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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이싱에 도착하여 산 아줌마와 그야말로 속 시원한 작별을 하고 광조우에서 넘어온 직원이랑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 늦었지만 자사호 작가의 가게로 갔습니다. 자사1창 박물관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최근의 자사호 근황을 물어봅니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차농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차의 대중화를 위해 송나라의 점다법(點茶法) 차를 갈아서 다완에 마시는 문화를 폐지하고 포다법(泡茶法) 다관에 넣고 우려 마시게 하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싱의 자사호가 중국의 차 역사 속에 등장합니다.

 

자사호의 시조로 알려진 공춘이라는 작가로부터 수많은 작가들이 제 나름의 형태를 창안하여 지금의 자사 표준들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처음엔 실용성의 바탕위에서 창작되었다가 나중에 예술의 경지로 승화되어 가는 것이지요. 자사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중국뿐아니라 세계적으로 징더전 자기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product.kyobobook.co.kr

 

현재 이싱에는 정식 직급을 가진 자사호 작가만 오천여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싱(宜興)의 인구는 200, 특히 딩수전(丁蜀鎭)에는 30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자사호 관련 일들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사호의 가격을 가늠하는 가장 큰 요인이 작가의 직급인데, 숙련의 정도와 학력, 대회 입상 경력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차인구도 증가하고 특히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날로 뚜렷해지면서 자사 업계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0년 중국의 CCTV에서 자사호의 각종 문제에 대하여 심층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크게 원료의 문제, 유명 작가의 호를 대신 만들어 주는 대공(代工)의 문제, 직급의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리를 예전보다 좀 더 엄격하게 할 따름이지요. 그럼으로 오히려 유명 작가의 정품은 더욱 가격이 치솟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문제는 호의 가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시음할 때 개완을 자주 사용하지만 가끔 노차를 마시거나 혼자 마실 때는 자사호를 사용하곤 합니다. 주로 이십만원 전후의 반 수공 원광 니료(泥料)로 만든 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만원 하는 호들도 있지만 저는 그저 바라만 볼 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여년 적지 않은 자사호들을 취급했지만 저는 아직도 자사호의 예술적 가치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가격 대비 좋은 상품호를 구해서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차에 집중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차 관련 모든 도구는 차를 있는 그대로 잘 우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호로 우리면 차맛이 이렇게 변하고 저 호는 어떻고 하는 것은 원래 그 차가 가진 맛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차나고 도구 생겻지 도구 나고 차나지 않았다는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는 각자의 관념과 기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호는 오래 길들이다보면 못난 놈도 기른 정 때문에 예뻐 보이기도 합니다...다만 어떤 호이던 원료 즉 니료의 정직성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형태 또한 일단 차를 우리기 좋은 모양이여야 하겠지요.

 

지나친 조각이나 산만한 형태는 차를 우리는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도 불편합니다. 그리고 가격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비싼 호들은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경우엔 내가 도구를 사용하여 차를 우리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직급에 집착하면 평범한 호를 비싸게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안목을 길러서 정직한 니료로 사용하기 좋게 잘 만든 호를 선택하시는 것이 최선입니다. 평범한 정답 같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니료를 보고 다음에 마음에 드는 형태를 보고 다음에 가격을 보고 선택하면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작가의 직급은 마지막에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이싱에서 오운산 로고를 새긴 호를 다시 주문제작하고 기타 고객님들의 부탁받은 업무를 보면서도 모두 이러한 기준에서 처리하였습니다.

 

자사호은 저보다 안목이 높은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저 가격대비 차 우리기 좋은 상품호를 구해서 여러분에게 소개할 따름입니다. 평범한 호를 예술의 경지까지 이르도록 이끌어 주시는 장인의 손길과 그 호의 가치를 세밀한 눈으로 평가하고 역사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자사호 애장가 님들의 고견은 늘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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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출하 준비

 

이번에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상하이의 오운산 직영점을 방문했습니다. ‘홍치아오’(虹橋) 공항 근처의 구완청’(古玩城)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로 골동품과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주안꾸이(專柜)라고 부르는 전시대 한 공간에 오운산 차를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같이 진열해서 판매하는 가게를 두 군데 개발 했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방문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오운산이 한국에서는 여러 고마운 님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2015년에 오운산을 시작하면서 중국20, 한국10, 기타 국가에 20 모두 50곳의 대리상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개발 완료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부분의 큰 도시마다 박람회를 참가하고 난징을 비롯하여 몇 군데 대리상을 개발하였지만 판매가 부진하였습니다.

