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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달산

3월 1일에 오신 차산여행 팀을 배웅해 드리고 어제 뢰달산에 올라가 올해 첫 채엽활동을 했습니다. 2013년 뢰달산 정상 부근에 산불 방지용 저수지를 조성했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자생하던 야생차 몇 그루를 삼림관리소로 옮겨 심었는데, 지금 채엽 단계라는 연락이 와서 뢰달산 차농 따투 부부랑 함께 올라가 4.5kg을 채엽했습니다. 

 

올라 간 김에 주변 원시삼림 야생차들의 발아 상태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작년보다는 확실히 빠릅니다. 전체적으로 아직 이르긴 하지만 양지쪽의 일부는 채엽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고픈 마음에 이 가지 저 가지에서 3.8kg을 채엽해서 하산했습니다. 

뢰달산 오운산 초제소에서 채엽한 잎을 위조하면서 찻잎의 상태를 관찰하니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색깔부터 다릅니다. 삼림관리소로 이식한 찻잎은 짙은 녹색에 가깝고 원시삼림 속 찻잎은 연두색 계통입니다. 이식한 찻잎은 해 가림을 해주는 나무가 없어서 강열한 태양에 완전히 노출되었고, 삼림 속 야생찻잎은 아직 덜 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향기를 맡아보니 두 가지 찻잎의 경계가 뚜렷합니다. 원시삼림 속 찻잎의 오묘한 향기는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합니다. 찻잎 속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호흡을 함께 했습니다. 

3월 15일까지 선주문 기간이라 올해 오운산에서 생산할 차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오운산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제품 이름도 전부 바꾸다 보니 여러가지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핵심적인 내용을 보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차산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출국에 앞서 올린 글 그리고 지난번 글들에서 전체적인 방향은 제시했었습니다. 맹해, 이무, 임창, 보이 4대 차구로만 차산지를 분류한 것은 제가 수많은 차산을 다니며 여러번 강조했듯이 좋은 차는 특정 차산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맹해 지역만 해도 수백 군데의 고수차 산지가 있습니다. 보이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알만한 특정 지역을 선택하고 유명 차산이라서 어쩔 수 없이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출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제가 느끼기에 작금의 보이차 산지 특성은 유명 차산일수록 오염 정도는 심각하고 품질은 점점 나빠지는데 가격은 오히려 점점 더 올라갑니다. 심지어 하룻밤 사이에 수백 년 된 고차수가 새롭게 탄생하기도 합니다. 유명 차산으로 옮겨지고 있는 고차수 문제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점점 황폐해져가는 유명 차산의 상황을 비판하고 있지만 특정 차산이 유명해진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차가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특정 차산의 좋은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한국의 뜻있는 차상분들에게는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유명 차산이 아니라고 해서 좋은 차가 생산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앞에서 두 가지 야생차를 비교해 드렸듯이 환경이 차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좋은 차에만 집중하다 보니 품평을 통해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오지 차산의 원료를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문의할 때마다 모르는 차산은 말하지 않고 소량 선택된 유명 차산 위주로 알려주는 것이 양심의 가책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운산 10주년을 맞이하여 과감하게 차산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올해 차를 마무리하면 많은 원료를 선택한 차산은 유명하지 않더라도 밝힐 예정입니다. 선주문 이전에 차산지를 알려드릴 수 없는 건 저도 아직 올해 차를 품평하기 전이라 어떤 차산이 선택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맹해고수'는 그동안 오운산에서 '진'으로 대표되었던 당해 연도 맹해 지역 고수차들을 시음하고 선택하는 고수품평병배차라는 개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유명 차산 위주로 시음하던 방식을 버리겠습니다. 아직은 덜 알려져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좋은 원료를 구하는데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올봄부터는 유명 차산, 차나무의 수령, 품종, 해발고도 등 그동안 좋은 차의 기준으로 열거되었던 모든 선입견을 내려놓겠습니다. 

