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의부작용'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09.05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10 - 품평
  2. 2020.08.24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8 - 노차, 골동차
  3. 2017.10.05 잘 익은 보이차는 무엇일까?

그동안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현재 보이차 시장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제 나름의 시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품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동안의 글들을 마감할까 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 이외에도 농약과 비료의 문제, 아플로톡신을 비롯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의 검출 문제 등 여러가지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차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겠습니다.

품평이라고 하면 흔히 각종 차 관련 행사에서 업계의 저명한? 분들을 모셔서 출품된 차들을 심사하고 시상하는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진행되는 품평은 행사 차원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시상 또한 그러한 방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중국의 이런저런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여러번 참여를 권유받았고 시상을 거래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심평을 통해 우수한 차를 선택하고 시상하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중국의 차 가게를 방문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국적불명의 상패를 보다보면 이런 시상에 연연하지 말고 제품에 좀 더 신경 쓰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대로 시설을 갖춘 실험실에서 전문 연구원들이 엄격한 기준 속에서 하는 품평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차인들이 차를 나누며 심심풀이?로 하는 품평도 있습니다. 행사 차원의 품평은 주최 측의 의도 등 다양한 품평 기준에 따라 선택지 또한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의 경우 어쩌면 일반인들이 가볍게 하는 품평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차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이 아니기에 효능적 측면보다는 마시는 사람의 입맛이 더 중요합니다. 또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차라야 소비되고 계속해서 생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소비자들의 기호만 좇아 가는 품평과 그렇게 선택된 상품이 꼭 최고의 제품이라 할 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기호는 시대적 개인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대중은 때로 일시적 충동에 의해 움직이는
중우(衆愚) 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때 대중의 열열한 호평 속에 사랑을 받았던 것들이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고 한순간에 내팽개치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차에 있어서 좋은 품평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본질에 충실한 품평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는 차가 가진 본래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차가 좋은 차이고 그러한 맛을 구현한 차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좋은 품평이 아닐까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차는 차나무에서 딴 이파리를 가공해서 만든 것입니다. 우려서 마시면 향기로우며 입안에 머금었을 때 감미롭고, 마시고 나면 속이 편안하며 여운이 오래도록 몸을 감싸는 느낌이 있는 차, 수시로 다시 생각나는 것이 좋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마시면 곧바로 그러한 느낌이 있는 차도 있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느껴지는 차도 있습니다. 그래서 품평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SNS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시음평을 보면 때론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보기에 목적을 가진 시음평과 순수한 시음평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친 미사여구로 마치 장생불사의 영약처럼 묘사한 차, 그래봐야 쌀값보다 비싼데 가성비만 강조한 차,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터무니없이 비싼 차,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차, 기회는 찬스이니 왕창 사서 쟁여두어야 한다는 차, 지금은 맛이 없으나 훗날에 틀림없이 황홀한 맛으로 바뀔 것이라는 차, 몇 달만 마시면 날씬해지고 예쁘진다는 차 등등 ...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예들을 적어 봤는데 저는 오히려 이렇게 소개하는 차들은 빼고 구입하시면 좀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자신이 취급하는 차만 최고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만든 차는 무조건 아니라는 사람이 판매하는 차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이던 집착하면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지나친 집중은 오히려 다른 세계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만든 차에 대하여 설명하다 보면 문득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최소한 다른 사람이 만든 차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들면 그냥 입을 다뭅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는 고통을 알기에 한두번의 간단한 시음으로 타인이 정성껏 만든 차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차를 만드는 동업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쓴 10편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전화로 댓글로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적었을 뿐 제가 생각하는 진실이 모두의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여 제 글로 인해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의 말씀 또한 올립니다. 좀 더 맑고 투명한 보이차 세계를 위한 제 나름의 제안이라 여겨주시고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10회 마지막 유튜브 영상
youtu.be/3nri3tok8ww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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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급차인 송빙호 도판

보이차에 있어서 정점은 어떤 차일까요?

비싼 차! 유명한 차! 오래된 차! 희소한 차! 한번 마시면 평생 잊기 어려운 차! 보통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차! 현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여러가지 가치들을 종합해보면 역시 노차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노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보이노차는 현재 차 시장의 정점에 있는 차이고 수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마셔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96년부터 차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차를 판매한 적이 없습니다.

