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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오룡, 동차]

대만은 일년에 두 번 있는 차품평대회가 있다. 비새라고 하는 이 대회는 농가에서 만든 차를 공식적으로 판매에 앞서 품평대회를 통해 특등, 두등, 이등 등으로 등급을 정하고 비새를 통해서 그 결과에 모두 승복하고 정해진 등급 통에 차를 포장하여 공식적으로 판매를 하게 된다.

지난주 창원 삼소방에서 주인 이창희  윤은주 부부와 오래기간 보존된 문산포종을 마셨다. 깡통 그대로 보관된 차지만 10년 이상 된 차들이 또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 곳에서 늘 경험하게 된다. 이 날도 목책철관음과 동정오룡을 진하게 마셨다. 삼소방에는 다른 집에서 만날 수 없는 대만 오룡차 종류가 다양하게 구비되어있다. 최근 대만을 다녀오면서 샘플을 가져왔다고 보여주는 동차의 샘플 봉지를 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철저하게 차 하나를위해서 준비되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일상생활에서 밀접한 차문화라고 하는 것을 여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의 차산업은 규모로 보면 서로 비등하다고는 할지 모르겠으나 그를 영위하는 삶에 대해서는 아직도 우리의 차문화가 일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그러한 면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활의 일부로 보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언제쯤 그러한 모습들이 일상에서 소소하게나마 펼쳐질까. 마치 한 농가에서 텃밭에 가꾼 차나무에서 금년에 덖었다며 나누어주는 인심을 더 발전시킨다면 그렇게도 행복한 차생활도 불가능하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필자의 가슴을 지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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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가 유입되면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수입차라고 무조건 나쁜 것 만은 아니다라는 의견일 것이다. 이전에 엉터리 차들이 들어와서 사람들의 인식을 흐린 것의 영향이겠지만 그것이 과정이었다면 필연적인 과정이었다고도 생각한다.

이 글은 2011년 11월 보이 생차 시음회에 참가한 후기를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올리지 못한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라서 아래와 같이 짧은 글을 남기고자 한다.
차를 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 ‘차의 품평’이라는 말과 차 시음기 등등의 말들이 자주 등장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러한 영향때문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것이 비유에 맞을지는 모르나 그러한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들의 비판은 이후 시장에서도 냉정한 판단을 가지게 했다고 보여진다. 때문에 과거와 같이 무조건 말로만 10년 20년 30년이라는 판매형태는 이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사진, 대구에서 참가한 분은 함께 시음하고자 들고 온 것]     중국차 전문점에서 다음과 같은 시도는 바로 그러한 시장의 순기능이다. 공부차에서의 시음 행사에서는 보이차가 나온다. 녹차, 청차, 홍차도 있는데 유독 보이차가 차 시음 행사의 중심에 나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차의 품종과 차의 성질이 각각이며, 차 산지마다 채엽한 시기 보관 장소, 보관연수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상인으로서 또 보이차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차를 알리는데 공식적인 차 시음 행사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과 다이렉트로 공감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위와 같은 행사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째, 자신이 취급하는 차의 품질에 대한 안정성, 공정성 등등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둘째, 가격면에서 누구에게나 공개적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가격대일 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부차의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진행된 행사는 중국차 전문점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시행한 것으로 단순히 차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참가한 사람들의 개별적인 차에 대한 인지능력이 다른 사람들을 앞에 두고 5가지의 차 맛을 다양하게 시음하면서 심도있는 질문과 답변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곳에서 보이 노차의 맛을 논하거나 입창한 차 맛을 거론하면서 맛이 좋다거나 깊이가 있다거나 고삽미가 풍부하다거나를 논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아직은 차의 인이 좀 덜박힌[?] 사람들이 차라는 자체가 궁금해서 참가한 자리였다면 조금은 해소하고 가는 자리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사업으로 당당히 펼쳐나가는 공부차의 운영방식을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이는 참가한 분들이 당장 내일부터라도 훗날까지 그 행사의 가치를 이야기 할 듯하다.
이 시음기의 상세한 사진은 2012년에 출간되는 <한국의 찻자리>에 나올 것입니다.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  http://seoku.com/488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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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다원 채계순 선생의 차탁과 그의 도구]

오랜만에 방문한 대구 연암다원, 그의 개인 차실은 현재 국내에서는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독창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모두 연암 채계순 선생을 생각할 때는 연암 다원 주인 또는 중국차 선생으로 알고 있다. 채계순 선생은 외국인에게 아니 외국에 나가서 보여줄 수 있는 우리나라 차의 행다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만 차회에 참여하여 발표한 행다법과 그동안 연구한 다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방문하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차를 마시면서 이거 무슨 차예요 하고 물었을 것이다.

