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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23 - 유념(揉捻비비기)

 

살청이 끝나자마자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유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살청이 끝난 찻잎은 넓은 대나무 광주리에 늘어서 잠시(10분정도) 열기를 식힙니다. 가운데로 뭉쳐서 서서히 열기를 빼는 방식이 있고 바로 펼쳐 널어서 빠르게 식히는 방식 도 있습니다.

 

느린 식힘 방식은 탕색이 금황색 계통으로 아름답고 맛도 약간 부드럽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론 빠른 식힘 방식에 비해 맑은 향기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오운산은 약간 빠른 식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식힘이 끝나면 바로 비비기에 들어갑니다.

 

유념의 목적은 투명한 유리막에 싸여있는 찻잎을 깨트려 내물질이 밖으로 잘 흘러나오게 하고 돌돌 말아서 차를 각종 형태로 제작할 때 찻잎이 부스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적당히 식은 광주리의 찻잎을 일정량 둥글게 말아가면서 빙글빙글 한쪽 방향으로 돌려줍니다. 너무 강하게 말거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어 비비면 탕색이 혼탁해지고 침전이 많이 생깁니다.

 

강한 유념을 하면 찻잎속의 물질들이 일시에 많이 우러나기 때문에 탕색이 진해지고 맛도 강렬합니다. 반대로 약유념을 하면 탕색이 맑고 맛은 순하게 우러나옵니다. 두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천천히 길게 맛이 우러나오게 하자면 약유념 방식을 택하면 되고 햇차부터 강열한 맛을 추구하면 강유념 방식을 택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여린 잎은 부드럽기 때문에 약하게 비비기를 하고 억샌 잎은 조금 강하게 비벼줍니다. 현제 오운산은 전체적으로 약유념 방식에 가깝습니다.

 

오운산이 모차 제작에서 아직도 고민하는 문제 중에 하나가 이 유념 문제입니다. 아직도 확실한 결론은 없고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이 적당을 행동으로 말로 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냥 10분정도 잘 비비고 있습니다...

 

최근엔 기계 유념이 급속히 늘었습니다. 보통 기계 한 대 가격이 80만원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고 바쁠 땐 일손을 크게 들어줍니다. 유념은 보기엔 설렁설렁 쉬워 보이지만 계속 하다보면 아주 힘든 작업입니다. 하루 종일 단순 반복 작업이기에 힘이 한곳에 집중되어 어께가 많이 아프고 자칫 대충 넘어가기도 쉽습니다. 기계는 전기 동력의 일정한 압력으로 계속 진행하므로 사람이 주무르는 것보다 오히려 효과적인 비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운산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계 유념을 합니다. 전수공으로 한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오운산은 대부분 전통적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앞으로도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언제든지 참고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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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지운 박성채 대표

 

()천지운 차창(대표 박성채) 오픈 기념행사가 2017420일 차창 중앙 정원에서 가졌다. 안병호 함평군수와 이윤행 함평군의회의장의 축사와 부대 행사가 이어지면서 오픈 행사는 성황을 이루었다.

안병호 함평군수의 축사

테이프 컷팅

 

차문화 관련 인사로 백양사 주지 여연스님, 국제T()클럽 이진수 총재, 목포국제차문화과학과 조기정 교수, 장문자 회장, 이영애 회장 등 많은 차인들이 참여했다. 부대 행사로는 중국 전통 가면극, 사천에서 참여한 장취호 연출, 중국 공부차, 한국 접빈다례, 말차 시연을 하였다.

 

물류창고 설명

 

행사를 마치고 물류창고와 제조 설비를 박성채 대표의 안내로 살펴보았으며, 본관 건물 내에서는 여러 차탁을 이용하여 다우들과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 서울에서 대형 관광버스로 35명이 오픈 행사에 응원차 함께 참여하였다.

 

가면극

한국차 접빈다례

장취호

장취호 동영상

차도구 전시 공간

 

천지운 차창에서 차창이란 의미는?

