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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가 없다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저는 불교 신자라고 하기엔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사하촌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알게 모르게 절 집안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십 대에 칠 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전국의 여러 암자에 신세를 진 적도 있습니다.

삼십 대에 차업을 시작하면서 개업 초기에 스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선방 스님들은 해제비를 통째로 맡겨두시고 좋은 차를 만나면 알아서 보내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처음 본사를 방문하시는 모든 스님들껜 제가 직접 생산한 보이차 한편씩을 시주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틈나는 대로 불교 관련 서적을 탐독하곤 했는데 원효. 효봉. 경봉. 탄허. 성철. 법정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며칠간 각종 언론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혹 내지는 그의 삶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이십여 년 그의 절대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대한불교조계종에선 열반송이니, 소신공양이니, 다비식이니 떠들썩하고

 

정부에선 무궁화 훈장까지 추서하며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반대 측에 있었던 분들은 그동안 그가 저질렀던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고 현 지도체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차나 만들었고 정치 경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무심한 척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이 속세의 한복판인데 이런저런 문제에 대한 견해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괜한 논쟁거리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소심함과 사업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장삿속이 의견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역사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침묵하는 다수는 때로 비겁한 방관자 또는 암묵적 지지자일 수도 있다는 자각이 굳이 이 글을 쓰게 만듭니다.

 

결국 불교의 핵심 논리인 생사가 따로 없음을 깨우치지 못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솔직하게! 허망하게! 사라져간 사람의 유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좌들에게 남겼다는 또 다른 유서에 각자 2억씩 각출하여 소실된 절을 다시 복원하라는 글은 정말이지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불가의 재산을 자신의 죽음으로 훼손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도대체 상좌라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재산을 의탁했기에

 

각자 2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그것도 1~2년 안에 출연하여 새로 절을 지으라고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불타버린 절을 복원하면 그 절이 예전처럼 요사채가 될까요? 아니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의 기념관이 될까요?

 

몇백만 원이 없어서 일가족이 자살하는 시대에 대학생 불자 육성을 위한 전법 기금 마련 행사에 20억 원을 기탁한 그 큰돈은 과연 어디에서 흘러온 것일까요? 워낙 큰 스님이고 높은 자리도 두루 섭렵하신 분이라 그깟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출가한 승려에게 벼슬은 닭 벼슬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판이던 사판이던 머리 깎은 승려라면 당연히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전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판과 사판의 도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가 출가 이후 50년 동안 쭉 사판의 길을 걸었다 손치더라도 이판의 도리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댕기기 이틀 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전법에 매진하겠다고 했습니다.

 

151. 목표한 금액의 세배를 모았다는 그의 능력?을 활용하여 그가 전하고자 했던 불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사리분별을 떠나 그렇게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영욕의 삶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아프고, 답답하고, 슬픈 사건이지만 이번 일이 작금의 불교계에 만연한 물질문명의 폐퇴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전국의 사찰에는 묵묵히 불법의 도리를 참구하고 실천하는 스님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그분들의 목소리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중지를 모아 우선 한국 불교를 혁신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관습에 젖어 있는 현 체제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도 오직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우상화 작업에 몰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뜻있는 스님과 불자들이 모두 합심하여 몰락하고 있는 한국 불교를 바로 세우고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을 펼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의 마지막 선택과 유서는 그가 가진 양심의 발로이자 고뇌의 바다에 발붙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몸부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디 고히 가시고 다시는 오지 마소서.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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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책

