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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빙도) 호수

 

빙다오 마을을 둘러보고 동구어(懂過)로 갑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이름뿐인 빙다오 차들의 원료로 주로 이용되는 지역입니다. 봄 고수차 1kg 가격이 600위안 정도입니다. 떫은맛이 약간 강한 편이지만 가격대비 품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마을 입구부터 심은 지 몇 년 안돼 보이는 생태차밭이 대단위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소수차 가격은 200위안 전후입니다. 비슷한 맛인데 빙다오 노채의 소수차 가격보다는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어쩌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차이가 가짜 빙다오 차를 양산케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구어(동과) 고차수

 

이러한 이유로 유명 차산 주변의 생산량은 실제보다 적게 알려져 있고 유명 차산의 생산량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라오반장 만해도 매년 고수차 생산량이 100톤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른 마을에 비하여 차밭 면적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진승차창의 한국 총판을 할 때부터 라오반장은 셀 수도 없이 오르내렸는데 현재 136가구 한가구당 200kg정도로 환산하면 대략 30톤 많이 잡아도 50톤 정도로 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인 반펀이나 라오만어 신반장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인데, 시장에서 이들 지역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차는 점점 줄어들었다가 최근엔 이지역의 찻값도 치솟으면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시세 따라 생산량도 고무줄입니다...

 

최근엔 고수차가 생산되는 어느 마을에나 차왕수가 있습니다. 동구어에도 차왕수가 있습니다. 차나무의 크기를 봐서는 다른 유명 지역 못지않게 굵습니다. 올해 봄차 가격을 물으니 생옆으로 1kg2400위안입니다. 모차로 만들면 1kg에 만위안 정도입니다. 빙다오의 일반 고수차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지만 동구어의 고수차 평균 가격에 비하면 아주 높은 가격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령과 관계없이 모두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고수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차나무의 굵기에 따라 가격도 점점 분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빠치(파기) 마을의 장미

 

모리에(磨烈)로 갑니다. 향이 특별히 좋지만 마을도 작고 생산량도 아주 적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2500위안 정도인데 동구어와 가까이 있지만 맛의 특징이 확연히 다릅니다. 차나무의 외형적인 모습도 조금 다릅니다. 이러한 맛의 차이는 토질이나 기후의 차이보다는 차나무 품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발 1800m 산의 구부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산길 저 너머로 샤오후싸이(小戶賽), 따후싸이(大戶賽)가 보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마을은 짜이()로 부르는데 이곳만 유독 싸이()로 부릅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빙다오 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뜻이랍니다...

 

싸이()는 제사 지내다, 우열을 겨누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실제로 샤오후싸이와 빙다오의 차맛은 아주 흡사한데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듭니다. 제 느낌으론 빙다오 쪽의 차들은 생콩 비슷한 향기가 있고 열감이 좋습니다. 샤오후싸이의 차들도 향기가 맑고 열감이 좋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는 길이 험하고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올해 봄차 가격이 삼천위안을 돌파 하면서 정말 빙다오와 한판 뜰 기세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산골 소수민족 촌의 이름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발음 그대로 한자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마을의 역사와는 관계없습니다. 한자의 뜻으로 마을의 내력을 가늠하다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소수민족들도 이전에는 마을의 이름에 별 관심이 없다가 최근에 원래 병도였다가 빙도로 이름이 바뀌면서 마을 전체가 대박 난 경우를 보아서인지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이 보입니다.

