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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러산에서

 

유러산((攸乐山)을 다녀왔습니다. 고육대차산 중에 하나인 유러산은 징홍(景洪)에 근접해 있어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습니다. 이우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모두 멍라현(猛臘縣)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멍하이에서 징홍을 거처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유러산에는 지눠족(基诺族)이라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정식 등록된 소수민족으로 크고 굵은 귀걸이를 하기로 유명합니다. 인구는 다 합해서 이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유러산 기슭을 중심으로 48개 마을에 집중되어 있고 징홍 등 다른 지역에도 소수가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지눠족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어서 유러산을 지눠산(基诺山)이라고도 합니다. 가끔 다른 산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보면 바로 압니다...

 

먼 옛날 제갈량이 남방 하여 윈난 일대를 정벌하고 이곳 일대에 차 씨앗을 심고 병사들을 남겨 살게 했으며 지금의 지눠족은 그때 남겨진 병사들의 후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공밍(孔明)산에서는 차나무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통차(竹筒茶)와 차 순을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 랑빤차(凉拌茶) 등이 이곳의 특산품이기도 합니다.

 

유러산의 여러 곳에서 고차수가 조금씩 나오는데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 롱파(龙帕), 롱마, 파라이 등입니다. 많이 알지진 곳은 비교적 길이 잘 닦여진 편이지만 대부분 아이화(矮化)차라고 부르는 주간을 잘라버려서 다시 자란 나무들 위주이고 진정한 고수차를 보려면 이우의 고수차 산지처럼 원시삼림 깊은 곳으로 두 세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찾아간 곳은 시쥬에이산(石嘴山) 자락으로 마침 도부장의 친척이 살고 있어서 환경도 확인 할 겸 방문하였습니다. 도로변엔 대부분 고무나무 숲입니다. 더러 고무나무 숲 아래에 가꾸어진 대지 차밭이 보입니다. 고무나무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유황 비료를 많이 쓰는데 차나무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이런 종류의 차들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도 1키로에 삼 사십 위안 정도입니다. 빠야촌(巴亞村)에 도착해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험로라서 오토바이를 타고 20분정도 달립니다. 산을 오르는 가장가까이 까지는 최대한 교통편을 활용하는 차원입니다. 울퉁불퉁 산길을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가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협소한 산길에는 나뭇가지나 잡초들이 길가로 처져 있습니다.

 

먼 산 경치만 보고 가다가는 오토바이 기사가 고개를 갑작스레 숙일 때 사정없이 나뭇가지 회초리를 맞을 수 있습니다.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됩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찔리면 종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데 기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산길은 늘 그렇듯이 호젓합니다. 토양은 전체적으로 황토가 많은 편이지만 한국의 여느 산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산길 중간 중간에 산죽도 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의 향기와 지저기는 새들의 정겨운 노래 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두 시간여 그야말로 동에 하나 서에 하나 고차수들이 보입니다. 차나무가 집중된 곳이라 봐야 30여 그루입니다. 밀림 속에서 자란 고차수들은 대부분 굴기는 가는 편이지만 키는 아주 큽니다. 보통 10여 미터 정도인데 사람이 올라가기가 어려워서 차나무 꼭대기를 당겨서 채엽하기 좋게 적당히 구부려 놓은 것들도 보입니다.

 

좀 더 굵은 나무는 구부러지지 않아서 아래 둥치를 반쯤 잘라 놓은 것도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원시삼림 곳곳에 한그루 씩 흩어져 있는 나무도 모두 주인이 있답니다. 이 깊은 산중에 있는 차나무를 어떻게 지키고 관리하느냐니까 맨 처음 차나무를 발견한 사람이 주변에 잡목들을 제거하면 그 나무는 그 사람 소유가 된답니다. 차나무를 숭상하는 민족이라서 그런지 일단 손질한 흔적이 있는 차나무는 절 때 다른 사람이 채엽하지 않는답니다. 생잎 맛이라도 보려고 하는데 고수차는 아직 싹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4월말이나 되어야 채엽을 시작한답니다. 가격을 물으니 생잎 1키로에 삼사백 위안 정도라니까 모차로 만들면 1500위안 한국 돈으로 삼십만원 가까이 됩니다. 이우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아직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차가 나올 때 쯤 다시 연락하라고 하고 하산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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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 만드는 아이