근데 그 날 마신 차는 그렇게 물어보고 싶지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보이차이지만 차성이 아주 귀한 맛이었다. 그래서 굳이 보이차 중에서 숫자가 들어가는 번호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차를 다 마시고 카메라를 챙기면서 엉겁결에 아차 하면서도 자발없이 질문을 던진 말.

“방금 마신 보이차 맛이 좋은데 어떤 차인가요” 

8582라고 한다. 필자도 보이차 8582라면 세상에서 잘만들었다고 하는 차 중에서도 최상의 조건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 대부분을 마셔보았다고 할 자신이 있는 차인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물어보지 말걸!

왜 그런 마음에 그런 말을 내놓았을까. 그만큼 좋은 차에 대해 굳이 이름도 알 필요가 없었을 것을. 그 이름이라는 것에 지배받는 선입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필자 스스로도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가 이런 기록을 석우연담/다미향담에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
만들어진 숫자보다 순수한 진정성이 베어있는 차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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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리나라 차 외국 차를 구분하지 않는다. 흔히 알려진 유명한 사람을 찾아 나서지도 않는다. 이 시대에 차인들의 찻자리에서 음용되는 차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녹차 생산지나 생산자를 몰라서 외국차를 다루는 비중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필자는 한국의 차가 좋다라는 어느 외국인, 내국인 몇몇의 말에 그 전체가 가림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는 차문화의 발상이라는 가식적인 말을 하기 전에 그 세월 속에서 차를 발전시켜 온 거대한 땅덩어리 즉, 중국이라는 큰 나라의 차를 경험하고 400년간 다듬어져 전해오는 일본차 문화를 체험하면서, 외국 차문화의 큰 지형을 기록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영역을 나누어 다투거나, 또는 좋다 나쁘다라는 다양성을 배재한 편파적인 행보는 하지 않고 있다.

 

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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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향담(茶味香談)에서 다루는 차의 내용은 특정인의 차를 의도적으로 품평하거나 홍보를 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차를 좋아하는 이로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이전처럼 본연의 모습으로 차를 탐방하고 우연히 차를 맞이하면서 느낀 점을 진솔히 올리는 글입니다.

차 또한 와인만큼 넓은 세상입니다. 인연이 닿는만큼 필자도 경험치 못한 차를 찾아다니고자 합니다. 이 공간에서는 중국차 한국차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연에 의해 만나는 차 맛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제현들의 넓은 시각을 믿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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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어떤 마음으로 마실까?

 

진년보이차라고 하는 속칭 골동보이차는 몸에 좋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마시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필자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요즘은 그런 차를 접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연으로 마시는 정도이다.

2010년 5월 4일 중국 절강대학교에서 녹차 품평에 가장 전문가라고 하는 공숙영 교수를 인터뷰했다. 공 교수는 평소에 중국 최고의 명차를 접하는 경우가 많을 터라, 나는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가족과 함께 마시는 차는 주로 무엇인가’ 라는.

이 질문에 그는 답하기를, ‘차의 생산량이 적어서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값이 비싼 차를 나는 좋은 차라고 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어떤 차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그 차의 생산량이 많은 가운데 잘 만들어진 차를 선택한다.

그렇게 구하는 것이 가격 대비 좋은 차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황기고산차와 경산차를 즐겨 마신다’고 하였다. 나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당연히 ‘용정차’라는 이름이 나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용정차는 중국 전체에서 볼 때는 생산량이 적다고 한다. [사진, 보이 생차 경매산 차]                           그래서 다른 차에 비해서 값이 비싼 편이고, 값이 비싸기에 좋은 차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였다.

