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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로스팅하여 원두를 보관하는 병

한국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 특히 차와 커피가 사람들 사이로 깊이 파고 들었다는 것이 그 예인데 그 중에서도 이전의 원두커피류들은 일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매장의 분포, 개인의 핸드드립 등의 문화적 행태를 통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시내나 번화가에서는 한집 건너 한집이 모두 원두커피 전문점이라고 할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원두의 수준과는 별개로 커피를 좋아하고 잘 마시는 편이다. 그 이유는 어떻게 커피를 내는가에 따라서 그 맛은 천차만별이고 그 가운데 서로간의 차이도 느끼는 천칙이 차꾼이라서 잘마시는 이유도 있고 덕분에 같은 차꾼이라는 영역에서 커피에 대한 사람들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필자 앞의 커피 프로는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감이 조금 잡힌다.

서울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있겠지만 필자와 인연으로 배재란의 커피를 접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그 카페를 자주 다니면서 커피의 진수라고 할까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 어떤 커피를 가까이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우고 느끼고 알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배재란의 커피클래스 한남동 교육장을 찾았다.

일요일마다 로스팅을 한다고 한다. 이날은 배재란 대표를 제외하고 세분의 커피 전문가들이 있었다. 필자 앞에 놓인 원두는 조금 전에 볶은 코나원두가 놓였다. 아마도 건조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주변에는 모두 원두를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안에서는 로스팅 기계가 돌아간다.

재미있는 것은 길지않은 로스팅 시간에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불에 볶이는 과정의 원두를 샘플통을 열어서 익어가는 과정을 확인한다. 그러고는 불을 높이거나 낮추고 있다.

그리고 원두를 꺼내어 식힌 다음 바로 핸드드립을 해서 유리 잔에 따라서 맛을 본다.

진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지만 진향이라고 하기 보다 내게는 농밀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진한 커피향에 매료되었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원두인가는 네겐 중요하지 않았다. 갓 볶은 커피향이 내는 향기와 맛,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향기를 두고 갓볶은 커피향이라고 하는것 같다. 좋은 시간 내내 시험삼아 내어주면서 웃음을 잃지 않고 또 설명해주는 풍경이 아하!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그 광경을 가까이서 보게 되어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다시 배재란의 커피클래스 카페로 돌아와서 그날 볶아온 원두를 병에 담는 과정을 보았다.

배재란의 커피클래스 직원 (사진 왼쪽부터 김예원과 김정환)

직원 김정환과 김예원은 철저하게 일주일 된 원두병은 그 내용이 많건 적건 모두 다 아낌없이 비우고 병 자체를 깨끗하게 씻고 말린다. 그리고 새로운 원두를 집어넣는다. 그 이유는 불문가지 이전의 산화된 커피들이 가진 향을 모두 버리고 새로 볶은 커피의 향을 온전히 하기 위함이다.

올바른 교육과 그 실천이다. 그것은 배재란 대표가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전문가답게 활동할 때 그 밑에서 배우는 사람이 바르게 익히고 그것을 몸소 행동하게 하는 것, 하루하루 쌓은 숙련된 행동들이 훗날 그들에겐 더욱 좋은 커피향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바리스타를 보장할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실력있는 바리스타라고 하겠지만 세월이 지나고 그 가운데 근본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바리스타는 또 다른 전문가의 탄생이라고 본다. 흔히 프로라는 것은 이익이라는 결과와 직결되지만 그 이전에 그만한 자격을 갖추는 프로페셔날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됨을 기억한다. 훗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금 만날 수 있는 그들 만의 리그에서 재탄생하는 커피향을 만나고 싶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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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새벽까지 일을 하고 택시기사에게 물었다.가까운 곳에 사우나가 있으면 테워달라고 했다. 지친 몸이라서 그냥 기사가 데려다주는 곳에 내려 건물을 보니 굿모닝사우나였다.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된 곳에서 3시간 정도 쉬었다가 나왔는데, 바로 옆 건물이 구빙담(대표 남태규)이라는 핸드드립전문점이다. 커피볶는집이라는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하는 곳에 수동식 그라인더가 보인다. 이것은 구빙담이라는 곳이 커피 맛과 커피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듯이 보였다. 벽장 선반에 전시되어 있는 엔틱 커피잔들은 커피애호가나 일반인들에게 커피가 생활 속 기호음료 이상의 문화를 보여주는 디피가 인상깊었다.