 

빠치(坝氣)로 갑니다. (빠취坝去라고도 부릅니다.) 띄엄띄엄 고수차들이 보이지만 대부분 생태차 내지는 소수차들 입니다. 지인의 집으로 들어가 가을차를 마셔봅니다. 가격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차입니다. 습관처럼 차맛이 별로이면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인연이 있는 멍쿠(勐库)의 보이차 가게를 몇 군데 둘러봅니다. 모두다 유명 차산의 이름표들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모차 원료판매가 주업인데, 팔다 남은 원료로 내비 없이 병차로 찍어둔 차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샘플로 몇 가지 차들을 구입하고자 하는데 굳이 그냥 선물로 줍니다. 얼마 전 가을에 멍하이 가게로 왔기에 오운산다기셋드를 선물했더니 저녁도 사주고 대접이 융숭합니다. 소수민족들의 친절은 어딜 가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풍성합니다. 다가올 봄을 기약하며 작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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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도 파왜노채

 

빙다오 호수는 여전히 맑습니다. 린창에서 한시간반 쐉지앙에서 한시간 멍쿠에서 삼십분 거리에 있는 빙다오 호수는 빙다오 다섯 개 마을을 비롯하여 모리에(磨烈), 동구어(懂過), 빠치(坝氣), 빠카(坝卡) 등의 고수차 산지를 품고 있습니다. 아열대 우림에 수시로 내린 맑은 빗방울들이 고수차 찻잎을 흔들고 뿌리를 적시고 내려와 빙다오 호수에서 밝은 햇살에 찰랑이고 있습니다. 비싼 차들의 뿌리를 스친 물들이 모여 있으니 물 값도 비쌀 것 같지만 차는 차요 물은 물입니다.,,

빙도 노채 차왕수

 

빙다오 노채에 잠시 들렀는데, 주차장에 설치해놓은 간판에 빙다오 촌의 현황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있습니다. 빙다오 촌은 린창시 쐉지앙현 멍쿠진(臨滄市 双江縣 勐庫鎭) 북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발은 1400~2500m, 평균기온15, 강수량 1400, 현재 325가구에 1196명이 살고 있습니다.

 

차밭 전체 면적은 7397무 생산면적은 4604(1무의 면적은 한국의 평수 개념으로 약 200평정도입니다.) 백년이상 고수 57022그루, 오백년 이상 고수 16664그루, 일년모차생산량 186, 판매금액 7904만위안, 1kg 평균가격 424위안 등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중에 빙다오 노채에는 62 가구에 236명이 살고 있고 차밭 전체면적 1625, 생산면적은588, 백년이상 고수 24232그루, 오백년이상 4954그루로 적혀져 있습니다. 전체 생산량 24톤 그중 고수차 7.8, 총수입 3350만위안, 1kg평균가격 1396위안, 2017년 생옆 최고가격 8000위안, 모차 최고가격 32000위안으로 나와 있습니다. 마을의 중심에 번듯하게 세워진 간판이라 내용도 반듯하리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빙도 주차장에 있는 안내판

 

지리적 위치나 면적 마을의 규모 인구 등은 대충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수차의 분포나 생산량 가격 측면에서는 다소 뻥튀기 내지는 좁쌀 만들기가 있습니다. 노채의 오백년 이상 고수차가 4954그루로 나오는데 글쎄요? 제가보기에는 많이 잡아서 500그루 정도로 보이고, 고수차 생산량도 7.8톤으로 나오는데 제가 알기로 다섯 개 마을을 다 합해서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7년 생옆 최고 가격이 8000위안으로 나오는데 노채에 있는 차왕수 올해 생옆 가격이 28000위안에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고, 올 봄에 제가 방문 했을 때 현장에서 단주급 생옆을 12000위안에 광조우 상인이 직접 구매하는 과정도 목격하였습니다. 이렇듯 중국의 통계나 각종 자료는 신빙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정확한 상황을 알고자하면 직접 둘러보고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빙도 남박노채

 

난포오로 가봅니다. 노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10분쯤 자동차로 달리면 도착합니다. 산등성이를 반 바퀴 쯤 돌아선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라후족 마을입니다. 60여 가구에 250명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노채와는 풍경이 완전히 다릅니다. 골목골목 아직도 옛 풍경들이 남아 있습니다. ‘샤오미남편이 잘 알고 있는 농가에 들어가 난포오 가을차 한잔을 마십니다