 

기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출범한 신생업체의 압도적 물량 공세와 홍보 전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본여력도 없고 한국의 조그마한 석가명차에서 설립한 신생 업체를 오로지 차의 품질과 사람만 믿고 대리상을 맡아서 운영해준 분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판매가 부진하여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모든 차들을 반품 처리하고 올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 등으로 박람회 참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오운산은 멍하이에 본사가 있고 쿤밍에 차창을 지인의 협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광조우, 상하이, 쿤밍에 판스처라고 부르는 직영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오운산으로서는 차를 마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홍보방법입니다.

 

선 제공 후 결제 방식인데 기존의 보이차 전문점에 저희차를 우선 제공하여 기타 차창들의 제품들과 경쟁하게 하고 판매 후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전문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담 없이 우리차를 접할 수 있고 일 년의 홍보 기간이 완료되면 다시 상담하는 방식입니다. 판매 성과와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대리상을 맡을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는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는 문화 상품이고 거대 자본의 홍보가 아무리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결국 차는 마셔본 사람이 다시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생산된 모든 차의 샘플을 제공해야 하므로 다소 손실이 있지만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상하이에서 띠디처(滴滴車)’라고 부르는 일종의 공용 택시를 타고 이싱으로 갔습니다. 상하이에서 이싱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가오티에’(高鐵중국의 고속철도)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 띠디처를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현재 내가 있는 곳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입력하면 차주로부터 연락이 오고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장소에서 탑승하면 됩니다. 150위안 한국 돈으로 26000원정도인데 버스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런데 같이 가는 일행 때문에 때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젊은 친구 한사람,

 

아줌마 한사람이 일행이 되었는데, 웬걸 아줌마가 잠깐만 기다리면 슈퍼에서 물건을 좀 사오겠다며 나가더니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질 않습니다. 기사보고 전화를 해보라고 재촉을 하지만 매번 마상후이라이’(馬上回來) 금방 온다는 답변만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인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줌마가 미안하다며 길거리 음식을 몇 가지 사들고 와서 먹으라고 줍니다.

 

속으로는 아따 니나 많이 쳐 먹어라...싶지만 한입 먹어봅니다. 기름기가 입술에 줄줄 흐르는 맛입니다. 그때부터 기회는 찬스인지 아따! 덩치가 산만한 이 아줌마가 이싱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애교를 떨면서 귀가 따갑도록 떠들어 재낍니다. 자기는 한국사람 좋아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다는 둥 온갖 황당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영화 미저리생각이 자꾸만 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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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매장

 

이싱에서 자사호 주문을 마치고 쿤밍으로 가서 차창과 쿤밍직영점을 둘러보고 멍하이로 왔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비가 왔다는데 어제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가게에서 여러 지역에서 샘플로 들어온 가을 차들을 계속 시음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운산은 여름차나 가을차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숙차로 가공할 원료를 구하기 위해 각 지역의 봄 차와 맛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있습니다. 가을차는 대체적으로 향기는 좋은 편이지만 맛이 엷다는 느낌입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모든 면에서 별로입니다. 예년에 비해 멍하이를 찾는 사람도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산량이 줄어서 그런지 가격은 여전히 비싼 편입니다. 지역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있지만 가을차 가격은 봄차의 절반정도에 형성됩니다. 여름차는 가을차의 절반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올해 노반장 봄차 가격이 일키로에 백만원 전후였는데 가을차는 오십만원 여름차는 삼십만원 전후입니다.

 

차가 계속해서 맛이 없으면 차 마시는 일이 참 고역입니다. 취미로 한두 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매번 집중해서 연거푸 마시다보면 때론 머리도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도 올라옵니다. 봄차철엔 매일같이 이차 저차 가리지 않고 시음에 집중하다보면 손가락 발가락 끄트머리가 간지럽습니다.