안쪽 중앙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카운트로 갔을 때, 필자의 그 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이곳은 커피를 제대로 내려줄 수 있는 곳, 즉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보여서 치즈케익 한 조각과 케냐산 원두 핸드드립으로 주문했다.


여직원과 남자직원이 오전 시간이라서 분주해 보였다. 인테리어가 다른 집과는 차별성이 있어 보였는데, 커피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 말차를 마시는 다완이 인테리어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차인으로 볼 때, 찻그릇으로 인해 오히려 커피 전문점의 전문성 이미지가 조금 반감되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어느 하나를 디피하더라도 그에 대한 가치가 넘쳐나야만 모든 분위기를 상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같은 차류라는 의식에서 담아 마시는 그릇으로서의 상징성은 있다고 정리했다.(사진 위, 이다은 바리스타)

구빙담 매장안에서 케냐산 원두커피를 시켜놓은 자리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려고 할 때
, 남자 직원이 가져온 케냐산 커피가 탁자에 놓였다. 한 모금 마시면서 적이 놀랐다. 진실로 크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호불호가 많은 케냐 커피의 맛을 정확히 딱 한잔에 보여주었다.

구빙담 이다은 바리스타의 커피내리는 모습(석우미디어 동영상)

이 맛은 이전에 필자가 강원도에서 마셨을 때 나의 입맛에 표준이라 생각하고 마셔온 그 맛의 수준과 비슷한 것 같았다
. 그동안 여러 곳에서 이 커피를 시켜보았지만 두 세 곳에서만 케냐산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시고 쓴맛이 기분 좋은 맛으로 바뀌며, 물질이 풍부하며 회감으로 연한 쵸코향이 올라오는 맛 또한 흥미로운 것이다. 이럴 때 커피 한잔으로 하루의 시작을 연다고 할 만큼의 기분 좋은 날,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울산에서 참 좋은 커피를 마시게 된 날이다.

다른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하고자 할 때 리필이 된다고 하면서 브라질 원두 커피를 마셨다.

주인이 없는 가운데 이런 맛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커피숍이 포화상태라고 해도 끝까지 남을 커피 숍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촬영하였다. 흑백 사진도 함께 촬영했는데 흑백은 필름사진이라 현상과 인화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간략하게라도 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부디 그 사진이 커피향을 전달해 주길 바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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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란 커피클래스, 배재란 대표가 직접 원두를 내리는 모습

(, tea)를 봉사하는 현장에서는 연지(蓮池)를 이용하여 연차나 대용차를 준비하고 녹차. 발효차 꽃차를 내는 편이다. 간혹 차선생님이 전통한복을 입고 말차를 낼때 차선으로 격불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차를 배우기도 하였다. 그래서 행사장에서의 차 봉사는 다른 분야와 달리 매우 정적이면서 신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6
22일 원불교 안산교당 신축봉불식 행사에 갔다가 차와 커피가 같이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것도 차와 커피가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주하는 자리다. 필자는 찻자리에 먼저 눈이 갔고, 아는 분이 말차를 준비하고 있어서 인사를 드리고 말차 한 잔 대접받았다검정색 연지를 이용하여 연차를 준비해 놓은 것을 볼 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찻자리를 보았다
.

말차 한잔을 들고 좋은 향과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건너편을 보니 참좋은 커피향을 내고 있었다. 보통 행사가 있는 곳에 가면 커피가 놓이는 자리에는 1회용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장소에 있던 커피클래스에서 피워내는 원두향은 주변 사람들을 유혹할 만큼의 매력적인 향기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마신 말차의 향기가 입안 가득하여 그대로 향기를 머금고 아쉽게 일단은 2층으로 향했다.

