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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왕수

 

언뜻 보아도 노반장 차왕수보다 굵고 큰 나무가 수 십 그루 보입니다. 제가 그동안 어림잡아 이백여 군데의 차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큰 차나무들이 한자리에 있는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야! 잠시 탄성을 지르고 고차수 숲으로 들어갑니다.

 

쿤루산(困鹿山)은 푸얼시(普洱市) 닝얼현(寧洱縣) 펑양샹(鳳陽鄕) 콴홍춘(寬宏村)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콴홍춘도 써라고 부르는 8개의 조그마한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족(彝族)이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고 지금은 이족, 하니족, 한족이 비슷한 비율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황지아짜이(皇家寨)에 고수차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청나라 때 공차로 황실에 납품되었다는데, 봄차 철엔 관에서 병사를 파견하여 감시 감독하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차나무의 자라는 속도는 지역의 토양환경과 위치 나무의 수종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이곳의 차나무 수령을 물으니 대충 400년 이상이라고만 답합니다.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천년고수들보다도 훨씬 크고 굵어 보이는데도 딱 보면 안다는 뜻일까요! 다른 곳처럼 수령 뻥튀기 같은 게 없습니다. 사실 차나무의 수령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수로 지정된 샹주칭차왕수처럼 공인기관에서 수령을 측정하지 않은 이상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을 가보면 정확히 300650년 등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몇월 며칠 몇시 몇분에 심었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노반장 차왕수도 2008년 즈음엔 800년 정도로 이야기 하더니 어느새 천년이 되고 올해 차왕수 경매에서는 1200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10년도 안되어서 400살이 늘어나 버렸는데 유명해지면 빨리 늙나요...

 

오솔길 사이로 전설처럼 이어진 천년고차수 숲길을 거니는 감흥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저는 차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런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차 숲 중간쯤에 이 지역의 차왕수로 모시고 있는 차나무 아래 잠시 머리를 숙입니다.

 

천년의 역사 속에 차로인하여 명멸해간 수많은 사람들과 차농들의 수고로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합니다. 비수기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서 향을 사르는 곳이 잡풀들로 무성이 덥혔습니다. 청소 삼아서 풀을 뽑고 근처의 쓰레기들을 정리하는데 도부장이랑 젊은 친구가 자꾸 말립니다.

 

괜찮아! 놔 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소엽종, 중엽종, 대엽종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이무 의방 쪽에 많이 자라고 있는 흔히 찻잎 모양이 고양이 귀처럼 작다고 해서 마오얼두어’(猫耳朵)라고 부르는 특소엽종들도 눈에 뜨입니다. 봄차 가격을 물어보니 생잎이 1kg5000위안이랍니다.

 

생엽 4.3kg정도를 가공하면 모차 1kg이 생산되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kg400만원 가까운 금액입니다. 다소 절망스러운 가격입니다만 일년 생산량이 1톤밖에 안되고 역사적으로 공차로 바쳐질 만큼 유명한 지역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녹차, 오룡차 등의 최고급 차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걸로 위로삼곤 합니다.

 

젊은 친구 집으로 내려와서 올해 차들을 시음합니다.

야생차, 홍차, 소수차, 대수차, 고수차, 봄차, 여름차 등을 차례대로 시음합니다.

먼저 야생차는 쿤루산근처에 대규모의 야생차 군락이 있는데 봄에 직접 가서 채엽해서 만들었답니다. 쓴맛이 강열합니다.

 

이런 차는 많이 마시면 배탈 납니다. 야생차들 중에서는 약간의 독성이 있는 것도 있어서 마실 때 조심해야 됩니다. 홍차를 마십니다. 여름차로 만들어서 그런지 맛이 연하고 약간의 단맛이 있습니다. 소수, 대수, 고수를 순서대로 마시는데 맛 차이가 확연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정도로 크지는 않은데 이 지역에서 차를 분류하는 방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수차는 50년 이하의 유성생식 즉 차 씨를 심어서 고수차밭 근처에서 키운 차를 말하고 대수차는 100년 전후의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차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소수차는 새로 개발된 운항계열의 개량종 품종으로 만든 차를 뜻하고 대수차를 키가 크다는 의미인 까오토오’(高頭) 라고 부르는데, 차나무 수령이 50~100년 정도의 차를 말합니다. 고수차는 200년 전후의 차들과 400년 이상의 차들을 따로 분류합니다. 지역마다 차를 분류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맛으로 구분하게 되면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지 않는데 처음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현제 이곳에는 376그루의 400년 이상 된 고수차가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쿤루산의 보물을 마십니다.