"파친코"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우연히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한국인처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외침은 당당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평화에 접근하는 길"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파친코는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현재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습니다. 억압받는 민족과 소외받는 계층의 삶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어 켰습니다. 애플TV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의 안방에서 나라를 잃고 떠돌았던 한국인의 설움과 끈질긴 삶의 역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이니치" 우리에게 생소한 재일 동포의 일본식 표현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고 그들의 아픔을 가슴 깊이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눈시울을 적시며 책을 놓았습니다. 억압의 시대 분단의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 세대의 아픔을 그저 피상적으로 바라본 저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남북으로 갈라지고 일본으로 만주로 시베리아로 뿔뿔이 흩어져 온갖 핍박을 받아온 민족. 모국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한민족의 혼을 간직해온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자존과 긍지를 되살릴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기에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의 시작은 19세기 말 외세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시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민중의 삶은 언제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되었던 당장은 먹어야 살수 있습니다. 아무리 험한 세월일지라도 한민족의 부모는 자식을 키우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자리 마른자리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천 년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의 특성이며 국가와 종교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는 사랑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집단을 이루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질서를 지켜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가 사상이나 이념에 경도되어 어느 일방에 의해 성립되거나 일부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나가간다면 대중은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힘없는 서민의 삶은 더욱 핍박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인류 역사의 교훈은 무능하고 힘없는 지도자를 가진 나라의 민중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언제나 핍박받았고 사지로 내몰렸습니다. 일제강점기 현명하지 못했던 지도자들 때문에 나라를 잃고 떠돌 수밖에 없었던 한민족의 처절한 아픔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정치적 현실은 슬며시 보여줄 뿐 단한번도 지도자를 탓하지 않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되었던 현실은 늘 코앞에 있고 그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세상 어디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정서가 이 책을 읽는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억압과 핍박 그리고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던 "자이니치" 즉 재일 동포의 삶은 그동안 유대인과 흑인으로 대표되었던 소수민족과 비주류 계층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인으로서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저의 관점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은 같은 민족으로서 뒤틀린 역사의 뒤안길에서 해외로 흩어진 동포들의 아픔을 너무도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자이니치"는 일본에서 태어나도 국적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불순분자라는 누명을 쉬워 수천수만 명의 조선인이 죽창으로 학살당했고 온갖 멸시와 조롱 속에서 일본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해온 그들의 아픔은 형언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소설의 집필 배경으로 1989년 일본에서 발생한 13세 "자이니치" 소년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순수 혈통을 강조하는 일본 특유의 폐쇄적 환경 속에서 "이지메"로 내몰렸던 한민족 학생은 결국 건물의 옥상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은 끝끝내 살아남았습니다. 많은 "자이니치"들이 질시와 멸시 속에서 야쿠자가 되었고 빠칭꼬를 운영하면서 가족을 지켜내었습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귀화라는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인이 되었지만 한민족의 뜨거운 피가 바뀌지는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력이 약해서 자초한 일을 언제까지 이웃 나라만 원망하고 탓하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빈껍데기 사과를 바라지도 말고 용서를 거론하지도 맙시다. 다만 기억합시다. 그들이 저질렀던 행동 하나하나를.

 

조국의 앞날과 미래 세대를 위해 가까운 나라와 협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강해져야 됩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 지도자는 사자 같은 용기와 여우 같은 간교함"으로라도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민생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한민족은 유사 이래 수천 번의 칩입을 받아왔지만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습니다. 이민진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한국인처럼 만들고 싶다. 그것이 평화에 접근하는 길이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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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철 대표. 운남성 노반장 농가에서 현지인에게 설명하는 모습

지난번 차 선생님의 문제점들에 대한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차문화가 생각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은 비단 차 선생님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차제에 차상인의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해 보겠습니다. 저도 차상인 중의 한 사람이라 여러가지 문제들에 자유롭지 않지만 저부터 반성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차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람을 통칭해서 차상인이라 하고 그 외 투자 목적으로 차를 소장하는 사람들도 차상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스님, 목사, 교수, 차 카페 등 다른 직업이 있지만 차를 매개로 수익을 얻는 모든 사람들도 차상인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격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은 노력에 대한 소득이 발생합니다. 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권장되는 일입니다. 위에 열거한 사람들도 정당한 방법이라면 자신이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업의 기본적인 목적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며 나아가 더 많은 수익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경쟁합니다. 차업도 세상의 수많은 직업 중의 하나입니다. 차를 생산하고 판매한 소득으로 나와 가족의 삶을 영위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차업은 마치 신성한 것인 양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교양을 나누는 것처럼 위장하고 때론 봉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이비 교주인 양 손님도 가려서 받고 도무지 알지 못할 아우라를 발산하곤 합니다.