칠팔십 년대에 생산되었다는 비교적 저렴한 흑차류 차들은 일부 취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한편에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보이 노차들은 감히 취급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애초에 그만한 자본을 움직일 재력이 없었고 노차 탄생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홍콩과 대만 쪽의 인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천년 초 인연 따라 몇 번 마셔본 것이 전부인 노차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차는 많이 마셔본 사람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차업을 시작한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노차를 문의하는 연락을 받았고 먼저 거금을 줄 테니 정품 노차를 구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매번 정중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줄 곳 여러 대형차창의 한국총판을 해왔기에 신차 위주로 취급해왔습니다. 솔직히 저의 경험과 실력으로는 노차의 진위를 정확히 판별할 능력이 안된다는 자각에서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정품노차를 가지고 있기로 이름난 분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은 구경하기조차도 힘든 차인 홍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품 침향의 놀라운 가치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문화든 그 문화의 정점은 존재하고 정점의 문화를 보존하며 꽃피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누릴 수 없는 문화 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터부시하고 도외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금전의 유무를 떠나 정점은 정점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정점의 문화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일부 계층의 오락거리로 전락하거나 너희는 마셔봤냐? 씩의 특권의식을 고취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차는 차, 백년 천년이 지나도 역시 차일뿐인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호도 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제가 노차를 취급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창고에서 갑자기 출현한 수톤 내지는 수십톤의 노차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입니다. 호급 인급 차들은 애초부터 량이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들을 정확히 감정할 수 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노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기회를 틈타 오로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름뿐인 준노차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되었을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차를 익혀서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몇년도 아니고 수십년동안 정체를 감추고 있던 차가 비슷한 시기 한꺼번에 많은 량이 시장에 솥아져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넘쳐나는 가짜 노차의 유해성과 수상한 유통 또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이십여 년 차업을 해왔지만 노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제가 노차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자니 조심스럽습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정품 노차의 가치를 바르게 알리고 참다운 문화로 자리 잡게 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도 한국에 계십니다. 혹여 그분들께 이 글이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저는 신차 위주의 차업을 해왔고 지금은 운남에서 직접 햇차를 생산하고 있는 입장이라 자칫 햇차를 생산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노차를 비토 하는 글로 비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차가 이런저런 의문이 있는 차이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었습니다. 보이차가 처음 운남의 소수민족들이 마시던 차에서 청나라 때 중국 황실에 공납되던 차가되었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노차의 가치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명차가 되었습니다. 어떤 문명이던 문화든 그늘은 있게 마련입니다.

노차의 그늘이 깊은 것은 사실이나 노차 그 자체의 가치는 지금의 보이차 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youtu.be/o_x6OzFCgRE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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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생산된 박지 7542

 

숙차라는 것은 익은 차를 말한다. 시간과 스스로의 발효를 거쳐 이제 익을 만큼 맛있게 음미할 수 있는 차가 숙차이다. 숙차의 기원은 일반 생차이다. 그 생차 보이차는 원래 청병인 것이 당연하다. 그 생차들이 오래 되어 익었다고 한 것이 바로 숙차의 원래 의미이다.


이후 70년대 인공발효 덕분에 숙차가 만들어졌고, 그 숙차의 의미와 범위는 앞서 말한 청병이 익은 숙차의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목적이 된 것이다. 즉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인민이 마실 수 있는 차류를 만들어 내는 공정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청병과 그에 대한 숙차를 알고 있는 중국인들은 1-2번의 세차를 거쳐 요즘 나온 숙차를 음미한다.


각설하고, 생차를 익히려는 노력은 대단히 많다. 즉 입창(이전에는 습창차라는 표현을 했다)이라는 큰 범위의 단어로 말하지만 가정에서의 보관부터 창고보관까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즉 습도와 통풍 등 차를 숙성시키는 즉 익히는 과정으로서 흔히 말하는 입창차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여기서도 생차만 마시는 분들은 입창차를 마시면 죽는 것 처럼 말하는 사람과 그런 차는 탁한 차라고 말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저렴한 중국차들의 특성이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분명히 알게끔 한다. 현지에서 잘못 보관된 차들에게서 나타나는 명확한 공통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생산된 박지 7542(전형적인 입창차)

우리가 잘 아는 7542나 7572, 8582를 손님에게 대접하면 좋은 차 마셨다고 고마워한다. 역시 보이차는 노차가 좋다고, 숙차를 마시면 초보인 것으로 말하면서 잘 익은 70년대나 80년대 7542나 8582를 마시면서 차는 원래 이렇게 익어야 좋다고 한다.


보이차의 세계에서 70년대와 80년대는 차를 익히는 것이 유행이었다. 보이차 제조 공정에 숙차 만드는 방법과 차를 만들고 나서는 입창을 통해 차를 익히는 방법으로 두가지가 동시에 시도되었다. 그래서 습을 먹은 정도의 차이일뿐 대부분 차는 입창을 통해서 익혀가는 시기는 88청병이 나오기전인 90년대 이전까지 이어진다.

1950년대 후반 생산된 람인철병(인급차는 입창을 통해 완성된 차)

 

따라서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70년대 80년대 7542와 80년대 8582모두 인공으로 익힌 차다. 요즘와서 국내 보이 생차 전문가들이 말하는 입창차(습창차)마시면 죽는다고 하는 차다. 다시 말해 홍콩에서 보관되었다고 하는 차들이고, 현재는 홍콩이나 중국의 소장가들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차들이다.

이 차들이 최근에 열불내며 성토하는 명확한 입창차이다.


선입견만으로 입창한 차를 못된(?) 차라고말하면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으쓱해 보이거나 대단해 보일 것 같다는 착각으로 살수도 있겠지만, 훗날 보이차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좋은 차 건강한 차를 만나게 되면 오히려 부끄어워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차에는 겸손해야 한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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