 

. 가을 고수차의 생산량은 봄차에 비해 30%정도 밖에 안 됩니다. 단주급 나무는 아예 싹을 틔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향이나 밀도가 괜찮은 편입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1kg에 천위안 인데 모두 판매되고 재고가 없답니다. 14년도 차가 남아 있다며 시음을 시켜주는데 보관에 문제가 있었는지 올해 가을차보다도 못합니다. 아직도 못 팔고 가지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운산다기셋드를 한 벌주니까 조금 남아있던 가을차를 봉지에 담아서 줍니다. 내년 봄에 인연이 닿으면 보자고 하며 헤어지고 노채의 맞은편에 있는 빠와이로 향합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토바이로 오르던 길이었다는데 최근에 일부 확장을 하여 노채에서 자동차로 20분만에 도착합니다. 빙도 다섯 개 마을은 원래 라후족 마을이었는데 근년에 노채 쪽은 따이족과 한족이 일부 들어와 있습니다.

 

가구 수는 한 마을에 대략 60가구 전후로 비슷합니다. 생산량은 빠와이가 가장 많고 흔히 계곡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누는데 서쪽인 노채와 난번, 디지에는 향기가 좋아서 가격이 높은 반면 동쪽인 빠와이와 노우는 쓴맛이 강한편이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빠와이 차왕수를 보고 해발 1800m 전후의 마을 광장에서 바라보니 계곡 건너편으로 빙도 노채와 디지에 그리고 난포오, 디지에, 노우의 신채가 보입니다. 노채를 제외한 빙다오의 기타 마을은 교통이 편리한 아래쪽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정부 자금이 내려와서 집단적으로 이주하는 것인데 중국의 산골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한국에서도 댐을 건설하면서 수몰지구 등의 마을을 집단 이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산골에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새로 마을을 조성해주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선 중국 정부의 농촌 정책이 때론 부럽기도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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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최해철 대표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운산으로는 더욱 중요한 한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 이후 매년 새해는 멍하이 에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설날에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봄차 준비를 위해 서둘러 돌아오곤 합니다. 우선은 같이 있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자주 찾아주시는 고객 분들께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멀리 있지만 늘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석가명차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큰절 올립니다. 아래의 글은 몇 년 전에 쓴 글인데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 차에 대한 저의 각별한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한국의 차농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발굴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차꽃

 

새해맞이

천년만년 뜨고 지는 해, 새해 헌해가 있겠냐만 사람들은 굳이 세기를 나누고 년을 가르고 월. . 시까지 챙기며 삽니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기대하는 우리네 소박한 마음이겠지요. 흘러가는 세월에 이정표를 세우는 의미는 끝내고 싶은 마음과 새로이 시작하고 싶은 갈망이 겹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늘 그렇듯이 뿌듯함 보다는 아쉬운 기억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손님들과 집안에서

 

1231일 가까이 계시지만 늘 그리운 차인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손수 만든 떡차를 가지고와서 삼십여 탕을 연거푸 마셨지요. 우전, 세작 나누지 않고 녹, , 흑차를 함께 버무린 차. 적게 넣어도, 많이 넣어도, 빨리 우려도, 늦게 우려도 괜찮은 차 혼자 마시면 신령스런 차요, 여럿이 마시면 화합의 차로 승화되는 차. 때때로 사람에 취해 차향을 잊고 있어도 제 스스로 뜨거운 물속에서 한 줄기 한 잎사귀의 맛을 펼쳐가는 차...!

 

한해를 마감하는 시간 우리 차의 새로운 도약을 예감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망의 행열은 바다로 산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자기엔 아무래도 꿀꿀타...!”

