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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산에서 좋은 차를 가져왔는데 함께 나누자 하시며 송원근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11일 금요일 다경향실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점심 시간대이기에 차실 입구에서 만나 점심 먹고 찻집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는데 공복에 진한 차 마시고 싶은 마음은 주는 사람이나 대접받는 사람이나 마음은 같은 것 같다. 원래는 한 종류만 마시고 식사 후에 나머지를 마시기로 하고 들어온 것인데 내친김에 이곳에서 4가지 차를 다 마셔버렸다.

 

[사진 위, 송원근]  자리에 앉자 가방에서 꺼내는 차를 우란갱(牛欄坑) 육계라고 한다. 우란갱 육계는 정암구에서 생산되는 차 가운데 무이암차 마니아 층에서 호응이 좋은 차로 알려진 차다. 실제 품질 좋은 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평소 내가 가진 차가 좋은 차라고 주장하는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무이산에서 좋은 차를 구하기 위해 금전적으로 좀 준비해서 다녀왔기에 좋은 차 한 번 같이 마시고 싶다는 말을 해서 기대가 많이 되었다.

특히 송원근 씨는 무이산의 암차에 대한 식견이 많으며 차에 대해서 실질적인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칙을 사용하지 않고 비닐 봉투를 흔들어 마실 만큼의 차를 들어내는 내공도 보였다.

육계라는 차를 개완에 넣어 흔들어 그 향기를 맡을 때 흔히 말하는 암골화향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아주 깊은 맛을 내 몸속으로 들여보내는 것 같았다. 빈속이라서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 향기가 참으로 오랜만에 대하는 것이다. 특히 내포성이 강한 우란갱 육계는 첫 번째 맛부터 일곱 번째 까지 변함 없는 암운의 깊은 맛을 주었다. 탕색을 보면서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무이암차의 풍미를 더욱 느낄 수 있는 차였다.

두 번째로 동목촌에서 생산된 송연향의 정산소종 1급과 특급을 연이어 시음했다. 4년 이상 건조한 홍송을 사용했다고 한다. 정산소종의 홍차 맛은 소나무의 훈배향이 배어나오는 맛으로 기문홍차나 의흥홍차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정산소종의 차 맛은 동목촌에서 생산되는 것과 그 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 공존하고 있지만 소나무의 훈배향이 거슬리지 않고 온전하게 그 차 맛을 드러내어 주었다.

송씨의 경우 유창한 중국어 실력과 함께 그 지역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새로운 차류를 생산해 내는데 역할을 하기도 하는 차꾼이다. 무이산의 차를 가지고 홍차를 만들어 가지고 온 것이 있었는데 그 향은 마치 쵸컬릿 향과 무이향이 섞여 있었다.

지역에서의 진정한 차를 우리는 늘 접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현지에서의 수요가 워낙 드세고 우리에게까지 올 수 있는 명차들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이다. 송씨가 내어 준 차류에서 육계와 정산소종의 품질은 대부분 그 지역의 제대로 된 차였다. 그것을 서울 한복판에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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