 

일종의 차중독인지 나중엔 발갛게 부어오르고 물집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지요. 이럴 땐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럴 수는 없고 소독삼아 저녁에 바이주한잔씩을 마십니다. 50도 이상의 독주라 한잔만 마셔도 곯아떨어지기엔 좋습니다. 차농이 가리켜준 일종의 비방인데 술만 취하고 상처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격 또한 터무니없고 멀리서 샘플을 들고 찾아온 차농일 경우 바라보기도 참 안타깝습니다. 저희도 사용하고 차농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제작한 오운산 다기를 한셋드 줬더니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는 차를 한보따리 주고 갑니다. 이렇게 저렇게 모인 차들도 연말에 2017년 기념병을 생산할 계획인데 맛없는 차만 모아서 만드는 건 아닙니다...

 

오운산초제소와 숙소

 

맛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쓴맛이던 단맛이던 있어야 평을 하는데 그냥 맹한 물맛만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대량 생산하는 여름 차에서 나타나는 맛인데 장맛비에 쑥쑥 자란 맛입니다. 그리고 강열한 쓴맛과 떫은맛이 자극적이라는 느낌의 차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찻잎 품종 자체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유념을 지나치게 강하게 하거나 위조를 하지 않은 차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청은 부족 하면 비릿한 향이 올라오고 불이 너무 강하거나 완료 타이밍을 놓치면 향이 좋고 고소하지만 연기 맛 그리고 탄 듯한 맛이 목을 자극합니다. 어떤 분은 농약이 있어서 자극적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대량 생산하는 차는 일부 농약을 사용하지만 보이차는 아직 녹차나 오룡차에 비하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고수차는 구조적으로 농약을 치기가 어렵고 대지차는 워낙 저렴해서 농약 값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보이차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시며 입으로 느낄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모를 일입니다. 어떤 분은 마시자마자 찻잔을 탁 놓으면서 농약 맛이다! 이거 먹으면 큰 일 난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예민한 분들은 농약 맛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런데 농약은 무슨 맛일까요? 맛이 아니라 농약으로 인한 신체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저는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차는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가을비가 내립니다. 멍하이도 이젠 가을이라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지난 추석에 고향친구들이랑 가족 동반으로 필리핀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옮아온 감기가 한국에서 시작되더니 멍하이 에서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차 마시는 사람이 감기 들면 영 폼이 안납니다. 어머니는 연로하시고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있고 아내도 몸이 좋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혼자서 바라보는 멍하이의 가을달이 불그스레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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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건조 과정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한국에서 대구, 광주 박람회를 참가하고 추석을 보낸 후 상하이-이싱-난징-쿤밍을 거처 며칠 전에 멍하이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짧은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박람회를 참가하면서 많은 분들의 격려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제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오운산의 성장에 눈물겨운 마음입니다.

 

특히 저희를 믿고 주문 제작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광주의 한 고객은 상담이 완료되자마자 선뜻 거금을 입금해주시고, 샘플도 필요 없이 양심껏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은 더욱 책임을 무겁게 합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당장 마시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보이차의 특성상 훗날에 진정한 명차로 거듭나도록 해야 하겠기에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원료의 선택에서 가공과 보관까지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정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저 정성껏 만들어 제공하는 역할까지라고 생각합니다.

TV 프로그램에서 가수로 유명한 이효리씨가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아침마다 보이차를 마시는 장면이 노출된 후 각종 방송에서 보이차 관련 정보들이 줄을 있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젊은 층까지 차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전체적으로 차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보이차 시장의 상가

 