나 빼고 지상최대의 적 아내랑 오랜만에 오징어 회 한 접시를 샀습니다. 멍게 해삼도 조금 얻고 소주 일병도 끼웠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노모와 아이들은 벌써 꿈속이고

 

축담에서 희망이(강아지)만 네발 들어 우리를 반깁니다. 개 이름으로 희망인 별로라고 점잖게 아이들에게 부탁했지만 나의 희망은 결국 개 이름으로 귀착되고 말았습니다...만약에 희망이가 도망가거나, 잃어버리거나, 죽으면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해도 녀석들은 막무가내 또망이, 또또망이도 있다는 데야 별수가 없었습니다. “멍 멍나 여기 있다며 희망이가 짖습니다.

 

11일 새벽 온 갓 욕심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데 곁의 아내가 무슨 꿈을 꾸는지 자꾸만 자꾸만 웃습니다. 깨우려다가 문득 아내의 얼굴에 뜨는 해를 봅니다.

그냥 나도 한 번 소 웃음을 지어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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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형 씨와 함께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에서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쿤밍 차창으로 왔습니다. 쿤밍의 기온이 영하 4도입니다. 윈난이 중국의 최남단 구름의 남쪽이긴 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서 겨울엔 가끔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몸살기도 있고 해서 안닝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가서 하루 몸을 쉬었습니다. 다음날 차창에서 그동안의 출고 상황과 재고를 확인한 후 쿤밍 공항에서 상하이에서 오신 진 선생님을 만나 린창으로 갔습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시고 국내의 대기업에서 식품관련 업무를 보시다가 10년 전 상하이로 넘어와 세계 최대의 홍차 생산업체인 립톤에서 한국, 중국, 대만의 품질관리를 담담하고 계신분입니다. 2016년 상하이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연을 키워온 분인데, 과학적 사고를 가진 분으로 20년간 오로지 차 관련 업무만 담당해온 진짜 전문가이십니다. 벌써부터 기회가 닿으면 고수차 산지를 탐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에 인연이 되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린창 공항에서 오운산의 린창기지를 담당하고 있는 샤오미의 남편을 만나서 숙소로 향합니다. 멍하이에서 우리차를 몰고 일곱 시간을 달려온 도부장과도 샤오미 집에서 만나 이번에 함께 할 일정을 점검해봅니다. 차철 에는 바빠서 기타 차산을 개발하기가 어렵습니다. 틈이 생길 때마다 그동안 둘러보지 못한 차산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린창쪽입니다.

 

빙다오는 노채를 중심으로 서쪽방향의 난포우, 디지에 동쪽방향의 빠와이, 노우로 나누어집니다. 노채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나머지 네게 마을은 디지에 이외에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노채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손을 델 수조차 없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1kg에 삼만위안 한국돈으로 오백만원을 돌파하면서부터는 저는 쳐다보기도 싫은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매년 손님들 때문에라도 어쩔 수없이 몇 번씩은 찾게 됩니다. 마을 전체가 현대식 건물들로 완전히 바뀌었고 마을의 중심에 있는 주차장과 고수차를 견학하기위한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차의 가격 또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몇 몇 지역의 원료가격은 맛과 품질적인 측면에서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명도에 편승한 일종의 가수요가 아닌가 합니다. 빙다오만 하더라도 차밭 환경은 오히려 노채보다 디지에나, 난포오가 더 좋습니다. 그러나 가격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개개인의 기호는 다를 수 있지만 맛과 품질도 저는 디지에 쪽을 더 선호합니다. 오운산이 올해 출시한 빙도차의 원료도 디지에의 단주 8그루에서 정선한 원료입니다.

 

또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울퉁불퉁 산길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몸을 차의 움직임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올곧게 살아오신 분들도 그냥 흔들리세요, 수고로운 어께를 의자에 붙이고 목도 머리도 기대면 좋습니다. 좁은 차 안에서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목을 뻗대고 있으면 하산해서 차도 탈나고 본인도 몸살 납니다.