이무산 입구

다만 한 가지 차나무가 자라는 환경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무고수, 임창고수, 보이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무는 육대차산 원료로만 국한시키지 않을 것이며 임창은 등나무형 고수차에만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이는 현재로선 봉황산 쪽 원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차농과의 특별한 인연에도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제가 생각하는 좋은 차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래서 싸고 좋은 차 없다는 씩의 막연한 상식에 도전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잘 살린다면 적어도 유명 지역의 원료만 구해서 비싸게 판매하는 차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차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일단은 지켜봐 주시고 올해 출시할 차로 심판받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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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운남으로 출국합니다. 부산대학교 차학과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운남 차산탐방에 동참합니다. 올해부터 '운남차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오리엔티' 정상훈 대표와 함께 차산을 안네 할 예정입니다. 사월까지 벌써 4팀의 일정이 확정되었는데 이후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저도 차를 생산하는 틈틈이 함께하며 현장의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봄차를 마무리하고 유월에 귀국했다가 칠월에 다시 출국하여 오운산 기지 이전 공사를 끝내고 구월에 귀국하여 쭉 고향의 어머님 곁에 머물렀습니다. 구순의 어머님 건강은 그렇고 그렇습니다. 새벽녘 저에게 뭐라도 챙겨 먹으라고 하시는 뜻은 당신께서도 조금 출출하다는 것임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챙겨드리고 보살피는 일이 생각보다 버겁게 느낄 때가 있지만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지금의 수고를 고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그럴 수 없는 분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님과 단둘이 고향 땅에 머물면서 밤새워 옛이야기를 도란거리며 아침을 맞이하는 지금의 생활이 저에겐 너무도 소중합니다. 봄차를 마치고 유월에 귀국하면 다시 어머님 곁에 머물 것입니다. 제가 운남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모시기로 했습니다.

봄차가 마무리되면 지구의 구석구석을 다녀보고팠던 꿈은 잠시 접어둡니다. 최근에 불교 공부를 하면서 삶의 실상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삼 개월간 뉴질랜드를 다녀온 것이 내 인생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어진 인연에 충실하고 나라고 불리는 욕망 덩어리가 가는 길을 살피는 것이 참다운 여행 임을 어렴풋이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차 열심히 만들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석가명차 오운산이 중국에 기지를 만들고 차를 생산한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좋은 차를 찾아서 사백여 곳 차산지를 조사한 기록과 가공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오운산의(悟雲山-운남의 차산을 깨닫다) 뜻에 맞는 차를 출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3월 1일에 시행되고 있는 선주문 공지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지만 우선 큰 틀에서 지금까지 제가 깨달은 바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차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차산지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

*차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수차의 오묘한 향기는 소수차가 대체할 수 없다.

*야생차는 대자연의 순수한 맛과 향기를 품고 있지만 내재된 성분이 풍부하지 않고 마시면 배탈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잘 선택해야 된다.

*차는 예술이 아니라 노동이다. 좋은 차는 장인의 손맛이라기보다는 과학이다. 최신 생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한다.

*무엇보다 사람이다. 차농과의 관계를 강화한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차농의 정성과 생산 유통하는 사람의 양심이다. 그리고 정성껏 만들어진 차를 따르고 마시는 사람의 혜안이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오운산에서 생산한 모든 차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량식 시음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차는 이런저런 논리를 떠나서 맛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생산한 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들을 마셔보고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은 소량식 선택하여 부담 없이 마시는 것이 즐거운 차 생활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의 진정한 고수차는 고가이지만 마니아 층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주문을 받아서 따로 생산하겠습니다. 차업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고 모두가 힘겨운 시절입니다. 일반 대중이 차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오운산도 정규 제품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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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엽한 차

2월 16일 중국으로 들어와서 줄곧 운남에 머물면서 올해도 변함없이 여러 차산을 다녔습니다. 올해 봄차의 특징으론 우선 다소 심각했던 가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작년을 제외하면 지난 몇 년간 계속 가뭄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일 년이 우기와 건기로 나뉘고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운남의 지리적 특성을 생각하면 봄에 비가 적은 것은 당연합니다. 매년 1월부터 4월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5월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됩니다.

