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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님이 준비한 찻자리]

지난 7월 달에 "경주 문화의 거리에서 7월 20일까지 운영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는 문자를 받은 후, 처음으로 황용골에서 차회를 가졌다. 이전에 단골들은 기존 아사가에서 마지막 차회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처음으로 ‘아사가’의 단골 고객들을 만난 자리가 되었다. 요즘은 찻자리, 차회 등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많은 차회가 열리고 있다. 필자는 교통 문제로 하루 전에 경주에 도착했다. 장소가 황용골이고 인원이 40명 전후가 되는데 그 장소에서 어떻게 차회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기우였다. 3시 이전 현장에 도착해서 안내 표지대로 걸어가는데, 시골의 골목 풍경이 도시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겨움이었다. 조용한 행복감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는 기분으로 걸었다.

 

           [차실에 들어가기 전에 다식을 먹었던 방으로 글씨와 그림을 배견하는 자리다]


아사가 김 선생님과 이웃으로 사시는 강 선생님과 효은님, 백범님, 다향님 등이 각자의 역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5개의 찻자리로 구성이 되었는데, 4곳은 집안에서 한 곳은 백범님이 실외 나무그늘에서 특별한 찻자리를 만들어 놓고 대기 모드로 웃으면서 맞이해 주었다.

 

놀라운 점은 백범님은 연세가 많이 드신 분이지만, 자신의 찻자리 구성을 그 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도구를 직접 가져와서 준비하였고, 대접할 차는 73청병이다. 보이차 마니아로서 상당한 고심 끝에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좋은 차를 내어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맛을 보이고 싶은 그 분의 마음이 크게 움직였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찻자리에서는 엘리님이 안길백차를 준비했다.

 

계절적으로 안길백차를 안길백차답게 마시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차는 주인의 정성을 다 읽지 못하고 안길백차 고유의 맛을 충분하게 내 주지 못했다. 하지만 첫 자리에서의 워밍업으로는 충분했다. 한편 차회 운영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효은님의 방에서 가진 찻자리는 방에 들어섰을 때,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면서 이미 이 집의 차향을 한껏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충분한 마음으로 다음 자리로 옮겼다.

 

              

[백범님이 보이차 73청병을 진하게 우려내었다]

두 번째 자리는 백범님이 내는 찻자리다.

더운 여름 날씨에 별천지 같은 공간에서 그는 짚신을 신고 손님에게 차를 직접 접대하는 팽주 역할을 하였다. 보이차는 73철병으로 요즘엔 쉽게 만날 수 없는 차였다. 기본이 고조되어서인지 차를 가득 넣고 우려 주었다. 실내에서 마실 때와는 또 다른 차 맛이다. 다관의 뚜껑을 열고 보이는 차의 엽저에서 ‘참 맛이 좋은 차로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73청병을 말할 때 가장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표준적인 맛을 내었다. 단순히 차만 좋아서 나올 수 있는 맛은 아니다.

이번 팽주 가운데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면서 가장 보이차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분이기에, 우리가 보이차를 왜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였다. 그 자리에서 재미난 어투로 보이차의 효능과 효과를 스스로의 체험 사례로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도, 천상 차애호가이시구나 싶었다. 자연스럽게 꾸며 나가는 멋진 찻자리였다.

 

우리나라 발효차를 자신있게 준비하고 기쁜 마음으로 차를 내는 박미애 선생



세 번째 자리는 동다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박미애 선생이다.

차는 동다학회에서 만든 우리나라 방식의 발효차라고 한다. 흔히 경상도 지역에서 황차라고 하는 차와는 다른 발효차다. 덖음차가 아닌 증제차 방식의 고유한 차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80그램에 10만원이라고 하는 차는, 상당히 고급차에 속하는 맛이었다. 이런 고급차를 잘 소화해서 차 맛을 감칠맛 나게 내어준 것에 감사드린다. 본인은 조금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평소의 익숙한 다기라면 차 맛을 더 잘 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보이차 8582를 80년대 8582답게 우려내는 모습

 

아사가 김이정 선생님 차실에서 리시안님의 찻자리

네 번째 리시안님의 80년대 8582를 마시는 자리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찻상도 보기 드문 특별한 것이었고 차를 내는 분도 그 분위기에 맞게 특별한 차를 내었다. 원래 보이차 8582를 먼저 마시고 73청병을 마시는 것이 보편적인 순서인데, 이곳 찻자리의 동선과 앞뒤 순서를 고려한 나머지 8582를 뒤에 마시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시안님은 경주 아사가에서 차를 늘 잘 낸 분으로 마음의 여유가 함께 묻어난 찻자리였다.