 

오늘이 정월대보름입니다. 이곳 멍하이에선 위엔샤오지에’(元宵節)라고 부릅니다. 집집마다 한국의 동지처럼 탕위엔(汤圆)이라는 찹쌀로 빗은 새알을 끓여 먹습니다. 그런데 팥이 들어가지 않아서 멀건 맹물에 새알만 둥둥 뜨는데 여기에 벌꿀 등을 첨가해서 먹습니다. 맛은 그냥 그저 그렇습니다. 한국 풍습처럼 나이 수대로 먹으라면 괜히 나이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맛이랄까요...

 

다른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저희는 정상적으로 출근했다가 조금 빨리 퇴근하여 집안에서 직원 아이들이랑 새알도 빗고 모처럼 한가한 오후를 누렸습니다. 이곳 멍하이는 태족자치주인지라 원래는 다른 소수민족들처럼 정월대보름은 따로 쇠지를 않습니다.

 

대보름 불꽃놀이

 

대보름이 한족의 명절이지만 한화라고 부르는 전 중국인민의 한족 화 정책에 따라 신정과 구정 그리고 추석 등을 공휴일로 정하여 같이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수민족 그들의 명절은 또 따로 쇱니다. 또한 각 소수민족들마다 명절이 다르기 때문에 멍하이의 어떤 달은 한 달이 쭉 명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족 명절에 초대받고, 태족 명절에 초대받고, 하니족 명절에 초대받고, 서로가 서로를 초대하여 먹고 마시고 놀다보면 그냥 한 달이 후딱 지나갑니다...

 

그래서 멍하이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일을 해야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어떨 땐 참 난감합니다. 다행히 저희 직원들은 각종 명절에 상관없이 출근하고 특히 도부장은 제가 있는 동안에는 쉬는 날도 없이 잠잘 때 빼고는 온종일 함께합니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깐깐한 도덕선생님 스타일이라 조금만 삐뚤어도 가만히 보고 있질 못합니다. 어떨 땐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아침 일곱 시만 되면 다섯 살배기 아들 녀석이 방문을 활짝 열고 축구하자고 깨우고 아침을 먹고 나면 직원이 먼저 서둘러 차에 시동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꼼짝없이 출근입니다.

 

 여기서 대충 어정어정하다가 직원에게 얕보이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강박 관념도 있습니다. 멍하이에서 유일하게 한국인 이름으로 정식 오픈한 가게이고 줄 곳 생활하고 있어서 어딜 가나 눈에 뜨입니다. 자칫하면 가십거리가 될 수도 있어서 늘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 모든 상황이 저에겐 오히려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만 매사에 착실히 생활하면 모든 것이 플러스알파가 되어 돌아옵니다.

 

 원래 잡놈인 제가 이곳저곳에서 고수차 시음할 때 운 좋게 산지를 몇 번 맞추었더니 보이차 도사로 알려지고, 아직 중국어가 완전치 않아서 말 수가 적은 것인데 천하에 점잖은 사람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저녁을 먹고 달이 뜨는 시점에 맞추어 직원들이랑 준비한 조그마한 폭죽을 터뜨려 보았습니다. 다른 집에서 워낙 요란하게 터뜨려서 깜짝깜짝 놀라며 불을 붙이고 새까만 하늘에서 빛으로 산화하는 불꽃들을 가만히 응시하였습니다. 그 너머로 멍하이의 달이! 대보름달이 솟아오릅니다.

 

가족들 생각이 우선 날 것 같은데 머릿속엔 온통 오운산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더 미안합니다. 다행히 잘 자라준 딸들, 불편한 몸으로 출근하고 있는 아내, 그리고 엄마! 어머니!...

 

이번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코빼기만 비추고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보름달을 마주하니 갑자기 엄마!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이 나이에 무슨 청승 서럽게 엄마라지만 저는 아직도 구순 어머니를 그냥 엄마라고 부릅니다. 아직도 반말로 말하고 때론 어거지도 부립니다. 그럴 때 마다 어머닌 저 녀석 언제 철 더냐고 나무라시지만 그냥 웃어 주십니다.