 

그냥 수수천년 산맥의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 이리저리 나를 흔들며 안마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좌로 우로 휘청거리다보면 어느새 평평한 길에 다다르고 결국은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숙소로 돌아와 누우면 아무 생각 없이 잠도 잘 오고 다음날 아침에도 가뿐하게 일어나 집니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흔들리지는 마세요. 좌로 흔들릴 때 우로가고 우로 움직일 때 좌로 가지도 마세요, 아니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매사에 중심을 잡자면 기울임의 반대로 가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명이 타는 승용차에 다섯 명이 앉아서 가면 꽉 찬 길입니다. 한사람이라도 움직임을 거스르면 모두 불편합니다. 엽에 예쁜 사람이 앉았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자꾸 그쪽으로만 다가가면 부닥칩니다.

 

힘겹게 살아온 어께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곁에 다소 불편한 사람이 있어도 차가 그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가고 이쪽으로 기울면 불편한 사람이 다가와도 그러려니 하셔야 합니다. 좌삼삼 우삼삼 서로의 기울기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비좁은 차안이지만 서로의 공감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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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심천박람회장

 

심천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 팡춘 가게에서 며칠간 머물면서 한국 고객들이 주문한 제품들을 정리하여 한국으로 발송하였습니다. 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대익 제품들입니다. 한때 삼천여개를 웃돌던 대익 전문점들이 본사 직영점의 확대와 보이차 시장의 경기 악화로 지금은 천여 개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우림이 그야말로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삽시간에 삼천여개의 지점망을 구축하였습니다. 출범하면서 일견 터무니없는 고가 전략으로 욕을 먹어서 유명해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지만 작년부터 저가 전략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더니 올해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홍차 등의 다양한 제품들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기타 하관은 꾸준히 대리상 망을 확대하고 있고 중차공사, 육대차산, 란창고차, 진승 등도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정, 진미호, 두기 등은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약간의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완만하지만 보이차시장의 흐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삼 년동안 침체되어 있었던 시장의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팔구십 년대 차들은 이미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호가는 있지만 매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천년대 초반의 차들도 유명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더니 지금은 정체되어 있는데, 너무 많이 올랐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의 차들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겠는데, 이차들의 오름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매년 햇차가 출시되면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원료 가격의 영향으로 출시가격의 인상폭이 상당합니다. 같은 이름으로 출시되는 차를 기준으로 어떤 제품들은 작년, 재작년의 차들이 올해차보다 싼 가격으로 유통되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다시 역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시장이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일수도 있겠습니다.

 

폭등 폭락을 거듭했던 2006~7년의 보이차 시세 파동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생차보다 보이숙차의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대체적으로 음용인구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보이차 시장의 시세를 좌우하는 팡춘시장은 여전히 안개속입니다. 일만 여개의 크고 작은 가게들이 연이어 거리를 매우고 있지만 오가는 손님들은 한산합니다.

 

심지어 한달에 한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집도 수두룩하다는데 이상하게 가게는 계속 늘어납니다. 물론 대부분 도매 위주이고 전국 각지에 거래처를 두고 있어서 주로 전화로 주문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집 저집을 다니다보면 이래서야 밥이나 먹고 살겠냐는 괜한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최근에 한국으로도 적지 않은 물량을 통관시켰는데 예전과는 달리 숙차의 비중이 생차보다 높았습니다. 한국도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점차 보이숙차의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숙차도 장기간 보관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원래 숙차를 만든 목적은 쾌속발효를 통해 생차의 강한 차성을 변화시켜 당장 먹기 편하게 만든 차입니다. 소장가치도 생차에 비하여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체적으로 저변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소비자들은 우선 저렴하고 먹기에 편한 숙차로 차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의 보이차 소장가들도 점점 보이차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무조건적 투기목적의 소장보다는 고수차 등의 선택적 투자에 눈을 뜨고 있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애초에 차는 차일뿐 결코 투자나 투기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유 자금이 있어서 나중을 위해 소장용 차를 구하신다면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나중에 차업을 하실 것이 아니라면 절 때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이차는 사기는 쉽지만 팔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은 아직 소비층이 얇기 때문에 대량으로 제품을 유통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으로 되팔면 된다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중국으로 통관시켜서 판매하기가 어려운 법률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둘째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브랜드가 있는 유명한 정품을 구매하시고 가능하면 깨끗하게 보관된 박스를 고르세요. 나중에 되팔 때 박스의 보관 상태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게 납니다.