티브랜드(Tea Brand)'는 서양식 표현이라면, 중국에는 차창(Tea Factory)'이란 표현이다. 중국에서 흑차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하관차창’, ‘오주차창같은 차창이란 이름을 알게 되는데 이런 회사는 차 농가들로부터 차(모차)를 수매하여 보관, 병배(블렌딩)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장에 차 상품을 내놓는 회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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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공장에서 살청하는 모습

 

멍하이 일기 22 살청(殺靑가마솥에서 찻잎 덖기)

 

위조 즉 시들리기가 끝난 찻잎은 가마솥에 넣어서 덖어 주는데 이 작업을 살청이라고 부릅니다. 푸름을 죽인다? 어감에서 오는 섬뜩함이 약간 거슬리지만 멍하이에서는 현제 거의 고착화된 용어입니다. 그런데 살청을 끝내도 푸름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습니다.

 

살청 시간이나 가마솥의 온도에 따라 색깔은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비교적 고온이라고 할 수 있는 200도에서 덖으면 녹색이 두드러지고 100도 정도에서 덖으면 연황색 계통이 됩니다. 녹차 같은 경우에는 300도 전후의 가마솥에서 여러 번 덖기 때문에 그야말로 녹차가 되고, 살청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점점 산화되어 검은색 계통으로 변합니다. 살청 역시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오운산은 전통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느린 살청법을 택하고 있는데 솥의 온도는 100 ~ 150도 정도로 맞추고 40분가량 덖기를 계속합니다. 처음엔 약간 고온으로 시작하고 점점 솥의 온도를 낮추어 줍니다. 보통 생태차는 30분 정도로 끝내고 고수차는 좀 더 시간을 길게 해줍니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찻잎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시간과 온도를 조절합니다.

 

어떤 곳은 솥 온도를 높여 10분 만에 살청을 끝내는 곳도 있고 또 다른 곳은 솥 온도를 80도 이하로 조절하여 아주 느리게 살청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꼭 좋다고 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에 맞는 차를 만들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철학 없이 그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면 저는 멀리 하겠습니다. 그 차에 맞는 최선의 가공법을 연구하고 원료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옳은 일일 것입니다.

 

살청 기계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데 전기를 이용하는 것과 목재로 불을 지피고 기계로 솥을 돌리는 방식의 반자동씩도 있습니다. 고수차는 아직도 대부분 손으로 직접 덖는 경우가 많고 소수차들은 점점 기계를 이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적 살청한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숙한 사람이 대충하는 것 보다는 기계 살청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손을 구해서 살청을 하자면 고수차는 1kg80위안 소수차는 30위안 정도의 인품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차는 1kg30위안도 안 되는 것들도 시장에 있습니다. 원료비용, 채엽비용, 살청비용, 그 외 기타 가공비용을 합하면 일반적인 차농이 생산한 차는 아무리 저렴하게 팔아도 70원 이하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 저렴한 차는 대형차창에서 대량 제배하여 기계 가공한 차이거나 문제가 있는 차일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살청의 주요 목적은 차를 익히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들리기를 통해 어느 정도 줄어든 찻잎속의 수분을 더욱 줄여주고 유념 즉 비비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찻잎을 솥에 넣고 약간 빠르게 뒤집기를 하는데 싱그러운 풋내가 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풋내가 가시면서 향긋한 단내가 올라오고 마지막엔 약간 고소한 향기가 납니다. 경험이 쌓이다보면 덖는 과정에서도 고수차인지 소수차인지 대충 구분이 가능합니다. 고수차는 비교적 무겁게 느껴지고 소수차는 가볍습니다.