 

[강선생님 차실에서 대우령과 동정오령]

마지막 자리는 향인님이 강 선생님 방에서 내 찻자리다.

이날 차회의 대미를 장식한 중요한 위치에서 차를 내었다. 청차류다. 처음엔 대우령, 다음으로는 동정오룡이다. 차의 향미에 따라서는 동정오룡을 먼저 낼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동정오룡을 뒤에 낸 것이 좋았던 것 같다. 5명씩 한 조가 되어 다식을 먼저 먹고 차를 마시는 방으로 이동을 했다. 방마다 김이정 대표가 들어와서는 여기서는 10분, 15분 등의 시간을 알려 주었다. 앞 팀과 뒤에서 오는 팀과의 시간을 안배하기 위해서다 그런 노고가 있었기에 40명의 인원을 순차적으로 차 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방마다의 개성 있는 연출은 특별히 한 것이 아니지만 방 주인의 개성을 보면서 찻자리는 이어졌다.
이런 찻자리 형식은 황용골에서의 개성있는 찻자리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회비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초대 형식으로 만들어진 차회다.

 

[대금과 하모니카 연주를 마치고 마무리하는 김이정 대표]

귀한 찻자리에 초대되어 내 짧은 글로 그 감동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몇 자 남긴다.

차도구의 이해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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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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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마을에서 '대우령'마실 때

지난
7월에는 석가명차에서 주관한 5대 보이차 차창 총판 계약에 관련하여 동행 취재로 운남성에서 6'일간 있었다. 그때 함께 한 일행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에서 차전문 쇼핑몰 <차예마을>을 운영하는 박경찬 김복남 대표 부부를 만났다.

 

서쌍판납과 이무에서 고수차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을 가지고 사무실에 찾아가 보았다. 인터넷 쇼핑몰을 규모 있게 운영하는 그 현장과 잘 정돈된 매장과 창고를 보면서, 국내에서 차와 차도구 관련 전문 쇼핑몰 현장을 확인한 것 같아서 새삼 차문화의 변화된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 만나 잠시 일을 보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가 핸드폰을 놓고 나와서 두 시간 뒤에 다시 찾아갔다. 그래서 무더운 날씨에 몸은 조금은 지친 상태였다. 잠시 몸을 식히고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하시며 내어준 차는 무이암차였다. 상당히 무더운 날씨지만 기본적으로 차는 따뜻하게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부인이 내어준 차는 개완으로 우려낸 무이암차였다. 암차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그것이 대홍포인가 아닌가는 관심이 없다. 무이암차를 마시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흔히 보이차와 무이암차는 본질적으로 차를 잘 모르는 곳에서 마시면 영 기대한 맛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차의 세계에서의 현실이다.

무이암차입니다고 하시며 내어준 첫 잔의 맛은 그 감칠 맛 나는 향기로움에 몸 속의 열기가 그대로 시원한 맛과 함께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나중에 봉투를 보니 대홍포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마시는 차들이 많이 있지만 두 잔 세 잔을 마시면서 차 맛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동안 몸의 열기는 다 식은 것 같은 아주 상쾌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나오는 차는 대우령이였다. 참 상큼한 맛이다. 이런 상큼하고 시원하며 깔끔한 대만의 대우령도 가까운 차꾼들이 아니면 마시기 어려운 차이다. 최근에는 특히 오래된 노차 바람이 유행처럼 부는 바람에 신선한 차 맛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날은 평소와 다른 차 맛을 보았다. 특히 최근에는 외출해서 마시는 차들은 대개 보이차였다. 언제부터인가 보이차 전문점이 많이 생긴 탓도 있지만 보이차를 대접하는 집들이 많아졌기에 보이차만 마시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맑은 청자를 청차답게 마신 이 차들은 대만에서나 복건성 무이산에서 대단한 상을 받은 차들은 아니다. 그런 표기는 어디에도 없지만 그 차들은 무이암차는 채운(차예마을)에서 직접 맛을 감별하여 수입한 차이고 오룡차는 국내에서 공급받은 차라고 한다.

