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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가촌 지역에 있는 명․청시대 고차수로 만든 차]

경기도 양주에 있는 "차우림"을 만곡주 선생과 그의 선배 되시는 분과 함께 방문했다. 주소만 가지고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간 그곳은 왼쪽은 찻집 분위기고 오른쪽은 큰 현판이 보였는데 “보이차 박물관”이라고 되어 있다.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박물관을 항상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는 필자로선 상당히 호감이 갔다. 순간적으로 이 집 주인의 개성이 그쪽에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찻집 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박물관 문을 열어주었다. 마침 관장이 출타 중이라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없었기에 손님으로 들어간 세 사람의 안목에 따라 관심 있는 부분만을 보고 나왔다. 언제 다시 한 번 방문하면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와 향후 포부를 진지하게 듣고 싶은 공간이었다.

찻집으로 들어간 우리는 넓은 차실에서 음악 연주를 볼 수 있는 공간에 있는 자리를 잡고 카운터 쪽으로 갔다.

만곡주 선생은 안주인에게 ‘이 가게의 메뉴에 나오지 않는 보이차 맛을 보고 싶습니다. 값은 충분하게 지불하겠습니다’고 하니까, 안주인은 ‘메뉴에 없는 차는 남편이 오면 함께 마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남편이 왔다.

방금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주인은 “저희 집에는 오래된 노차를 특별히 팔지는 않습니다. 지인들과 같이 마시는 것으로 서로 차를 이해하고 노차의 맛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가집니다.” 하고 판매하는 차는 우리가 직접 운남에 가서 차를 만들어 오는 것만 판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집에서 팔지는 않지만 함께 마시고자 하는 차로 7542차를 내왔다.

7542의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차였다. 그 맛의 깊이는 서로 간에 차를 음미하는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필자는 진하게 즐기는 취향이라서 누구와 비교한 맛을 논할 수는 없었다.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지만 주인과 서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차의 성질에 따라서 음미하는 취향을 고려하여 마시는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같은 종류의 차에서 등급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 보는 손님에게 차를 낼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만곡주 선생이 오늘 마신 차 값은 시세대로 지불하고 ‘조금 구입하겠다’며 10g만 부탁하니까, ‘판매는 하지 않으니 다음에 선생님의 집에서 다른 차를 그 가치만큼 가져와 달라”고 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차를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 만나자 마자 이해하고 통한다는 것은 바로 물건에 대한 값이 아니라 서로 간에 소통되는 마음일 것이다.

‘메뉴에 없는 차를 맛보고 싶다’라는 것은 시험이 아니다. 누군가는 사냥꾼이라고 한다. 차에 대해 관록이 있다 보니 ‘어디 이 집에는 비전(秘傳)의 차가 있느냐’ 하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주인과의 대화는 순수한 차꾼들과의 대화였고 그런 마음이었다. “이 차 10g과 바꿀 수 있는 다른 차 10g을 가져와 주세요”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 차의 가치만한 차를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라는 마음과 마음의 교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올해 만들어왔다고 하는 산차를 맛보았다. 주인은 차 산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다고 하시며공가촌 지역에 있는 명․청시대 고차수로서, 20여년 만에 올해 처음 채엽한 차라고 한다. 차의 제조 공정에서 불 기운과 자연이 준 건강한 햇볕이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차로 보였다. 풍성한 맛과 깊은 향기로움, 좋은 차의 공통된 DNA를 보는 듯했다.

한국인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
국내도서>가정과 생활
저자 : 박홍관
출판 : 티웰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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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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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금요일 오후 3시경 부산 삼인행을 방문했다. 평소와 달리 차탁 위에는 오룡차로 보이는 크고 작은 포장이 여러개 보였다.

 

주인은 어제 대만을 다녀왔는데, 불교성지순례로 다녀오면서 차 전문점에서 일행들과 조금씩 나누어 마시기 위해 구입한 차라고 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삼인행에서 소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생차가 없냐고 묻자, 화색이 돌면서 혹시 "중국에서 고차수를 처음으로 발견한 허사화" 라는 분을 아는가 하고 필자에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자료를 뒤적이면서 보여주시는 것이 인터넷 자료다. 인터넷에는 이렇게 나오는데 이 차는 본인이 2001년에 중앙동에서 다른 분과 함께 구입한 것인데 그 때는 20년 뒤에 마실 것이라 생각하고 고향에 잘 보관해 둔 것이라 한다.

