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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러산에서

 

유러산((攸乐山)을 다녀왔습니다. 고육대차산 중에 하나인 유러산은 징홍(景洪)에 근접해 있어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습니다. 이우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모두 멍라현(猛臘縣)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멍하이에서 징홍을 거처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유러산에는 지눠족(基诺族)이라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정식 등록된 소수민족으로 크고 굵은 귀걸이를 하기로 유명합니다. 인구는 다 합해서 이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유러산 기슭을 중심으로 48개 마을에 집중되어 있고 징홍 등 다른 지역에도 소수가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지눠족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어서 유러산을 지눠산(基诺山)이라고도 합니다. 가끔 다른 산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보면 바로 압니다...

 

먼 옛날 제갈량이 남방 하여 윈난 일대를 정벌하고 이곳 일대에 차 씨앗을 심고 병사들을 남겨 살게 했으며 지금의 지눠족은 그때 남겨진 병사들의 후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공밍(孔明)산에서는 차나무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통차(竹筒茶)와 차 순을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 랑빤차(凉拌茶) 등이 이곳의 특산품이기도 합니다.

 

유러산의 여러 곳에서 고차수가 조금씩 나오는데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 롱파(龙帕), 롱마, 파라이 등입니다. 많이 알지진 곳은 비교적 길이 잘 닦여진 편이지만 대부분 아이화(矮化)차라고 부르는 주간을 잘라버려서 다시 자란 나무들 위주이고 진정한 고수차를 보려면 이우의 고수차 산지처럼 원시삼림 깊은 곳으로 두 세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찾아간 곳은 시쥬에이산(石嘴山) 자락으로 마침 도부장의 친척이 살고 있어서 환경도 확인 할 겸 방문하였습니다. 도로변엔 대부분 고무나무 숲입니다. 더러 고무나무 숲 아래에 가꾸어진 대지 차밭이 보입니다. 고무나무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유황 비료를 많이 쓰는데 차나무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이런 종류의 차들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도 1키로에 삼 사십 위안 정도입니다. 빠야촌(巴亞村)에 도착해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험로라서 오토바이를 타고 20분정도 달립니다. 산을 오르는 가장가까이 까지는 최대한 교통편을 활용하는 차원입니다. 울퉁불퉁 산길을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가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협소한 산길에는 나뭇가지나 잡초들이 길가로 처져 있습니다.

 

먼 산 경치만 보고 가다가는 오토바이 기사가 고개를 갑작스레 숙일 때 사정없이 나뭇가지 회초리를 맞을 수 있습니다.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됩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찔리면 종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데 기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산길은 늘 그렇듯이 호젓합니다. 토양은 전체적으로 황토가 많은 편이지만 한국의 여느 산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산길 중간 중간에 산죽도 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의 향기와 지저기는 새들의 정겨운 노래 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두 시간여 그야말로 동에 하나 서에 하나 고차수들이 보입니다. 차나무가 집중된 곳이라 봐야 30여 그루입니다. 밀림 속에서 자란 고차수들은 대부분 굴기는 가는 편이지만 키는 아주 큽니다. 보통 10여 미터 정도인데 사람이 올라가기가 어려워서 차나무 꼭대기를 당겨서 채엽하기 좋게 적당히 구부려 놓은 것들도 보입니다.

 

좀 더 굵은 나무는 구부러지지 않아서 아래 둥치를 반쯤 잘라 놓은 것도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원시삼림 곳곳에 한그루 씩 흩어져 있는 나무도 모두 주인이 있답니다. 이 깊은 산중에 있는 차나무를 어떻게 지키고 관리하느냐니까 맨 처음 차나무를 발견한 사람이 주변에 잡목들을 제거하면 그 나무는 그 사람 소유가 된답니다. 차나무를 숭상하는 민족이라서 그런지 일단 손질한 흔적이 있는 차나무는 절 때 다른 사람이 채엽하지 않는답니다. 생잎 맛이라도 보려고 하는데 고수차는 아직 싹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4월말이나 되어야 채엽을 시작한답니다. 가격을 물으니 생잎 1키로에 삼사백 위안 정도라니까 모차로 만들면 1500위안 한국 돈으로 삼십만원 가까이 됩니다. 이우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아직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차가 나올 때 쯤 다시 연락하라고 하고 하산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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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산

 

시쐉반나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주량즈(活竹梁子)에 다녀왔습니다. 멍하이에서 멍송(勐宋) 방향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정도 달리면 만시량(曼西良), 바오탕(保塘)을 지나 빠멍(坝檬)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해발 2429m 화주량즈를 오르자면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이곳입니다.

 

하니족 마을로 70여가구에 3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해발이 높다고 꼭 최고 품질의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반장이나 빙도 등의 해발은 1750m 전후입니다. 이상하게도 고급차가 나오는 지역의 해발이 대부분 비슷한 고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해발이 높은 지역의 차일수록 산운(山韻)이 좋습니다.

 

산운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원시삼림을 거닐 때 문득 들려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라고 할까요? 이른 아침 구름 덮인 산봉우리가 햇살에 씻기는 맛이라고 할까요?