 

차실로 만들어 놓은 정자의 이름이 추록대(追鹿臺)입니다. 사슴을 좇는 전망대라고 할까요? 해발 1650고지의 탁 트인 정자에서 굽이치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음미하는 차맛은 가히 일품입니다. 개개인의 입맛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 마신 고수차 중에서는 감히 최고의 맛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리 비싸도 1kg은 사서 이 향을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노반장의 단맛을 함유한 떫고 쓴맛과 빙도의 우아하면서 맑은 단맛, 이무의 부드럽고 유장한 맛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차는 모두 판매되고 없습니다...

 

열감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머리카락이 땀방울로 촉촉이 젖습니다. 회감과 회운이 호흡을 타고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고수차는 없고 약간은 아쉬운 맛이지만 비견할만한 까오토오차를 1kg 8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820일 귀국예정인데, 멍하이 일기 애독자 분들께는 저희 가게로 오시면 제가 직접 우려 드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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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주인(최해철)

 

므장미띠펑황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한 시간 삼십분을 달려 닝얼에 도착합니다. 닝얼은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옛날부터 보이차가 이곳에 모여서 전국으로 운송되었기 때문에 이 지역 이름을 따서 보이차로 불렀다는 지역적 명칭의 유래지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나커리(那柯里)라는 곳이 있는데 차마고도를 오르내리던 마방들의 큰 객잔이 있던 곳으로 최근에 시에서 새롭게 단장하여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이차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2007년 원래 스마오(思茅)시 푸얼현이었던 것을 스마오시 자체를 푸얼시로 바꾸고 푸얼현은 그냥 닝얼현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지요. 푸얼의 영토 확장이랄까요?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여러 사람에게 그럼 왜 푸얼이 닝얼로 바뀌었냐고 물어보았는데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정부에서 하는 일이려니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하기 참 쉽죠...

 

나중에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1900년대 초에도 푸얼이 닝얼로 바뀐 적이 있고 이후에도 몇 번 왔다 갔다 했네요!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름은 닝얼로 바뀌었지만 유적은 그대로 남아 있고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옛 시조 한 구절이 떠오르는 이름 바뀐 푸얼의 옛 거리를 잠시 걸어봅니다. 곳곳에 아직도 푸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간판들이 보입니다. 시가지 한복판에 우뚝 솟은 보이차 기념관이 있습니다. 내부 계단으로 오층까지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층층마다 보이차 관련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는 저물고 쿤밍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저녁으로 소고기 샤브샤브에 바이주 한잔을 겻 들여 든든히 먹고 근처의 호텔에 투숙합니다. 이곳에서는 최고급 호텔이라는데 요금이 삼 만 원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목적지인 쿤루산(困鹿山)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우기인지라 비만 안와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건 다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한 달 내내 비 맞고 돌아다니다보니 비만 오면 살짝 이상해지는 느낌입니다. 속담에 비 맛은 중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꾸 입에서 중얼중얼 이상한 소리가 나오려고 합니다. (스님한텐 죄송한 표현입니다...)

 

쿤루산은 푸얼차구 중에서도 차 가격이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지역입니다. 중국의 유명 배우가 천년 야생고수차를 한그루 입양하여 보호하고 있다는 곳이기도 합니다.

 

닝얼에서 한 시간, 산길이지만 비교적 포장도 잘되어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습니다. 차산 길이 이정도만 되면 관광버스도 다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차가 다니는 길 중에 이정도로 나쁜 길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 봄차가 출시되기 전에 그동안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모든 차농에게 일괄적으로 봄 고수차 3kg씩을 샘플로 발송해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제가 멍하이에 있으므로 근처의 차농들은 직접 샘플 차를 가지고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푸얼이나 린창(臨凔) 등 멀리 있는 지역에서는 먼저 전화를 하고 샘플 가격을 입금한 후 차를 보내주곤 했습니다.

 

모든 차산을 방문하고 시음을 한 후 샘플이라도 가지고 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봄차가 출시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매년 이렇게 모인 차들은 연말에 오운산 기념병으로 제작합니다. 오늘 방문하는 쿤루산의 차농도 그때 상담 후 차를 발송해준 친구인데 차농사를 시작한지는 4년밖에 안된 젊은이입니다.