주인의 좋은 마음과 함께 이 차를 한 번 마셔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보이차 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보관하는 방법이 주인장의 안목으로 다양한 실험정신에 의한 것이었다. 필자는 그렇게 해오는 것을 늘 오고가며 보아왔다. 더구나 주인은 항아리에 팻말을 명기해 놓아서 그 차를 구입하고 보관된 날자의 기록을 믿을 수 있었다.(사진.허사화 고차수 2001년)

이번에 마시는 고차수는 정확하게 2001년 11월23일에 들어온 것이다. 보관 햇수로 보면 장장 9년이다. 이 차는 그동안 삼천포 지역에 보관되었다가 2년 전에 가게로 가지고 온 것이라 한다. 외형은 기계로 긴압한 것이 아니라 발로 눌러 만들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차는 부풀어져 있었다.

차 맛은 쓰면서도 단 맛이 도는 것이 고차수라고하는 차들의 공통적인 맛이다. 여지없이 그 맛과 향을 풍겨내고 있지만 차의 엽저를 보면 필자가 이전에 마셔온 고차수로 만든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사화 차를 다양하게 시음해 보지 않았기에 이 차가 생산된 지역의 공통적인 맛과 엽저의 형태를 말 할 수 없다. 허사화의 다른 차를 보관된 지역에 따른 차의 맛을 비교해 보고 한 번더 블로깅을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차를 넣는 양의 차이가 있지만, 차의 풍미는 순하면서도 맑으며, 깔끔한 맛을 지녔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은 허사화의 정보는 보이차업계에서 "숙차의 아버지"하면 추병량선생, "고차수의 아버지"하면 허사화선생을 가르킨다.는 내용이다.

죽천향 박창식 선생의 도움으로 중국측 내용의 자료를 받았다. 이를 다시 번역해보니 그가 발견한 고차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91년 4월과 11월 2차례 차수 진행 종합고찰,운남성 차엽연구소 화학실험 분석 결과: 차수 화학성분과 세포조직 재배형 차수와 상동,단 수관、화주、화분립、차과피등 야생 차수 접근,수령 천년좌우。

1992년 10월11일-14일,“란창 방외 대차수 고찰 논증회. 방외 대차수 야생 대차수적 화과 종자 형태 생정, 우구유 재배차수 아엽지초적 특점시 야생형 과 재배형 지간적 과도형속 고차수가 직접이용

“허사화 선생이 방위 과도형 고차수를 발견하게된 일화는 꽤 유명한데...허사화선생이 사모지구 외무국주관 차엽생산부국장을 지내던 시절 줄곧 바라던 염원이 바로 사모지구에 있는 오래된 고차수를 찾아내는 것으로 역사기록이나 사모차수자원을 살펴보니 사모지역 어디엔가는 반드시 오래된 고차수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을때마다 사모 지역 방방곡곡 수많은 차농을 만나가며 고차수의 위치를 찾아 다녔는데 결국 1991년 3월 현지의 어느 차농에게서 邦葳村의 마을 구석에 있는 차밭에 아주 오래된 고차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허사화 선생은 얼른 방위촌을 찾아가 그 나무를 살펴보았더니 생기가 넘치는 것이 주관이 곧고 가지가 무성한 틀림없는 고차수였다고 합니다.”

이런 내력을 가진 허사화 보이차는 대표적인 포장지가 두가지 있는데 삼인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차들이 가장 정확한 차라고 한다, 필자는 사진 작업을 위해서 서울로 가져왔다.

필자가 맛본 것은 7년 동안 볏짚과 함께 항아리에 보관 것이라고 하지만 9년 동안 항아리에 보관된 차의 맛이 기대된다. 보관된 방법과 그에 대한 숙성 단계를 거치면서 1년이라도 제 맛이 나는 중요한 연간 포인트가 있는 법. 때문에 9년된 변화의 맛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지 아니한가!

삼인행은 보이차 뿐 아니라 무이암차를 보관하면서도 나름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또한 차를 보관하는 항아리에는 흑단이나 자단나무에 전각 작가인 석촌의 솜씨로 만든 운치를 볼 수 있다. 보이 생차는 고향에서 오래된 항아리에 다양한 방법을 시험하면서 보관한다.

그에 따라 같은 차라도 맛이 다를 것 같은, 자신만이 가지는 믿음으로 차에 향기가 넘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그동안 무심(無心)하고 우직한 기다림으로 새롭게 탄생될 차들의 향기를 기대하게 한다.