 

평범한 제품을 온갖 미사여구로 장식하여 신비한 물건처럼 홍보하고 묻지마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입니다. 장담하건대 이런 곳에서 양심적인 가격의 좋은 차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제품은 묻지도 말고 혹여 초대를 받더라도 정중히 사양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짜 차 혹은 양심을 속인 차들의 문제입니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는 모두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차들은 찻잎을 원료로 만든 것이므로 애초부터 다른 잎으로 만든 가짜 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생산된 지역이나 생산 시기 등을 속이고 원가를 부풀린 차들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양심을 속인 차들입니다. 차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어도 알 수 있지만 대다수의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유명 지역의 차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소개하거나 보이차의 경우 작업한 차로 연도를 부풀리는 행위 등입니다.

 

차는 기호식품이자 문화상품이므로 생산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양한 가격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는 언제나 차일뿐 찻잎 자체가 예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장인 정신으로 혼신을 다 받쳐 생산한 것일지라도 차는 여전히 마시는 음료입니다. 일기일회라고 하지요. 지금 내가 마시는 차는 언제나 평생에 딱 한 번 있는 일입니다. 평범한 차도 마시는 사람이 그 차가 주는 감동으로 예술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정성 들여 만든 차라도 마시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품이던 가격은 그 제품의 가치를 규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제품의 효용성과 가치는 만든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됩니다. 차를 생산하는 사람이나 유통업자가 판매 가격을 매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차가 세상 속에 자리를 잡게 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입니다. 차상인의 양심에 입각하여 부끄럽지 않은 가격일 때 고객의 감동은 배가 되고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차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산소 같은 역할이었으면 합니다. 차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를 일깨워주고 만남이 마무리되면 여운이 남는 자리가 되도록 하는 보조제였으면 좋겠습니다. 차를 만드는 사람도 사람이고 마시는 사람도 사람입니다.

 

차는 인류가 개발한 최상의 음료입니다. 그러나 차 이외에도 이 세상엔 소중한 것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 차를 개발한 사람 마시는 사람도 결국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찻자리에 마주 앉은 사람의 상황과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내 차를 팔기 위해 시종일관 차 이야기만 하는 바보 상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으론 자신이 취급하는 차만 최고고 다른 상인이 파는 차는 무조건 아니라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엔 다양한 차들이 있고 오늘도 수많은 차상들이 일생을 바친 차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어찌 내 손에 들어온 차만 최고의 차일까요? 자신이 생산한 차나 취급하는 차의 장점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차를 함부로 평가하고 폄하하는 건 상인의 도리가 아닙니다.

 

더구나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비방하며 자신이 취급하는 차를 판매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차상들은 인간의 기본 도리마저 저버린 사람들입니다. 이런 차상들은 현명한 차인들의 지혜를 모아 도태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차 사업의 승패는 타 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를 만든 자신에 대한 도전이자 준엄한 심판입니다.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차를 생산하고 꾸준히 진실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차를 직접 생산해 본 사람이라면 차가 완성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입니다. 내 손에 있는 차가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차도 그들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통방식의 문제입니다. 불투명하게 유입된 차들을 불투명하게 소개하고, 판매하고 나서는 책임지지 않는 방식입니다. 차는 한 끼의 고픔을 해결하는 식사가 아니라 고적한 생을 동반하는 벗이며 마주 앉아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차는 생활의 편의를 도와주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서로의 정서를 교류하는 문화상품입니다.

 

판매한 상인과 구매한 사람과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때부터 그 차는 죽은 차입니다. 관계가 무너지면 그 상인에게 구입한 차는 마시긴커녕 쳐다보기도 싫은 차가 됩니다. 내 손에 있을 때만 소중하고 판매되면 버린 자식처럼 취급하는 건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 자식처럼 소중한 차라면 내 손에 있을 때나 다른 사람 손에 있으나 소중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차를 만든 사람이라면 내가 생산한 차가 타인의 손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할 것입니다. 설사 판매가 되어 내 손을 떠났더라도 사정이 생기면 당연히 반품을 받거나 다른 방식으로라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믿고 구매해 준 고객과의 인연을 쌓을 수 있고 꾸준히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차를 통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맑은 세상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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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동녹차연구소’에서 한국 차의 발전을 위한 주제로 진행된 강의를 준비하면서 현재 한국 차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주제는 발효차의 생산 과정과 중국차의 현황에 관한 것이었지만 강의 마지막 시간에 한국 차의 발전을 위한 제안으로 10가지 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자면 각각의 과제들이 모두 시급한 문제지만 마지막으로 제안한 -형식적인 차 문화에서 실생활 차로의 전환- 은 제가 차업을 하면서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입니다. 