 

고수차가 있는 다른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이 2007년 이후 이 마을의 주요 산업 또한 차업입니다. 그전엔 주로 깐즈라고 부르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재배하였다고 합니다. 화주량즈산을 중심으로 빠멍, 허난, 뽕간, 멍롱쟝 등의 마을이 빙 둘러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멍하이에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쭉 이 지역의 차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 원료를 주문 제작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가공이 생각보다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아서 여러 차례 다시 가공하기를 거듭했는데 올해 가을차를 보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해발 2300m 고지에 야생차와 더불어 드문드문 고수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생태환경이나 평균적인 차나무 수령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빠멍에 있는 총각하나가 자주 우리가게를 들러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자기 집 차밭에는 고수차가 많지 않아서 아직은 가난합니다. 92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갔습니다.

 

정상에 간판을 세움

 

한국이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지만 이곳은 이십대 중반에 대부분 장가를 갑니다. 사람은 정말 진국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장가를 가면 신방을 꾸며야 되는데 아직도 옛날 하니족 건물에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이래저래 여의치 않습니다.

 

여동생이 있었는데 사 년 전에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답니다. 매번 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세 살 밖이 꼬맹이를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는데 여동생이 이생에 남겨놓은 생명이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번번한 약 한번 못써보고 떠나보낸 여동생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입니다. 이번에 산을 오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집을 새로 짓고자 하는데 자금이 조금 모자라서 시작을 못하고 있답니다.

 

각설하고 장가도 가야되고 부모님 모시고 족하도 돌 봐야 되고 일단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모자라는 자금은 우선 내가 도와줄 터이니 내년 봄차로 갚으라고 했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기에 내심 감동해서 그런가! 했더니 웬걸 자기 집 고수차는 량이 많지 않아서 내년 봄차 만으로는 다 갚을 수가 없답니다...

 

짜식이! 나 같으면 일단 고맙습니다. 하고 받고 차차로 방법을 강구할 텐데... 아러따 그러면 몇 년이면 다 갚을 수 있겠냐니까? 삼 년은 돼야 될 것 같답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고 손을 잡아주니까. 사내자식이 눈을 못 맞추고 자꾸 먼 산만 바라봅니다.

 

내년부터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화주량즈를 본격적으로 개발해볼 생각인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채엽부터 가공까지지 모두 직접 지켜볼 수도 없고 또 지켜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사람 마음먹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늘 자금에 쫒기지만 작은 정성이나마 그들에게 우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멍하이 일기 67 - 화주량즈2 계약 -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에 저희 간판을 심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먼저 마을 촌장에게 부탁하여 허락도 받았습니다. 저번에 올라보니 오래전에 시멘트로 조그마하게 만든 표지석이 있긴 한데 낡아서 글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회는 곧 찬스입니다. 내려오자마자 저희 전용 광고사에 간판 제작을 의뢰하였습니다.

아담한 사이즈로 윗부분은 시쐉반나 최고봉임을 알리는 해발표시와 화주량즈라는 지명을 크게 쓰고 아래에 저희 로고를 약간 작게 넣어서 제작 했습니다. 전에 라오반장 간판처럼 아래의 우리 로고만 때어 버리는 불상사를 예방하기위해 아예 일체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계약서 작성

 

이젠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른 사람이라면 반드시 저희 간판을 이정표 삼아서 기념 촬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오운산도 홍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빠멍에 사는 차농 친구들이 간판을 짊어지고 오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짊어진 사진만 몇 장 찍고 빈 몸으로 정상에 올라가서 천지신명께 술한잔 차한잔 부어드리고 간단한 예를 올렸습니다.

 

삼배를 올리는 잠시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멍하이에 오운산을 창업하고 삼배를 올린 곳은 지금까지 딱 두 곳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같이 방문했던 펑징(凤庆) 샹주칭(香竹箐)3200년 세계차왕수 와 이곳 시쐉반나 최고봉 화주량즈입니다.

 

기념사진

 

기념사진 몇 장을 찍어서 마누라한테 보냈더니 그 깊은 산속에 간판 심어서 뭐하냐고 핀잔입니다. 무슨 에베레스트도 아니고 직원들 힘들게 간판까지 세워가며 등반 기념촬영을 하냐고 웃습니다. 아내도 내가 애쓰는 마음 알면서 괜히 그러는 줄 알지만 나도 왕복 네 시간 간판 들고 산행하느라 죽을 뻔 했다고 괜히 엄살을 부려봅니다...

 

옛날에 성철스님에게 어떤 보살님이 기도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으니 이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일체 대중이 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

 

천지신명께 머리를 조아리며 차업을 하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 멍하이 일기를 읽는 사람 모두 행복하시기를 빌어봅니다. 어저께 빠멍의 노총각에게 오운산 빠멍 기지 관리소장 직책을 주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월급도 없는 봉사 직입니다.