 

오늘은 대보름 바이주를 한잔 했더니 이야기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그야말로 일기가 되어버렸네요. 다음 편엔 좀 더 알찬 내용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충성!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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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야생차 새싹

 

야생차(野生茶)의 사전적 정의는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라는 차를 의미합니다. 아무리 오래된 차나무라도 옛날에 누군가 심은 것이라면 야생차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펑징의 상주칭(凤庆县香竹箐)에 있는 수령 3200년의 세계차왕수도 재배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야생차는 쩐위엔(镇沅) 치엔지아짜이(千家寨)에 있는 수령 2700년의 야생차왕수와 멍쿠 대설산에서 최근에 발견된 수령 2500여년의 야생차 등이 있습니다.

 

야빠오(아포)와 야생 고수차

 

그 밖에도 푸얼의 쿤루산(困鹿山 주변에 있는 천년 야생차 군락과 시쐉반나(西雙版納)의 화주량즈(滑竹梁子), 뢰이다산(雷達山) 일대에 흩어져 있는 야생차 등이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야생차 이외에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야생차들도 많이 있을 것이므로 이곳 윈난성은 이제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차의 발원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때 인도와 차의 원산지 논쟁이 있었지만 이러한 차들이 발견되면서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방웨이(邦威)에 있는 수령 1700년의 과도형차왕수가 발견되면서 야생에서 재배형으로 넘어가는 과정까지 확인되었으니 더 이상 논쟁할 필요조차 없어진 셈이지요.

 

희색 아포

 

야생차의 외형적 특징은 꽃이 재배형보다 두 세배 크고 백호(흰털)가 거의 없어서 찻잎이 매끈매끈 한 편이고 가장자리의 톱니바퀴가 없습니다. 과도형은 백호가 없는 편이며 가장자리의 톱니바퀴는 있지만 약하고 듬성등성 합니다. 일반적인 재배형 고수차는 백호와 톱니바퀴가 모두 있으나 대지차와 비교하면 약간 성글은 편이며 찻잎 중간의 줄기와 펼쳐나간 줄기 또한 명확한 편입니다.

 

그러나 절대적이진 아니니 다만 참고만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재배형 고수차는 생잎 4키로 정도면 모차 1키로가 생산되는데 야생차는 수분함량이 높아서 5키로 정도의 생잎을 사용해야 됩니다.

 

근년에 이러한 야생차를 원료로 한 차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다양합니다. 먼저 겨울인 12월에서 2월 사이에 출시되는 야빠오’(芽苞)라는 차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차나무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종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현지에서는 이 나무를 일컬어 후즈뿌샹수(猢子不上樹)라고 합니다. 원숭이도 올라가지 않는 나무라는 뜻인데 나무에 털이 많고 먹을 것이 하나도 안 달리는 나무라서 그렇답니다...

 

찻잎의 모양은 흰색계통으로 백호가 많으며, 맛은 뭐랄까요! 약간 생한 느낌이 있고 많이 마시면 독성이 있어서 그런지 속이 약간 거북하기도 합니다. 자주색 계통의 야빠오도 있는데, 밍밍한 단맛이 있고 비교적 길게 우러납니다. 그리고 진짜 야생차에서 생산되는 야빠오도 있습니다. 그러나 량은 아주 적은 편이며 특히 수령이 오래된 것은 희소합니다.

 

야생 고수차

 

정상적인 야생고수차의 생산 시기는 일반적인 고수차보다 약간 빠른 편입니다. 대부분 원시삼림에 한그루 한그루씩 분포해 있고 키가 큰 편이라서 채엽하기도 아주 어렵습니다. 아직도 변경 지역에서는 나무를 통째로 배어 넘기고 채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쓰러진 고목에 걸터앉아서 자랑삼아 인터넷 등에 사진을 올리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는데 수수천년 내려온 유산을 인간의 욕심 때문에 한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이러한 행태는 반듯이 사라져야할 것입니다.

