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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청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답변 1)에서 살청시의 솥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고 차엽의 온도가 실활의 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곳 멍하이 현지에서 살청을 하면서 찻잎의 온도를 측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충 감으로 완료 타이밍을 잡습니다.

 

처음엔 풋내가 강하게 나다가 찻잎이 익어 갈수록 고소하고 단향이 올라옵니다. 오운산은 보통 약 40분 정도의 살청시간을 준수합니다. 솥의 온도는 처음엔 150도정도로 하다가 점점 온도를 내려 100도정도까지 내렸다가 마지막에 다시 살짝 올려서 마감합니다.

 

차엽의 실활 기준온도를 75~80도 정도라고 말씀 하셨는데 제가 정확히 척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오운산차의 차엽 온도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장갑을 끼고 살청을 하지만 맨손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온도이고 실제로 맨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잠시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평균적인 온도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최근 봄철에 생잎이 한꺼번에 생산될 때 많은 차농들은 솥의 온도를 200도 이상 올려서 10~20분 사이에 살청을 끝내는데 그럴 경우에는 찻잎의 온도가 높아지는 건 사실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이생차와 녹차의 살청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녹차는 고온에서 여러 번의 살청과 유념을 반복해고 솥에서 대부분 완성하는 차이고 보이차는 한 번의 저온 살청으로 끝내고 유념을 하고 햇볕에 말림으로서 자외선을 비롯한 햇살 속의 각종 광선과 결합하여 보이차만의 독특한 향미가 형성되면서 완성되는 차입니다.

 

고온으로 찻잎 속 수분의 함수량이 4%전후가 되도록 계속 살청 유념 과정을 거치는 녹차의 살청과 중간 단계로 단 한번의 저온 살청을 하는 보이차의 살청이 같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답변 2)에서 녹차와 보이차의 수분함량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하시고 수분활성도(0.85)이하이면 효소의 실활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우선 저는 역시 과학도가 아니라서 정확한 측정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보이차가 수분활성도(0.85) 이하라는데 의문을 갖습니다. 어떻게 완성 후 수분함수율이 4%전후인 녹차와 12%전후인 보이차의 수분활성도가 같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보이차의 수분활성도는 녹차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수분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효소의 작용과 외부 환경에 의한 발효로 인하여 보이차는 느리지만 서서히 노차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분활성도가(0.85) 이상이면 습창차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습창차를 제조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우연찮은 기회에 몇 번 습창차를 제조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차를 거의 물에 담갔다 꺼내고 다시 말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수분함수율은(0.85)가 아니라 당연히 아주 높은 상태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답변 3) 녹차나 보이차 모두 서서히 변화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녹차가 변화한 맛과 보이차가 변화한 맛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제가 설명한 보이차 제조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답변 4) 효소의 역할은 저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보이생차에 산화효소가 작용하여 잎의 색갈이 변한 것은 저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빨간색이 아니고 갈색 계통인 것 같습니다.

 

채엽 한 잎을 가능한 빨리 위조 대에 올려야하는데 찻잎을 따다보면 간혹 시간이 지체되어 자루 아래쪽의 찻잎이 짓눌려 색깔이 변하는 경우와 모차를 쇄청 할 때 비를 맞는 다던가 완성 후 습기에 노출되면 색깔이 변하곤 합니다. 그런데 찻잎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차를 우렸을 때 탕색이 빨갛게 나오긴 하지만 찻잎이 빨갛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보이 생차를 오래두어도 홍변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렇습니다. 그러나 빨갛게 변하진 않지만 햇차일 땐 암녹색 계통에서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갈색으로 변합니다.

 

햇차를 우릴 때 엽저 색깔은 녹색계통입니다. 그러나 5년 지난 보이생차를 우려도 엽저 색깔은 많이 변해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엽저 색깔은 완전히 갈색 계통입니다. 그리고 빨간색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보이차에 산화효소가 작용하지 않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셨는데 점점 갈색으로 변화하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저는 역시 과학도가 아니라서 증명하긴 힘들지만 산화(발효)가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 주변에도 많은 식품을 전공하고 계신 교수님들도 있고 수시로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지만 선생님처럼 독특한 주장을 하시는 분은 처음 뵙습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서 좋습니다.