올해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연속성이 이어진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년이 예년과 달리 비가 너무 많았던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생산량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올해는 급감한 느낌이 들지만 매년 통계로 나타나는 생산량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는 일부 지역의 경우 봄차 생산량이 평년의 30% 도 안 된다고 합니다. 저희도 경동 지역의 단주차는 찻잎이 부족해서 선입금을 받았지만 결국 생산할 수 없었고, 경동과 석와 지역은 작년 봄 고수차를 일부 섞었음을 밝혀 둡니다. 이무 쪽 고수차 생산량은 확실히 줄었고 기타 지역의 차농들 이야기는 보통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생산량의 편차는 차밭이 위치한 지형과 토양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원시삼림 속에서 잡목들과 어우러져 적당한 그늘이 형성된 곳, 비탈진 지형의 계곡 아래쪽 그리고 수원이 가까이 있는 차밭은 웬만한 가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늘이 없는 평지 차밭 그리고 주변에 잡목이 없고 밀식 재배된 곳, 바위와 돌이 많고 마사 토양으로 이루어진 차밭은 가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차의 품질은 다소 덜쑥날쑥합니다.

좋은 것은 아주 좋고 아닌 것은 영 아닌 차들도 많습니다. 어느 해보다 좋은 차를 선택하기 어려웠던 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생산된 차들은 탕 색이 흐린 경우가 많습니다. 가뭄이 심한 해에 생산된 차들은 잎 속의 수분이 적어서 가공 중에 쉽게 파괴됩니다. 특히 살청과 유념이 까다로운데, 첫 탕을 우려 보면 가공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잎이 많이 파괴된 차는 탕 색도 탁하지만 쓰고 떫은맛이 단번에 우러나기 때문에 첫 맛은 강하고 내포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근년에 들어서면서 유명 지역이라도 차밭을 구분하는 경향이 뚜렸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고수 단주 등 차나무의 굵기로만 구분하다가 점차 차맛을 알아가면서 차나무의 품종과 생태환경 그리고 토양 등의 중요성을 인식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같은 마을이라도 차밭의 위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고 찾는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결국 올해 마흑의 석문감 단주차는 채엽할 수 없었습니다. 석문감 차밭 중에서 큰 감람나무가 있는 곳을 석감1호 차밭 등으로 구분해서 매년 일정량의 원료를 확보하곤 했는데, 나중엔 차밭 주인도 그렇게 부르더니 올해는 특정 상인이 제가 지목한 차밭의 생엽 가격을 훨씬 높게 책정해서 모두 가져갔다고 합니다. 제가 분류한 차밭이고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차농 입장에선 경제적 가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매년 오르기만 하던 고수차 가격이 올해는 약보합세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몇몇 유명 지역의 차들은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말만 풍성하지 실제로 제값 받고 거래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보다는 생산량이 확실히 줄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차 업계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는 보이차 업계의 큰손들도 주춤한 상황입니다. 생산량이 준만큼 모차 소비량도 대폭 줄었기에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없습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맹해지점

멍하이 쪽 여러 차창에는 방송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인터넷 업체들이 난립했다가 봄차가 마무리되면서 그들도 철수하는 분위기입니다. 일종의 쇼핑몰 형태로 운영되는데 '왕홍(网红)'이라고 부르는 이름난 연예인을 내세워 하루에 수십억 원어치를 팔았다는 소문이 나돌더니 반품률이 절반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현지 차농이 서툴지만 꾸준하게 정직한 제품을 소개하는 곳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상한 차를 이상한 가격으로 소개하고 '떴다방' 씩의 한탕주의가 접목된 판매 방식은 차 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인정받는 차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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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곤명-심천-인천으로 귀국합니다. 61~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티월드 박람회에 참가하고 615~18일까지는 부산 백스코에서 열리는 차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후 잠시 동안 본사에 머물 것입니다. 박람회 기간이나 제가 본사에 머무는 동안 방문하시는 분들껜 직접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매년 비슷한 일정으로 운남으로 가서 봄차를 마무리하고 귀국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로 대표 되었던 오운산 제품의 구성도 완전히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올해가 기존의 패턴을 유지한 마지막 제품이 될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오운산(悟云山)의 뜻 그대로 '운남의 차산을 깨달은' 바를 적용한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깨닫다'라는 뜻은 광범위합니다. 제가 깨달은 바는 다만 십여 년 운남의 차산을 헤매며 나름대로 파악한 차산의 특징과 좋은 차의 조건들입니다. 지금까지 462 곳의 고수차 산지를 탐방했고, 셀 수 없는 품평을 통해 100여 가지의 제품도 출시했지만 저의 깨달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도 중국에도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 저보다 더 노력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다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저도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차산 또는 마을 중심의 생산 방식에서는 탈피할 계획입니다. 이무. 맹해. 임창. 보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한 가지 차만 출시할 예정인데, 분명한 것은 좋은 차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수차는 같은 지역의 차밭이라도 수백 년에 걸친 변이 그리고 지형과 일조량 밀집도 등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오우산 보이차