 

현재 유명 차산의 많은 차농들이 그렇듯이 옛날엔 도시에 나가서 일하다가 찻값이 오르면서 귀농한 케이스입니다. 올 봄에 상담할 때 고수차는 너무 비싸서 생태차로 3kg만 보내 달라고 했는데 고맙게도 고수차도 조금 같이 보내주었습니다. 한 창 차철이라 여러 가지 차들을 매일 같이 시음하곤 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맛이어서 이번 기회에 방문하기로 한 것입니다.

 

황지아짜이(皇家寨) 차밭 바로 앞에 자동차를 세웁니다. 젊은 친구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저희를 맞이해 줍니다. 악수를 하고 고개를 차밭으로 돌리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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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띠(迷帝,米地)

 

쌍둥이 공원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몇 군데 차를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한집에 들어가니 통통한 하니족 아가씨가 반가이 맞이합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유명 차산지는 미띠(迷帝,米地) 그리고 펑황워(鳳凰窩)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지명을 해석하면 묵강먹물이 강처럼 흐르는 곳, ‘미제황제를 유혹하는 곳, ‘봉황와봉황이 움집을 짓고 사는 곳 등으로 거창하게 해석할 수 있겠는데, 전혀 아니올시다...

 

저도 처음엔 차산을 다니면서 습관처럼 지명과 한자의 뜻을 연결하여 풀어보곤 했는데,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차산의 지명은 대부분 그들만의 언어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하나의 중국으로 통일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발음 그대로 한자로 표기했기 때문에 뜻과 지명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추적해서 차산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그 분야는 또 다른 과제로 남겨 두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 계시면 적극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므지앙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미띠는 해발 1500m 전후에 고수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명나라 시기인 1400년대부터 차를 심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청나라 때 황실에 공차로 진상되었다고 합니다. 청나라시기에 황제가 좋아 했다는 이유로 지명이 원래 米地였는데 迷帝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확실치 않습니다. 차산을 다니다보면 여러 곳에서 황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지역의 차를 선전하기위한 방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통통한 하니족 아가씨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국사람 TV에서만 보다가 처음 본다며 반갑다고 깡충깡충 뜁니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마치 노래라도 한곡 해야 될 분위기입니다. 내 나이가 몇 살 정도로 보이냐고 물으니 아직 칠십은 안 되어 보인다기에 아서라! 할아버지 그만 놀리고 차나 마시자고 했습니다...

 

자기 집에는 근처 차산의 생태차 밖에 없고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미띠지역 차를 독점하고 있다면서 소개를 해 줍니다. 근데 소개한 집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비가 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냥 내리는 비가 아니라 번개도 치고 그야말로 양동이로 퍼 붓습니다. 차실에 앉아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이곳은 보통 비가와도 잠시 오곤 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모릅니다. ‘미띠펑황워를 가야되는데 비가 길을 막습니다. 차산은 조금만 비가와도 오를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이천년 초에 미띠 지역의 고수 차밭을 30년간 독점 계약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이집 주인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영 믿음이 안갑니다.

 

올해 경매로 출시해서 1kg300만 원에 팔았다는 미띠단주차를 우려 줍니다. 고수차인 것은 맞는데 맛에 특별한 특징이 없습니다. 단맛보다 떫고 쓴맛이 약간 강한 편이고 노미샹’(나미糯米香)이라고 하는 차살 향이 있고 난향도 살짝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회운(回韻)이 부족합니다. 경매로는 1키로 300만원에 팔았지만 같은 업자끼리니까 120만원에 주겠답니다. 고수*대수 섞인 것은 60만원까지 가능하다는데 구입하고 싶은 차는 아니었습니다. 인사 삼아서 생태차 1kg8만원에 구입했습니다.

 

펑황워차도 우려 줍니다. 자기 집 차는 아니고 친구가 역시 경매에 출품했던 차인데 조금 선물로 준 차랍니다. ! 그런데 웬걸 차가 괜찮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마셨는데 첫 잔부터 밀도가 아주 좋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작년엔 1키로 150만원 이었는데 올해는 350만원이랍니다. 노반장, 빙도 차가 비싼 줄 아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곳곳에 금덩어리 차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저 시음이나 할 따름이지요! 여러 잔 거듭해서 마실수록 특히 열감이 좋습니다. 목안이 간질간질 하더니 금방 열기가 온 몸을 감사고 돕니다. 주인장의 추이니우(패우唄牛허풍이 세다는 뜻의 중국식 속어)는 끝이 없고,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차산도 못가고 열 받아 죽겠는데 차열까지 겹치니 감당이 안 됩니다. 좋은 차를 마시면 확실히 열감이 있습니다.

