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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3일 티월드축제장을 방문했다. 부스사이로 지나갈 때 상호를 보지는 않고 목적지를 향해서 지나가지만 부스안쪽에  “서경호 보이차”를 보면서 잠시 멈추었다.

부스 내부 인테리어를 전부 보이차를 설명한 내용이다.
보이차에 관심가지고 생차(청병)를 좀 마신다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를 적어놓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이곳에서 뭔가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수막 한쪽에는 서경호(瑞慶號) 보이차는 고박함정서경호(古朴含情瑞慶號,)하고, 고졸(古拙) 하면서 순박한 운취를 지닌 것으로 서경호차는 신기복의천연차(新奇復意天然茶). 즉,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천연의 차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보이차에서 깊이 있는 맛을 논할 수 있는 사람끼리는 차 이름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초면이었지만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가 통했던지 사용하든 개완도 바꾸면서 새로 차를 넣고 우려주었다. 생차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만큼의 차 맛도 옹골차게 품어져 나왔다. 그와의 대화 중에(사진, 대표 허동창)

서경호 : 선생님은 엽저를 볼 때 무엇을 보십니까. 일반적으로 차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엽저를 뒤적이는데 왜 그렇게 하는 지, 뭘 알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알려주겠다고 한다. 한 지역의 차로 만들었는지, 다른 차와 섞어서 만들었는지는 유념된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개완으로 마실 경우 뚜껑으로 슬쩍 뒤집어보면 찻잎이 풀어지는 모양이 보이는데 한 종류의 차라도 한 곳에서 만들어진 것 같으면 같은 방향으로 같은 모양새를 보인다고 한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처음 만났지만 몇 가지 이야기 속에 세상에 또 하나의 보이차 상호가 한국에 알려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일어났다.

현대인들은 차를 처음 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차를 마신 경륜이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상당히 짧다. 때문에 그들은 왠만하면 생활 속에서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일도 우리에게는 대단한 것으로 비추어진다. 이제 조금 더 우리나라의 차음용 인구가 많아지고 경험이 쌓인다면 위의 주인과 나눈 이야기들이 이런 것을 서로 알려주던 때가 있었다라는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우리는 아직도 차에 대하여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을 절감한다.

필자가 앉은 자리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고수차(古樹茶), 대수차, 소수차에 대해서 표기를 해놓았다.
고수차: 교목형 차나무로서 수령이 100년 이상된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
대수차: 교목형 차나무로서 수령이 30년이상 100년 미만의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
소수차: 교목형 차나무로서 수령이 30년 미만의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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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봄 부산 대연동에 있는 도림원에서 고수차로 만든 생차를 만났다. 생차로서는 드물게 2kg 짜리다 어떻게 만든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직접 운남 경곡의 고수차에서 찻잎을 채취하여 만든 것으로 이 차를 주문생산해서 수입한다고 한다. 샘플 차를 맛보았다.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생차보다는 맛이 달랐다. 당시의 느낌으로는 강한 맛이 있었지만 오미가 풍부했다.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여 경곡의 고수차로 만든 2kg, 임창지역 차1kg 두 개를 서울로 가지고 왔다. 보기에도 웅장한 2kg의 원형병차의 모습은 테이블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위용을 가졌다.

이 정도의 차편이라면 1년 내내 곁에 두어도 없어지지 않을 듯 하다. 이 병차를 두고 장식을 해 놓아도 될만큼의 크기를 가져 아마도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면 평범한 에선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형태의 차를 사진 작업을 마치고 주인의 손에 돌아갔다. [사진, 경곡 고수차로 만든 2kg 보이생차]  

그러고 2010년 5월, 다시 찾아가서 경곡 고수차인 대백호를 마셨다. 중간에도 가끔 그 차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뭔가 새로운 맛을 찾고 싶었다. 꼭 2년 만에 도림원에서 다시 마신 뒤에 새로운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근주 씨는 2kg, 1kg짜리 두 개를 안전한 포장으로 해주며 사진 작업은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방식으로 헤쳐보든가 찢어보든가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해보라고 했다. 참으로 호쾌한 대응이었다.

차를 가지고 와서 5개월 만에 다른 곳에서 가져온 차들과 함께 생차 자료사진 작업을 몇일전에 했다. 경곡의 고수차 2kg 짜리의 엽저를 촬영하기 위한 별도로 여분을 좀 가져온 것을 마시게 되었다. 원하는 엽저를 찾기 위해서 30g 정도의 차를 여러번 우려마시는 과정에서 한국에 온지 2년이란 세월이 흘러 더욱 깊은 맛을 내는 생차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기후에는 발효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차에 따라 보관하는 위치에 따라 이런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차의 보관과 발효에 대한 충분한 자료 검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접하고 경험한 내용으로 한국에서는 발효가 되지 않는 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직은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은 이런 생차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보관되어온 기간이 10년 정도 되기 때문에 결과를 유추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그래서 생차를 만들어 온 그 해에 마실 수 없는 차는 아무리 고수차라고 해도 별로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 차를 대백호(大白豪)라 부르게 된 것은 (이 차를 주문생산한 이근주씨의 말에 따르면) 봄에 찻잎이 나올 때 다른 차들보다 백호가 많이 보이고 줄기부터 잎까지 백호를 볼 수 있기에 대백호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수차의 수령은 당시 최소한 800년이상의 나무로 둘레가 성인의 두 팔을 벌린 한아름으로 다 두를 수 없을 만큼의 큰 나무에서 채취한 엽저로 만든 것이라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운남 지역의 차 산지를 다녀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고수차라고 해서 모든 나무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300년 정도의 수령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실정에서는 800년 이상이라 하면 대단해 보여 몇 그루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 500년 이상 된 나무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사람의 관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자연 그대로의 차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차가 야생이어야만 좋다고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은 자연 생물의 과학적 검증에 대한 접근시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는 첫 물을 버리고 다음에 우러나오는 맛이 옹골차게 힘이 넘치는 맛이다.

7-8회 우려도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보이생차에서 느낄 수 있는 맛 중에서 서슬퍼런 큰 칼날 끝같은 느낌은 사그러들고 그래도 강한 칼끝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무언가 부드러워진 고수차의 발효기운이 느껴진다. 그냥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힘이 있고 부드러운 세련된 맛이다.

백호라 하면 은침차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흰 빛으로 뒤덮인 입새인데 이것이 그렇게 큰 잎으로 백호를 달고 나와 차편에 소담스레 붙어 있다. 이 차맛이 어떠하냐를 논하기 보다는 그 웅장한 잎새에서 먼저 기운이 솟는다. 우려내고 난 뒤의 엽저들은 그 푸른 빛이 아직 살아 있지만 잎에서 우러난 풍미는 첫 해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차편의 떼어진 자리에 청청한 기운은 아직도 살아있건만 풍미는 훨씬 더 강해지고 날카로운 기운은 수그러졌으니 이제 다음해, 아니 그 다음해가 점점 더 기다려진다. 과연 이 대백호는 어떤 맛으로 변하면서 다음 차인의 입을 기다릴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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