 

저도 고수차를 찾아 심산의 골자기를 헤매고 다니지만 아프리카 오지에서 채굴되고 있는 핏빛 다이아몬드 전쟁, IS로 대표되는 문화유산 파괴범들의 만행을 연상케 하는 이러한 고수차 사냥꾼들의 작태는 진정한 차인의 이름으로 막아야 할 것입니다. 야생고수차 한잔을 마십니다. 자연과 더불어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이 수수천년 이어져온 역사를 호흡하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진정한 야생고수차의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개개인의 입맛은 다르므로 정답은 없습니다. 야생차는 생산되는 지역마다 약간씩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저의 경험으론 푸얼 쪽은 쓴맛이 비교적 강하고 시쐉반나 쪽은 단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공통적으로 마시고 난 다음 회감은 비교적 빠르고 오래 지속되는 편이며 마시고 나면 입안에 분유를 먹은 후 느낄 수 있는 잔향이 있습니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수령 천년이상의 나무만 골라서 생산한 것이라면 보통 1kg에 백만원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홍차로 제작한 것들도 보이는데 야생이지만 수령이 비교적 어리거나 여름, 가을 차들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오운산에서도 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 일대에서 자란 야생차들로 순료고수차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오운산에서 계약한 천년이상의 야생차 네그루는 일전에 20명 한정 선주문으로 판매 완료되었지만 주변의 다양한 수령의 야생고수차 원료를 모아서 소량 생산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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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청기

 

농민이 봄이 되면 마음부터 바빠지듯이 저도 요즈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바쁜 마음에 이것저것들을 챙기고 또 챙기곤 합니다. 어제는 여러 번 망설이다가 살청 기계를 한 대 구입하였습니다. 작년에 유념기를 구입하면서 같이 살려다가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보류했었습니다.

 

유념은 단순한 반복 작업이라서 기계로 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 일정한 압력으로 골고루 차를 문질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살청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서 기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그날의 날씨와 찻잎의 상태에 따라 살청 방법은 매번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살청이 진행되면서 그때그때 손길에 와 닿는 느낌과 향기로 마무리 시점을 잡아야하는데 기계로 돌리다보면 이 모든 걸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일손은 딸리고 숙련된 일꾼을 구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대충대충 하다가는 오히려 기계 살청보다도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마솥 살청이 전통적 방식이라지만 다소 비 과학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도부장과 그의 아들

 

또한 숙련공이라도 새벽까지 작업에 매달리다보면 피곤에 지치고 자칫하면 가마솥의 온도와 살청 시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살청기계를 제작하는 공장을 인터넷 등으로 검색해보고 여러 가게를 방문하여 실물을 확인한 다음 최종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비교적 잘 고려하여 만든 기계를 선택하였습니다. 14000위안 달라는 걸 도부장이 깎아서 13600위안에 구입했습니다...

 

도부장은 어찌나 알뜰한지 늘 하는 이야기가 저는 가격 협상 할 줄 모른다고 핀잔을 줍니다. 어떨 땐 강제로 나를 가게 밖으로 밀어 놓고 따따부따 협상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V 자를 그리며 빙그레 미소 짓곤 합니다. 저는 성격상 보통 아니다 싶으면 안사고 말지 잘 깍지는 않습니다.

 

옛날에 어느 회장님 말씀이 저는 기다 싶으면 눈이 동그래지고 목소리가 커져서 금방 표가 난답니다. 제 나름 데로는 이런 저런 전략도 세우곤 합니다만 중국에서는 아직도 언어가 완전치 않은 탓인지 도부장이 보기엔 영 서툴러 보이는 모양입니다...

 

물건을 잘 모르면 비싼걸 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리는 있는 것 같아서 일단 가게에서는 제일 비싼 것으로 샀습니다. 찻잎이 닿는 철판부분이 두꺼워야 잘 타지 않고 내구성이 있을 것 같아서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철판을 데우는 연료는 전기, 가스, 나무 등이 있는데 사용해본 분들의 의견을 물어서 화목용 살청기계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집 초재소로 옮겨 놓고 어제 오늘 계속해서 시험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시험용으로 도로변의 대지차 생잎을 1kg8위안씩 주고 사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시험하다보니 이것도 찻잎인데 돈이 아까운 것 보다는 아까운 농산물을 마구 태워서 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솥의 온도를 측정해주는 온도계, 회전 방향을 결정하는 푸시버튼,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기구, 화목에 바람을 불어 솥의 온도를 높여주는 송풍기,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송풍을 차단하는 온도조절기, 갑작스런 정전에 대비하여 수동으로 솥을 돌릴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까지... 제법 세밀하게 여러 상황을 생각하며 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온도계에 표시되는 온도와 실제 온도의 차이가 많은 것 같아서 공장에 물어보니 내부온도는 50~60도 높다고 합니다.