배재란의 커피클래스에서 준비한 블루마운틴 원두커피

필자가 안산교당에 온 것은 원불교 교당의 행사에서 헌다(獻茶)가 아닌 헌향(獻香)이 식전행사로 잡혀있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헌향을 진행할 한영용 박사와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식전행사에서 헌향이 잘 진행되어 사진 작업을 마치고 1층 로비로 내려가서 올라가기 전 벼르고 있었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평소 원두커피를 좋아하지만 냉커피는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간단한 기구를 이용하여 로스팅을 하고 원두를 내리는 모습, 얼음을 거쳐 한 잔 내어주는 블루마운틴 냉커피는 무더운 날씨에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단 필자의 입맛에 당당히 합격. 그리고 불현듯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이미 차에서 멀어져 커피쪽에만 와 있었다. 더구나 그의 손놀림과 커피를 내는 동작은 이미 프로였다. 옆의 보조들의 행동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그는 커피 한잔 한잔에 온갖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로스팅부터 한잔의 커피로 만들어 내어 놓는 것까지 필자의 마음 속에 들어 온 것은 바로 그러한 커피의 모습이었다.

블루마운틴 커피 1000잔을 핸드드립으로 대접하는 모습

군복을 입은 군인도 줄서서 대기하고 마시는 모습

사진, 배재란 대표, 한영용 박사

필자는 책 한 권을 선물하면서 인사를 한뒤 사진 몇 장과 간편 동영상을 촬영했다. 원래 필자는 편집을 하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는 입장이라 배재란 대표의 커피내는 모습을 아주 역동적으로 담을 수 있었다. 사실 그런 모습은 매년 서울코엑스에서 열리는 카페쇼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현장감이다. 핸드드립으로도 사람이 모이는 골든타임에 맛있게 낼 수 있다는 현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배재란 커피클라스 대표의 핸드드립으로 커피 1000잔을 봉사하는 모습(석우미디어 동영상)

필자는 이 날 커피 세 잔을 마셨다. 자신이 내는 커피에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배재란 커피클라스가 성황을 이룬 것은 짧은 시간에 준비해온 1000개의 큰 컵이 다 나갈 만큼의 커피를 내었다는 것은 한 잔씩 마시는 커피를 중복해서 마신 인원이 많았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커피 때문에 차문화가 무너진다고 할 것이 아니다. 방법이 다르고 기호음료를 마시는 그야말로 다양한 기호의 선택일 뿐이다.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통만 고집하다가 무너진 차 시장이지만 커피는 달랐다. 원두커피 시장은 세계의 트렌드에 맞게 변화 발전을 모색해왔다. 또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자리에서 베테랑이 직접 보여준 손 맛은 달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이것이 우리가 현대에 보는 커피라는 존재와 그에 대한 방법이었다. 안산교당 신축봉불식에서 노련한 전문가 한 사람이 대중들 앞에서 일당백으로 보여준 그 기술과 열정으로 만들어 낸 블루마운틴의 드립 맛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2014/06/23 - 원불교 안산교당 신축 봉불식 헌향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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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용하는 파리바케트에서 샷 추가 할때의 크레마]

자주가는 파리바게트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평소에 보이는 직원이 아니어서인지 늘 주는 머그컵이 아닌 테이크아웃용 종이 컵에 담아주었다. 직원에게 제가 여기서 마실 커피라서 머그컵에 담아주세요 하니 죄송하다고 하면서 머그컵에 옮겨담아 내었는데, 사건은 이제부터 발생이 되었다.

늘 먹던 머그컵에는 잔의 따뜻함과 커피 위에 피어난 얇은 거품 층, 그리고 향을 분명히 기억하는 필자인지라 종이컵에서 덜어 머그잔에 채워진 이 커피가 한 눈에 보아도 맛이 없어보였지만 그대로 들고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커피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한 모금해보니 역시나...... 커피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커피는 그대로 두고 다시 한 잔 주문했다. 필자가 까탈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차인으로서 커피 한잔도 소중히 내어 먹는 습성 탓일까 무언가 모자라고 또 결여된 것을 캐묻는 것이 아니라 진정 그곳에서 늘 필자를 찾게 만들었던 맛있는 커피 한잔이 더욱 간절했을 뿐이다. 이번에 다시 받은 커피는 충분히 예열된 잔이어서 그런지 손맛도 좋았고 커피도 평소 마시는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오늘 현상을 되돌아보면, 첫째 찻잔이 도자기와 종이, 예열된 잔과 예열되지 않은 종이컵, 그리고 커피의 크레마(거품)의 유무가 커피의 흥미를 크게 좌우하는 극단적인 면을 본 것 같다. 커피 전문가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말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작은 돈으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의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마실 수 있는 파리바게트에서의 커피 한 잔은 나의 일상에서 잠시 휴식의 공간이기에 그날의 일은 좋은 경험이었다.