 

셋째 대지차보다는 고수차 위주의 제품을 선택하세요. 이름 있는 정품 고수차는 일반차보다 해마다 원료가격의 상승속도가 크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높습니다.

 

넷째 한정생산 된 제품을 선택하세요. 기념병위주의 제품은 희소성

이 높아서 투자가치가 높습니다.

 

다섯째 맛을 보고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선택하세요. 나중에 잘 안 팔리면 내가 먹어도 되고, 자손에게 물려주어도 내가 좋아하는 차를 줘야 할 말도 있고 마음도 편합니다...

 

기타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다섯 번째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멀리보고 나중에 좋은 가격에 팔리면 살림에 보탬이 되어서 좋고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차 실컷 마시고 자손들에게도 좋은 차 선물한다는 마음이면 나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오운산차 좀 사시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냉정하게 아직은 검정이 덜된 차이고 훗날 금덩어리가 된다고 자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운산차는 언젠가 말씀드렸지만 결코 투자용으로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당년호차라 그해에 먹어도 맛있는 차이니 후딱후딱 드시고, 남으면 경년신차 즉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니 그때 드셔도 되겠습니다. 어찌되었던 혹시 오운산 차가 있으면 마시라고 만든 차이니 소장하지 마시고 늘 곁에 두고 그때그때 드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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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김태연 박천현 회장 부부 방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닷새가 전쟁같이 지나갔습니다. 매번 그래왔지만 시작할 때의 부푼 기대감은 간곳없고 허탈한 마음으로 짐정리를 돕습니다. 직원들은 자꾸만 않아서 쉬라고 하지만 쉬는 것이 더 불편합니다. 눈에 보이는 별다른 성과도 없이 닷새 동안 고생만하고 또다시 먼길을 가야하는 직원들 생각을 하면 뭐라도 조금 도와주고 싶습니다.

 

어떨 땐 정말 야속하기도 합니다. 정식하게 열심히 만들었고 직원들 또한 사장인 내가 보기에도 하나같이 솔선수범하며 눈물겹게 노력하는데, 전시장을 오가며 들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대충대충입니다. 차에는 관심 없고 여직원하고 말장난만 즐기는 사람, 자기 집에 금송아지 열두마리 쯤 있는지 최고 비싼차만 종류별로 시음하고 제고가 없다는 품목만 열 박스씩 달라고 큰소리치는 사람, 당 간부쯤 되는지 비서들 주렁주렁 달고 와서 공짜 선물만 바라는 사람, 포장까지 다 해놓고 더 깎아주지 않는다고 성질내며 가는 사람,

 

오운산고차 부스

 

이산 저산 자기가 아는 차산 다 이야기하며 너는 가봤냐며 기죽이려하는 사람(물론 저는 당연히 다녀왔습니다...) 할 수없이 그 마을에 사는 누구누구를 아느냐며 확인하고, 그 마을 차의 특징이 무엇이며 무슨 족이 살며 토질이 어떠하고, 고수차 일년 생산량이 어느 정도이며 봄차 가을차 생옆 가격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물어봐야 꼬리를 내립니다.