차를 유통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깊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차의 멋을 이야기할 때 한마디로 여유로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차를 마시는 모습 자체가 여유로운 사람들의 한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말도 있겠지만, 차예마을 김복남 부사장의 차 내는 모습은 전문적인 행다의 모습이 아니면서 국내에서 전문적인 차 유통을 건실하게 운영하면서 체득한 마음에서 우러난 멋이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멋과 순수한 맛을 내는 장점을 지닌 차를 내어 주었다. 실로 어떤 차를 마실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간 이날의 찻자리는, 차의 옹골찬 맛을 그대로 내어준 맛에 한더위를 있고 나온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상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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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한옥마을 내, 전통차실 효정차향 앞에서 이효천 선생]

일본 오모테센케 다도를 대구와 부여 공주에서 지도하는 이효천 선생을 공주 한옥마을에서 만났다. 지난 10년간 지도자로 활발하게 활동하였지만, 현재는 공주에서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조용히 지내시는 선생은, 차에 대해서는 정말 남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 다도교육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차계에서도 그동안 참 열심히 하신 분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날도 모처럼 연락을 드렸다가 전통찻집을 열었다 하셔서 찾아 가보게 되었는데, 찻집은 공주박물관 옆에 있는 한옥마을 내에 자리했다. 실내에는 테이블 두 개와 방 한 칸으로, 방에는 두 개의 좌식 찻상이 있다.
한옥마을 안의 찻집이라 그 분위기에 맞게 인테리어를 하셨는데, 잠시 과거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을 갖게 하는 분위기였다. 그 시대의 가옥 구조를 기본으로 하였고, 작은 공간의 소박한 찻집이면서도 또한 사용하기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될 수 있는 격을 갖추고 있었다.


혹시 차 좋아하는 분이 그 지역의 여행을 하게 된다면, 입장료가 없는 한옥 마을을 방문하여 70세 전문 차인이 손수 내어주는 ‘효정차향’에서 차 한 잔 마시는 ‘쉼’을 가지라고 권해 본다. 혹여 차에 관심 없던 분이라도 이런 고전적인 분위기에서 마시는 좋은 차 한 잔은 좋은 공부도 되고 여행에의 즐거움을 잠시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곳은 차도구나 차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아니기 때문에, 차인들 사이에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마신 찻값만 지불하는 되는 곳이다.

인생 후반부를 일본차와 함께 한 노장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가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곳에서 2시간 가량 일본 차문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차인들의 발걸음이 없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기록을 남긴다.

메뉴는 말차와 잎차이며, 보는 안목에 따라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공간이기도 하다. 아름답게 늙어 갈 수 있는 비결을 대화 속에서 느끼면서, 필자 또한 차인의 정신을 가슴속 깊이 담아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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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스님 소장, 보이차 경창호]

오랜만에 짱유화 교수 부부를 점심 시간에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차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짱 교수는 보이차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그것을 계통적으로 구분하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차 자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상당히 과학적이다.

 

이날 짧은 대화 속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석우연담에서 그동안 연재해 온 다미향담을 기본으로 한 책의 원고를 탈고하는 입장에서 보이차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에서 차생활을 하는 경원스님이 뵙고 싶었다.

전화 연락을 하고 바로 광덕사 경원스님께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경주 황룡골에 사시는 강 선생님이 계셨다. 지난달 경주 아사가에서 홍인차회 때 만났는데 이곳에서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순수하고 진정한 차 마니아인 강 선생님이 함께 하는 자리여서 오늘은 좋은 차를 마실 운이 있는 것 같았다. 또 한 분은 경주에서 강 선생님과 함께 오신 분이다.


저녁을 함께 먹고, 모두 네 명이 차실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본 스님 차실은 많이 바뀌었다. 첫째 찻상이 제주도 사오기 문짝으로 바뀌었고, 차실 안에서 물을 받고 버릴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졌다.

처음 마신 차는 용마 동경호다. 자사호에 차를 넣으시며 오후에 이 차를 강 선생과 마시려고 했는데 내 전화 받고 오면 같이 마시자고 해서 이제 마신다고 하였다. 용마 동경호―. 사실 이런 차를 쉽게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요즘은 찻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보이차를 마시는 자리는 피하게 된다.

허심탄회하게 마실 수 있는 찻자리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처지를 잘 알거나 차 맛을 서로 공유하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면, 보이 노차를 마시는 찻자리에 쉽게 걸음하거나 나서질 않는다.