 

차농들은 흔히 모차를 손으로 들어보고 차를 구분하곤 하는데 원시적이지만 비교적 정확합니다. 저도 매번 한손으로 들어서 무개를 가늠해보곤 하는데 확실히 고수차가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차농들처럼 맛도 안보고 차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다만 참고할 뿐이지요! 여러분들도 기회가 닿으면 한번 시험해보세요 아주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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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도 고차수

 

멍하이 일기 21 - 올해 고수차 생산량 급감 가격 폭등 -

 

올해 고수차 가격이 생산량 감소 등의 이유로 급등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격에 비하여 평균 35%가량 오른 것 같은데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것으로 새롭게 알려진 지역은 두 배까지 급등한 지역도 있습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최근 차시장의 불황 등의 원인으로 작년과 큰 차이 없거나 오히려 약간 내릴 것으로 기대한 시각이 많았으나 현제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생산량의 감소를 들고 있습니다. 올해 찻잎의 발아가 부진하여 작년 봄차 생산량의 60%정도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발아 부진의 이유는 여러 가지 가 있겠지만 올해가 윤달이라서 전체적으로 조금 늦어진다는 설과 과채엽으로 인한 고수차의 피로에서 기인한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과도한 채엽 문제는 고수차의 가치 급등으로 이미 예견된 문제였습니다.

 

옛날엔 봄철에 한번 정도만 채엽하던 것이 지금은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새싹만 돋아나면 채엽합니다. 더러는 일꾼을 고용하여 채엽하다보니 교육이 부족하여 기준을 무시하고 다음 새순의 발아 기점이 되는 어엽(魚葉)까지 따버리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좋은 원료를 최대한 좋은 가격에 구하고자 팔방으로 뛰어 다니는 저로서는 아주 난감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올초에 미리 선 계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일정량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지금 현제 형성되고 있는 가격을 저 또한 빤히 알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마냥 선 계약 조건만 내새우기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정품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농들의 사정을 충분히 헤아려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저래 올해 찻값은 일정부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운산은 매년 원료 가격을 기준해서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므로 변함없이 좋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현제 한국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최대한 이윤 폭을 줄여볼 생각입니다. 가격 폭등의 원인 중에 하나로 저는 근년에 불고 있는 단주(單株) 열풍도 한몪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수차를 수령 별로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고수차라고 하면 백여년 이상의 차나무를 총칭하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세분화 되더니 올해는 삼백년, 오백년, 천년 등으로 구분하고 따로 울타리를 쳐서 단주라는 이름으로 일반 고수차의 두 세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차왕수 또한 매년 경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올해 라오반장 차왕수 모차 1kg 경매가격이 육천만원을 돌파했고, 방웨이 1700년 과도형 차왕수는 작년엔 팔천만원 이였는데 올해엔 삼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향죽청 차왕수는 2015년 육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뭇 궁금합니다.

 

물론 홍보성 경매 가격이지만 주변의 고수차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맛으로 비교하면 차왕수나 주변의 고수차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그루 단주는 맛이 비교적 단조로운 경우가 많고 주변의 몇 그루를 섞으면 더욱 좋아 집니다. 저희처럼 매년 원료를 수매해서 차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원료 가격의 변동이 반갑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갑자기 폭등하는 경우는 더욱 어렵습니다.

 

예상했던 생산량을 맞추기 어렵고, 선주문 물량을 소화하기에도 급급합니다. 조금 더 올해의 봄차 상황을 지켜보아야겠지만 오월로 넘어가면 가격은 하락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올해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여 약간은 감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내년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오운산의 복심 중에 하나는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좋은 원료를 발로 뛰면서 발굴하여 가격대비 정말 좋은 차를 계속 생산하고 싶었는데 점점 어려워져 갑니다. 그러나 기회는 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높다고 꼭 최고의 차는 아닐 수 있습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격이 높으면 높은 데로 매년 일정량의 정품은 생산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운산은 유명 차산의 이름에 현혹되어 무작정 비싼차를 생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매년 출시되는 각 지역의 원료를 엄밀하게 시음하고 가격을 떠나 적합한 차를 생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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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20 - 위조(萎凋 찻잎 시들리기)

 

차산에서 채엽해 온 찻잎은 가공하는 초제소에 도착하면 바로 넓은 돗자리 등에 펼쳐서 널어줍니다. 차나무에서 찻잎이 분리되는 순간부터 일단 찻잎은 변화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뿌리에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므로 쉽게 말해서 말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채엽하다보면 먼저 채엽한 찻잎은 광주리 아래에 짓눌려 열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 갇혀 있거나 눌려 있으면 더욱 많은 열이 발생하여 점점 색깔이 검은색 계통으로 변하여 맛과 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차농들은 한두 시간 채엽을 하고는 차밭 사이사이 원두막처럼 지어놓은 공간에 수시로 찻잎을 부려놓고 다시 채엽을 하곤 합니다.