반면에 보이차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하는 이상한 광고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특효라느니 암을 예방한다느니 등등 물론 꾸준히 차를 마시면 몸이 맑아지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실험에서 증명된바 있지만 그렇다고 차는 차일 뿐이지 결코 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약 사먹고 치료해야지 차를 마신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살을 빼고 싶으면 적게 먹고 운동을 해야지 차만 마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차를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차의 특성이나 품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화의 속성에는 무조건 먹고 마셔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파서 먹고, 슬퍼서 마시고, 기뻐서 마시고, 외로워서 먹고, 무료해서 마시고, 차도 물론 마시는 행위에 속합니다만 차는 어쩌면 이 모든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아플라톡신으로 대표되는 발효 식품 등에서 발견 될 수 있는 발암물질이 우리가 흔히 마시는 보이숙차와 노차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가설을 중국의 모? 학자가 발표해서 한바탕 논쟁이 일었습니다. 먼저 중국에서 고소 고발을 거듭하며 한창 논쟁이 달아오르다가 이 설이 가짜뉴스 2위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수그러졌습니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며 보이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전화를 종종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설은 펙트가 실종된 황당한 가설입니다.

 

 여태껏 중국에서 유럽 등으로 보이차를 수출하면서 거친 수천 번의 식품 안전검사에서 한 번도 이 독소가 검출된 적이 없습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고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수거하여 검사하는 수시 검사에서도 한 번도 검출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도 보도가 되면서 식약청에서 저희 가게에 와서 가져간 오운산 샘플에서도 당연히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 설을 발표한 중국의 모? 학자는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과학자인데 과학자라면 당연히 구체적인 수치를 들고 위험성의 정도를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황당하게 그럴 수 있다는 식의 논리만 펼치고 인기에 영합하는 관심몰이 씩의 발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차 관련 각종 단체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모? 학자도 이제는 한 발 물서 선 상태이지만 고소 고발로 해결될 일은 아니고 각자 맡은 바의 제자리를 지키고 양심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수돗물에도 발암 물질이 있을 수 있고 세상의 모든 물질에는 발암 물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정한 기준 이상이냐 이하냐가 문제이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흔희 보약으로 먹는 홍삼에도 면역증강제가 있지만 억제제도 있습니다. 증강제가 많고 억제제가 적기 때문에 홍삼을 먹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이차가 모든 면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보이차도 식품이기 때문에 생산 단계에서부터 운송 보관의 모든 과정에서 불안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먹을 수 없는 차가 될 수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좋은 원료로 깨끗한 환경에서 정성껏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여러분들의 선택이며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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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9일

아플로톡신을 아플라톡신으로, '균'은 독소'로 수정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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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춘(방촌) 차시장

 

귀국길에 쿤밍 공장에 들러 올해 생산된 차들을 점검하고 숑다(雄達) 차 시장 맞은 편에 있는 저희 가게에서 박람회 참가 후의 재고 상황 등을 확인한 후 어제 광조우 팡춘으로 왔습니다. 우기 인지라 비행기도 심심찮게 결항 또는 연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하이에서 쿤밍으로 나올 때도 연착이더니 광조우로 올 때도 두 시간 연착입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은 공항패션이니 쇼핑이니 하면서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작업복 차림에 배낭하나 걸치고 공항에만 오면 그냥 딱 무료합니다.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특히나 연착이라도 하게 되면 하릴없이 몇 시간이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두 번은 의자에서 졸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습니다...

 

9시 광조우 바이윈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서다가 황급히 다시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후끈한 열기와 습도에 숨이 막힙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니 휴대폰에 표시된 온도가 39도입니다. 습도까지 높으니 이런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싶습니다. 이즈음 광조우는 낮에는 보통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습니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한국 사람이라니까 130위안이면 가는 거리를 300위안 달라고 합니다.

 