 

그러나 월급보다 소중한 믿음이 서로에게 있습니다. 화주량즈의 어께격인 해발 2300m 부근에 야생차가 자라고 있습니다. 대충 짐작으로도 수령 천년은 훌쩍 넘긴 것 같은 야생차 네그루를 2018년부터 22년까지 오년간 임대 계약을 하였습니다. 관리는 차밭 주인이 하고 매년 채엽 시기에 같이 올라가서 채엽은 우리가 직접 하는 조건입니다.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을 계약서에 명기 하였습니다만 간단히 말씀 드리면 앞으로 오년간 위의 네그루 야생차의 소유권은 오운산에 있다는 것입니다.

 

야생차가 나오는 지역은 여러 지역이 있습니다. 파샤의 뢰이다산(雷達山), 푸얼의 쩡위엔(鎭沅), 린창의 따쉬에산(大雪山) 등이 있는데 지역마다 독특한 향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오운산이 개발하는 화주량즈 야생차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단맛이 특별히 좋습니다. 대부분의 야생차는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데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찻잎 가장자리에 톱니바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다른데서 야생차를 마실 때 궁금하면 차를 마신 후 엽저를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습니다. 고산의 운치가 특별히 좋은 이지역의 고수차들도 매년 조금씩 생산할 계획이라서 노총각인 빠멍 관리소장 집도 새로 지을 계획이니 장가 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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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정판과 2006년 초판

 

2006년에 발행한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이 책은 중국 대륙의 13개 성의 차 생산지에 대한 보고서와 같은 책으로 초판을 낼 당시에는 흑차가 유행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6대 다류(녹차, 백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 가운데 흑차와 관련한 내용이 적었다.

 

2011년 개정판으로 내면서 15개 성의 차로 확대되고 많은 부분이 수정이 증보되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중국 홍차’, ‘흑차’ ‘보이차부분에 관해 보완하여 개정판을 내고는 이 책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책의 여백을 활용한 사례

 

1018일 예천에서 활동하시는 이재은 선생님을 <한국현대차인> 개정판 계보 관련해서 만나는 자리에 티웰에서 발행한 책 몇 권과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개정판을 선물로 가져갔다. 선생님은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초판본을 가지고 나오셨다.

 

이 선생님은 이 책을 가지고 중국차 수업에 교제로 이용하는데 좋은 차들을 모두 구입해서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정확한 사진이 있어서 참 유용하게 활용한다고 하시며 보여주시는데, 저자로서 초판본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였다.

 

백호은침

초판을 낼 당시에는 이만한 자료가 책으로 공개되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이슈였고, 많은 분들이 중국차를 공부하는 데 참고도서 또는 교제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독자가 이렇게 책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중국차를 공부하는 젊은 독자들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무이암차/백계관(책 내용의 일부)

 

요즘 젊은 층에서 중국차 공부하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를 가지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여백에 해당하는 차의 일지를 작성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차 생산 현장을 확인하고 기록한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차 사진은 슬라이드 필름으로 매우 정교하게 촬영되었다. 그래서 찻잎을 원색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엽저 사진은 차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매우 귀한 자료이다.

 

2. 중국차 현장의 필담에서는 이런 차들이 만들어지는 환경과 인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기록하였다.

3. 부록에서는 차가 생산되는 지역의 대표적인 차 이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PART . 중국차

. 중국의 와 산지

. 가공방법이나 발효 정도에 따른 중국차의 분류

. 중국차에 이름을 붙이는 법

. 중국 찻잎의 외형 용어

PART . 녹 차

강산녹모단 개화용정 경산차 경정록설

계평서산차 고교은봉 고장모첨 고저자순

금산취아 남경우화차 노죽대방 둔록

도균모첨 말리용주 말리화차 몽정감로

무석호차 벽라춘 보이청병(병차) 복건녹아(산차)

복건녹아 서성난화 석순취아 선은공차

수창향자 송양은후 수공예차 신양모첨

쌍정록 안길백차 안탕모봉 안화송침

여산운무 관장모첨 오자선호 용계화청

용정군체종 43龍井 용정차(사봉용정) 육안과편

은시옥로 임해반호 자양모첨 자연차

자조차 죽엽청 중경타차 협주벽봉

차운산모첨 천강휘백 청성설아 태평후괴

태평후첨 화산취아 황산녹모단 황산모봉

화산은호

 

PART . 백 차

백모단 백호은침 수미

 

PART . 청 차

대우령 대홍포 동정오룡차 모해

목책철관음 무이수선 문산포종차 반천요

백계관 백호오룡 본산 봉황단총

사계춘고산차 수금귀 아리산오룡 안계철관음

안계황금계 영춘불수 육계 철라한

수선병차

 

PART . 홍 차

기흥 의흥홍차 운남고수 홍차 일월담홍차

운남전흥 정산소종

 

PART . 황 차

곽산황대차 곽산황아 군산은침 몽정황아

 

PART . 흑 차

공첨 보이숙차 보이숙차(산차) 보이차고

복전차 상첨차 육안차 육보차

천량차 천첨 청전 흑전차

 

PART . 중국차를 우리는 차도구

. 다기(茶器)종류

. 도구와 차 내는 법

. 자사호(紫砂壺)의 세계

 

PART . 중국차, 현장의 필담

한국인은 당신들이 처음입니다.