 

흔히 기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저는 기의 실체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그냥 열감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어떤 분은 기의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여 어께로 또는 뒤통수 앞통수 등으로 흐르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참 기가 막히게 신기합니다...

 

펑황워'므지앙'징싱쩐’(景星鎭)에 자리하고 있는데 해발 1700m 전후에 약 2만 그루의 고수차가 자라고 있답니다. 이번엔 장대비에 가로막혀 다녀올 수 없었지만 다음 기회에 꼭 가보아야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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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직원 도부장 부부

 

쿤밍 박람회를 마치고 멍하이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직원들은 먼저 버스로 보내고 도부장이랑 최근에 많이 알려진 푸얼차구의 몇 군데 유명 차산을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쿤밍에서 멍하이 까지 약 600km 비행기로 징홍까지 한시간 다시 자동차로 멍하이까지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자동차로 곧 바로 달리면 7시간 정도의 거리입니다. 중간에 식사도 하고 잠시잠시 쉬었다 가면 보통 8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버스도 하루에 세 번 있는데 중간에 세 시간 쉬는 시간이 있어서 12시간 정도 걸립니다. 버스 요금은 6만원이고 비행기는 10만원전후인데 비수기엔 비행기 요금이 오히려 저렴할 때도 있습니다.

 

쿤밍에서 한 시간 삼십분 정도를 달리면 위시’(玉溪)라는 도시를 지납니다. 차는 생산되지 않고 담배 농사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윈난 담배가 중국 전역에서도 유명한데 이지역의 홍타(紅塔)라는 회사에서 출시하는 담배가 가장 유명합니다.

 

중국은 담배 인심 좋기로도 유명한 나라인데 한때는 담배 한 갑에 1000위안이 넘는 것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장 비싼 담배가 한 갑에 100위안을 넘지 않도록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담배 한 갑이 한화로 17000원이면 중국의 경제 수준에 비하여 아주 비싼 것인데도 일종의 과시욕인지 심심찮게 이 담배를 목격합니다.

 

아직도 하루 일당이 100위안 정도인 나라에서 담배 한 갑이 하루 일당 값이라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1000위안 이상할 때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주로 선물용으로 많이 유통되던 것이라는데 시진핑이 등장한 이후 이러한 패습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공무원들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작년에 20여만 명의 공무원을 한꺼번에 경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뒤따르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더 지켜볼 상황입니다.

 

현재 한편에 일억 원을 호가하는 홍인 등의 노차도 마시기보다는 주로 선물용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뇌물 유통이라 할까요? 받아서 다른 데로 돌리고 다시 되파는 씩 입니다. 가끔 마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글쎄요! 일억 원짜리 차맛은 억! 하는 맛이 날까요...

 

저도 최근엔 가격이 너무 올라버려서 어디 가서 감히 맛보자는 소리도 못하는 차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노차는 능력도 안 되고 자신도 없어서 애초에 유통하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차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천년 초에는 그래도 가끔씩 맛보던 차였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차가 참 달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시 위시에서 두시간반 정도를 달리면 므지앙’(墨江)이란 고장에 도착합니다. 하니족 자치 현인데 쌍둥이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허시춘’(河西村)이라는 마을에 두 개의 우물이 있는데 이 우물을 먹은 사람들이 쌍둥이를 많이 낳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일설엔 이 마을의 쌍둥이 출생률이 10% 정도라는데 조금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이 고장의 전체 인구는 36만 명이고 쌍둥이는 천여 명 정도라니 대략 4% 전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전 세게 평균 쌍생아 출생률이 1.5%임을 비교하면 그래도 아주 높은 출생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년 51일을 쌍둥이의 날로 정해서 전 세계에서 쌍둥이 들을 초청하여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대대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윈난은 어디든 소수민족이 많아서 각종 축제가 많습니다.