제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자주 마시다 보면 결국은 내 몸이 먼저 알게 되는 것이 차입니다. 화려한 포장, 능란한 언변, 유명 지역의 고급차로 아무리 치장해도 차는 결국 마시는 것이지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좋은 차는 화려하지도 맹맹하지도 않습니다.

 

향기로운 꽃이나 달콤한 과일 맛으로 비유할 수 있지만 차는 역시 차일뿐 결코 꿀이 될 수 없고 향수도 아닙니다. 좋은 차는 담백하지만 맑고, 수수하지만 여운이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은은한 단맛이 감칠맛을 돋우어 자꾸만 마시고 싶어지고, 마시다 보면 호흡을 동반하는 미묘한 향기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최해철 대표

처음부터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차를 마시면 차맛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환상을 좇아 다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다 보면 중도에 차 생활을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좋은 것이려니 생각하고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시로 물처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아닌 그 무엇이 차에 있음을 누구나 알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차는 꼭 특정 종류의 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차를 접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차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국 차인 이라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차를 조금이라도 곁에 두고 마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도 좋은 차를 생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국 차 산업의 발전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노력하시는 차농 분들에게도 응원의 마음 전합니다. 부디 차를 만드는 분, 판매 하시는 분, 마시는 분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인연 닿는 분들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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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운남성 행정구역 내에서 차나무의 씨앗, 열매, 뿌리, 줄기,묘목,새싹, 잎, 꽃 및 기타 재배 재료 또는 번식 재료를 수입하거나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규정을 위반한 경우 당국은 수집 및 구매한 고차수 재배 재료 또는 번식 재료를 몰수하고 1만 위안 이상 5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작년 11월 30일에 운남성 정부에서 발표했고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운남성 고차수 보호 조례 중의 한 조항입니다. 인류의 유산 중의 하나인 고차수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합니다. 기타 항목에 있는 여러 가지 조항들은 고차수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로 대부분 수긍이 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제17조 항인 위의 구절은 외국인인 저희에게 해당되는 것인데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차농으로부터 모차를 수매해서 출시하는 것은 당장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오운산은 현지의 차농과 공동으로 투자한 것이지만 여러 곳의 초제소를 운영하고 있고 일부 지역의 차밭은 일정 기간 계약하여 직접 생엽을 가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는 멍하이에 있는 유일한 한국인 명의의 회사라서 집중 관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서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신경 쓰이는 바가 있어서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문의도 해보고 앞으로의 방향도 검토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국의 자산 중에 하나인 고차수를 외국인이 임의로 반출하거나 개발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국의 고유한 자산을 후손을 위해 보호하고 개발하는 것 또한 자국민으로 한정하는 것이 중국의 미래에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지구촌 시대에 전 세계 소비재의 산실이라는 중국에서 고유한 자산의 개발은 자국민으로 한정해서 보호하고 특별한 가치가 없는 소비재는 전 세계에 팔아먹는 이중적인 모습이 다소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글로벌한 시대라지만 어느 나라 정부던 우선은 자국민의 이익을 수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정된 자산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자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그동안 고수차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개발해 온 기존 외국인 업체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나라는 대만과 한국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정치적 원인 또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아무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는데, 이번의 조치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재배 재료와 번식 재료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고수차를 생산해서 출시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범위가 확장될지가 문제인데, 상황 속의 최선을 찾아나간다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언젠가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고차수는 차가 생산되는 어떤 나라던 조금씩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수 천 톤씩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운남성의 남쪽 지역과 미얀마 라오스로 이어지는 국경 지대입니다. 희토류, 니켈 등 일부 광물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호하고 있고 개인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는 품목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오직 자기 나라에만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보호하고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려 할 것입니다. 지금은 시행 초기라서 이러한 정책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외국인이 운남의 고차수를 개발하고 고수차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3월 15일이 올해 선주문 마지막 날입니다. 45% 할인.