새해에는 그 항아리와 짚 속에서 어떤 맛을 내며 차들이 객(客)들을 맞아 줄지 정말 기다려진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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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봄 부산 대연동에 있는 도림원에서 고수차로 만든 생차를 만났다. 생차로서는 드물게 2kg 짜리다 어떻게 만든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직접 운남 경곡의 고수차에서 찻잎을 채취하여 만든 것으로 이 차를 주문생산해서 수입한다고 한다. 샘플 차를 맛보았다.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생차보다는 맛이 달랐다. 당시의 느낌으로는 강한 맛이 있었지만 오미가 풍부했다.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여 경곡의 고수차로 만든 2kg, 임창지역 차1kg 두 개를 서울로 가지고 왔다. 보기에도 웅장한 2kg의 원형병차의 모습은 테이블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위용을 가졌다.

이 정도의 차편이라면 1년 내내 곁에 두어도 없어지지 않을 듯 하다. 이 병차를 두고 장식을 해 놓아도 될만큼의 크기를 가져 아마도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면 평범한 에선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형태의 차를 사진 작업을 마치고 주인의 손에 돌아갔다. [사진, 경곡 고수차로 만든 2kg 보이생차]  

그러고 2010년 5월, 다시 찾아가서 경곡 고수차인 대백호를 마셨다. 중간에도 가끔 그 차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뭔가 새로운 맛을 찾고 싶었다. 꼭 2년 만에 도림원에서 다시 마신 뒤에 새로운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근주 씨는 2kg, 1kg짜리 두 개를 안전한 포장으로 해주며 사진 작업은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방식으로 헤쳐보든가 찢어보든가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해보라고 했다. 참으로 호쾌한 대응이었다.

차를 가지고 와서 5개월 만에 다른 곳에서 가져온 차들과 함께 생차 자료사진 작업을 몇일전에 했다. 경곡의 고수차 2kg 짜리의 엽저를 촬영하기 위한 별도로 여분을 좀 가져온 것을 마시게 되었다. 원하는 엽저를 찾기 위해서 30g 정도의 차를 여러번 우려마시는 과정에서 한국에 온지 2년이란 세월이 흘러 더욱 깊은 맛을 내는 생차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기후에는 발효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차에 따라 보관하는 위치에 따라 이런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차의 보관과 발효에 대한 충분한 자료 검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접하고 경험한 내용으로 한국에서는 발효가 되지 않는 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직은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은 이런 생차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보관되어온 기간이 10년 정도 되기 때문에 결과를 유추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그래서 생차를 만들어 온 그 해에 마실 수 없는 차는 아무리 고수차라고 해도 별로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 차를 대백호(大白豪)라 부르게 된 것은 (이 차를 주문생산한 이근주씨의 말에 따르면) 봄에 찻잎이 나올 때 다른 차들보다 백호가 많이 보이고 줄기부터 잎까지 백호를 볼 수 있기에 대백호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수차의 수령은 당시 최소한 800년이상의 나무로 둘레가 성인의 두 팔을 벌린 한아름으로 다 두를 수 없을 만큼의 큰 나무에서 채취한 엽저로 만든 것이라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운남 지역의 차 산지를 다녀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고수차라고 해서 모든 나무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300년 정도의 수령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실정에서는 800년 이상이라 하면 대단해 보여 몇 그루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 500년 이상 된 나무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사람의 관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자연 그대로의 차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차가 야생이어야만 좋다고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은 자연 생물의 과학적 검증에 대한 접근시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는 첫 물을 버리고 다음에 우러나오는 맛이 옹골차게 힘이 넘치는 맛이다.

7-8회 우려도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보이생차에서 느낄 수 있는 맛 중에서 서슬퍼런 큰 칼날 끝같은 느낌은 사그러들고 그래도 강한 칼끝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무언가 부드러워진 고수차의 발효기운이 느껴진다. 그냥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힘이 있고 부드러운 세련된 맛이다.

백호라 하면 은침차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흰 빛으로 뒤덮인 입새인데 이것이 그렇게 큰 잎으로 백호를 달고 나와 차편에 소담스레 붙어 있다. 이 차맛이 어떠하냐를 논하기 보다는 그 웅장한 잎새에서 먼저 기운이 솟는다. 우려내고 난 뒤의 엽저들은 그 푸른 빛이 아직 살아 있지만 잎에서 우러난 풍미는 첫 해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차편의 떼어진 자리에 청청한 기운은 아직도 살아있건만 풍미는 훨씬 더 강해지고 날카로운 기운은 수그러졌으니 이제 다음해, 아니 그 다음해가 점점 더 기다려진다. 과연 이 대백호는 어떤 맛으로 변하면서 다음 차인의 입을 기다릴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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