 

이곳은 갑자기 비가 오면 대피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점심 등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도 차산을 오르다보면 종종 스콜성 소낙비를 만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달려가서 피하곤 합니다. 허름한 오두막에서 흙냄새 맡으며 차산에 솟아지는 빗방울들을 감상하노라면 기분이 참 야릇합니다.

 

어릴 적 읽었던 단편소설 소나기생각도 나고 옛날 옛날의 그녀도? 그런데 채엽하던 할머니라도 한분 같이 있게 되면 참 난감합니다. 이거뭐 길 잃은 별도 아니고, 언덕 위의 하얀 집도 아니고..말도 안통하고, 할 말도 따로 없고, 서로 멀뚱히 하늘, 땅만 처다 보고 있다가 비 그치면 그냥 수그리고 나옵니다...비가 오면 채엽 작업은 바로 중단합니다.

 

물이 묻은 찻잎은 잘 마르지 않아서 자칫 가공도 하기 전에 부패하기 쉽고 비가 올 때는 가공하기도 어렵습니다. 위조의 목적은 가마솥에서 살청을 하기 전에 찻잎의 수분을 줄여주고 차맛을 부드럽게 하는데 있습니다. 시들리기 시간은 보통 두세시간 정도인데 오운산은 최소 여섯시간 이상 하고 있습니다. 홍차나 백차의 경우는 더욱 길게 하는데 보이차는 제작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위조나 살청 시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위조 시간을 길게 하면 쓰고 떫은맛이 줄어들고 부드럽고 단맛이 좋아서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먹기에도 좋은 차가 됩니다.

 

저희 오운산의 경영이념인 당년호차(當年好茶)의 이념에 맞게 제작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세월이 흐르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 오운산이 추구하는 보이차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차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자라고 그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변한 것은 사람들이겠지요! 가장 큰 변화는 바빠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비하여 위조도 살청도 쇄청도 모두 너무 빨리 끝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의 발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운산은 보이차의 옛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들리기를 하고 있는 찻잎을 한웅큼 움켜쥐고 향을 맡으면 상큼한 풀 비린내가 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단내가 올라옵니다.

 

여섯시간 이상 시들리기를 하자면 오후 늦게 들어온 찻잎은 밤늦게 살청을 시작하게 되는데 찻잎이 많이 들어온 날은 새벽까지 살청이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모차 생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좋은 원료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가공 방법도 중요합니다. 요즈음처럼 한창 찻잎이 생산될 땐 자칫 가공이 소월해지기 쉽습니다. 어떤 차농은 아예 위조를 하지 않고 바로 살청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수차에서 다소 자극적인 쓴맛과 떫은맛이 드러나면 위조 시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차 생산 과정에서 시들리기는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진정한 명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것 한 가지라도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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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 통에서 꺼낸 대홍포 

 

승설재(대표 김영숙)에서 첫 번째 초대전인 오야재의 청화백자 차도구 전, 마지막 날(16일) 오전에 잠시 방문하였다. 작품의 유형은 청화 기법으로 만든 개완, 다관, 찻잔 등인데, 한국 사람이 중국의 화법을 이용한 차도구 발표는 처음이다. 그래서 중국차 마니아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오야재 차도구

 

전시장 안에는 무이암차 전문 기업인 무이성에서 2016년에 런칭한 전장(典藏)제월대홍포가 보였다. 김영숙 원장은 작년에 마신 차 맛과 비교해 보자고 하며, 포장지를 열고 그동안 잠재웠던 차를 들어내었다. 이 차는 대홍포, 육계, 수선이 조화롭게 병배된 차로서 맛이 깔끔하다.