홍차, 그 전설의 고향

기문홍차의 위조공정에서의 손맛

천량차(千兩茶)를 만들며 바로 내일을 보지 않는다

천량차의 원조, 백량차(百兩茶)

황산지역에서 용정차를 만들다

육안과편의 고차수 신()

육안과편의 조홍과 복홍

오룡차의 위조, 전통과 현대

유명한 만 명차가 아니다

차 상인의 비장품

삼천차를 담은 대나무 바구니

디지털 시대의 육감

600년 된 고차수 봉황단총

화교의 자본으로 차 생산지 개발

보이차의 연대

차밭은 그 차제가 산업공단이다

이제 는 자존심이다

반가운 미소

긴압차

차의 보존은 연구자료이다

희망의 차밭, 태평후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맛

화원 속에서 자라는 나무

대홍포는 옛날의 대홍포가 아니다

넉 잔에 담긴 無我

중국 다예표연 감상기

차를 품평하는 사람보이차 공장에서 대접한 봉황단총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차관

보이차와 함께 마신 진년(陳年) 귤피 차

에필로그

차와 차산지

참고문헌

 

티소믈리에 자격증에 관심있는 분들께 필독서로 추천한다.

 

최근 국내외 차(, tea)와 관련된 소식을 분석해 보면 티소믈리에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은 <티소믈리에>과정에서 배워야 할 배경 지식을 가장 폭넓게 다루고있다. '중국 사람이 즐겨마시는 차'가 어떤 것인지, 중국인의 차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차의 선진국인 중국에서 차를 15개 성을 중심으로 실제 현장을 조사하고 기록한 것으로 살아있는 내용을 배경지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중국차효능'에 대한 약리적인 면을 다룬기 보다는 중국차의 실질적인 연구를 위한 것으로 차와 사진을 정확하게 비교해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차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해서 학문적인 연구나 차품평사, 티소믈리에, 다도 자격증 등과 관련있는 공부에 기초가 되는 책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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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시장

 

또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 일찍부터 푸얼의 차 시장을 돌아봅니다.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보이차, 홍차 등을 팔고 있고 시장 길옆으로 매일 오전에 녹차 시장이 열리는데 양쪽 길옆으로 자루체로 녹차를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바로 보따리를 삽니다. 일부 지붕이 처져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전판매입니다. 가격은 글쎄요! 너무너무 저렴합니다.

 

한국의 차농들 때문에 밝히기조차 미안할 정도입니다. 녹차를 정식으로 통관하면 관세가 580%입니다. 한국의 차농을 보호하기위한 일종의 관세 장막인 셈인데 관세를 전부내고 수입해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번도 중국 녹차를 한국에 들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입 가능한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의 차농들을 생각하면 다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만 놓고 생각하면 국경이란 무의미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구촌 시대에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결국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한국의 차농들도 보호 장벽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노력하여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린 차들을 개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차의 고향 푸얼에 도착하니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 2007년 푸얼을 시단위로 격상시킨 후 정부 차원에서 푸얼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위하여 학술회의를 주최하는 등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도 꾸미고 각종 보이차 관련 기념 시설들도 정비 혹은 개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보이차의 중심은 시솽반나 멍하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육대차산과 신육대차산으로 일컫는 차산들이 모두 이곳에 있고 일반차 시장의 최대 생산업체, 지금은 대익으로 바뀐 멍하이 차창도 이곳에 있습니다. 라오반장을 개발하면서 일시에 고수차 시장의 영도자(링다오領導)라고 불려 지게 된 진성차창 또한 이곳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이숙차 발효 기지로서의 멍하이의 위상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이숙차의 발효는 물과 공기 해발 등의 환경 요인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차들도 멍하이로 가져와서 발효시키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보이숙차로 유명한 추병량대사의 해만차창도 차창은 쿤밍 근처의 안닝(安寧)에 있지만 발효 기지는 멍하이에 있습니다.

 

기타 보이차 생산에 필요한 창고 등 각종 시설들도 멍하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보기에는 푸얼이 보이차 중심도시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멍하이가 보이차 원료기지로서의 위치를 넘어서 햇차 판매시장도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조만간 전 세계 보이차의 수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얼을 떠납니다. 멍하이 까지는 징홍을 거처 두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쿤루산을 새롭게 발견한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내년에는 형편이 되는데 로 조금이라도 생산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차위엔시장에서 올해 푸얼차구에서 생산된 여러 산의 햇차들을 시음했는데 라우샨(老烏山)의 차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제 여정의 목적은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차품이 괜찮은 지역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유명 차산은 방문하는데 의의가 있고 좋은 차를 선택하는 표본을 수집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발견한 징구(景谷)현의 라우샨차가 또 하나의 수확이랄 수 있겠습니다.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차였는데 푸얼에서 가는 데만 일곱 시간 걸리고 우기인지라 가을로 탐방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임시로 선택된 차산들은 기회가 닫는 데로 반드시 방문하여 차산의 환경과 차농의 인품 등을 재차 확인합니다. 문제가 없을 경우 오운산의 제조방식을 설명하고 일정한 양식의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봄차를 생산할 때 다시 방문하여 차품을 확인하고 만족할 수준의 차품에 다다랐다면 애초에 계약한 금액을 전부 지불하고 모차를 수매합니다. 만약 차품에 문제가 있거나 약속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경우는 계약금으로 지불한 금액만큼만 차를 가지고 오고 두말없이 빠이빠이 입니다.

