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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구들장에 10년간 보관된 생차

밀양 단장면에서 차도구를 전문으로 작업하는 정재헌 사기장은 그동안 백자다기류를 만들어 왔다. 헌다용 도구와 촛대 문방사보 등이다.
식기류도 백자로 만들었다. 백자 다기는 이제 경상도 지역과 부산 대구에서 지명도가 높고 특히 승려들이 그의 백자 세계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만의 각형 다완을 만들었고, 그와 함께 사용할 백자 주자도 그의 변신을 알리는 작품이다.

최근 가마에서 새로 작품을 내었다는 소식에 방문하였다
. 자리에 앉아 마주하며 차를 내는 것은 늘 우리나라 황차였는데, 이번에는 혜우스님이 만든 황차를 맛보았다. 그런데 차를 담은 차통을 옹기로 만들었는데 보관하는 통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찻자리에서 다관 가까이 들고 와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는 뭔가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부분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두 번째 차로 이 집에서는 오랜만에 보이생차를 내었다. 집에서 10년간 황토구들방 책장 옆에서 자리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된 차를 맛보고 보이생차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고 하면서 흥이나서 차를 우려주는 모습이 보이차의 매력을 이제 조금 알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황토구들방 책장 사이에서 숙성된 보이생차는 이제 10년이 자니면서 다른 곳에서 보관한 것보다 훨씬 맛이 들어 있었다.

최근 작업한 다완(다완에 대해서는 다음 작업에서 한 번더 수정된 형태를 보고 사용 리뷰를 올릴 계획)

같은 종류의 차를 시골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보관된 차는 이런 맛이 나지 않았는데, 황토구들방에 보관된 차의 풍미는 차의 주인뿐 아니라 필자에게 그리고 이 차를 수입했던 명가원에서도 연구해볼 대상일 수 있다. 그래서 보이생차는 최소한 하나의 품질을 3군데 이상 전혀 다른 조건에서 보관된 것을 확인하지 않고는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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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우리나라 작가(도예가, 공예가)들이 중국 차도구 뿐만이 아니라 유럽 홍차다기의 수입에 밀려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놓여있다. 7-8년 전 만 해도 흙으로 다기를 만든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 늘 그렇게 호황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최근 3-4년 힘들게 작업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작가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의식이 보인다.

지방을 들러보면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 세계에 도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릇을 만들다 향로를 만드는 경우나, 평소에는 화로를 만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차인들이 전기 화로에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민감한 유행과 기물의 생산은 장인들의 몫이다. 스스로의 시장개척에 나서지 못하면 그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도예사기장에 대한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 하고 있다. 다름 아닌 세대교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체의 바람은 전통적인 기물 제작과 그에 따른 고유성, 전통성만을 따질 단계가 아니다. 물론 그 저변에는 전통적인 방식과 그에 따른 탄탄한 기본기를 배태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통은 이어질 수 없다. 전통의 계승이라는 것이 그저 기물의 형상만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대와 세월에 맞는 변형이 있어야 한다.

덕분에 고려청자와 조선의 백자는 정체성을 가진 것이다. 중간에 청자와 백자의 혼재시기의 기물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웠던가. 유약과 태토는 수많은 도전과 실험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우리 사기장들의 위치와 세태의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국면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바로 이러한 변화를 담아보고자 한다. 처음이니, 또는 그 가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니, 세대가 교체되는 것이니 하는 미사여구보다 세대가 바뀌면서의 처음을 담아내 보고자 한다. 이는 필자의 찻잔이야기, 사기장 이야기에서 뿌리 깊게 이어지는 우리 사기장들의 현장과 현실을 담아 내는 시간과 공간의 사적(史的) 작업이라 생각한다.

<첫번째 작품의 발표는 "아름다운차도구 4권"에서 처음 시도 되며, 향후 동양차도구연구소 홈페이지가 새롭게완성되면 석우연담 차도구 신작 발표와 공유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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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새롭게 선보이는 청자 다기 세트]

만든 작품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청자(靑瓷)의 전통이 술잔에 그치고 있으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선경험이 분청(粉靑)과 백자(白瓷)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큰 이유라 하겠다. 특히 말차의 경우에는 유약의 차이가 청자의 특징과 어우러지지 않음이 큰 이유가 되겠지만 따지고 보면 잎차는 분청과 백자, 그리고 말차는 청자로 즐겼음이 우리 도자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명동에 있는 롯데호텔 지하 아케이트 리모델링에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 전문점인‘도유(대표 정호연)’에서도 내부 공사가 이루어졌다. 도유는 우리나라 1세대 사기장인 도암 지순택, 무형문화재 김정옥을 비롯하여 현대 작가의 다완. 화병, 항아리, 향합 등의 작품을 많이 취급하는 곳이다. 이번에 도유에서 국제창작다례협회(회장 김복일)와 협의하여 전차용 다기를 청자로 만들게 되었다. 청자다기는 지난날에도 있었지만 현시대에 어울릴 수 있고 발효차가 유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용도에 맞는 다기를 제작하는데 성공하였다.

차 하는 사람으로서 보면 산차 형태의 우려마시는 차는 분청다기에 매료되지 청자에 대해서는 큰 매력을 못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거리인 청자를 근본으로 차를 마시는 도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색다른 취향이 될 수 있다. 차는 꼭 백자로만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막걸리를 꼭 막걸리 잔에 마셔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청자 잔에 비친 차의 생깔이 어떤 분위기로 다가올지는 우리 청자산업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른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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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그릇이라고는 그저 옹기나 유기, 사기그릇 정도 챙기고 시집, 장가들던 그 시절에는 그릇이 구색맞춰 있는 것만 해도 뿌듯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요즘에 이르러서는 그릇하나, 찻잔하나도 집안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른바 수요의 수준은 높아지고, 공급이 그를 따르지 못하는 수위에 이르러, 작품을 베끼고, 약간의 수정으로 신제품으로 내 놓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시장의 생리이기에 그에 대해 무엇을 바랄까만은 장인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무를 져버린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요구가 지나친 것도 이유겠지만 작품을 내 놓고자하는 작가의 정신에도 흔들림이 있지 않을까 한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도 작가(장인)의 작품이 흔들림 없는 예술혼을 자랑하는 것은 정녕 힘든일인가. 만일 그 분들이 혼이 없는 그릇을 세상에 내어놓고 정녕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내 진정 존경해 마지 않는 사기장 님들께 무진무진 바라는 바 한가지 있으니

“당신들이 내어 놓은 그릇 하나하나에 이나라 이 민족이 자랑할 수 있는 우리 혼이 깃들게 하소서”

시간은 지난다. 세월은 바뀐다. 역사속에 이륾 남긴 사기장들의 그릇이 후대에 폄하되어서는 않된다. 작은 잔 하나에도 그들의 깊은 혼을 느끼고 싶다.

석우.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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