오운산에서 일년에 딱한번 시행하는 특별 할인 행사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 바랍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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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석가명차 오운산 경쟁전략 분석 표지

이 논문은 중국 상하이의 '복단대학' 대학원생이 석가명차-오운산을 표본으로 작성한 석사 논문입니다. "한국석가명차보이차독립품패경쟁전략분석"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작년에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논문 심사에 최종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자의 동의를 구하고 원본을 번역해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논문의 근본 취지는 중국차 문화의 발전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것입니다. 논문을 쓴 '정령鄭玲'이란 이름의 학생은 MBA 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의 '고려대학'을 유학하였습니다.

석가명차 조직구성

정령 학생과 저는 논문을 쓰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던 관계입니다. 한국에 유학하면서 보이차를 즐겨 마셨던 것이 논문의 주제를 선정한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논문 준비 과정에서 석가명차-오운산 블로그의 글들을 읽었고 주변의 여러 차인들이 저희 회사를 추천해 주셨다고 합니다.

 

논문을 쓰기 위에 중국의 유수한 보이차 회사도 탐문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생산이념, 경영이념이 확실하고 해외에도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석가명차를 표본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시장분석 프로그램인 ‘SWOT’ 등을 대입하여 한국의 차시장을 세밀하게 분석하였습니다. 윈난성 멍하이에 처음으로 외국인 명의의 '차업유한공사'를 설립한 석가명차가 지닌 강점과 한계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비록 중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한 논문이지만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한국 차 시장의 현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로선 그 동안의 과정을 돌아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해나간다면 이 논문은 앞으로 석가명차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논문은 일반적인 홍보 책자와는 다른 것입니다.

 

석가명차 중국 차 박람회장 부스

사실을 바탕으로 철저히 검정되어야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습니다. 한국 보이차 회사의 경영이념과 생산이념을 중국 유수의 대학에서 학문적인 연구 결과로 담은 논문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전세계에서 차를 공부하고 차 관련 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논문의 저자인 정령 님과 저희에게 소중한 기회를 열어주신 한국의 소중한 차인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글로 번역해서 출간하는 것이라서 논문의 중국어 원본은 몇 장으로 축약해서 뒤쪽에 싣고 앞쪽에는 번역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등 그 동안 석가명차-오운산 블로그에 제가 발표했던 보이차 관련 몇 가지 글과 윈난성 차산 지도를 부록으로 수록합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대표 최해철

* 박홍관 대표님이 주관하시는 티웰 출판사에서 저희 회사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논문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보이차, 커피 등 현재 한국 차시장에 대한 여러가지 통계 자료들이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차업을 하시는분들 그리고 차를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매품으로 출간한 것이라 서점에서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전국의 오운산 대리점이나 본사로 문의하시면 발송해드리겠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한 뒤, 구입하고 원색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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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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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단대학 석사 논문

쿤밍의 차창에서 일차 압병을 완료하고 멍하이 가게로 내려왔습니다. 건조와 포장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발송하자면 앞으로 10일 정도는 더 소요될 것 같습니다. 텅총, 더홍 지역은 채엽이 늦어져서 좀더 늦게 발송될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통관되면 유월 중순에는 한국에 도착하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물류 사정이 좋지 않아서 유월 말경에 도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울차박람회' 기간이 올해는 62~5일까지라서 그전에 올해 생산된 차들을 도착시키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박람회 기간에 맞추어 귀국하면서 모든 차들을 우선 두 편씩 샘플로 챙겨서 들고 갈 예정입니다. 한편씩은 전시하고 한편씩은 시음 샘플로 사용할 것입니다.