 

제가 평소에는 그냥 성격이 원만한 편이지만? 차를 선택할 때만큼은 날카로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 실정상 대충대충 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습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어렵게 좋은 차산을 발견하고도 차농을 잘못만나면 만사가 허사입니다. 몇 번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조금 있고? 인복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저희 초제소가 완성되어 멍하이 근처의 차산들은 일부 직접 생잎을 수매하여 가공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심심산골 곳곳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경쟁력 있는 차산을 색출하여 좋은 차를 생산하자면 한두 군데 초제소를 직접 운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차 철마다 모든 곳을 찾아가서 직접 생잎을 수매하고 가공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차농들과의 합리적인 유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원료는 차산에 있지만 그 원료를 가져오는 것도 사람이며 가공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나아가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도 사람이며 결국 마시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이 연결고리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결코 좋은 차는 생산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운산이 멍하이 현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차농들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진정으로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해주고 협조를 구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쿤밍 차박람회를 참가하기위해 멍하이 집을 나선지 열흘 만에 돌아갑니다. 멍하이도 이역만리 타향인건 마찬가지지만 직접 집을 짓고 생활한지 삼년이 넘어서인지 이젠 제법 집 맛이 납니다. 요즘은 새벽닭이 아무리 패악을 부려도 니는 울어라 나는 잘 잡니다. 빨래가 한보따리입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쓸쓸 현지인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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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띠(迷帝,米地)

 

쌍둥이 공원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몇 군데 차를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한집에 들어가니 통통한 하니족 아가씨가 반가이 맞이합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유명 차산지는 미띠(迷帝,米地) 그리고 펑황워(鳳凰窩)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지명을 해석하면 묵강먹물이 강처럼 흐르는 곳, ‘미제황제를 유혹하는 곳, ‘봉황와봉황이 움집을 짓고 사는 곳 등으로 거창하게 해석할 수 있겠는데, 전혀 아니올시다...

 

저도 처음엔 차산을 다니면서 습관처럼 지명과 한자의 뜻을 연결하여 풀어보곤 했는데,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차산의 지명은 대부분 그들만의 언어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하나의 중국으로 통일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발음 그대로 한자로 표기했기 때문에 뜻과 지명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추적해서 차산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그 분야는 또 다른 과제로 남겨 두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 계시면 적극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므지앙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미띠는 해발 1500m 전후에 고수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명나라 시기인 1400년대부터 차를 심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청나라 때 황실에 공차로 진상되었다고 합니다. 청나라시기에 황제가 좋아 했다는 이유로 지명이 원래 米地였는데 迷帝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확실치 않습니다. 차산을 다니다보면 여러 곳에서 황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지역의 차를 선전하기위한 방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통통한 하니족 아가씨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국사람 TV에서만 보다가 처음 본다며 반갑다고 깡충깡충 뜁니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마치 노래라도 한곡 해야 될 분위기입니다. 내 나이가 몇 살 정도로 보이냐고 물으니 아직 칠십은 안 되어 보인다기에 아서라! 할아버지 그만 놀리고 차나 마시자고 했습니다...

 

자기 집에는 근처 차산의 생태차 밖에 없고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미띠지역 차를 독점하고 있다면서 소개를 해 줍니다. 근데 소개한 집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비가 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냥 내리는 비가 아니라 번개도 치고 그야말로 양동이로 퍼 붓습니다. 차실에 앉아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이곳은 보통 비가와도 잠시 오곤 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모릅니다. ‘미띠펑황워를 가야되는데 비가 길을 막습니다. 차산은 조금만 비가와도 오를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이천년 초에 미띠 지역의 고수 차밭을 30년간 독점 계약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이집 주인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영 믿음이 안갑니다.

 

올해 경매로 출시해서 1kg300만 원에 팔았다는 미띠단주차를 우려 줍니다. 고수차인 것은 맞는데 맛에 특별한 특징이 없습니다. 단맛보다 떫고 쓴맛이 약간 강한 편이고 노미샹’(나미糯米香)이라고 하는 차살 향이 있고 난향도 살짝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회운(回韻)이 부족합니다. 경매로는 1키로 300만원에 팔았지만 같은 업자끼리니까 120만원에 주겠답니다. 고수*대수 섞인 것은 60만원까지 가능하다는데 구입하고 싶은 차는 아니었습니다. 인사 삼아서 생태차 1kg8만원에 구입했습니다.