커피도 이런 상황일진데 같은 차를 우려내는 경우라도 상황이 다르면 어떻게 될까?

필자가 우려하는 일 중에 하나는 같은 차를 나누어도 그 결과는 너무도 다르게 나타남을 겪은 터이기에 더욱 커피의 일에서도 공감을 한다.

오래되어 손에 익은 다구, 더 나아가 어떤 차를 전문적으로 우려내던 자사호, 그리고 그것을 담는 잔, 숙우......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모이고 사람의 숙련된 시간 감각으로 차를 우리는 것, 물론 물의 온도를 맞추고 그 물을 따라내어 붓고 또 다루는 것 까지......

함께 차 생활을 해 온 분의 말을 빌면, “차를 우리는 것 또한 인연인데 세상 어디에서 같은 차 맛을 보겠습니까?” 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20대의 아이들이 무슨 찻 맛을 알까? http://seoku.com/541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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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한겨레 생활문화섹션 <esc>커버스토리에 나오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KTX로 용산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안에서다. 원고 청탁내용은 "초보자의 차 입문하기" 컨셉이라고 하였다. 다음날 집으로 와서 메일을 보니까 보이차에 대한 원고 청탁으로 바뀌었다.

보이차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조심스런부분이라서 염려가 되었다. 방대한 내용을 가진 것을 한정된 지면에서 보이차의 이해를 돕기 위한 원고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재 크게 왜곡되어 가고 있는 보이차 시장에 초보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되었다.

보이차에 대한 고수들이 보기엔 부족한 면이 많을 줄 알고 있지만 한정된 지면을 이용한 초보자용이라는 것임을 사전에 밝혀두고 한겨레 신문에 난 기사를 옮겨보았다.

보이차는 정말 몸에 좋은가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냉한 사람들에겐 녹차류보다 권할 만… 제조방법·보관상태 따라 품질 차이도
한겨레
» 보이차는 정말 몸에 좋은가
차(茶)는 가장 건강한 기호식품의 하나로서, 사람들은 당나라 때(618~907)부터 현재까지 1300년동안 마셔왔다. 그래서 어떠한 식품보다도 안전한 것이며, 기원은 중국 운남 지방이다. 그곳에 오래된 차나무인 고차수(수령 500~1700년 이상)가 운집해 있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보이차가 생산된다.
 

신개념 원두커피 시장의 개화와 맞물려

필자가 보이차를 처음 접한 것은 1987년 부산 광복동 속칭 ‘깡통시장’ 안 골목에 있었던 연암찻집(대표 박정호, 현재 쌍어각 대표)에서다. 나는 그때 주인이 내준 보이차를 첫 경험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다. 그 작은 일자형 찻집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박정호씨가 외국에서 차를 구매한 뒤 귀국한 며칠 동안은 찻집에 손님이 많았으며, 그는 꼭 보이차를 가지고 왔다. 추운 겨울 몇몇 지인들과 모여 차를 마실 때 주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구리로 된 물주전자의 펄펄 끓는 물을 통해 보이차를 우려냈다. 그때는 보이차가 어떤 수준의 차인지도 몰랐다. 다만, 몸속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즐겁게 끓는 물 한 주전자를 비웠다.

