주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겹습니다. 한국에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정말 순수하게 살아가는 훌륭한 차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 글은 일부 차 선생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한국 차계를 오염시키고 있음을 개탄하며 좀 더 바른 차 문화를 선도하고자 쓴 글입니다. 오늘은 차 선생님들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생산자, 상인, 교육기관, 지방행정 등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누군가 너 자신의 티끌은 없느냐고 물으면 부끄럽니다. 

 

그러나 욕을 듣더라도 누군가 할 말은 해야겠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씁니다. 찻잎이 따뜻한 물을 만나 다관 속에서 자신의 몸을 풀 때! 찻잎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엄마 차 나무를 생각할 것입니다. 떨어지고 분리되어 뜨거운 솥에서 가공되고 수많은 손들의 땀에 온몸을 적셨다가 한낮의 태양에 갈무리되어 고운 옷 입고 다가와 내 앞에서 향기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하는 차를 봅니다. 그 차를 내 몸에, 내 마음에 담는 차인을 그려봅니다. 차를 하는 사람이 어찌 이 도리를 모르리 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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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차문화 센터 이곳에서 제다실습을 한다.

 

하동에서 2015년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렸다. 2013년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체험관이 있다. 행사장 입구에는 하동녹차연구소 부스가 있는데 그 곳에서는 녹차를 이용한 화장품이 다양하게 출시된 것을 보고 놀라웠다. 연구원인 박상기 씨를 만나 연구소의 최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중국 복전의 발화 방식을 적용하여 만들어온 제품을 전시, 소개하였고 그 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그 열정을 느끼면서 모차가 되는 차를 시음해 보기도 했다.

 

녹차를 이용한 화장품

 

한 곳에서는 만송포라고 해서 무이산의 무이암차를 벤치마킹 하는 차를 시음하게 되었다. 만송은 자신의 호를 따고 대홍포의 포를 집자하여 만송포라는 상품으로 만들었는데, 몇 차례의 시음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 차가 무이암차 성질을 조금이라고 지닌 맛을 내기 위해서는 봄에 딴 찻잎보다는 가을 잎으로, 즉 좀 더 거칠고 센 잎으로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 하며 만약 그렇게 제다되어 나온다면 그것을 시음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고천명차 대표는 만송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봄차와 가을차에서 분명 변화된 맛이 존재할 것이며 이렇게 노력하고 시도하는 다른 차를 보면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 질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이곳에서 첫물차로 만든 홍차도 함께 시음하게 되었다.

 

요산당 이은경 대표의 상담 모습

 

자리를 옮겨 요산당이라고 하는 차 전문점을 둘러보았다. 그 곳에서도 우리나라 녹차 보다는 홍차를 시음하게 되었다. 홍차를 두가지 맛을 보앗는데 520일 만들었다고 하는 고산차로 만든 홍차, 이 차에서는 홍차의 깊은 맛을 볼 수 있었다. 각 농가마다 홍차를 만들지 않으면 농가의 문패를 떼어 내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모두 홍차에 전념하는 것 같다. 요산당에서 고산차로 만든 홍차는 분명 화개에서 생산된 제품이지만 시장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차였다.

 

고려다원 하서룡 씨의 홍차 내는 모습

 

고려다원 하서룡 씨의 부스에서도 차를 마셨다. 홍차와 청차 홍차는 첫물차로 만든 차인데 자사호에 우려내었다. 우리나라 농가에서 자사호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이 아니라 물었다. ? 하서룡 씨의 답변은 간단하다. 자신의 차 맛을 잘 내어주는 도구라 생각해서다. 차를 잘 만드는 사람들은 도구의 사용에서 국적을 따지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전부터 차를 만드는 노하우가 깊은 관계로 다양한 차를 잘 만드는 곳이다. 포종차를 좋아해서 만들고 있다는 청차는 반발효차의 발효과정을 잘 적용하여 만들어진 차이다.

녹차 천연스킨 부스에서 정지현 강사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녹차 화장품 설명(동영상)

 

그리고 녹차 스킨을 판매하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현상을 보게 되었는데 이 부스는 천현화장품 전문 강사인 정지연 씨가 손님 한 분 한 분께 상세한 설명을 하면서 녹차로 만든 화장품이 왜 좋은지 피부상태에 따라 무엇을 선택하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모습이 참 성의가 있어보였다.

 

사진 가운데 정소암 대표

 

그리고 정소암 티푸드 부스에는 정소암 대표가 직접 나와서 손님께 성의껏 시음하게 하면서 유자잭살이나 녹차와인을 설명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그동안 공들여 만든 브렌드의 가치를 더욱 격상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 코엑스에서 본 얼굴을 현지의 현장에서 만날 때 반가웠고, 긴 세월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제품에 신뢰가 생긴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24일 행사는 아름다운 찻자리 행사가 있었는데 전국에서 많은 차인들이 참여했다.

천안의 전재분 선생의 제자 5명이 참여하여 인사를 나누고, 찻자리를 살펴보았다. 찻자리 특별 연출로 최송자 선생이 유리로 만든 도구를 이용하여 메인 자리에서 펼치게 되었다. 전체적인 참여인원과 대회장을 염두에 둔 규모있는 격식이 눈에 띄었다.

 

여러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을 만큼 그의 찻자리는 아트적인 성향이 과연 무엇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준 멋진 퍼포먼스였다. 새로운 눈을 뜬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듯 싶다. 그의 작품은 찻자리의 도구가 도자기여야만 된다는 기존 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인 것이다. 다관이 꼭 도자기여야만 한다는 원칙은 원래 없었다.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릇들이 도자기가 가장 많았기에 또는 시대적으로 고급 도구의 위치에 있었기에 도자기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이상의 재질과 예술적, 실용적 다구들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시대의 사용도구는 바뀔 것이다.

 

5월의 향기에 어울리는 몬드리안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자리.

전체적으로 찻자리 대회가 고즈넉하고 전통적인 분위기에 싸여있으면서 신선한 찻자리의 연출이 가능하게 된 것은 운영진의 노고가 가장 크다. 찻자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기준이지만 전통은 언제나 커다란 틀 속에서 변화하고 사라지며 또 남는 다는 것을 잘 보여준 한마당이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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