 

나 참 아까운 찻잎을 몇 번을 태웠는데, 그럼 진적에 알려주어야 하지 않냐고 하니까 중국은 원래 그렇답니다...온도계는 그저 참고만하고 각자 알아서 잘 사용해야 한답니다. 말이 기계지 나무로 불을 지피고 일일이 온도를 체크하면서 사용함으로 수동이나 비슷합니다. 다만 한꺼번에 생잎 약 30kg 정도를 가공할 수 있고 일정한 속도로 회전 운동을 하며 고르게 찻잎을 덖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이차 원료를 기계를 사용해서 가공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차도 잘 만들면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차는 차일 뿐입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창조해내는 예술 작품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차창에서는 기계사용이 이미 일반화 되었고 손으로 가공해야만 꼭 최선의 차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원료의 맛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올해는 마을에 위치한 저희 다원의 생태차 위주로 시험 가공을 해보면서 차차로 활용방안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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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념 작업 과정

 

1월에 귀국해서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고 221일 멍하이로 돌아 왔습니다. 한 달여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처리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님들을 만났습니다. 어디를 가나 저는 일복이? 많습니다. 때론 잠시 쉬고 싶은 날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멀리서 찾아주시는 님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습니다. 오운산이 확실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여러분들이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를 최선을 다해 실현시켜 나갈 것입니다.

 

현재 멍하이는 완연한 봄 날씨입니다. 아침저녁으론 아직 약간 쌀쌀하지만 낮에는 25도 정도입니다. 벌써 대지차들은 출시되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쪽의 일부 생태차들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예년에 비해 찻잎이 빨리 출시될 것 같습니다.

 

작년은 일기가 불순하여 찻잎도 늦게 발아했고 생산량도 대폭 줄었습니다. 때문에 고수차 가격도 폭등 하였는데 올해는 순조롭기를 바래봅니다. 그러나 주변의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올해도 고수차위주로 약간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살청과 유념을 할 수 있는 시설

 

오운산도 부지런히 차산을 다니며 작년에 차품이 괜찮았던 지역 위주로 조금씩 선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선 계약은 작년 가격에 준하여 하는데 계약을 했더라도 찻잎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르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다시 조금씩 조정해주곤합니다. 햇차가 출시되면 다시 맛을 보고 원하는 맛에 도달하면 잔금을 모두 지불하고 계약한 전량을 가져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올해 오운산의 한국 물량은 선주문으로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운산 한국 대리상을 비롯한 여러 님들이 선주문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오로지 저희를 믿고 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거금을 맡겨주신 여러 님들께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차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특히 빙다오와 라오반장은 2010년 저희가 진승차창 한국총판을 할 때 주문 제작한 경험을 살려 500g 조춘특제로 생산하기로 하였습니다. 조춘특제는 이른 봄 수령 300년 이상의 고수에서 첫 발아한 찻잎만을 정선하여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출시되자마자 진정한 고수차의 참맛을 찾는 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2010편 한정 생산한 제품이라서 출시되자마자 소진되었고 지금은 거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차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춘특제는 선주문 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신청하신 분들이 많아서 작년에 저희 자본으로 생산한 량보다 열배가까이 생산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오운산 전문점 위주로 조춘특제는 선주문을 받고 있는데 총생산량은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오운산의 주력 상품인 진. . 미가 출시되고 순료차로는 화주량즈(滑竹梁子)와 시꾸이(昔歸)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고수황편숙차가 출시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고수황편의 수매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기타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주문 제작 차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입맛에 맞는 정선한 원료로 최선의 상품을 제작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올해도 한국에서 차산 기행을 원하시는 팀들이 많습니다. 311, 323일에 오시는 팀은 이미 확정되었고 4월과 5월에도 한국에서 오시는 팀들이 있습니다. 바쁜 철이라 매번 저희가 모든 차산을 안내할 수는 없습니다. 323일 팀만 한국의 이과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고 저는 이곳에서 일을 보는 틈틈이 손님을 맞이할 계획입니다. 중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3, 4월은 가게 안이 매일같이 손님들로 꽉 차있습니다.