 

8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녹차를 중심으로 차가 일반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천 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대부분의 가정집에 다기셋드 정도는 갖추고 있습니다. 차가 일반화되고 집집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들이 갖추어진 것은 '한국차인연합회'를 비롯한 전국의 무수한 차 단체 그리고 차 선생님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를 마시는 도구들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구매하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롱 속의 차, 장식품으로 전락한 다구들이 거실의 한 공간을 차치하고 있을 뿐입니다. 커피의 홍수 속에서 기껏 마시는 차도 대용차들 위주이고 진정한 차를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든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차의 생산량과 음용 인구는 예전에 비하여 확실히 증가하였습니다. 최근엔 이삼십 대 젊은 층의 차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의 차 음용량은 전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자칭 타칭 차인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희한하게도 실제로 차를 생활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보여주는 차에서 실생활 차로의 연결이 순조롭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수많은 차 선생님들이 차를 보여주고 보급한 공로는 인정합니다. 행사 차원에서 보여주는 차 행위가 필요한 것도 인정합니다. 

 

차를 다루는 정제된 형식이 내면을 성숙시킬 수 있음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보급에 그치고, 행사에 그치고, 형식에만 매몰되어 실생활 차로 연결되지 못하면 말짱 황입니다.일단은 차를 마셔야 차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고 차인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행다도 필요하고 나아가 차를 대하는 절제된 형식이 내면의 성숙으로 이어져 참다운 차인이 탄생할 것입니다. 우선은 선생님 자신부터 차인의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돌아볼 일입니다. 차는 우리는 사람 마시는 사람 모두 편안할 때 가슴 깊이 스밉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스스로 체득하면 단순하고 쉽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나치게 엄숙한 형식만 강요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형식들이 처음 차를 배우는 사람들이 생활 속의 차로 나아가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리고 차 선생님은 직업 자격증이 아니라 봉사 명령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래도 차를 가까이하며 살았고 선생님 칭호까지 받았다면 이 사회에서 그만큼 혜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차 교육을 위해 정식으로 공부를 한 경우라면 당연히 직업으로서의 차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양으로 획득한 각종 자격증으로 혹은 오랜 차 생활의 경력으로 차 선생님 대열이 있는 분이라면 공식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정당한 보수 이외에 엉뚱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차를 배우는 제자들에게 세밀한 안목과 깊이 있는 성찰 없이 이런저런 인연을 밑천으로? 무작정 차와 도구들을 소개하지 않았는지 돌아 볼 일입니다. 차를 핑계로 몰려다니며 순진한 도공이나 선량한 차상들을 멍들게 하고 일종의 커넥션 관계를 형성하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데 일조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제라도 전국에 있는 차 선생님들은 장사를 하고 싶으면 차라리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당하게 세금 내고하던지 아니면 차계의 진정한 선생님으로 좋은 차인을 양성하고 후학들의 존경을 받을지 결정하셔야 됩니다. 

 

차 행사장에 향수 뿌리고 다니며 짙은 화장에 잠자리 날개 같은 옷만 걸치면 차인인 줄 착각하는 아줌마들도 볼썽사납습니다. 새빨간 손톱으로 움켜쥔 찻잔에 루즈나 바르고 앉아서 이 잔이 어떠니 저 차 맛이 어떠니 떠드는 모습도 꼴사납긴 마찬가지입니다. 

 

마니아랍시고 이런저런 차 동개동개 쌓아 놓고 자기 자랑만 일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천만 원 수 억하는 차를 마시며 너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세계에서 자신들이 놀고 있음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초도 부실하고 뚜렷한 논리도 없으면서 얼기설기 엮은 책으로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듣기보다는 떠들기 좋아하고 이유 없이 목소리만 큰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는 차인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솔직히 저는 이런 사람들이랑 마주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겹습니다. 한국에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정말 순수하게 살아가는 훌륭한 차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 글은 일부 차 선생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한국 차계를 오염시키고 있음을 개탄하며 좀 더 바른 차 문화를 선도하고자 쓴 글입니다. 오늘은 차 선생님들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생산자, 상인, 교육기관, 지방행정 등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누군가 너 자신의 티끌은 없느냐고 물으면 부끄럽니다. 