 

펑황워차도 우려 줍니다. 자기 집 차는 아니고 친구가 역시 경매에 출품했던 차인데 조금 선물로 준 차랍니다. ! 그런데 웬걸 차가 괜찮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마셨는데 첫 잔부터 밀도가 아주 좋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작년엔 1키로 150만원 이었는데 올해는 350만원이랍니다. 노반장, 빙도 차가 비싼 줄 아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곳곳에 금덩어리 차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저 시음이나 할 따름이지요! 여러 잔 거듭해서 마실수록 특히 열감이 좋습니다. 목안이 간질간질 하더니 금방 열기가 온 몸을 감사고 돕니다. 주인장의 추이니우(패우唄牛허풍이 세다는 뜻의 중국식 속어)는 끝이 없고,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차산도 못가고 열 받아 죽겠는데 차열까지 겹치니 감당이 안 됩니다. 좋은 차를 마시면 확실히 열감이 있습니다.

 

흔히 기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저는 기의 실체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그냥 열감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어떤 분은 기의 경로를 일일이 추적하여 어께로 또는 뒤통수 앞통수 등으로 흐르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참 기가 막히게 신기합니다...

 

펑황워'므지앙'징싱쩐’(景星鎭)에 자리하고 있는데 해발 1700m 전후에 약 2만 그루의 고수차가 자라고 있답니다. 이번엔 장대비에 가로막혀 다녀올 수 없었지만 다음 기회에 꼭 가보아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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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차 제조 과정

 

고수차가 인기를 끌면서 보이숙차도 고수차로 만들었다는 차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료가 좋으면 당연히 만든 차맛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숙차 제조법은 지난번 멍하이 일기 7편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숙차는 일차로 가공이 완료된 쇄청모차를 이차 가공 즉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서 다시 만든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차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이지요. 즉 일차 가공이 끝난 쇄청모차는 보이생산차라고 하고 그것을 각종 형태로 만들면 보이생차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효라는 또 다른 과정을 거치면 보이숙산차가 되고 같은 방식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보이숙차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고수차도 마찬가지로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서 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수차는 생차 그 자체로 향기도 좋고 회감도 좋으며 가격 또한 좋으므로 굳이 숙차로 만들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더구나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면 고수생차 특유의 향기 등이 소실될 우려가 있고, 일반적으로 숙차는 시장에서 고수생차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수원료라고 해서 모두 비싼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덜 알려진 지역이나 변경 지역, 그리고 봄차 보다는 여름차, 가을차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러한 원료를 사용하여 고수차를 만들면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운산에서 작년과 올해 출시한 차가 바로 이러한 종류입니다. 변경 지역인 미얀마의 가을 고수차와 포랑산 지역의 여름 고수차 원료를 사용한 것이지요. 그래도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숙차 즉 대지차 원료를 사용한 제품보다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현제 숙차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대지차 원료는 일반적으로 대지차 중에서도 등급이 낮은 원료를 사용합니다.

 

대지차도 고급과 저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급은 주로 생차로 생산하고 숙차는 발효 과정에서 찻잎이 파괴되기 때문에 기계로 채엽한 원료나 수령이 낮은 찻잎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숙차는 발효라는 제조 과정을 한 단계 더 거쳐서 생산되는데도 대형 차창에서 출시되는 비슷한 생차보다도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것입니다. 그리고 숙차는 발효를 시켜서 출시하기 때문에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세월이 흐르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보이차 고유의 특질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물론 숙차도 세월이 흐르면 거풍이 되면서 점점 맑아지고 맛 또한 좋아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쾌속 발효차의 한계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생차가 진화하면서 발생하는 화려한 변화와 빗댈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보이숙차의 가치가 형편없이 추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숙차의 개발은 보이차의 역사에서 하나의 신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가 윈난성 소수민족들의 차에서 대중차로 나아가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윈난 특유의 강열한 맛을 순화시켜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차로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차라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잘 만든 숙차는 확실히 다릅니다. 특히 고수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차는 맛의 무게감이 다릅니다. 대지차 보다는 내용 물질이 풍부해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높고 숙차 특유의 텁텁함도 덜합니다.

 

생노차(生老茶)의 맑음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숙차 보다는 월등히 맑고 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중의 고수차에서 보듯이 고수숙차도 유행을 타고 이름뿐인 고수숙차들이 허다합니다. 숙차는 제품의 특성상 원료 산지의 이름을 표기해서 출시하는 경우는 적은데 노반장숙차, 빙도숙차 등 화려한 이름의 숙차들이 매장의 전시대에서 날 잡아 잡소하고 행인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중국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맛을 보고 이름을 떠나 맛있으면 구입해서 먹습니다. 원료 산지의 진실성을 떠나 자신의 입맛을 믿고 사는 것이지요. 사실 숙차는 원료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숙련된 발효기술자의 경험도 아주 중요합니다. 잘 만든 대지 숙차가 못 만든 고수 숙차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수차를 만들면서 더구나 숙차를 만들면서 백프로 고수원료만을 사용하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어떨 땐 저같은 바보나 하는 짓이 아닌지 반문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자신만은 속일 수 없기에 뚜벅뚜벅 그냥 갑니다.