같은 시점, 중국 차엽연구소에서 평생 육종을 연구하고 이번에 정년 퇴임한 위엔푸리엔 선생을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도 나는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중국 전역에서 육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지도하면서 많은 차를 마셔 보았지만, 역시 용정차가 좋고 그 차를 가장 많이 마신다’고 하였다. 이유는 차의 제조 과정이 ‘청결’하다는 것이다.

즉, 무슨 차가 좋은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각자의 논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필자는 위와 같은 주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차에 대한 공부를 근본적으로 다시 하는 입장이다. 각 분야의 정통한 학자와 차에 관한 대상과 거상들을 만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고 있다. 지난날 그 당시에는 그때의 안목 수준으로 봤기에, 지금 보면 또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부분도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본질을 보는 눈이 깊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새로운 관점이 하나 생겼다. 차의 ‘클린’한 맛, 그것은 녹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마시는 차가 우리 몸에 건강을 가져다 주는가 하는 문제다. 거기에는 무슨 특별한 영양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정화’하고 ‘해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집에서 마셔본 차 가운데 람가헌(대표 이인석)에서 2010년 4월에 주문 생산한 감로보이 경매산 차를 마셔보면서 야생차의 클린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식후 30분 뒤에 또는 1시간 뒤에 치즈나 호두, 잣을 함께 먹기도 하면서 병차의 겉면과 속을 깨어서 마셔본 즉 야생으로 자란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차를 마시거나 품평하는 일에 거름망을 사용하지 않기에 작은 찌꺼기가 좀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이 차를 마시면서 입안에 감도는 청정한 회감은 몸을 순환시키면서 좋은 기분이 들게 하였다. 이러한 점은 부분적인 설명으로 말할 수 없지만 보이 생차에서 잘 만들어진 차의 공통점을 보여주었다. 생차로서 오감의 풍부한 맛의 순도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지엽적인 차이일 수 있다. 그래서 차 산지의 중요성이 대두되지만 차를 다루는 결과의 차이점은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차 산지의 표기에서 경매산, 포랑산 등으로 나와 있는 차들은 가능하면 그 차를 취급하는 상인을 신뢰하여 마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은 개인적으로 그러한 찻잎을 분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차 산지에서 만나는 차들이 많지만 차 산지에서 취급하는 것이 모두 진짜라고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자연이 만들어 준 건강한 찻잎으로 잘 만든 보이 생차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차이는 있겠지만, 농도의 조절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올해 만든 차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은 오래 묵혀 두고 마실 수 있는 차의 기본기를 갖춘 차이다. 스스로 몸을 클린하게 만들고 싶어지는 느낌이 남는.

그 점에서 이번에 시음해 본 감로보이의 경매산 차는 기본기를 충분히 갖춘 차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차로, 시간을 두고 음미하고자 한다.

‘세포 속까지 리셋(Reset)하라!’는 알레한드로의 “클린”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 보이 생차가 시간이 갈수록 좋은 차가 수입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어디까지나 마실 만큼 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나의 차관(茶觀)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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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년보이차 홍인 원통] 

2007년 겨울로 기억된다. 경기도 광덕사에서 경원스님께서 내어 주신 “남인산차”라는 차를 맛보았다.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차였다.

 

일반적으로 좋은 보이차라고 하면 형태가 병차로 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산차 형태는 한 단계 아래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마신 ‘남인산차’는 그 이후 더 좋은 차라고 스님께서 주신 차보다도 내겐 그때의 산차 맛이 더 좋았다.