 

그러나 욕을 듣더라도 누군가 할 말은 해야겠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씁니다. 찻잎이 따뜻한 물을 만나 다관 속에서 자신의 몸을 풀 때! 찻잎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엄마 차 나무를 생각할 것입니다. 떨어지고 분리되어 뜨거운 솥에서 가공되고 수많은 손들의 땀에 온몸을 적셨다가 한낮의 태양에 갈무리되어 고운 옷 입고 다가와 내 앞에서 향기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하는 차를 봅니다. 그 차를 내 몸에, 내 마음에 담는 차인을 그려봅니다. 차를 하는 사람이 어찌 이 도리를 모르리 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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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돈을 벌어야 어머니 고운 수의도 준비하고 자식들 시집 장가도 보낼 텐데"

겨울을 예감하는 바람이 불고 봄과 여름의 장엄한 역사는 쇠락하고 있습니다. 가을 나무는 더 이상 새싹을 틔우지 않습니다. 남루한 이름 속엔 쭉정이만 가득하고 속절없이 뿌리 내린 일 터에 무서리가 내립니다. 저녁 해는 나도 몰래 저물고 애물단지로 살아 온 회한이 무거워 저물어가는 어머님께 눈도장이라도 받으러 갑니다.

어머니

"왔나"

골목 어귀에 서걱이는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지도 못한 삶이 제 무게로 으스러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구순의 노모는 기억을 떨구어 지나온 세월을 덮어가고 나는 노모의 깊어진 눈가에 두레박을 내립니다. 심연을 헤집으며 끌어올린 세월, 두레박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우물을 출렁이고 우쭐거리며 살아 온 잔상이 낡은 바가지에 남아 해묵은 갈증을 게워내고 있습니다.

"밥은 먹었나"

밥 먹고 사는 것이 자존심보다 중요한 세월이었습니다. 밥만 먹고는 못 산다는 세상. 따신 밥 한 그릇 해결하면 될 줄 알고 살았습니다. 보기 좋은 떡 맛도 좋다기에 반찬 몇 가지 장식하면 될 줄 알고 살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밥만 먹고 살면 될 것 같은데, 마실수록 목마른 짠물 같은 열망. 노모의 퇴화한 젖가슴을 만지며 샘솟지 않는 갈망을 쫓아 오대양 육대주를 헤매 다녔습니다.

"가서 쉬어라"

일 터로 돌아가는 길. 노모의 가녀린 숨소리는 문지방에 걸려 있고 가을 바람은 창가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떨구지 못한 이파리는 주름진 얼굴 속에서 검버섯으로 자라고 오색 단풍으로 물들지 못한 가을은 점점 깊어갑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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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단대학 석사 논문

쿤밍의 차창에서 일차 압병을 완료하고 멍하이 가게로 내려왔습니다. 건조와 포장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발송하자면 앞으로 10일 정도는 더 소요될 것 같습니다. 텅총, 더홍 지역은 채엽이 늦어져서 좀더 늦게 발송될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통관되면 유월 중순에는 한국에 도착하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물류 사정이 좋지 않아서 유월 말경에 도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울차박람회' 기간이 올해는 62~5일까지라서 그전에 올해 생산된 차들을 도착시키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박람회 기간에 맞추어 귀국하면서 모든 차들을 우선 두 편씩 샘플로 챙겨서 들고 갈 예정입니다. 한편씩은 전시하고 한편씩은 시음 샘플로 사용할 것입니다.

석가명차 제조 보이차에 대한 분석

그리고 최근엔 작년에 중국 상하이의 '복단대학' 대학원생이 저희 석가명차-오운산을 표본으로 작성한 졸업 논문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한국석가명차보이차독립품패경쟁전략분석"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작년에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최종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복사본을 부탁하여 한국에서 출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취지는 중국차 문화의 발전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것입니다.