 

비는 내리고

웬종일 비만 내리고

이역만리 멍하이 하늘아래

비젖은 태극기가

물끄러미 저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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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고수차를 보관한 통

 

지난번에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고수차의 문제점에 대하여 잠시 소개해드렸는데 가게마다 진열된 수없이 많은 고수차들 중에서 과연 어느 제품이 진정한 고수차인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중국 정부 관련 기관에서 발표되는 생산량 통계부터 영 미덥지가 않습니다. 발표하는 곳마다 다르고 편차 또한 아주 큽니다. 이제는 보이차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수차가 좋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수령 백년이상의 진정한 고수차는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만치 않습니다. 오운산을 창업하고 삼 년여 동안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고수차 산지 이백여 군데를 직접 발로 띄며 살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곳곳에 고수차들이 적지 않게 자라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소수차와 같이 섞여 있습니다. 특히 이무 쪽의 고수차 생산비율은 1%도 안 됩니다. 길가에 그 옛날에 줄지어 자라던 고수차는 문화혁명을 거치며 대부분 경제작물로 전환되었고 지금은 바나나 밭으로 고무나무 숲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대부분 주관을 잘라버려서 뿌리에서 다시 자란 아이화(왜화倭化)차들 종류이고 올곧게 남아있는 고수차를 보려면 보통 두세 시간씩 걸어서 산을 올라야 합니다. 험로여서 개발의 손길이 닷지 않아서 아직 남아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 또한 많지 않습니다. 한 지역에서 모차로 몇십 키로 혹은 많은 곳이라도 몇백 키로 정도이지요.

 

 고수차는 한정되어 있고 소수차의 생산량은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앞으로 전체 생산량에서 고수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무지역에 비하여 포랑산이나 임창지역은 상대적으로 고수차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포랑산 지역은 이무지역과 함께 많이 알려진 편이고 강열한 맛의 특징 때문에 원료가격이 평균적으로 보이나, 임창지역 보다는 비싼 편입니다. 변경지역의 차들은 아직은 고수차라도 저렴한 편인데 가공 기술이 일정치 않아서 잘 선택해야 됩니다.

 

문제는 중국은 문화적으로 고수차에 소수차가 섞여있어도 그냥 고수차라고 부릅니다. 사실 소수차가 조금 섞여있어도 맛으로 정확히 구분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제작자의 양심 문제이지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운산이 진정한 고수차 원료만을 고집하는 것이 때론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생태차 등을 조금 섞어서 생산 단가를 낮추면 공급 가격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고객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저는 그냥 그대로 가겠습니다. 세상에 바보 한둘 쯤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금은 많이 달라진 느낌이지만 처음엔 제가 같은 고수차밭의 차라도 수령이 높은 것만 골라서 채엽 해달라고하면 의아하게 쳐다보곤 했습니다. 다른 곳에선 그냥 구입해 가는데 유독 까다롭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비용을 더 주겠다고 해도 작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문을 거절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차농 입장에서는 일꾼을 고용해서 하루하루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채엽하는데 일부는 채엽하고 일부는 남겨두고 하는 것이 비능률적이고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차왕수차, 단주(單株.고수차중에서 특별히 수령이 오래된 차나무를 따로 부르는 이름)차 등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분류되고 있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고수차라고 하면 진정한 고수차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살펴보아야합니다.

 

현제 고수차라고 부르는 차들 중에선 아예 이름뿐인 고수차, 소수차와 적당히 섞은 고수차, 진정한 고수차, 단주차 혹은 차왕수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판매되고 있는 가격만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가서 돼지 꿈꾸고 노반장을 한편에 삼만 원에 사 오셨다는 분들을 가끔 뵙는데 꿈은 꿈일 뿐입니다.,,노반장 원료가격을 알면 절대 그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차가 아니란 걸 알게 되겠지요.

 

여행 기념으로 친절한 가이드의 열정에 감복하여 한두 편 사주는 것 정도는 이해하지만 절대 많은 양을 구매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못 먹을 차는 아니고 다만 출처 불명의 차란 것이지요. 실제로 몇 년 전에 우연찮게 한국 단체관광 손님을 주로 상대하는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리따운 직원이 어찌나 열정적으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설명을 잘하는지 차업을 하는 저도 한편을 사들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오천 원짜리 차를 오만원에 사서 마누라한텐 말도 못하고 몇 년째 묻어두고 있지요. 알다시피 보이차는 오래두면 둘수록 맛도 좋아지고 가격도 올라가는데, 이런 차는 그냥 그때 그 감동으로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면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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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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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 고수차(10종)

 

이 책은 1999년 한국에서 보이차 애호가가 운남성 이무지역 차산의 묘족 마을에서 차를 주문 생산한 시기부터 시작하여 100년에 한 번 온다는 보이차 최고 전성기인 2007년을 지났다. 그해 이후 이제 그 시간도 10년이 넘어간다.

 

대한민국에 소개되거나 또는 중국내의 유명한 차류들 중에서 한국인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소수차 고수차, 더 나아가 단주로 만든 최고의 차들을 생생한 화면으로 제공한다.