나는 모든 차(茶, tea)에서 세세하고도 오밀한 맛을 찾아서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주변 여건으로 볼 때 바르게 만든 차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차의 원본이라고 하는 것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차 사진의 주인들이 알려주는 외형과 맛이 기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차는 보이차에서는 생차의 경우에 한해서다. 진년보이차는 한국에서 인연에 의해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찾는 맛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은 다른 이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상인이 가진 입맛도 내가 보기에는 천차만별이다. 그런 상인들의 수준의 낮고 높은 가운데 그들의 고객은 또한 얼마나 다른 입맛을 키우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보이차를 취급하는 곳만 경제적으로 성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맛에 대한, 차에 대한 정확한 규범이 없고 차를 잘 만든 것을 취급하는 것보다는 시류에 맞는 잘 팔리는 차를 취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차를 만들어 한국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더 노력하는 것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중국도 불경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을 실력으로 이겨나가는 사람만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취급하는 상인들의 상술과 맞닥뜨려 위험한 경쟁이 아닌 실력과 자본의 힘이 균형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지난 추석 연휴로 7일간 한 곳에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 지인들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며 나 스스로는 그동안 사진 작업하거나 작업하고 남은 차를 마시면서 차 맛의 주관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근본의 맛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간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매일 새벽4시까지 원고를 쓰면서 의흥홍차, 목책철관음, 대우령과 천량차를 만드는 모차를 복전 방식으로 만든 차, 4가지를 마시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난날 기억에 남는 차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나는 일반적일 때는 차의 맛을 구분해서 마시지는 않는다. 잘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판단에 좋은 차는 그 순간의 차 맛을 아주 오래도록 정확하게 그 당시의 맛을 기억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차 맛을 다시금 꺼내어 또 다른 차와 비교하는데 표준 또는 지표로 삼는다.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기에 ‘다미향담’을 연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다미향담을 열게 된, 그 단초가 된 것은 죽천향 집에서 마신 곡강호차였다. 그래서 내겐 고마운 일이다.

며칠 전에 서울여대 ‘유아다례지도사’ 과정에서 차도구 특강을 하였다. 차도구에 대한 이야기지만 ‘소재는 소박하고 결과에는 격조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였다. 이 말에 수강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물론 그에 맞는 차도구를 보여주었다. 즉, 값만 비싼 것이 아니라 소박한 소재에서 기품이 넘쳐나서 값이 비싸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물을 보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곡강호의 방위차가 고가의 생차가 아니었기에 그 맛을 기록하며 알리고 싶은 것이었다. 잘 만들고 그래서 값이 엄청 비싼 것은 누구를 위한 차인가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2009년 5월 대만 순인다장에서 주인은 국제적으로 고가의 차라고 정평이 나있는 ‘홍인’을 다엽관에 담겨 있는 채로 들고 나와 다호에 가득 넣고 우려 주었다. 첫 맛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주파수가 연결되는 점은 6년전 일광다장에서 그 당시 아주 흔하게 마신 홍인 맛이다. 그 때 일광다장에서는 홍인을 보통으로 마셨고, 손님에게 접대를 해온 차였다. 그 맛과 광덕사의 경원스님이 내는 홍인은 같은 맛이다. 최소한 일광다장의 홍인 맛과 경원스님의 홍인 맛, 태허스님으로부터 마신 홍인, 대구 박창식 선생의 죽천향실 그리고 대만 순인다장에서 마신 홍인 맛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그 맛을 국내의 다른 곳에서는 그 맛을 보지 못한 차였다.

유추해 보면 같은 집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홍인의 맛은 국내 어디에서든 2007년 9월-2010년 9월 사이에는 맛을 보지 못했다. 홍인이라는 차는 마실 기회가 많았다. 왜 맛의 차이가 다른가. 논외의 문제로 둔다. 순인다장에서 마신 그 차의 맛을 지닌 차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가격의 문제이며, 소장 가치의 문제이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내는 것은 ‘다미향담’에서 다룬 곡강호에 대한 문의가 다양하게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말하려고 한 것이 이렇게 흘렀다. 즉, 차 맛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환경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며, 팽주의 습관, 사용하는 물 등등이다. 즉 주인의 정성과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어 나오는 차의 결과물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많이 유행하는 보이생차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저장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 아주 비싼 차가 진품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논리는 인터넷의 활용이 확산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다. 지금은 다음 세대인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 상황에 맞는 정직한 사람들의 더 큰 활동 영역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그에 대한 상인의 노고에 좋은 결과물은, 훗날 오늘날의 그 훌륭한 차 맛을 간직하고 다담을 나눌 수 있으며, 특별한 가격이 아니었는데도 바른 차를 소장한 사람들이 기쁨을 안고 행복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본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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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0년 여름휴가를 중국 운남성 곤명으로 가서 1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오신 대구 죽천향 박창식 선생 댁을 방문했다. 대구에 다른 일이 있어서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박선생님 댁과 가까운 곳이라 온 김에 전화를 드리게 되었지만 내심 긴 여정에 운남 지역에서의 차를 가져왔을 것 같은 은근한 기대감에서였기도 했다.