석가명차 제조 보이차에 대한 분석

그리고 최근엔 작년에 중국 상하이의 '복단대학' 대학원생이 저희 석가명차-오운산을 표본으로 작성한 졸업 논문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한국석가명차보이차독립품패경쟁전략분석"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작년에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최종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복사본을 부탁하여 한국에서 출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취지는 중국차 문화의 발전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것입니다.

 

논문을 쓴 사람은 '정령鄭玲'이란 이름의 학생으로 '복단대학'을 다니면서 '고려대학'을 유학하였습니다. 정령 학생과 저는 논문을 쓰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던 관계입니다. 한국에 유학하면서 보이차를 즐겨 마셨던 것이 논문의 주제를 선정한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논문 준비 과정에서 제 블로그의 글들을 읽었고 주변의 여러 차인들이 석가명차-오운산을 강력 추천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소중한 기회를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논문을 쓰기 위에 중국의 유수한 보이차 회사도 탐문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생산이념, 경영이념 등이 확실하고 해외에도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석가명차를 표본으로 선택하여 한국의 보이차 시장을 세밀하게 분석하였습니다. 윈난성 멍하이에 처음으로 외국인 명의의 '차업유한공사'를 설립한 석가명차가 지닌 장점과 한계를 연구하여 중국차의 세계화에 공헌하고자 쓴 논문입니다. 비록 중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한 논문이지만 한국 보이차계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고 저희 회사로선 그동안의 노력을 인증받을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입니다.

 

아시다시피 논문은 일반적인 홍보 책자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철저히 검정되어야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앞으로 석가명차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보이차 회사의 경영이념을 학문적인 연구 결과로 발표함으로써 후학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본사의 이 과장이 번역을 담당하고 딸내미가 책으로 출판하기 위한 각종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월 쯤 출간할 예정인데, 중국어 원문은 몇 장으로 축약해서 뒤쪽에 싣고 앞에는 번역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등 그동안 제가 멍하이 일기로 발표했던 오운산의 핵심적인 내용도 다시 정리해서 함께 수록할 예정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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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죽양자 차왕수

5년 전부터 매년 활죽양자 야생차왕수를 채엽하는 것으로 봄차를 시작합니다. 올해가 계약한 마지막 해인지라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있지만 좀 더 논의를 해봐야겠고 우선은 차향에 빠집니다. 1호수는 아직 이르고 키가 가장 큰 2호수부터 채엽했습니다. 올해는 일기도 순탄하고 작황이 좋아서 작년보다 생엽 기준 7kg 정도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엄마는 채엽하고 아이들은 차나무 그늘에서 가끔 엄마를 부르며 놀고 있습니다. 귤을 두개 주니까 처음에는 잠깐 망설이더니 껍질을 벗겨 머리 위로 신나게 던집니다...^^ 차밭에 있는 이끼 낀 바위랑 동무하며 자연 속에서 뒹굴고 있는 아이의 맑은 미소가 천진불같습니다.

하개 만매 차왕수

하개 만매 차왕수를 채엽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차나무 정대표가 계약한 것인데 매년 오운산에서 생산해 주고 있습니다. 과도형 차나무라서 찻잎이 비교적 빨리 핍니다. 허카이 고수차는 이 나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채엽에 들어갑니다. 아래쪽에 한 가지를 쭉 뻗어서 아이들도 강아지도 걸터 앉아서 놀수 있도록 배려하는 나무입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차나무입니다.

올해는 생엽 기준 작년보다 2kg이 증산된 12.5kg이 채엽 되었습니다. 채엽이 시작되면 매년 생산량 맞추기 내기를 하는데 올해는 오운산 곤명점 친종이 정확히 맞추었네요. 맞춘 사람이 저녁을 사기로 했지만 매년 제가 사는 것은 당연합니다. 생산도 많이 되고 차 향도 예년보다 좋아서 가게 근처의 '훠궈' 식당에서 기분 좋게 한턱 쐈습니다.