차엽성에 가게가 있고 자주 온다고 하니까 그럼 200위안만 달랍니다. 결국 미터 요금 기를 켜라고 하고 136원에 호텔까지 도착했습니다. 외국 사람이라고 바가지 쉬울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150위안을 주니까 잔돈도 안 내어주고 그냥 갑니다. 모처럼 외국사람 하나 태워서 좀 더 벌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된 기사 마음도 이해해줘야 되겠지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랑 근처 매점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최근의 팡춘시장 동향과 보이차 시세를 확인합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인 대익과 하관의 시세부터 살피자면 7542, 7572, 8653, 등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숙차로 유명한 추병량 대사의 해만차창이 숙차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밀감보이차(小靑柑) 시장의 성장으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기념병으로 출시된 대익의 난운’, ‘산운’, ‘진장공작’ ‘금대익등의 제품들은 출시되기도 전부터 투기성 자본들이 몰리더니 몇 달 만에 서너 배 씩 급등하였다가 최근에 약간의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해 복금에서 먼저 출시하고 진승에서 곧이어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상근병이라는 차가 있습니다. 야생이라는 말은 중국 정부에서 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내표에 원시삼림의 500년 이상 된 고수찻잎으로 만들엇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상근(橡筋)이란 줄기를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탄력성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천여 편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오운산에서 올해 출시한 샹주칭지역의 차들이 이런 특징들을 보이는데 수령이 오래된 고수차는 섬유질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잎이나 줄기가 비벼도 쉽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출시 가격이 3000위안 정도였는데 20000위안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호흡을 고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팡춘시장에 와서 보이차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종종 꼭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입니다. ‘팡춘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차엽성에 오운산 가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의 성지가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차를 오로지 상품으로만 보는 국적불명의 자본이 할 기치는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부 공무원들의 세탁용 자금, 부동산 투기자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미 끌기 등의 형태로 자본이 들어오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세력들의 연합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 반대로 깡통 찬 사람들이 모여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입니다. 만여 개로 늘어난 상점들은 평소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누구가 무엇을 어떻게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고 발 빠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고 보이차라고 해서 상품이 아닌 것도 아니지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자본을 축적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곳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 오면 어쩐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날씨도 더운데 머리만 띵합니다. 저를 도와주는 가게 직원도 저와 성격이 비슷해서 늘 멍 때리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마주앉아 아무리 고고한? 정신을 추구한다는 오운산차이지만 그래도 사업인데, 니나 내나 자식 공부도 시키고 잘 묵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쫌 잘해보자고 얘기하면서도 시장 상황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저 고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아직은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차!

듣도 보지도 못했는데 턱도 없이 비싼 차!

정해진 규정 외에 할인도 안 해 주는 차!

보이차의 변방인 한국인이 만든 차!

 

그 외에도 오운산이 가진 약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팡춘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차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차는 괜찮은데! 하고 맙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한 편 두 편 신기해서인지! 실험용인지! 사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년호차(當年好茶) 즉 그해에 만들어서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를 경영이념으로 세웠고, 보이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먹다가 남으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경영이념에 새긴 것입니다. 훗날 재산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언하건데 그러려고 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늘 귀국합니다.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멍하이 일기는 시월에 다시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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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통발효

 

봄차가 끝나고 우기인 요즘 멍하이에서는 숙차 만들기에 분주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방법으로 발효 기술도 발달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고 점점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멍하이 일기 7. 41 편에 일반적인 숙차 발효에 관하여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숙차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먼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숙차 발효는 현제 시멘트바닥발효(水泥發酵), 나무판발효(離地發酵), 나무통발효(木框發酵), 대광주리발효(竹籮筐發酵)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멘트바닥발효란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멘트 바닥에 모차를 모아두고 물을 뿌려가며 발효시키는 방식입니다. 주로 생산량이 많은 대형 차창에서 적용하는 방식인데 뒤집기를 할 때 기계를 이용함으로 반 수공 방식이라고 합니다.

 

나무바닥발효는 바닥에 나무판자를 깔고 그 위에 모차를 모아두고 발효하는 방식입니다. 시멘트바닥발효 보다는 청결성에서 약간 진화한 방식이고 바닥으로 열을 빼앗기지 않아서 발효기간이 45일정도로 시멘트바닥보다는 열흘가량 줄어듭니다.

 

나무통발효와 대광주리발효는 직사각형으로 나무통을 만들거나 대나무 광주리를 짜서 그 안에 모차를 넣고 발효시키는 방식입니다. 최근에 개발된 방법으로 주로 고수차 원료 등 고급숙차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한통에 200kg 전후를 담아서 발효시킴으로 소량 생산도 가능합니다.