 

비싼 비용을 투자하여 설계한 오운산 부스가 마감시간이 되어 인부들에게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과히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수천개의 전시부스가 일주일 만에 만들어지고 부서지는 일들을 일년내내 반복하는 곳이 박람회장입니다. 오운산도 이번엔 여섯칸으로 제법 규모를 갖추어 참가 했습니다만 1020칸 이상으로 참가하는 업체들도 여러 곳 있습니다.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라는 글씨를 크게 눈에 뜨이는 곳에 걸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오운산 차로 기억하기보다는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로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각자 한국과의 인연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가 아는 한국인도 윈난에서 차업을 하고 있는데 차가 괜찮다며 비교적 평판이 좋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더불어 오운산도 언젠가는 꼭 자리를 잡고 싶다고 말하고 다른 한국분이 만든 차도 계속 애용해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기념사진

 

이번 박람회는 칠월의 쿤밍박람회와는 확실히 공기가 달라진 느낌입니다. 또다시 이상한 놈들이 와서 노골적으로 사드문제 등을 제기하면 따끔하게 야단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웬걸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네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 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변한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논리적으로 들어가면 이번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일련의 대처는 아주 미숙했고 한국으로서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차제에 앞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문제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항근처의 식당에서 모든 직원들이 모여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상하이에서 온 강이, 쿤밍에서 온 친종, 멍하이에서 온 도부장과 위샹, 광조우의 명이와 아리엔, 아픈 몸을 이끌고 온 아내까지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모래 다시 멍하이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짐정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술잔 앞에 홀로 앉으면 때론 이유 없이 눈물이 납니다. 부풀었던 기대는 무엇이고 이제 와서 이렇듯 허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박람회에서도 기억할 만한 몇 몇 분들을 만났지만 세상에 좋은 차 만들기도 어렵지만 좋은 차인 만나기도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한국에서 석가명차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차인들의 정성이 눈물겹도록 고맙기도 합니다. 이분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아무리 어려워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한계단 한계단 나아가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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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박람회장

 

어제 중국으로 들어와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선쩐국제차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칠월의 쿤밍박람회를 참가한 후 사드사태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중국의 기타지역의 박람회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중국 최대 규모의 선쩐국제차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여러 상황이 어렵더라도 이왕에 시작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각 지역의 오운산 전문점에서도 홍보 차원의 참가를 요청하고 멍하이, 쿤밍, 광조우, 상하이에 있는 오운산 직영점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아내도 함께 와서 한복차려입고 팔자에 있는 대장금노릇하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심천 박람회는 중국 전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큰중국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손꼽히는 선쩐에서 열리는 박람회라 모든 비용이 비쌉니다. 전시부스 여섯 칸에 설치비 및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이천여만원의 경비가 소요됩니다. 이 비용을 좋은 원료를 만드는 쪽으로 투자하면 좋으련만 차업도 어쩔 수 없이 사업인지라 일단은 규모의 경제로 몰아가는 중국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박람회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수익이 초과되고 있어서 부담이 덜합니다만 아직 중국은 홍보 단계인지라 이중 삼중의 부담입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박람회장

 

보통 전시부스를 두칸 혹은 네칸으로 참가 했는데, 이번엔 여섯칸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아예 중국식으로 꾸며서 보란 듯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韓國人做的普洱茶)라는 글씨를 대문짝만하게 걸었습니다. 최근에 한중의 긴장관계가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속 좁은 중국인들도 있습니다. 공산당에 통제된 언론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방적인 보도에 익숙한 그들이기에 무작정 탓할 수도 없습니다. ‘사드문제도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상황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중국인들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중국이 이제 미국과 더불어 G2(Group of 2)로 불이우고 있지만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굴욕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게도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내 할 말하고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줘야 할 것이 있다면 주면 될 것입니다. 오운산은 박람회장에서 결코 중국의 거대 보이차 집단에 기죽지 않습니다. 가격을 할인 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정직한 맛으로 승부합니다.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먹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라는 당년호차(當年好茶) 경년신차(經年新茶)의 경영이념으로 기존의 보이차들이 가진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의 새로운 개념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오운산 차를 시음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하는 첫 질문이 오운산이 한국에 있는 산이냐는 것입니다. 悟云山 즉 윈난의 차산을 깨달아서 만든 차라고 설명하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라고 적혀 있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차인 줄 알았답니다.