 

제 주장은 그저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의견일 수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시고 또 굴지의 회사에서 여러 해 연구원으로 활동하셔서 여러 가지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늘 바쁘시겠지만 아직은 박약한 한국 차계의 과학적인 밑 그름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주장이 때론 약간 과격하게 들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치열할수록 열매는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에 헛됨이 있으면 아낌없는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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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공장에서 살청하는 모습

 

멍하이 일기 22 살청(殺靑가마솥에서 찻잎 덖기)

 

위조 즉 시들리기가 끝난 찻잎은 가마솥에 넣어서 덖어 주는데 이 작업을 살청이라고 부릅니다. 푸름을 죽인다? 어감에서 오는 섬뜩함이 약간 거슬리지만 멍하이에서는 현제 거의 고착화된 용어입니다. 그런데 살청을 끝내도 푸름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습니다.

 

살청 시간이나 가마솥의 온도에 따라 색깔은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비교적 고온이라고 할 수 있는 200도에서 덖으면 녹색이 두드러지고 100도 정도에서 덖으면 연황색 계통이 됩니다. 녹차 같은 경우에는 300도 전후의 가마솥에서 여러 번 덖기 때문에 그야말로 녹차가 되고, 살청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점점 산화되어 검은색 계통으로 변합니다. 살청 역시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오운산은 전통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느린 살청법을 택하고 있는데 솥의 온도는 100 ~ 150도 정도로 맞추고 40분가량 덖기를 계속합니다. 처음엔 약간 고온으로 시작하고 점점 솥의 온도를 낮추어 줍니다. 보통 생태차는 30분 정도로 끝내고 고수차는 좀 더 시간을 길게 해줍니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찻잎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시간과 온도를 조절합니다.

 

어떤 곳은 솥 온도를 높여 10분 만에 살청을 끝내는 곳도 있고 또 다른 곳은 솥 온도를 80도 이하로 조절하여 아주 느리게 살청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꼭 좋다고 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에 맞는 차를 만들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철학 없이 그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면 저는 멀리 하겠습니다. 그 차에 맞는 최선의 가공법을 연구하고 원료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옳은 일일 것입니다.

 

살청 기계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데 전기를 이용하는 것과 목재로 불을 지피고 기계로 솥을 돌리는 방식의 반자동씩도 있습니다. 고수차는 아직도 대부분 손으로 직접 덖는 경우가 많고 소수차들은 점점 기계를 이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적 살청한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숙한 사람이 대충하는 것 보다는 기계 살청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손을 구해서 살청을 하자면 고수차는 1kg80위안 소수차는 30위안 정도의 인품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차는 1kg30위안도 안 되는 것들도 시장에 있습니다. 원료비용, 채엽비용, 살청비용, 그 외 기타 가공비용을 합하면 일반적인 차농이 생산한 차는 아무리 저렴하게 팔아도 70원 이하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 저렴한 차는 대형차창에서 대량 제배하여 기계 가공한 차이거나 문제가 있는 차일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살청의 주요 목적은 차를 익히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들리기를 통해 어느 정도 줄어든 찻잎속의 수분을 더욱 줄여주고 유념 즉 비비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찻잎을 솥에 넣고 약간 빠르게 뒤집기를 하는데 싱그러운 풋내가 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풋내가 가시면서 향긋한 단내가 올라오고 마지막엔 약간 고소한 향기가 납니다. 경험이 쌓이다보면 덖는 과정에서도 고수차인지 소수차인지 대충 구분이 가능합니다. 고수차는 비교적 무겁게 느껴지고 소수차는 가볍습니다.

 

차농들은 흔히 모차를 손으로 들어보고 차를 구분하곤 하는데 원시적이지만 비교적 정확합니다. 저도 매번 한손으로 들어서 무개를 가늠해보곤 하는데 확실히 고수차가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차농들처럼 맛도 안보고 차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다만 참고할 뿐이지요! 여러분들도 기회가 닿으면 한번 시험해보세요 아주 신기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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