 

이 방식은 기계로 뒤집기를 할 수 없으므로 전 수공 방식이라고도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나무는 서남화(西楠樺)라는 나무를 주로 사용하는데 다른 나무에 비하여 향이 적어서 사용합니다. 대나무 또한 향이 적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급 숙차는 원료 그 자체로 향이 좋기 때문에 다른 향기가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함입니다. 장향목(樟香木) 등은 오히려 저급 숙차를 발효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발효기간은 시멘 55, 나무판 45, 나무통. 대나무 광주리 40일 정도입니다. 통에 가두어 발효시키면 아무래도 열을 빼앗기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발효기간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 발효의 경우 특별히 열 관리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역시 숙련된 전문가의 감각이 가장 중요시됩니다. 숙차의 전체 발효정도는 75% 정도일 때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65% 이하로 내려가면 쓰고 떪은 맛이 강하고 85% 이상 올라가면 찻잎이 검게 탄화되어 전체적인 맛이 엷어지고 단맛만 살짝 있는 차가됩니다.

 

1톤 기준으로 현재 원료 값을 제외한 발효에 필요한 총 제작비용을 소개하자면 시멘 1500(인건비500.기술비1000), 나무판 3500(인건비1500.기술비2000), 나무통, 대광주리6000(인건비2000.기술비4000) 정도입니다.

 

최고 비싼 최신 공법으로 1톤을 발효시켜도 제작비용은 한국 돈 백만원정도입니다. 한편 357그람으로 나누어 비용을 환산하면 생차로 생산하는 것보다 편당 350원정도 비싸집니다. 일반적인 가공법으로 생산하면 100원정도 차이밖에 안 납니다. 언뜻 생각하면 숙차는 제작과정이 복잡하여 생차보다 생산 비용이 많이 덜 것 같은데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의 손실률이 생차는 5~10%인 반면 숙차는 15~20% 정도 되므로 약간 비싸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수숙차는 아직은 주로 여름과 가을 고수원료를 사용하여 소량 생산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체 숙차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입니다. 최근에 보이숙차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고급숙차를 찾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중에 고수숙차라고 적힌 것이 모두 다 정품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유행을 이상하게 앞서가는 장사꾼들이 만든 이름뿐인 고수숙차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봄차를 사용한 정품 고수숙차도 점점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아직은 많아야 한번에 몇백키로그람 정도로 실험적인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노반장이나 빙도 순료를 가지고 만들었다는 숙차들도 더러 보이는데,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 같으면 누군가 선입금하고 주문해도 말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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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시장

 

또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 일찍부터 푸얼의 차 시장을 돌아봅니다.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보이차, 홍차 등을 팔고 있고 시장 길옆으로 매일 오전에 녹차 시장이 열리는데 양쪽 길옆으로 자루체로 녹차를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바로 보따리를 삽니다. 일부 지붕이 처져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전판매입니다. 가격은 글쎄요! 너무너무 저렴합니다.

 

한국의 차농들 때문에 밝히기조차 미안할 정도입니다. 녹차를 정식으로 통관하면 관세가 580%입니다. 한국의 차농을 보호하기위한 일종의 관세 장막인 셈인데 관세를 전부내고 수입해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번도 중국 녹차를 한국에 들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입 가능한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의 차농들을 생각하면 다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만 놓고 생각하면 국경이란 무의미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구촌 시대에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결국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한국의 차농들도 보호 장벽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노력하여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린 차들을 개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차의 고향 푸얼에 도착하니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 2007년 푸얼을 시단위로 격상시킨 후 정부 차원에서 푸얼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위하여 학술회의를 주최하는 등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도 꾸미고 각종 보이차 관련 기념 시설들도 정비 혹은 개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보이차의 중심은 시솽반나 멍하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육대차산과 신육대차산으로 일컫는 차산들이 모두 이곳에 있고 일반차 시장의 최대 생산업체, 지금은 대익으로 바뀐 멍하이 차창도 이곳에 있습니다. 라오반장을 개발하면서 일시에 고수차 시장의 영도자(링다오領導)라고 불려 지게 된 진성차창 또한 이곳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이숙차 발효 기지로서의 멍하이의 위상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이숙차의 발효는 물과 공기 해발 등의 환경 요인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차들도 멍하이로 가져와서 발효시키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보이숙차로 유명한 추병량대사의 해만차창도 차창은 쿤밍 근처의 안닝(安寧)에 있지만 발효 기지는 멍하이에 있습니다.