용마 동경호―. 약간의 매실 향과 탄화되는 맛이 어울려 나오는 맛이다. 골동 보이차에서 느낄 수 있는 향미와 바디 감은 폴리페놀이 풍부해서인지 단맛과 어우러진 맛이 묘하면서도 감칠맛도 함께 한다.

두 번째 차는 무이암차의 대표격인 대홍포를 마셨다. 대홍포는 홍배를 깊게 하지 않은 맛이다. 암골화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맛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중도의 맛이다. 탕색에서 보이는 것과 맛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 하늘의 별을 보며 잠시 쉬었다가 세 번째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경창호였다. 이 차는 스님께서 10년 이상 소장한 차로, 차를 보관할 때 사향 가루를 넣고 흔들어 조금이라도 사향이 베어들게 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첫 잔 첫 한 모금에서 사향 맛이 확 풍겨왔다. 두 번 세 번 우리는 데도 사향 맛은 조금씩 연해지면서도 베어 나오는 것 같았다. 전체적인 맛은 중후함이고, 뒷맛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이날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호급차 두 가지를 마신 행운을 얻었다. 얼마 전 홍콩에서 이 차들의 실제 거래 가격을 알게 되었기에, 행운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는 자리에서 귀한 차를 마실 기회를 만난 것은, 필드에서 직접 확인하는 일을 하는 필자에게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늘도 그 미묘한 차 맛을 기록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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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보이 숙차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정화다원]

부산 해운대에 차도구 전문점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정화다원(대표 송정화)이 문을 열었다. 명함에는 정화당(庭和堂)이란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찻집보다는 귀한 물건이 많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곳에는 한국, 일본, 중국차도구로 구분하기보다는 차도구로서 품격을 갖춘 작품이 많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차도구의 수집은 국제적이어야 되며 그 사용에 있어서는 격조를 갖추자는 것인데, 이곳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업 기념으로 일시적인 전시, 정화다원 내에서 주인의 부군인 김성탁 소장품 전시]

아무리 격조를 갖추고자 해도 본래의 작품이 수준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여기 정화당은 찻집을 오픈하기 위해서 이윤을 목적으로 판매용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정화당 주인의 부군이 그동안 취미로 수집된 작품이기에 꼭 구입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한 번 방문하여 눈높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차 전문점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보이차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것이 못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차를 마실 수 있다. 장사집이면서도 비매품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조용하게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보이 숙차에 대한 일반론적인 개념을 버리고 새롭게 접근해 볼 수 있는 곳으로 보이 숙차를 착한 가격에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필자가 편안하다고 하는 차는 무미한 차 맛이 아니라 성깔도 있으면서 보이차의 향미를 음미할 수 있다. 가격 대비 후회하지 않은 차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1997년-98년 생산품으로 볼 수 있는 '황인'은 필자가 최근에 만나본 숙차 가운데 보이차의 향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차였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은 가진 자만이 베풀 수 있는 여유로 보인다. 건강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입맛을 시험해 보고자 한다면 한 번 방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곳에서 그동안 마셔본 용주차와는 전혀 격이 다른 차를 음미해 보았는데, 그 차에 대한 내용은 차후에 책에서 후기로 남기겠다. 이런 집은 부산이기에 만날 수 있고, 그래서 차의 메카는 부산이다.

주소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 422 해운대석포로얄캐슬 301호

051-731-0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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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가 김이정 대표, 차회에서 마실 홍인을 보여줌]

차의 고향 중국은 전 국민이 차를 마시는 생활이 일상화되어 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침부터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택시운전 기사에 이르기까지 ‘표일배’에 차를 넣고 다닌다. 이러한 일상의 차생활이, 그들의 기름진 음식문화에서 생길 수 있는 성인병 발병률을 낮추게 한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학술지에서 발표된 바 있다.


집안이나 친지, 친구의 경사로운 일에 차를 선물하는 풍토는 중국 본토와 대만의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 규모는 이제 홍콩과 대만, 중국이 같이 갈 만큼의 시장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차의 유입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마시고 있는 차가 보이차다. 그것은 2012년 발행된 <한국인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에서 160명의 개개인의 차생활 기호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그대로 나타나 있다.