 

축제 기간을 따라 여행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멍하이에 있는 저희 집과 초재소를 관리하고 있는 도부장의 부인도 이곳 므지앙출신입니다. 쌍둥이는 아니고요, 너무너무 착해서 이런 분들은 세쌍둥이 네쌍둥이로 태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장의 규모에 비하여 특별히 호텔이 많은데 이유를 물으니 전국에서 쌍둥이를 출산하고 싶어 하는 부부들이 이곳에 와서 두세 달 동안 장기적으로 머물다 가기도 한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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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일기 주인 집

 

한국과 중국의 차 문화를 단순하게 비교해보면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지나치게 엄숙해서 탈이고 중국은 지나치게 시끄러워서 탈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어떤 찻자리에 가보면 마치 벌을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차맛은 천리만리! 숨도 제대로 못 쉬겠고 속으로는 아따마 고귀하고도 고귀한 행사 지들끼리 하지 괜한 사람들 초대해 놓고 무슨 꿇어 앉아 쇼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잡놈인 제가 얼떨결에 참석했다가 언제 마치나 하고 발을 저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때론 한복 곱게 차리고 다소곳 앉은 새빨간 입술연지를 바른 사모님이 찻잔에 물든 루주를 이리 할고 조리 할타먹는 요상한 광경을 감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거 뭐 아무리 차 마시는 일이 밥 먹는 것과 진배없다는 나라지만 일상다반사 다반사일상입니다. 한손엔 담배 한손엔 찻잔 들고, 담배 손 찻잔 손 바꿔가며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사람, 찻물로 갸르륵 입 행구는 사람, 이런 사람과 차를 마시다보면 차맛은 역시 천리만리!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국이나 중국의 일부 차인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양국 차 문화의 전체적인 특징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전통적으로 더 희한한 차 문화들이 많습니다. 때론 목숨 걸고 차를 마셔야 됩니다...

 

동양의 정적인 차 문화는 대체로 경직된 부분이 있는 반면에 서양은 동적인 자유로움과 활달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는 점수를 매겨서도 안 되고 꼭 어느 것이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각 지역의 역사적 특수성에 따라 발전 소멸하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차 문화도 마찬가지로 발전해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형식의 문화가 생성 또는 소멸되고 있습니다.

오운산이 생각하는 차는 한마디로 맑음에 있고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차입니다. 정적인 것에도 동적인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러면서도 양 극단을 아우를 수 있는 차 문화를 추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차는 인류가 개발한 최상의 음료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약간의 잡스러움이 있습니다. 오미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맛이 어울림을 통해 좋은 맛으로 새롭게 탄생하지만 음식은 평생을 먹어도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 만든 차를 집중해서 마시면 일체의 잡스러움이 사라지고 경건한 느낌마저 듭니다.

 

육체와 정신을 구분한다는 것이 무의미 한줄 알지만, 굳이 구분을 해보면 일반적 음식이 육체를 살찌우는 것이라면 차는 정신을 보전하는 음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타 음료를 포함한 모든 음식은 섭취할 때는 각종 맛과 향기로 인한 즐거움이 있고 식후에는 포만감으로 인한 편안함과 행복한 느낌 또한 따라옵니다. 그러나 차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러한 경건함은 세상의 어떤 음식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경건함의 정체는 특히 고수차에서 두드러지는 회운(回韻)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고수차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회운 때문입니다.

 

흔히 회감(回甘)이라고도 하는데, 회운이란 차를 마시고 난 후 서서히 속 깊은 곳에서부터 목으로 올라오는 은은한 향기를 말합니다. 오랫동안 차를 마신 분들도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니,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회운의 정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차는 마실 때의 달고 쓰고 떫은맛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시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속 깊은 여향을 남깁니다.

 

어떤 분은 하루 이틀 동안 지속된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경지 까지는 아니고 다른 음식을 먹고 나면 그냥 멈춥니다...

 

아직 회운의 정체를 잘 못 느끼시는 분들은 오운산차 한번 드셔보세요. 아니아니, 다른 분들이 만든 좋은 고수차 드셔도 됩니다...

 

차를 마신 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방금 마신 차의 흐름을 관찰하다보면 저절로 회운의 정체를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한번 느끼고 나면 다음부터는 차를 마실 때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면 차가 만들어 내는 일종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차 마시는 것을 도를 닦는 행위와도 비교한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저는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문구에 갇힌 듯한 엄숙한 차 생활도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일상과 함께 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늘 가까이에서 삶의 향기를 불어넣어주는 차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냥 무심으로 마시는 차가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보면서 한잔!