 

특히 325일은 올해로 네 번째로 개최되는 세계차인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2015년 당시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시작한 행사인데 태족, 하니족 등의 소수민족과 세계 곳곳에서 오신 차인들이 모여서 한바탕 어우러져 즐기는 행사입니다. 징마이의 옌종 차창에서 열리는데 매년 조금씩 발전하여 올해는 정식으로 세계차인축제라는 플래카드도 걸기로 하였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멍하이를 찾아오시는 분이 있다면 기꺼이 저희가 함께 모시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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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계약을 마치고

 

밤 열두시의 쿤밍국제공항은 한적합니다.

출국 수속을 하고 40번 출구에 앉아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작년에 백 여섯 번의 비행, 올해는 몇 번이나 탔는지 가물가물합니다. 날아온 거리만큼 다시 날아서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내 인생이 날아 온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다시 돌아갈 여비라도 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이 물에 젖은 듯 피곤합니다. 잠이 옵니다. 전에처럼 깜박 잠들면 공항 미아가 되어 온 길을 돌아가야 됩니다.

머리를 두드리며 두 눈 부릅뜨고 출구를 지켜봅니다.

빨리 비행기에 타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싶습니다.

 

새벽 다섯시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쿤밍에서 네시간을 날아온 여정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한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비행이라면 아예 포기하고 잠이라도 실컷 청하겠지만 새벽 두시처럼 네시간은 애매한 시간입니다.

 

어쩌다보니 네시간을 하릴없이 잊은 생각에 젖어 있다가 비실비실 내려서 KTX 역으로 향합니다. 첫차가 일곱시라 아직도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됩니다. 마침 야생화공원이라고 적힌 문패가 보이기에 밀치고 나가봅니다. 한동안 경험치 못했던 영하 10도의 한기가 확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눈이 내립니다.

마침 흡연구역이 있습니다.

새하얀 연기를 길게 눈 속으로 날려봅니다.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나는 내리는 눈발 속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반백의 엉성한 머리카락 속으로 새하얀 눈이 스며듭니다. 차갑고도 냉철한 이성이 다시 KTX 온실 속으로 나를 이끌고 조금만 기다리면 고속열차는 도착할 것입니다.

나는 열차를 타고 다시 가족들과 동료들이 있는 일터로 향할 것입니다.

열심히 살아야 겠지요!

눈은 내리고

다시 또 눈은 내립니다.

 

고속열차는 도착하고

나는 7호실 6D 좌석에 앉아 울산역 언양으로 향합니다.

아내는 지금 쯤 일어났겠지요.

어제 쿤밍공항에서 전처럼 혹시 잠에 골아 떨어져 하차 역을 놓칠까봐

도착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제 나는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어제도 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엔 식사 초대를 받아

못 먹는 술까지 두잔을 마셨습니다.

아직 여명은 밝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둠속으로 내리는 눈발을 뚫고 고속열차는 달리고

나는 보이지 않는 창밖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열망의 불꽃처럼 거리의 가로등들이 하나 둘 스쳐 갑니다.

잠이 옵니다.

이제는 자야겠습니다.

내가 잠자고 있어도 열차는 가고 눈은 내리겠지요.

일터에 도착하면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으면 좋겠습니다.

 

깨어 있다

깨어 있다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꿈결처럼 자다 깨기를 반복했네요.

남녘으로 내려오면서 먼 산엔 잔설이 남아 있지만

길가엔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도착하기까지 내 옆 자리엔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타고 내렸습니다.

모두 눈인사도 없이 말없이 앉았다가 그렇게 말없이 떠나갔습니다.

나도 그냥 좌석에 기대어 깜박깜박 하였습니다.

집으로 바로 가서 좀 쉬고 출근할까?

따르릉 이과장 전화입니다.

잘 다녀오셨어요?