보이차를 마시는 많은 부류의 개인은 처음엔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차생활이라도 시간이 가면서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차가 되었다. 그 문화 중에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한 가지 모습은 차관(찻집)에서 참가비를 내고 차 맛을 경험해 보는 차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아사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조기광운]

용기 있는 결단과 실행
골동보이차에서 특정 차를 지목하고 차맛을 보는데 비용을 내고 회원을 모집했다는 점에서는 보이차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보이차에서 그같은 수준의 맛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골동 보이차의 대표격인 ‘홍인’이라는 인급차 차회 발표 자체가 용기와 결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참가비 35만원, 10명 한정’이라는 조건을 내 걸고 ‘아사가 카페’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차회를 열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11명이며, 필자는 공식 게스트로 참여하여 실제로는 12명이 함께 마셨다. 필자는 당일 연락을 받고 강원도 춘천에서 내려갔는데, 7시 오픈 시간에서 1시간 늦게 도착되어 차 마시기 전의 식사 시간을 넘기고, 첫 번째 육안차를 다 마셔갈 시점에 도착하였다. 그래서 이 부분의 사진과 내용을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

 

[광운공병 40g]

두 번째 마신 ‘조기광운’ 40g으로 12명이 마셨다.
차를 마시기 전에 광운공병 차를 촬영하면서 ‘요놈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기광운’은, 단맛, 쓴맛, 떫은 맛 가운데 쓰고 떫은맛이 섞였지만, 기분 좋은 쓴맛이 더 강하게 밀려오는 맛을 느끼면서 오랜만에 좋은 광운공병을 예고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사실 이만한 품질과 유통되는 가격으로 본다면 본 차를 마시기 전에 마시는 차로서는 조금 과분한 차이다. 다시 말하면 차회를 주관한 사람의 ‘통 큰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김은호 회장, 이복규 사기장]          

 

           [우동혁 국장]

개인이 가져온 차를 함께 음미한 시간
 
서울에서 참석한 우동혁 국장을 오랜만에 이곳에서 만났다. 서울, 진주, 포항, 대구에서 모인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차에 대한 경험담과 정보를 재미있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런 화기애애한 자리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홍인을 마시기 전에 입을 씻는 기분으로 이 차 한 번 마셔봅시다’고 하며 산차를 내 놓았다.(사진 아래)

 

[참여한 사람이 제공한 보이산차와 탕색]

메인 차를 마시기 전에
서버용 차를 주관하는 곳에서 준비한 것 말고도 참여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온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런 특별한 날에 자신이 음용하는 차를 꺼내어 함께 마시고자 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교육적인 입장에서 보면 그 차를 통해 상호학습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그날의 산차는 세월감도 보이는 것으로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차로서, 그 차를 음미한 사람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서 즐겼을 것이라 본다.

 

           [홍인차를 마시기 전, 가래 떡과 화전]

 

[인급보이차의 주인공인 1950년대 홍인]

 

           [홍인, 자사호에 넣기전]

 

[보이차 홍인을 즐거운 마음으로 내는 김이정 대표]

 

보이차는 ‘같은 보이차라도 정작 마주한 보이차가 단 한 번도 같은 차가 없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바로 보이차의 특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말이다. 홍인을 말하면서, ‘옛날에는 흔하게 마신 차가 갑자기 귀족차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10년 전에도 그렇게 흔한 차는 아니었다. 현재는 ‘홍인’의 가치를 가장 잘 확인시켜줄 수 있는 곳은 홍콩 상인이다. 그들이 차의 포장지를 열지 않고도 수천만 원 호가하는 차에 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차의 주인공이다.

[1950년대 보이차 홍인의 첫번째 탕색(좌)과 13번째 탕색(우)]

춘천에서 전화를 받고 내려오면서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만약 홍인 맛이 필자가 기대한 수준의 차가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참 좋은 홍인 맛의 DNA를 풍부하게 간직하여 입안 가득 품어주었다. 32g으로 12명이 마셨다.

세세한 맛을 전부 말할 수 없지만, 그 내포성은 13번째까지 우린 맛과 탕색이 대변해준다. 필자는 다음날 오전 부산의 모 사찰에서 오래전에 기획된 차 약속이 있었기에 황룡골 차실에 함께하지는 못하고 나왔지만, 그날 반갑게 맞아 준 경주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우리나라에서 보이차 전문점이라고 내세우는 곳에서 감히 실행하지 못하는 인급 차회를 주관하는 아사가 김이정 대표님의 무궁한 사업 번창을 기원 드린다.