 

오랜만에 도착한 죽천향 차실. 박선생님은 보이 생차를 보이면서 이번 여행에서 만난 좋은 차라고 한다. 필자의 선입견에는 보이 생차라도 특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차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예상은 분명코 맞았고, 필자는 지금까지의 보이생차에서 느꼈던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운남 곤명의 웅달 차시장에서 "곡강다장" 이라는 가게를 열고있는 한국인 김홍길 선생이 차의 이름을 자신의 호이며 가게의 이름인 曲江을 사용하여 <곡강호>라고 하여 특별히 제작한 <방위 고수차>라 한다.  

[사진, 죽천향 차실] 이 차는 방위에서 8시간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지역에서 300 - 500년 정도의 고수차들이 있는 원시림속 다원의 찻잎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박창식 선생님이 이번 여행에서 차맛을 여러번 시음하고 현지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필자는 그 첫 차의 맛을 보기에 앞서 향기가 여느 보이생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차를 마시고 잔에서 베어 나오는 향은 잔을 탁자에 내려놓지 못하고 자꾸 코 끝으로 가져가서 깊은 향기를 맡게 되었다.

생차라고 하는데 이런 깊고 풍부한 오미를 느끼는 차를 만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올해 생차......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차 중에 고차수로서 5년, 10년생이 되었다고 하는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들로 이루어진 보이 생차에서 맛볼 수 있다는 그러한 오미가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이 보이 생차는 야생차밭에서 채취한 것으로 그러한 고수차의 개념과도 동떨어진 것이었고, 결국 이 생차는 우연한 만남 속에 양심적인 자세로 만들어 낸 상급의 보이생차였던 것이다. 보이차라고 다 같은 보이차가 아니듯이 보이차의 시작은 생차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 생차는 바로 지금 만들어진 보이차편으로 그 차편이 앞으로 10년이 지나게 되면 10년생 청병으로 다시금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차의 가장 기본은 찻잎 자체가 좋은 것을 사용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차편들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마치 유명한 와인처럼 그 숙성도를 더해나가는 것이다. 차를 만들 당시에 원재료인 찻잎에서 질이 떨어지고 보관도 흐트러진 보이를 만난다면 아무리 햇수를 더해도 그 차는 보이로서의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보이생차는 진실로 다음세대까지 남겨주고픈 욕심이 들 만큼의 생차였다.

그 다음 보이 숙차를 꺼내었다. 이 또한 이번 여행에서 구한 것으로 맹해차창의 발효연구실에서 20년 근무한 연구원이 독립하여 금년에 만든  숙차라 한다. 이 차를 마실 때 윗 층에 사시는 정춘복 선생님이 오셨다. 이미 이집의 안주인인 이정미 선생의 전화를 받고 내려오셨지만 그 분과 이 집 부부는 과거에는 이런 숙차는 마시지 않았기에 의아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난 세월 중국 보이차 생산공장에서 잘 만든 보이 숙차의 맛과 가치를 조금알고 있기에 기대를 하면서 마셨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숙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부드럽고 목넘김도 좋았다.

이제 차꾼들이 해외에서 구입해 오는 차들이 재각각의 인연으로 만나서 시음하고 선택해서 가져오는 차들에서 보이숙차라고 무시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좋은 청병을 마시는 차꾼은 웃을지 모르지만 차 값의 대중성과 가격비교에서 볼 때는 다르다) 다음엔 천량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차 맛을 보시고 위층에서 오신 정춘복 선생은 이 차는 천량차에서 바깥쪽의 맛이 라고 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천량차는 그 두께가 상당하기에 바깥쪽의 세월과 안쪽의 세월이 엄연히 다르다. 때문에 바깥쪽의 맛과 속내의 맛을 아는 사람은 이미 천량차의 끝까지 맛을 본 사람이다. 이 차는 그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것이라 했지만 좋은 천량차를 쪼개어 마시는 시간과 세월에서 부위별 맛을 아는 것은 그야말로 경륜이 아닐까?

이날 세 종류의 차를 마시고 나왔지만 유독 보이생차 맛이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을 보면, 이제는 보이차에서 맛이 좋은 차를 골동보이차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비싸지 않으면서도 좋은 차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1년, 2년 뒤에는 어떤 맛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번에 마신 <방위고수차>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만난 차 중에서도 일품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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