 

논문을 쓴 사람은 '정령鄭玲'이란 이름의 학생으로 '복단대학'을 다니면서 '고려대학'을 유학하였습니다. 정령 학생과 저는 논문을 쓰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던 관계입니다. 한국에 유학하면서 보이차를 즐겨 마셨던 것이 논문의 주제를 선정한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논문 준비 과정에서 제 블로그의 글들을 읽었고 주변의 여러 차인들이 석가명차-오운산을 강력 추천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소중한 기회를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논문을 쓰기 위에 중국의 유수한 보이차 회사도 탐문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생산이념, 경영이념 등이 확실하고 해외에도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석가명차를 표본으로 선택하여 한국의 보이차 시장을 세밀하게 분석하였습니다. 윈난성 멍하이에 처음으로 외국인 명의의 '차업유한공사'를 설립한 석가명차가 지닌 장점과 한계를 연구하여 중국차의 세계화에 공헌하고자 쓴 논문입니다. 비록 중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한 논문이지만 한국 보이차계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고 저희 회사로선 그동안의 노력을 인증받을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입니다.

 

아시다시피 논문은 일반적인 홍보 책자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철저히 검정되어야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앞으로 석가명차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보이차 회사의 경영이념을 학문적인 연구 결과로 발표함으로써 후학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본사의 이 과장이 번역을 담당하고 딸내미가 책으로 출판하기 위한 각종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월 쯤 출간할 예정인데, 중국어 원문은 몇 장으로 축약해서 뒤쪽에 싣고 앞에는 번역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등 그동안 제가 멍하이 일기로 발표했던 오운산의 핵심적인 내용도 다시 정리해서 함께 수록할 예정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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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시내

쓰촨성 청뚜에서 2주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멍하이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일주일간 격리를 한다, 안한다 말들이 많았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자율 격리? 자가 격리라고 하지만 특별한 감시 시스템이 없어서 급한 사정이 있으면 잠시 외출하는 것은 괜찮을 듯합니다.

 

출국 일주일 전부터 한국에서 3번의 PCR 검사를 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또 하고 격리 기간에는 3일에 한번씩 핵산 검사를 했습니다. 징홍 공항에 도착해서 또 하고 멍하이에 도착해선 또다시 지정된 병원에 들러 핵산 검사를 했습니다. 모두 합산해 보니 한달도 안된 기간에 10번의 핵산 검사를 했습니다. 농담 삼아 콧구멍에 불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운산 멍하이점

검사를 마치고 가게로 와서 올해 생산된 몇 가지 소수차를 시음했습니다. 올겨울에는 비가 충분히 내렸고 날씨도 괜찮아서 현재까지의 생산 환경은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출시하는 차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올해 빠공리(8km. 멍하이 읍내에서 8km 떨어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에 있는 오운산 물류 창고로 가서 차고의 생산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최근엔 기계 설비를 이용해서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생산하는 곳도 있지만 이번에 저희가 만드는 방식은 전통적인 제작 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전수공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만 있다면 비용이 좀 더덜더라도 저희는 그러한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기계 설비로 빠르게 생산된 차고랑 저희가 생산한 차고를 비교 품평해 보니 맛의 차이가 현격합니다. 재료의 차이 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빠르게 생산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생산하는 차고는 그동안 오운산에서 보이차를 생산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차 분말들과 텅총 기지의 원료들을 섞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보이차고

차고의 생산 과정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물통에 물을 붓고 모차를 투입한 다음 전기를 연결하여 온도를 40~50 정도로 맞춥니다. 그리고 14~16 시간 정도를 계속 저어줍니다. 한번에 차액이 전부 추출되지 않기 때문에 두번에 걸쳐서 이러한 동작을 반복합니다.

 

추출된 차액을 깨끗한 천으로 통과시켜서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낮은 온도로 가열하여 최대한 수분을 증발시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건조실에 넣은 다음 건조를 시작합니다. 완전히 건조되는데 숙차는 보통 5일 정도 소요되는데, 생차는 보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햇볕에 직접 맞닿게 하지 않고 외부와 오픈 된 실내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해서 일차로 완성된 차고는 품질의 균일성을 위해 다시 골고루 섞어서 녹인 다음 원하는 형태의 틀에 부어서 건조하면 완성됩니다. 모차 10 kg에 차고 1kg 정도가 생산됩니다.