시간이 흘러 2003년 중국 광동 방촌에서 보이차 전문점을 찾았을 때는 한국처럼 운치 있게 마시는 차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보이차는 그저 흑차의 한 종류로 급속 발효한 숙차만 판매됐으며, 그것도 20~30개 점포당 한 곳 정도에서만 판매했다. 그런데 2년 뒤 6~7 점포당 한 곳은 보이차를 팔고 있었다. 이처럼 중국 보이차 보급의 급속한 변화 양상은 중국의 경제성장과도 관련되지만, 홍콩·대만·한국 등의 보이차 마니아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때 한국은 미국식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들어온 스타벅스 커피가 다방 커피를 물리치고 지하에서 건물 1층 최고의 위치에 들어서게 되는, 이른바 신개념 원두커피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원료의 순수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려 차에 대한 접근도 쉬워졌다. 차가 젊은층에 파고든 것은 차 역시 원료가 순수 식물이라는 점이었으며, 세계적인 웰빙 물결도 차 인구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커피와 차는 상호 비교 대상은 아니다. 결국, 입맛이며 기호다. 원료의 순수성을 찾는 계층이 많아질수록 차 인구도 늘어난다. 요즘 젊은 사람들 가운데 보이차의 품질과 맛의 비교 우위를 모르고 즐기는 층이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종종 보이차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무지한 발언들이 신문 지면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이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사항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 지역의 보이차밭. 보이차는 독특한 향과 색을 가졌으며 약용으로도 널리 쓴다. 이상엽
1. 왜 보이차가 좋은가? 보이차만 좋은 것이 아니라 차(茶) 자체가 몸에 좋다. 녹차와 달리 보이차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 것은 김치나 젓갈·된장·청국장 등의 발효 식품을 즐겨먹는 우리의 음식 문화와도 연관성이 있으며, 그에 상응하여 발효된 차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기반도 아울러 갖춰졌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6대 다류 중 흑차에 속하며, 중국의 다양한 차 속에서 그 독특한 맛은 차의 종류와 생산 연도, 보관 상태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그 다양성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 계속해서 즐기게 되는 차이다.

중국의 차 상세보기
박홍관 지음 | 형설출판사 펴냄
중국 차 입문서. 이 책은 중국에서 차가 생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성(절강성, 광동성, 운남성, 안휘성, 대만 등)을 각각 수차례 반복하여 조사한 중국차와 그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보고서이다. 차...


2. 보이차에 진짜 효능이 있는가? 보이차는 약이 아니다. 차일 뿐이다. 그런데 누가 권해서 또는 우연히 마시게 되었다가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다시 찾게 되기도 한다. 특히 몸이 냉한 사람들에게 냉한 성질이 있는 녹차류보다는 훨씬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몸이 받아줄 때 좋은 차다. 그래서 보이차의 진짜 효능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저녁에 많이 마셔도 아침에 얼굴이 붓지 않고 몸이 개운하며 머리가 맑다고 느낀다면 부작용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보이차의 효능에 관해 과학적으로 발표된 사례는 없지만 프랑스에서는 약국에서 취급하는 것으로 보아 약리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초보자는 숙차와 생차에 대한 이해를

3. 진짜와 가짜 보이차를 구별하는 방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이차에 가짜는 없다. 차를 만드는 농가에서는 모두 진실하고 정성 들여 만든다. 다만, 차의 원료에 따른 제조 방법과 완성된 차의 보관에 따라서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난다. 그러한 차이를 일반 소비자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오해가 될 만한 일들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가짜 시비가 생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급조한 차를 공급하는 것으로, 생산 연도를 속이며 이름 있는 차라고 내놓는 경우다. 따라서 초보자의 경우 숙차와 생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보이차를 숙차와 생차로 나누어서 구분해 보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러한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차 본래의 맛을 즐기게 되면 진짜와 가짜라고 하는 개념이 달라질 것이다. 숙차의 장점은, 생산된 차를 짧은 기간에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차 맛이 부드러운 편이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단점은 차의 풍부한 맛이 덜하고, 제조 공정에서 악퇴(가공한 차를 물을 뿌려 발효시키는 과정)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특유의 맛이 난다는 것이다. 생차의 장점은 차 본연의 맛을 지니고 있으며, 발효가 되었을 때는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단점은 차가 생산된 후 짧은 기간에 마시기 어렵다. 숙차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정리하면 무조건 값이 비싼 차를 찾게 될 때 문제가 된다. 다양하게 즐기면서 스스로 취향에 맞는 차를 만나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글 박홍관/동양차도구연구소 소장·<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저자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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