한가한 오후에 먼 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잔!

늦은 밤 TV를 보거나 독서를 하다가 갈증을 느껴 한잔!

어느 새벽 문득 홀로 깨어나 시름이 시름을 갉아 먹을 때

가슴 속 깊이 따스하게 스미는 한 잔의 차!

오운산이 꿈꾸는 차세상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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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차 부스

 

전시기간 동안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른 부스들도 둘러보았습니다. 장사가 안 되면 하루 종일 부스만 지키고 있기도 곤욕스럽고 직원들 보기도 안쓰럽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차를 우리지만 판매는 되지 않습니다.

 

홍보용 책자를 500부 준비했는데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만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나중엔 책자가 모자라니까 도부장은 노인들이 자꾸 와서 패지용으로 가져간다고 책자를 지키고 있다가 될성부른 사람만 골라서 책자를 줍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다소 낭비가 있더라도 그냥 두라고 타이르고 머리도 식힐 겸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어! 한국에서 우곡요 이종태 선생님이 참가 했네요. 저희 한국 가게와 가까운 밀양에 있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입니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중국에 진출하여 밀양 뿐 아니라 중국의 징더전’(景德鎭)에도 가마를 짓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은제품 등을 하는 몇 분과 함께 오셨다고 하는데, 상하이나 광조우 등의 큰 도시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서는 종종 한국의 여러 참가 업체들을 만납니다. 중국에서도 오지인 이 먼 곳까지 오셨는데 부디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만 최근에 사드등의 영향으로 특히 한국 상품에 대한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서 약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대익이나 하관 등의 잘 알려진 업체의 부스에는 늘 그렇지만 손님들로 넘쳐납니다. 자리가 없어서 차한잔 얻어 마시기도 힘듭니다. 중국의 전체적인 경기는 좋지 않은 편인데도 올 초부터 차시장은 눈이 띄게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신차, 준 노차 할 것 없이 가격 상승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햇차는 올해 생산량이 급감한 원인이 큰 것 같고 2005년 전후의 준 노차는 노차가 점점 희소해지면서 소장가치의 증가로 시장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 난 이유일 것 같습니다. 마침 지난번 하관차창을 방문했을 때 나를 기억하고 알아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없는 자리를 억지로 만들고 겨우 한 두 잔하고 다른 곳으로 가봅니다.

 

진승차창은 그냥 지나가는데 진승의 현재 사장인 진승하 회장의 아들이 저를 알아보고 붙잡아 새웁니다. 별로 할 말이 없어 그냥 인사치레로 몇 잔하고 진미호 쪽으로 가봅니다. 구명충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고 멍하이 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친절하게 차를 우려 줍니다. 최근에 진미호臻味號상표권을 둘러싸고 대만 차계의 대부 격인 여예진(吕礼臻) 선생과의 법적 소송에서 구사장이 패소함으로서 진미호의 상표권은 다시 여예진 대사에게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상표권 분쟁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 드릴 순 없지만 진미호 구사장에겐 커다란 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부터는 상표를 진자호’(臻字號)로 바꾼 차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번 박람회는 예전 데로 진미호라는 상호로 참가했습니다. 제가 오운산을 창업하기 전까지 한국 총판을 했었고 구사장의 사람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인지라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 진미호는 고수차 전문 업체로 중국에서도 확실히 자리 잡은 상황이라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창태집단, 란창고차, 칠채운남 등을 그냥 눈으로만 둘러보는데 한 결같이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각 회사마다 홍보 영상물을 크게 틀어 놓고 자신들의 상표를 새긴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홍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명품관 쪽은 보통 3*3m 부스 8칸 이상입니다. 20칸 이상 되는 곳도 있는데 중국의 박람회는 일단 규모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소비심리에 기인한 것인데, 일단은 규모가 커야 되고 뭔가 시끌벅적해야만 사람들이 모입니다. 명절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면 꼭 폭죽을 터뜨리는 전통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에는 어쩐 일인지 박람회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업체 중에 하나인 우림(雨林)’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시작하자마자 수십 명의 인원은 동원하여 박람회 한번에 오천에서 일억원 씩 지출하던 신생 업체입니다. 첫 출시 차부터 출처 불명의 차를 한편에 이백, 삼백 만원씩 팔아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던 우림이 작년에는 이만원, 삼만 원짜리 제품들로 박람회 부스마다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도전할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운산은 처음엔 두 칸으로 참가하다가 현지 상황을 고려하여 작년부터 네 칸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비용을 좋은 모차를 생산하는데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입니다. 박람회에 맞추어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 때문에 참가를 안 할 수는 없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비교 시음할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한 칸으로만 참가하는 방안입니다.