 

전장대홍포

 

무이성 공사 차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김원장은 이 차를 맛있게 마시는 팁으로 첫 번째는 물이 끓은 뒤, 한 김을 빼고 우려낸다. 두 번째 부터는 뜨거운 물을 바로 붓는다. 그렇게 마시는 과정에서 이 차의 매력이 드러난다. 이번 차에서도 대홍포와 수선이 가지고 있는 난향은 향기와 맛이 비슷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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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차산

 

멍하이 일기 19 - 채엽(采葉)찻잎따기

 

징마이(景邁)로우강(糯崗)이라는 지역에 있는 단주(單株) 26그루를 계약하고 오늘 직원들이랑 빼이징에서 오신 손님 그리고 며칠 전에 감시병으로? 들어온 마눌님이랑 같이 채엽 행사에 동참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현장에 가서 채엽하는 장면 등을 촬영하고 감독만 하려고 했는데 차철이라 일손이 부족하여 직접 나무에 올라 하루종일 채엽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단주라고 하지만 천년 수령의 거목은 아니고 오백년 전후의 고수차라서 사다리나 보조 기구 없이도 차나무에 올라가서 큰 어려움 없이 채엽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차왕수급의 나무는 대부분 울타리를 처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채엽의 편리함과 채엽시 가지의 부러짐 등을 방지하기위해 나무 주위로 대나무 등을 엮어서 채엽 보조대를 설치한곳도 많습니다. 그럼으로써 그 나무의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최근엔 너도나도 단주단주를 외치고 있어서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모든 노동이 그렇듯이 막상 시작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늘 지켜만 보다가 막상 대나무 질통을 걸머지고 가느다란 차나무 가지에 온몸을 의지한 채 한잎한잎 차싹을 움켜쥐고 채엽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굉장한 중노동입니다. 땅에서 채엽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고수차가 자라는 지역이 대부분 비탈진 곳이라 갈지자로 다리를 벌리고 한두시간 채엽에 집중하다보면 하체가 달달 떨립니다..이러다간 강원도 할머니처럼 한쪽다리가 짧아질 것 같습니다..보통 아침 6시 전후해서 차산을 오르는데 찹쌀로 만든 주먹밥 등을 준비해서 갑니다. 현장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늦게 돌아오는데 잘하는 사람은 하루에 고수차 생잎 15kg 정도를 수확합니다.

 

한그루당 찻잎의 수확량은 차나무의 수령에 따라 나무의 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향죽청 차왕수는 생엽으로 100kg이상 생산되고 노반장 차왕수는 5kg정도입니다. 저희들이야 완전 초보라서 잘해야 하루에 칠팔 키로 땁니다. 보통 일창이기(끄트머리의 뾰족한 잎을 창이라 하고 그 아래 펼처진 잎을 기라고 합니다 )를 채엽하는데 더러 일창삼기 사기도 있습니다. 소수차는 주로 일창일이기가 많고 고수나 단주차는 귀하기 때문에 일창삼사기까지 수확하곤 합니다.

 

소수차는 3월초부터 채엽하기 시작하지만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잎이 늦게 나와서 고수차는 보통4월 달부터 수확합니다. 채엽은 간단한 작업이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잘못 채엽하면 내년의 수확량이 줄어 덜기도 하고 차맛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작년 찻잎이나 어엽(魚葉올해 나왔지만 작고 딱딱한 잎)을 잘못 채엽하면 살청이 잘되지 않고 말리면 누런색의 황편이됩니다.

 

나무에 올라가 채엽할땐 작은 벌레들이 많아서 토시등을 착용하는것이 좋습니다 저녁에 돌아오면 온몸이 간지러워서 잠못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기 양양 차나무를 오르던 마눌님이 밤새 긁어대는 통에 저까지 잠못이루는 밤이되었습니다. 연녹색 새싹을 구부리면 가볍게 톡톡 끈어지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양손에 움켜쥐고 계속 채엽하다보면 자꾸만 먼저 채엽한 입들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나무에서 내려와 주우면됩니다 ..그런데 생잎만 봐도 고수차인지 소수차인지 단박에 알수 있다는 도사?들이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맛을봐도 어떨땐 헷갈립니다.