차고

건조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대형 선풍기라도 하나 사서 사용해 볼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열풍기나 고온 시설에서 생산된 차고랑 비교해 보니 맛과 향에서 차이가 너무 커서 최대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기계 설비도 적극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비수기라서 충분한 일손들이 있었지만 봄차 철이 시작되면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차고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자문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실험과 품평을 통해서 현재로선 최선의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방식이 개발된다면 언제든지 수용할 생각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오운산의 제작 방식을 모두 오픈해 드렸습니다.

보이차고 건조

차고는 황실의 비법 등으로 소개되며 아직까지도 신비로운 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자는 자신들의 제작 방식을 절대 오픈하지 않으려 합니다. 자기들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쉽게 노출하기를 꺼려 하는 것이지요. 어느 지역에서 구한 원료인지? 어떻게 제작한 것인지? 어떤 노하우가 자신들에게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차들이 너무 많습니다. 불투명 가면을 쓴 이상한 차들이 오히려 양화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물론 오래도록 노력해서 획득한 그분들의 비결?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숙차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오픈됩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알아낸 부분이지만 여러분과 나눌 때 오히려 그의 노력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운산은 처음부터 모든 차의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봄차를 시작하면서 세상 모든 것들이 따뜻한 봄처럼 활짝 피어났으면 합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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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중간쯤에서 맞은편에서 좌회전으로 돌아오는 자동차를 만납니다. 중국에선 종종 마주치는 상황인데 빨리 뛰어서 건너가거나 차를 먼저 보내고 건너가곤 합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저는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왔지만 자동차도 직진과 좌회전 동시 신호라서 중간쯤에서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좀 난감합니다.

한국에서도 아직 이런 신호체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운전자라면 저는 당연히 사람을 먼저 보내고 자동차를 운전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자동차가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제가 좀 늦게 걸으면 클랙슨을 울리며 빨리 가라고 종용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뛰어서 건널 수밖에 없습니다.

건너와서 생각하면 좀 불편합니다. 문명의 진화가 사람을 편리하게 했지만 과연 무엇이 우선인지, 무엇을 위한 문명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중국에 살다 보니 아직은 전체적인 문화 수준이 낮아서 종종 황당한 경우들에 직면하곤 합니다. 사실은 지역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종종 이러한 경우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문명이 우리에게 준 혜택을 향유하며 살고 있지만, 물질만능 출세지상주의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우리는 갈팡질팡 헤매고 있습니다.

원시적인 공동체 사회에서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가 공통적으로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문명은 진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잘 산다는 명제가 점점 물질적인 것으로만 집착하게 되면서 인간의 정신문명은 점점 황폐해져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은 하루아침에 한두 사람의 힘으로 구축되는 것은 아니지요. 오늘날 현대 문명이 이렇게까지 황폐해진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문명에 예속되어 포로처럼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차 한 잔을 우리며 잠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폭주하고 있는 듯한 현대 문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운산에서 생산된 차

올해 생산한 차들이 멍하이 가게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시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조만간 모두 도착할 것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느끼기에 올해 차들이 근년 들어 가장 좋습니다. 올해는 여러 지역의 단주차들을 집중적으로 생산하였습니다. 선주문으로 예약된 차들 이외의 남은 단주차 원료들은 진선미를 비롯한 오운산의 정규 제품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동안 판매해 온 가격이 있기 때문에 병배를 통해 조율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이야기이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꼭 최고의 원료는 아닙니다. 차나무가 굵고 유명 차산이라고 해서 꼭 좋은 차만 생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은 덜 알려지고 수령이 낮은 차나무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차가 생산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유명해진 지역은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찻잔을 놓고 향기를 음미해봅니다. 차는 보이지 않지만 감미롭고도 진한 향기가 뱃속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외람되지만 차로 인해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비싼차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차가 가진 내밀한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생활 속 가까운 자리에 차를 두고 수시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운산 차가 아니라 어떤 차라도 상관없습니다. 차 한 잔을 음미하면서 무한 질주하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추스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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