서쌍판납 고속철도역

3 28일 묵강의 봉황산으로 갑니다. 작년에 곤명에서 서쌍판납 경홍까지 고속전철이 개통되었습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8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3시간 반이면 도착합니다. 산골로만 다니다가 문명의 이기를 접촉하니 신기하고, 간단한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어서 편리합니다. 묵강까지 가는 1시간 40분 동안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봉황산 차창

묵강의 봉황산 차창에 왔습니다. 조회장이 내일 곤명에 일이 있어서 자신이 초제소에 있을 때 오면 새로 개발한 차밭을 직접 안네 해주고 싶답니다. 원래는 오늘 이무 쪽으로 가려고 계획했는데 일정을 변경하였습니다. 봉황산 쪽 상황을 둘러보고 내일 홍허로 이동할 것입니다. 모래쯤 홍하에서 강성을 거쳐서 들어가는 옛길을 따라 이동해서 이무 쪽 상황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현재 외국인은 이무 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지만 산이 있으면 길이 있고 강이 있으면 나룻배가 있겠지요 ᆢ^^

봉황산차업유한공사 조회장과 최해철 대표 기념 사진

초제소 대문에 들어서자 마당 한가득 늘려 있는 막 살청을 끝낸 모차 향기가 가득합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봉황산차업유한공사' 조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초제소 이곳저곳을 참관합니다. 차밭은 유기농 인증을 받았는데 초제소는 아직 최종 인증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답니다. 생엽이 들어오면 노엽과 황편을 골라내고 무게를 측정하는 진입 과정, 스테인리스 통으로 제작한 위조 공간, 최신식 살청 기계를 설치하고 전수공과는 따로 분리한 공간 그리고 1층은 제작 2층과 3층은 쇄청 공간으로 지정하여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북회귀선을 지나는 최해철 대표

쇄청 시설이 되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칸막이를 설치하여 쥐, 고양이 등의 동물들이 침범할 수 없도록 막아두었습니다. 차밭으로 가는 길에 이곳이 북회귀선이 통과하는 지점이란 표식이 있어서 폼 잡고 한번 걸어 봤습니다.

작년 연말에 새로 봉황산에서 계약한 차밭을 탐방합니다. 해발 1950m 왜화 된 차나무들도 보이지만 비탈에 위치하여 물 빠짐이 좋고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입니다. 차나무가 위치한 지형도 좋은 차가 생산되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입니다.

봉황산 조회장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기까지 차를 좋아하여 고향 주변의 여러 차밭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봉황산 전체 차밭의 절반 이상인 2200무 한국 평수로 44만 여평의 차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고수차밭 위주로 시음하면서 각 지역의 특징들에 대해서 논의하였습니다. '봉황산차업유한공사'의 차엽 분류 기준은

생태차: 30년 이상

노수차: 50~80

고수차: 100년 이상

단주차: 그 지역 차밭에서 가장 굵은 몇 그루 정도로 구분합니다.

지역과 차나무 수령으로 구분하여 모차 생산이 완료되면 생산된 원료를 다시 같은 등급끼리 모두 함께 섞습니다. 당해 연도의 작황과 시장 상황을 참고하여 가격을 결정한 다음 일부는 모차로 판매하고, 일부는 봉황산 상표로 압병하여 출시하고, 일부는 소장용으로 돌린답니다. 병배하기 전에 내가 각 지역에서 생산된 고수차를 먼저 시음하고 한국 차인들이 좋아하는 차밭의 원료를 선택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줍니다.(같은 가격이지만 좋은 원료를 먼저 선택해서 가져가면 전체적인 품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대신에 매년 봉황산 각 지역에서 생산된 고수차 샘플을 제공할 테니 등급을 매겨달라고 부탁합니다. 60여 가지 고수차 샘플에 순위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매긴 등급이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수령의 나무지만 품종과 산지의 환경에 따라 차맛은 천차만별입니다.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순위를 매기기보다는 인연 닿는 데로 봉황산 지역의 차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차밭의 차를 알려줄 수는 있겠다고 대답하고 두손을 맞잡았습니다

오운산은 봉황산이 가진 자산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작은 회사입니다. 우연찮은 인연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오운산의 경영이념에 적극 공감하며 '봉산산차업유한공사'의 한국 보이차 시장 진입을 위해 이유 불문 가격 불문 백지수표를 건네주겠다는 그의 신뢰가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작년에 겨우 50킬로 고수차만 수매해 준 이국의 차 친구를 극진하게 대접해 주는 조회장의 뜻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오롯이 품고 갑니다.