멀리서 오신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 화주량즈 선주문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그리고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눈물겨운 마음으로 생활시 한수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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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화주량즈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전에 계약한 야생차 네그루에 오운산 팻말을 걸었습니다. 해발 2000m가 넘는 심심산골에 누가 본다고 걸겠냐만 우선 제가 보고, 차농들이 보고, 시쐉반나 최고봉을 오르는 진정한 보이차 마니아들이 봅니다.

 

정식계약은 네그루만 했지만 주변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야생차들도 봄철에 같이 수확하기로 하였습니다. 천년 야생차가 있는 곳의 차밭 주인은 따로 있지만 관리는 얼마 전에 오운산 화주량즈 관리소장 직책을 준 빠멍 노총각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마침 찾아간 날이 하니족의 위엔단지에(元旦節새해)라 산골의 각종 음식들로 한상 가득 차려놓았습니다.

 

소수민족 특유의 향신료들이 많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지만 예전보다는 그래도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카오지우(烤酒)라고 부르는 집에서 가공한 옥수수 술도 할 수없이 두 잔은 마십니다. 하니족 음주 풍습이 한잔만 마시면 다시는 보지말자는 뜻이라는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50도가 넘는 독주라 소주잔 정도의 잔에 두잔만 마셔도 어질어질 합니다. 한 순배가 돌고, 촌민들이 식사 자리에서 하도 담배를 피워서 장작불 겻에 돌아 앉아 있는데 노총각이 살며시 다가옵니다.

집은 언제 지을 거고? 장가 안가고 싶나?”

글쎄요, 그게...”

.. 뭔 일 있나

 

한 참을 머뭇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신년을 쇠고 바로 공사를 할 건데 준비된 자금이 20만 위안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가 없답니다. 이왕 짓는 집인데 어쩌면 평생을 보고 지어야 할 텐대 짓다 말수도 없고 그럼 제대로 짓자면 얼마정도 있으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일층은 차 제조 시설을 갖추고, 이층은 살림집, 삼층은 차를 햇볕에 말리는 쇄청 공간을 만들자면 최소한 35만 위안 한국 돈으로 육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것 같답니다. 속으로 아따 큰일인데 싶습니다.

 

저번에 도와주겠다고 덜컥 큰소리는 쳐놓았는데 오운산 자금 사정을 생각하니 난감합니다. 내심 오만위안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역시 집짓는 일이란 평생의 큰일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아내의 이쁜? 얼굴이 떠오르면서 오금이 저려옵니다...

 

이집의 내력은 멍하이 일기 66’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고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이니 일단 시작해보라고 하고 멍하이 오두막으로 돌아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가난 때문에 약 한번 못써보고 하늘나라로 보냈다던 노총각의 여동생이 이 땅에 홀로 남겨놓은 세 살배기 딸내미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직도 할머니 손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녀석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가난이 죄라면 죄이지요. 노총각도 빨리 장가가서 부모님 그리고 어린조카 잘 근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봅니다. 우선 제가 힘닿는 데로 도와주고 원금은 차차로(5년 동안 차로 돌려받기...) 받기로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선주문 방식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오운산에서 생산할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 2000고지 이상에서 자란 300년전후 고수차와, 천년야생차 두 가지를 합하여 백만원에 20명 한정 공동구매 형식의 선주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화주량즈는 올해 고수순료 병차로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번 선주문은 이윤도 줄이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차원에서 산차 형태로 발송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압병을 원하시는 분은 소정의 추가 비용을 받고 원하시는 형태로 제작해드리겠습니다. 각각의 량이 얼마가 될지는 생산을 끝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만 대략 두 가지를 더하면 2kg 전후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도착은 5월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1kg 씩 담을 수 있도록 스텐으로 제작한 오운산 차통 두 개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오셔서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는 분께 부담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참여하지 않으셔도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먼저 주변에 계신 분들을 살피시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합니다. 혹여 이쪽 지역의 진정한 고수차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몇 분만이라도 참여해 주시면 그분들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여러분에게 이런 부담을 드리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죄송함보단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씁니다.