 

종류 별로 한편 씩 정갈하게 차려놓고 현장판매는 하지 않으며 시음 후 마음에 들면 가까운 대리상이나 본사로 직접 연락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구조가 형성되는데 중국 특유의 거대 망상증 때문에 현실은 늘 녹녹치 않습니다. 한 두 칸으로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오운산은 자본력으로는 중국의 거대 업체들과 경쟁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정직한 제품으로 소량 생산하여 오로지 품질로 승부할 도리밖에 없는데 불신과 홍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실은 늘 현실인지라 때론 답답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번 박람회의 경험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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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차박람회

 

오늘은 최근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드에 대하여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번 박람회 기간에 중국 인민군 건국 90주년 기념일이 있어서 그런지 박람회에 오신 많은 분들이 사드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는 더욱더 집요하게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멍하이에는 소수 민족들이 많고 저나 차농들이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와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도 거의 없었는데 대도시의 박람회에 나와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되도록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지만 최근에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의 대국적이지 못한 처사에 대해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단호히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몇몇 공무원 쯤 되어 보이는 손님이 사드문제를 지나치게 거론하기에 저는 단박에 사드의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너희 중국의 소심한 처사는 결국 진정한 대국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순 없겠지만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는 분명한 대원칙과 이웃을 배려하고 정도를 존중하는 국정 철학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데도 그러할 진데 하물며 국가가 나서서 쩨쩨하게 경제 보복 운운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정부는 비공식적으로 경제 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뻔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비공식적이란 이유로 감출 수는 없고 오히려 더욱 비굴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튼 지금에 와선 복잡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양쪽 국민 모두에게 앙금을 남기고 있습니다. 쉽게 처리할 수 없는 난제가 되어버렸고 한국이나 중국이나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더욱 큰 시름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오운산차 중국에 안 팔아도 좋으니 국가에서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자존심을 지키며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오히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사드는 남의 집 안방에다 감시 카메라 다는 격이라며 흥분하는 중국인들 앞에서 다소 주춤거렸습니다만 이젠 피하기보단 솔직하게 저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그들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고 오운산에 대하여 더욱 신뢰를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의 현안은 많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제를 볼모로 잡아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의 태도를 버리게 해야 됩니다. 경제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앞으로도 통일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내 조국 대한민국이 무조건 중국이나 미국의 눈치나 보면서 움직여야할까요?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당연한 주권적 권리가 경제에 발목 잡혀서 좌지우지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도 북한처럼 핵폭탄 만들어서 대국들과 한판 붙자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볼 땐 사드문제는 괜히 불필요한 불씨를 자꾸만 건드려서 문제를 키워놓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은밀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괜한 문제들을 야기 시켰고, 언론도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개념 있는 보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망각한 체 오로지 이슈 성 속보 경쟁에 매달려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들어낸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드를 간단히 설명하면 말 그대로 방어무기일 뿐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날아오는 적의 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북한의 핵이나 대륙간탄도탄처럼 직접적인 공격 무기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시끄럽게 되었는지 저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와 복잡한 국제 정세의 한복판에서 국가 운영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대처를 잘못하여 괜히 소용돌이에 말려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작금의 세계에서는 방어가 곧 공격일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합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이 한국을 겨누지는 않을 것이고 사드가 한국보다는 미국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수긍합니다만 그렇다고 현실로 다가온 핵의 위협 앞에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씩의 논리는 어느 나라 사람의 무슨 작태인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에서도 한 나라 국정운영의 근간인 국방 문제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이 이슈 하나하나를 매일 같이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올은 것일까요. 물론 국민의 알 권리 소중합니다만 때론 모를 권리도 소중합니다. 책임 있는 당사자들 끼리 서로 잘 의논해서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괜히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것 같습니다. 오운산의 쿤밍 박람회 성과가 미흡해서 사드핑계를 위로 삼아 올립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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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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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차박람회

 

728일부터 31일까지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제 12회 차박람회에 참가하였습니다. 박람회 날짜를 늦게 알아서 신청이 늦어지는 바람에 맨 구석자리를 배정받았지만 쿤밍의 저희 차창과 가게 홍보도 할 겸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폭삭 망했습니다...