 

오운산고차 부스

 

한국인이 윈난에 가서 한국인의 기술과 양심으로 직접 만든 차라고 설명하고 기타 차들과 비교해보고 입맛에 맞으면 연락하라고 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박람회 현장에서 판매되는 경우는 희소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연락이 오고 한번 구매한 분들이 다시 찾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박람회 첫날이라 하루종일 먼 곳에서 올라오신 분들 그리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들이 찾아와서 인사하기에 바빴습니다. 한국에서도 울산공예가 협회 등에서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고 내년 일월에 울산에서 보이차 개인 소장전을 개최하시는 여상구선생님 등의 마니아 분들도 오셨습니다. 부디 먼길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모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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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병배차를 만들어 선물하는 모습

 

언젠가 중학생 딸내미랑 차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빼곡히 실려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돼지를 보고 깔깔거리던 딸내미의 웃음이 생각납니다. 저는 보는 순간 저 녀석들은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 다른 데로 팔려가는 건가? 혹시 도살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딸내미는 뭐가 우스운지 계속 깔깔거리기만 합니다.

 

아빠 아빠 봐 봐 뒤뚱거리는 게 우스워 죽겠어! ”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나는 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생각이 만든 생각에 침윤되어 뒤뚱거리고 있을까! 3의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지는 않을까?

 

차업을 하면서 늘 부닥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이 생각의 굴레입니다. 가급적이면 보이는 그대로 맛보는 그대로 그 차를 평가하려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누가 만들었느냐, 누가 판매하는 차인지, 누구랑 마시느냐에 따라 늘 조금씩 변합니다. 이 문제는 사용하는 물, 그리고 도구의 선택에서 오는 차이와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일종의 느낌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제가 차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저는 구정물을 마시더라도 마주한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면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주하는 사람의 그릇이 옹졸하고 사기성이 있는 사람과는 아무리 좋은 차를 마셔도 맨송맨송합니다. 그러나 차를 만들어 여러분에게 제공해야 하는 마음은 다릅니다. 차를 가지고 온 차농의 인격이 아무리 훌륭해도 차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그 차를 취급할 수 없습니다.

 

그 차농과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차를 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차를 가져온 사람은 개차반인데 희한하게 차가 맛있으면 그 차는 구입합니다. 차만 구입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그 차가 생산된 지역을 탐문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 오운산의 방식으로 생산하곤 합니다. 다행이 차도 좋고 사람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오리려 여러 가지로 애매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를 사업으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최선에 최선만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로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차이지만 그 사람의 사정을 보아서 조금씩 구입할 때도 있고 아무리 좋은 차이지만 내 팽개칠 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좋은 차 찾아 삼만리! 심심산골을 돌아 나오다가 우연찮게 맞닥뜨린 팔순 할머니가 삶은 옥수수를 건네주시면서 당신이 만든 차를 보여 주면 저는 그냥 맛도 안보고 조금씩 사가지고 옵니다.

 

오운산 차에는 그러한 연고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구매한 차들도 일부 들어 있습니다. 주로 이러한 차들은 작년부터 출시하고 있는 당해년도 오운산기념병 원료에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장담합니다. 어떤 날 오운산 차가 유독 맛없게 느껴지시면 그냥 정서를 마신다?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는 입으로 마시고 몸으로 반응하지만 느낌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작용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늘 이러한 경계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이지만 어떤 차를 만드느냐는 저의 선택입니다. 오운산 차는 저의 일생을 담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에는 지은 자의 정신이 녹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운산 차 한편한편이 모두 자식 같은 마음이지만 제 자식이라고 완벽할 수 없듯이 부족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인연 따라 여러분의 소중한 자리에 놓일 수도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적어도 차로서는 솔직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1121일 귀국하여 23일부터 개최되는 부산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123일 대만으로 잠시 출장을 다녀와서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심천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 가게에 잠시 들렀다가 12월 말에 다시 멍하이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가게로 오시면 손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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