 

엽맥을 살핀다든지 문질러보곤 하는데 참고가 될수는 있지만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윈난의 차산엔 온갖 종류의 차나무도 있지만 온갖 종류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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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해에 있는 석가명차

 

멍하이 일기 18 - 윈난 차여행 마무리 -

 

약 이주일 동안 린창으로 오신팀과 멍하이로 오신팀을 모시고 유명 차산지를 돌았습니다. 이번에 다닌 곳 이외에도 한국엔 아직 덜 알려졌지만 좋은 고수차가 나오는 지역은 많습니다.

 

멍하이 차취의 대표적인 곳은 멍송(勐宋)의 나카(那佧), 따멍롱(大勐龍)의 멍송(勐宋), 포랑산(布郞山)의 빠카롱(패카롱壩佧龍).파량(帕亮), 빠달(巴達)의 장랑(章朗).만마이(曼邁) 등이 있고 린창차취의 샤오후샤이(小戶, 동궈(동과懂過), 빠누어(패나壩糯), 샤오멍어(小勐峨), 바이엥샨(白鶯山), 따챠오샨(大朝山), 용더(永德) 이무차취의 만송(曼松), 부허탕(薄荷塘), 통칭허(同慶河), 완공짜이(만궁채彎弓寨), 이산무어(일선마一扇磨) 푸얼 차취의 쿤루샨(困鹿山), 미디(迷帝), 우량샨(無量山), 치엔지아짜이(千家寨), 샤오징구(小景谷) 등이 있습니다.

 

최근엔 변경 지대인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의 차산들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제 저희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고수차는 236가지입니다. 아직도 제가 모르는 산지도 있을 것이므로 현제 고수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어림잡아 수백 군데에 이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맛과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곳들도 탐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론 몇 시간씩 산행을 해야 되고 심심산골의 차농집에서 숙박할 각오도 해야 합니다. 막연히 별빛 찬란한 산골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생각하신다면 착각일 수 있습니다. 현장은 언제나 현실입니다. 때론 천 길 낭떠러지를 아슬아슬 건너야 되고 절벽도 기어 올라야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산골에도 전기가 들어와 있지만 걸핏하면 정전이 될 수 있고, 차농의 집안으로 들어서면 대낮인데도 깜깜해서 잠시 눈동자의 초점 고르기를 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일미터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별빛은 찬란하지만 소변이라도 볼라치면 북두칠성을 보고 방향잡기도 그렇고..아무튼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산골은 밤이 되면 조금 살살한데 아마도 일이년은 빨지 않은 것 같은 콤콤한 이불을 덮어쓰고 벼룩에 물려가면서 잠을 청하자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대부분 밤을 꼬박 새우기 일색인데 산골의 밤은 길고도 또 깁니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결코 알지 못할 깊은 철학이 있습니다...

 

그래도 경험해 보시고 싶은 분이 있다면 기꺼이 초대하겠습니다...무슨 일이든 친구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여행오신 일행은 다행이? 한번도 비행기의 연착이 없었는데, 윈난은 비행기의 연착이나 결항이 비교적 자주 있음으로 만약을 대비한 일정을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숙박지는 반드시 사전에 예약해야합니다.

 

특히 멍하이의 삼사월은 3개월전에 모든 호텔이 예약 완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차량이나 식당도 최대한 미리 챙기고 점검하는 것도 있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일정 중에서도 쿤밍 공항에서 1시간 30분가량 버스가 오지 않아서 속을 태운 적이 있습니다. 멀리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오신 손님들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일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다소 어수선한 중국이고 저희 또한 전문적인 여행사가 아닌지라 이해를 구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일 땐 좀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며칠 동안 좋은 님들과 함께 바삐 움직이다가 모두 귀국하시고 쿤밍 공항에 홀로 남아 있으면 약간은 쓸쓸합니다. 머나먼 고국에서 저를 믿고 찾아 주신 귀한님들 좀더 잘 모시고 잘 챙겨드릴걸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저는 또다시 멍하이로 향합니다. 일년중 가장 중요하고도 바뿐 철이라 잠시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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