 

4, 5, 6. 7 전시관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예.년에 비하여 그래도 상하이, 심천, 광조우, 등 큰 차박람회를 주관하는 화지신이라는 전지 전문 업체에서 주최해서 그런지 꽤 큰 규모로 열렸습니다. 서울차박람회의 10배정도 규모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7관이 대익이나 하관 등이 전시되는 대그룹관이고 6관은 진성, 진미호 등의 신생 명품차관, 5관은 자사호, 도자기관이며 저희가 위치한 4관은 늦게 신청했거나 듣보잡이라고 하나요? 그야말로 듣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업체들을 모아 놓았습니다...그래도 저희는 꾸준히 화지신에서 주최하는 박람회에 참가한 인연으로 4관중에서는 최고 좋은 자리를 배정 받았습니다...

 

그동안 윈난성은 보이차의 본고장이고, 또한 쿤밍은 윈난성의 성도지만 소비성향이 높지 않은 도시라서 참가를 보류해 왔는데, 이렇게까지 판매가 부진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전시부스의 위치가 맨 뒤쪽이라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전시기간동안 사람들은 꽤 북적였습니다.

 

저와 도부장 그리고 멍하이 여직원과 쿤밍 가게 진종 그리고 아는 인연으로 바쁠 때마다 종종 도와주는 미띠 그리고 그의 누나 이렇게 총 여섯 명이 종일 차 우리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웬걸 다들 마셔보고 차는 좋다고 하는데 사는 사람이 없네요! 하루, 이틀 기껏 백위안 이백위안 짜리 시음차 종류들만 몇 가지 판매되고 본 제품은 가격만 물어보고 전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나갑니다.

 

백그람짜리 노반장이 1600위안(한화 삼십여 만원) 이라니까 노반장 원료가 비싼 줄은 알지만 이렇게 팔면 안 된 답니다. 왜냐고 물으니 대부분 비싼 차는 진승이나 복금등 유명한 회사 제품을 사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회사 제품을 누가 거금을 주고 사겠냐고 혀를 끌 끌 찹니다. 그래도 그렇게 말해줬던 손님은 고맙게도 저희가 2015년에 출시한 파사병차를 2000위안에 선뜻 구입해주셨습니다.

 

윈난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는 교수님인데, 제품은 정말 좋은데 안타깝다며 많은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가끔 이런 분들이 계셔서 힘들어도 견딜 만은 합니다. 사실 중국의 다른 지역 박람회를 참가해도 쿤밍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오운산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환경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삼일, 사일 마지막 날인데도 시음하는 사람들만 북적북적! 한번 왔던 사람이 또 오고 친구까지 동반해서오시고 그래도 안삽니다.

 

한국하고 또 다른 풍속중의 하나인데, 이곳은 아무리 여러 번 차 시음을 하러 와도 물건 구매를 강요하지도 않고 온 사람 스스로도 구매에 대한 강박 관념 같은 건 애초에 없습니다. 오히려 너희 부스에 와서 차를 마셔주어서 고맙지 않느냐는 표정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사일 내내 매일 같이 와서, 전시되어 있는 차 종류별로 다 마셔보고 차 정말 좋다는 말만 하고 한 편도 안 사가니 거참!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합니다...

 

직원들은 아무리 홍보가 목적이라지만 그래도 좀 팔았으면 좋겠다는 표정이 역역합니다. 도부장은 마치 전쟁터에 나온 장군처럼 우리차는 다른 이상한 놈들이 만든 보이차랑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손님 앉혀놓고 핏대를 세워사코, 위상이라고 곱상하게 생긴 멍하이 가게 여직원은 박람회라고는 처음 나왔는데 너무 안 팔리니까! 마치 자기 탓인 양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입니다.

 

저녁때마다 저는 오히려 직원들 위로하기 바쁩니다. 마침 행사기간에 근처에서 맥주 축제를 하고 있어서 시원한 맥주도 마시러 가고 일부러 비싼 음식을 시켜서 분위기를 띄우곤 합니다.

 

늦은 밤 숙소로 홀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입니다. 잠은 오지 않고 온갖 망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오운산 차가 정직하다는 것을 중국 사람들도 알아줄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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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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