 

그리고 오운산고차는 한국 물량에 대해 2018년도부터 선주문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합니다. 일정량의 물량을 확정하고 선 입금을 받아서 생산하면 공급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유리한 등식이 성립됩니다. 오운산으로서도 자금 부담에서 일정부분 해방될 수 있고 오운산을 아껴 주시는 한국 고객 분들께 최선의 가격으로 정품을 드리고자 하는 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해외 시장은 아직 오운산고차의 인지도가 성숙되지 않아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선주문으로 결정하는 날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선주문 기한은 매년 11일부터 228일까지 이며 선주문으로 오운산고차를 계약하시면 오운산고차 구매 최저가격인 출시가격의 50%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국가게로 방문하시거나 전화로 주문하셔도 되겠습니다. 113일에 귀국할 예정인데 설날 때까지는 한국에 머물 계획입니다. 보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오시면 마음으로 우리는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화주량즈 선주문은 오운산 카카오그룹 http://group.kakao.com/i/7KshwvTsfc 에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석가명차로 연락주시면 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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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S 계측기로 측정

 

방웨이 차왕수를 보고 멍하이로 돌아오는 길에 징마이를 들렀습니다. 방웨이를 출발한지 약 다섯시간 만에 징마이의 정상부근에 있는 마을인 망징(芒景)의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멍하이 까지는 아직도 두시간여를 더 달려가야 됩니다. 감기로 몸이 편치 않은 관계로 도부장 혼자서 계속 운전을 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번에 동행한 진 선생님에게 징마이를 보여주기도 할 겸 하루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이 호텔에는 뿌랑족 꾸냥이랑 결혼해서 차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인 브라이언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엔 꾸냥만 반갑게 맞이해주고 브라이언은 마침 귀국하고 없습니다.

 

다음날 오전 잠시 유명한 징마이의 운해를 감상하고 따핑장(大平掌)이라고 부르는 고수차 다원으로 갑니다. 연신 카메라를 찻잎에 들이대며 진 선생님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다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십니다.

 

제가 여러 번 손님들을 모시고 차산 기행을 하였지만 진 선생님만큼 열정적으로 차를 연구하시는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상하이의 립톤 회사에 근무하면서부터 십여년을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차밭을 누비면서 각종 차의 특징을 세밀히 관찰하고 연구한 자료를 아래의 블로그에 올려 공유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을 들어가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낮에는 강행군 밤에는 새벽 두시까지 저와 각종 차의 특징과 보이차의 진화 과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는데 과학적 식견이 부족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차쟁이 진제형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차를 우림에 있어 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물속의 여러 가지 성분이 차의 성분과 섞이면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번에 마침 진 선생님이 TDS(용존고형물총량) 측정기를 가지고 와서 각 지역의 물을 검측해 보았습니다.

 

TDS란 물속의 각종 유기물들이 얼마나 녹아 있느냐를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TDS가 높으면 그만큼 차맛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할 수 있고 맛의 변화가 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경수(센물)와 연수(부드러운 물)로 구분하는 경도와도 관계가 있는데 TDS가 높으면 경수 낮으면 연수에 가깝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맛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경도가 높은 에비앙(269)을 선호 할 수도 있고 낮은 삼다수(25)를 선호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를 우림에 있어 저는 차가 가진 성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TDS가 낮은 물을 선호합니다. 좋은 차는 좋은 맛, 나쁜 차는 나쁜 맛 그대로 노출되어야 원료를 선택하기에 용이 합니다. 특히 엄밀히 차를 시음할 때는 TDS가 제로인 RO(역삼투압,정수기물)수 등을 사용해야 차맛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길에 각 지역의 물을 검측해보니 대부분 TDS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TDS60이하이면 연수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린창 쪽의 물들은 10~20, 징마이쪽 30전후, 멍하이 저희 가게의 수돗물은 20정도로 나왔습니다. 모든 지역의 물들을 검측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인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간단히 이곳의 물들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곳 윈난에서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경도가 낮은 연수에 가까운 물이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도 물이 맑기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빗물과 산수를 측정해보니 6~10 정도의 TDS가 나옵니다. 아주 낮은 수치인데 대부분 숲으로 둘러싸인 아열대 우림의 특징적인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이곳의 물맛은 아주 깔끔하고 약간 달달한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에 에비앙 등의 경도가 높은 물들은 개인적으로 약간 진하고 느끼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물이 좋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값비싼 물로 유명한 에비앙에서 문제 삼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중국명차연구소

https://blog.naver.com/jehyeongjin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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