봉황산에서 다섯 시간을 달려 홍허 차농의 초제소에 도착하니 마침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식당으로 따로 모시겠다는 걸 단박에 거절하고 차농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음식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싫어하는 음식도 없습니다. 그저 주어지는 데로 먹는 편인데 수십 가지 음식이 식탁에 올라와 있으면 오히려 거북합니다. 깨끗한 환경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이 묻어나는 현장에서 소통하며 나도 차상을 떠나 차농 임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홍하 양제 지역의 차왕수를 채엽했습니다. 오운산에서 계약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편의상 차왕수라고 부르지만 공식적으로 지정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지역에서 눈에 띄게 굵은 차나무를 차농들이 그렇게 부를 뿐입니다.

홍하 쪽은 운남의 다른 지역과 달리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답니다. 홍하 아포리산 야생차왕수는 7~8 번 정도 채엽하고 단주차는 보통 두번정도 채엽합니다. 야생차왕수는 3차까지 채엽되었습니다. 홍하 양제 지역에서 24 곳으로 나누어져 있는 114그루 단주차의 절반은 1차 채엽이 완료되었습니다. 2019년부터 10년간 오운산에서 계약한 이 지역의 단주차 생산량은 300kg 정도인데 오운산 몫은 절반입니다.

그동안 채엽 된 단주차들을 품평하고 우선 4 곳의 단주차를 낙점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원 보호구역 안쪽에 위치한 삼림 차밭에서 굵은 차나무만 골라서 생산하고 있는 홍하고수차도 품평하였습니다. 올해 대체로 작황이 좋습니다. 생산량도 작년보다 늘었고 외지 차상들의 방문도 거의 없어서 저희로선 여러가지 생산 환경이 좋습니다. 다만 모두들 어려운 시기라서 권하자니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홍하에서 새벽부터 여러 단주차 채엽 현장을 둘러보고 이무로 출발하였습니다. 운남의 각처에도 코로나가 발생하고 있어서 시시각각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차마고도의 옛길인 홍하에서 강성을 거쳐서 이무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출발 직전에 확인해 보니 강성 근처에 코로나가 발생해서 통제되고 있다고 해서 다시 징홍으로 돌아가서 이무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현재 외국인은 이무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차농 친구들과 방법을 연구해 보니 유락산 쪽에서 상명으로 통하는 옛길이 있다고 합니다

핵산 검사의 유효기간은 48 시간입니다. 만약에 검문에 걸리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에 최소한 내가 안전한 상태라는 증명은 꼭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30일 밤 10 20분 전에는 무조건 이무로 들어가야 했고 그래서 이번 일정은 최대한 서두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허에서 8시간을 달려 이무 입구의 맹륜까지는 갔으나 결국 검문에 걸려서 멍하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이 있으면 길이 있고 강이 있으면 나룻배가 있으나 이무로 가는 길은 코로나가 막고 있더이다..^^봄차 생산 때문에 반드시 이무로 들어가야 한다고 사정했지만 중국인은 핵산검사 증명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 책임자의 인장. 파출소장의 인장을 받아서 현지 차농이 검문소까지 데리러 오면 가능할 수도 있답니다. 몰래 들어가지 못하도록 자동차 옆에 세워두고 앞뒤로 사진을 찍은 뒤 돌아가라고 합니다. 아직도 봉쇄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대처를 제가 뭐라고 탓할 수는 없지요

봉황산차업유한공사 회장 부부와 창장

쓸쓸히 돌아서는데 책임자가 다가와서 이무 근처의 미얀마 라오스 등 주변 국가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합니다. 멍하이 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 하루에 13 시간을 친종과 더불어 운전했습니다. 쓰러지듯 잠이 들고 다음날 27일 날 채엽한 하개 만매 차왕수를 한잔합니다. 부드러운 단맛이 그간의 피로를 녹여줍니다. 차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늘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과 좋은 차들도 수시로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아낌없이 나누길 좋아하는 정대표와 어려운 상황이지만 변함없이 지지해 주시는 모든 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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