 

쾌활 보이차(10종)

 

주요내용

이 책에는 최근 17년간의 보이차가 등장한다. 처음 이 책을 준비할 시기에는 보이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익혀먹는 맛을 즐기는 동시에 차의 외형은 갈변 현상으로 색상이 변한다. 찻잎들이 변색되기 전에 촬영하여 훗날 차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기 위해 병면을 촬영한 것이다.

 

1999년부터 전통방식으로 차를 만들기 위해 시작하는 단계부터 산업화 되는 시기의 보이차, 수령이 100년 이상된 차들을 채엽하여 만든차 등등으로 고차수로 만든 차인 경우 대부분 시음을 거쳐 8년여의 시간 속에서 촬영한 결과물 들이다. 시기마다 유행한 차들은 즉, 예를 들어 노반장의 경우 여러 회사에서 생산된 차들이 동시간대에 열거되어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1999~2000

한국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녹차와 전통도자기가 인기가 있을 무릅, 일부 보이차 애호가들 사이에 중국에서 차를 마들어 가는 극히 일부의 일들이 한국 보이차 역사의 한 면을 끌어가는 시점에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된 보이차를 다루었다.

 

2001~2007

20세기 한국의 차 시장은 이제 하동과 보성을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되고 전국에서는 우리 녹차 시장에 크게 확산되는 시점과 맞물려 2003년부터 2007년사이 중국에서 보이차를 주문생산하는 시기가 된다. 이 시기가 정식수입하여 판매할 수 있을 만큼의 물량이 확보되는 시점이다.

 

 추병랑 대사 방한 기념병

 

2008~2016

중국 보이차 시장의 대 폭락을 경험하고 한국의 보이차 시장도 위기감을 감출 수 없는 시점에 고차수를 채엽하여 차를 만들기 위해 중국 운남성을 가는 상인들이 생겨난다.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첫해이자, 새로운 보이차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노반장, 채엽하러 가는 농부

 

그 당시에 2007년부터 노반장 마을 농가와 계약한 진승차창은 2008년에도 노반장 마을과 수매 계약을 하면서 보이생차 가격을 끌어올리는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즉 노반장 붐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이 거센 바람이 불면서 전국의 보이차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노반장을 모르면 안되는 시기였다.

 

죽로재 노반장(2010년)

 

2013년부터 300년 이상된 차엽, 즉 고차수의 바람이 일어난다. 고수차를 만드는 열풍이 불면서 100년 이상 된 차나무의 차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2016년에는 이러한 순료 위주의 단순병배를 거부하고, 순료 외 병배차가 새롭게 조명 받으면서 다양한 지역의 차들이 생산되는 주류와 순수한 단주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기념병차

보이차의 생산에서 기념으로 만들어지는 차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중국 내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기념 병차의 생산이 이루어 지고 있다.

여러 가지 생산의 명분과 또 재료의 특이성 등으로 수집가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것이 매년 띠별로 생산되는 12간지 기념병, 10년 단위의 창업 기념 병 등을 한 자리에 모았다.

 

도감에 나오는 차

1999년 맹해차창 일과수, 이무정산야생차, 이무정산야생 홍표, 자홍표, 흑표, 고산야생병, 해만차창 908, 만전고수차, 허사화의 경매 천년고차수, 차순호, 여명차창 대엽종운무원차, 춘첨차, 여명차창 노반장, 이무순시흥, 자대익, 자운호, 2003년 해만차창 반장칠자병, 포랑산야생대수차, 서경호 방해각, 노반장, 보이차창 교목보이, 복해차창 남나산야생대수차, 2006년 창태차창 이창호, 맹고융씨 맹고, 2007년 고전만차창 만전야생차, 망지고수차, 진승차창 노반장, 창태집단, 부생반일

 

국내업체는 다음과 같다.

서경호, 명가원, 소슬다원, 무위산방, 차우림, 죽로재, 보이고사, 북경도사, 비채담, 지묵당, ()포랑, 도림원, 대평보이차, 석가명차, 지유명차, 오우당, 홍익차, 끽다거

 

❚저자 박홍관

1959년 부산 출생. 80년대 중반 차와 인연을 맺은 경험을 시작으로, 90년대 초·중반에 찻잔과 차 관련 문화예술에 대하여 자료를 모으고 글을 준비하였으며, 90년대 말 차문화의 현장을 직접 보고 기록하는 필드워크 중심의 한국 차문화 기록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차문화에 대해서는 흔히 전설과 진실 두 가지로 나누어지곤 한다. 그 두 가지 중, 전설이 진실인지를 밝히기 위해 고증하고 인증하는 현장 작업이 바로 필자의 오랜 고집이자 후세에 남길 수 있는 기록의 가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학력 :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문학박사

블로그 : 석우연담 www.seoku.com

e-mail : wkey@daum.net

 

정가: 5만원

 

저서로 찻잔이야기』 『사기장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박홍관의 중국차 견문록』 『박홍관의 자사호이야기』 『한국인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 『차도구의 이해』 『한국현대차인등이 있으며, 차의 예술총서1 찻자리의 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대형서점에서 판매중(교보문고, 예스24 등)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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