 

기타 보이차 생산에 필요한 창고 등 각종 시설들도 멍하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보기에는 푸얼이 보이차 중심도시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멍하이가 보이차 원료기지로서의 위치를 넘어서 햇차 판매시장도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조만간 전 세계 보이차의 수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얼을 떠납니다. 멍하이 까지는 징홍을 거처 두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쿤루산을 새롭게 발견한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내년에는 형편이 되는데 로 조금이라도 생산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차위엔시장에서 올해 푸얼차구에서 생산된 여러 산의 햇차들을 시음했는데 라우샨(老烏山)의 차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제 여정의 목적은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차품이 괜찮은 지역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유명 차산은 방문하는데 의의가 있고 좋은 차를 선택하는 표본을 수집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발견한 징구(景谷)현의 라우샨차가 또 하나의 수확이랄 수 있겠습니다.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차였는데 푸얼에서 가는 데만 일곱 시간 걸리고 우기인지라 가을로 탐방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임시로 선택된 차산들은 기회가 닫는 데로 반드시 방문하여 차산의 환경과 차농의 인품 등을 재차 확인합니다. 문제가 없을 경우 오운산의 제조방식을 설명하고 일정한 양식의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봄차를 생산할 때 다시 방문하여 차품을 확인하고 만족할 수준의 차품에 다다랐다면 애초에 계약한 금액을 전부 지불하고 모차를 수매합니다. 만약 차품에 문제가 있거나 약속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경우는 계약금으로 지불한 금액만큼만 차를 가지고 오고 두말없이 빠이빠이 입니다.

 

제가 평소에는 그냥 성격이 원만한 편이지만? 차를 선택할 때만큼은 날카로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 실정상 대충대충 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습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어렵게 좋은 차산을 발견하고도 차농을 잘못만나면 만사가 허사입니다. 몇 번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조금 있고? 인복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저희 초제소가 완성되어 멍하이 근처의 차산들은 일부 직접 생잎을 수매하여 가공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심심산골 곳곳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경쟁력 있는 차산을 색출하여 좋은 차를 생산하자면 한두 군데 초제소를 직접 운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차 철마다 모든 곳을 찾아가서 직접 생잎을 수매하고 가공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차농들과의 합리적인 유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원료는 차산에 있지만 그 원료를 가져오는 것도 사람이며 가공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나아가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도 사람이며 결국 마시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이 연결고리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결코 좋은 차는 생산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운산이 멍하이 현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차농들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진정으로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해주고 협조를 구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쿤밍 차박람회를 참가하기위해 멍하이 집을 나선지 열흘 만에 돌아갑니다. 멍하이도 이역만리 타향인건 마찬가지지만 직접 집을 짓고 생활한지 삼년이 넘어서인지 이젠 제법 집 맛이 납니다. 요즘은 새벽닭이 아무리 패악을 부려도 니는 울어라 나는 잘 잡니다. 빨래가 한보따리입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쓸쓸 현지인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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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루산의 여운을 간직한 채 푸얼시로 향합니다. 닝얼에서 푸얼시 까지는 약 한 시간 거리, 도로변에 보이차 분말을 이용해서 만든 보이차케익을 팔고 있습니다. 기념 삼아서 한 덩어리 사서 먹어보니 쌉싸래한 것이 먹을 만합니다.

 

고구마도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하다고 해서 한 자루 구입했습니다. 중국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할 땐 고구마가 재일입니다. 구워먹어도 괜찮고 삶아 먹어도 좋습니다. 산에 갈 때 서너 개 들고 다니면 간편하고 출출할 때마다 꺼내 먹기도 좋습니다. 어떤 땐 사나흘 계속해서 고구마만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벽 문득 배가 고파서 식은 고구마를 먹고 있으면 자꾸만 목이 멥니다.

 

살다보면 아무리 물을 마셔도 내려가지 않는 목 메임이 더러 있습니다...

푸얼시는 린창시临沧市)와 시솽반나(西双版纳)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남으로는 미얀마와 동남으로는 지앙청(江城)현과 라오스, 베트남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이차 주요 산지로는 므지앙(墨江), 닝얼(寧洱), 징동(景东), 징구(景谷), 란창(澜沧), 지앙청(江城) 등이 있습니다. 아이라오샨(哀牢山)과 우량샨(无量山) 등에는 대단위의 야생차 군락이 있고 전위엔(镇沅)의 치엔지아짜이(千家寨)에는 2500여 년, 2700여 년 된 두 그루의 야생 차왕수가 있으며 징마이(景迈)에는 다핑장(大平掌) 부근으로 천년만묘고차원(千年萬苗古茶園)이라고 부르는 대단위 재배형 고차원이 있습니다.

 

오운산에서는 그동안 특별한 인연이 닿지 않아서 징마이 이외의 푸얼차구 차들은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작년부터 린창지역의 차들은 조금씩 개발하고 있습니다만 이우멍하이지역의 차맛에 익숙해진 탓인지 기타 지역의 차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데도 잘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각종 통계 자료를 취합해보면 푸얼과 린창이 차밭 면적이나 전체 차 생산량은 시솽반나보다 두 배 가량 많습니다. 그러나 보이차 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시솽반나가 두 배 정도 많습니다. 시솽반나는 최근에 여름차를 이용해서 조금씩 홍차를 생산하는 차농들이 있지만 대부분 보이차 만을 생산하고 푸얼과 린창은 보이차보다 녹차나 홍차의 생산량이 네 배가량 많은 이유 때문입니다.

 

푸얼시는 원래 쓰마오(思茅)시였는데 2007년 푸얼시(普洱市)로 바뀌었습니다. 사모(思茅)는 글자 그대로 초가집을 생각한다는 뜻인데 옛날 제갈공명이 남하하여 지역을 평정하고 비단 보자기에 기록하여 남겼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맹획이라는 이 지역 우두머리를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다시 풀어 주면서 교화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공밍산(孔明山), 지노족(基諾族) 등 차산에 가보면 아직도 제갈공명과 관련된 기록들이 여러 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정통 역사학자들은 공명이 윈난의 쿤밍까지는 갔지만 푸얼이나 시솽반나 까지는 당시의 지리적 여건 상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한국에도 원효대사와 관련된 암자들이 전국에 수 십군데 있는데, 주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과 연결되어 소문이 소문을 낳아 하나의 불분명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 어디에나 있습니다.

보이차와 관련해서도 때론 황당한 설들이 있습니다. 집을 허물다가 벽 사이에서 또는 무덤에서 발견했다는 등의 괜한 이야기들에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차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차맛은 언제 어디서나 정직합니다. 노차는 노차라는 맛이 있지만 노차의 의미에 걸릴 필요는 없고 햇차는 햇차 대로 차산마다 각기 다른 맛이 있지만 차산에 걸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현재 많은 차인들이 선입견에 이끌려 다니거나 혹은 명성을 좇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쿤루산에서 생산되는 정품 고수차는 일년에 1톤 정도입니다.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콘루산 고수차는 적게 잡아 수십톤 일 것입니다. 라오반장이나 빙다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차맛은 언제 어디서나 정직합니다. 마시는 사람이 문제라면 문제이겠지요. 일체의 관념을 가라앉히고 내 몸이 마음이 가는 데로 괜찮은 차 선택해서 드시면 좋겠습니다.

 

푸얼시에 도착하니 늦은 저녁입니다. 차 시장 근처의 호텔에 여장을 풉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늘 같은 호텔에 묵게 됩니다. 떠돌다 보면 때론 그래봐야 타향이지만 조금이라도 익숙한 것이 그립습니다.

 

푸얼시에는 롱성(龍生) 시장과 차위엔(茶源) 광장이라는 두 개의 큰 시장이 있습니다. 저희 차창이 쿤밍에 있어서 가끔 오고가면서 들리는 시장입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이천년 초 중반의 준 노차들이 가끔 눈에 뜨이는데 파는 사람이 언제 만든 건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가짜 차들도 심심찮게 만납니다. 잘 살피다보면 정말 좋은 가격에 정품 준 노차를 몇 편씩 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허탕인 경우도 많은데 이번에도 조금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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