상기 내용은 <아름다운차도구 NO.6>에서 기사로 나올 예정.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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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구산방 주인 이형구, 무위산방 대표 김지동]

가끔 일로 경주를 가면 가는 곳 말고는 특별히 따로 찾는 곳은 없는데, 찻집 아사가에서 약속이 있던 어느날 길옆에 초콜릿과 커피라는 간판이 보였다. 외관이 주변 상가 인테리어에 비해 앙증맞고 세련돼 보이는 곳이라 다음에 한 번 들어가서 초콜릿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

 

지난주 경주에 갔다가 잠시 그곳에 들러 커피와 초콜릿 세 가지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는 사람은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집 주인 같았는데,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간 것과 들어가지 않은 것, 초콜릿 원료는 순수 코코아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특별하다는 등. 그런데, 주문한 커피와 같이 나온 초콜릿 외에 별도로 조그마한 초콜릿이 하나 더 나왔는데, 아마도 이 가게에서 원두커피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주는 것 같았다. 초콜릿을 먹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초콜릿의 단 맛이 커피 맛과 어울려 정말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하는 것 같았다.

나이든 사람이 뭔 초콜릿이냐 하겠지만 나는 담배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군것질을 잘 한다. 특히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커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초코 전문점을 대도시가 아닌 경주 같은 작은 도시에서 만나니 더욱 애정이 솟았다. 이제 경주에 오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 한 곳 또 생겼다.

경주는 개인적인 연고가 없는 곳이라 자주 갈 일은 없는데, 최근에 공교롭게도 아사가에서 가까운 곳에 무위산방이라는 중국 보이차 전문점을 또 알게 되었다. 한 달 전 어느 약속된 일에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날 밖에서 보이는 자사호가 반듯해 보여서 들어가서 차를 마신 곳이다. 보이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무위산방으로, 그곳에서 김지동 부부를 만났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종류의 생차를 마시면서 정감을 많이 느끼고 나온 곳이다.

초콜릿과 커피에서 커피를 마신 날 두 번째로 무위산방을 찾았다. 두 번째 찾았던 날 그곳에서 같은 손님 입장으로 두 번째 만난 분은 필자가 감히 차꾼이라고 할 만한 중구산방 주인 이형구 씨였는데, 마침 주인과 함께 동정오룡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처음 만난 후에 내가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진짜 경상도 사나이였다.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김지동 대표와 함께 앞서 일면식이 있었던 지라 반갑게 맞아 주었고, 동정오룡과 대만에서 전통 방법으로 만든 오룡차를 내주어 함께 마셨다. 두 차를 나란히 마실 수 있다는 것, 보이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에서 수준 높은 오룡차를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은, 그날의 나의 기분일 수도 있지만, 좋은 차를 취급하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유이며 안목이고 마음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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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철병을 마시기 전, 대우룡을 마시며 같은 시기의 다른 차를 보고있는 모습]
세상에서 기호음료로 판매되는 것 가운데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의 차이가 가장 크게 유지되고 투기성 돈이 모이는 것 중에 차로서는 중국 운남성에서 생산되는 보이차가 유일하다. 이번 달 부산지점 서울옥션에서 개최한 보이차 경매에서 남인철병(藍印鐵餠) 한 편이 1250만원에 낙찰되었다. 보이차 한 편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한 것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서울옥션 다도 부문 경매에서 남인철병이 고가에 낙찰되면서 많은 보이차 애호가들로부터 새로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경주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완이 안압지에서 출토되었고, 충담선사의 헌다 의식을 볼 수 있는 삼화령 연화좌대가 존재하는 곳이다.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찻집이 들어서면서 여러 특색 있는 찻집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시대 차꾼들이 중국차를 중국의 차꾼들 만큼 즐겨 마실 수 있는 찻집이 있다.

 

           [아사가 김이정 대표, '남인철병'과 '남인'을 들고 오늘 마실 차를 선보이는 시간]
그 집은 바로 아사가 찻집인데 이곳에서는 매월 2회 차회가 있다. 이번에는 아사가에서 특별한 차를 음미하고 즐기는 차회를 시작한지 6주년이기에 특별한 찻자리를 선보였다. 바로 현재 서울 옥션 경매이후 가장 관심 받고 있는 남인철병을 시음하기로 하고 참가비 20만원으로 회원을 모집하였고 하루만에 마감하게 되었다.

 

[대만에서 생산된 대우령]
7시 정각 아사가 대표는 이번 모임의 취지를 말한 뒤에, 천연재료만으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서 김은호 회장님이 제공한 와인을 한 잔씩 마셨다. 그리고 워밍업으로 대만에서 생산한 대우룡과 1960년대 대엽종으로 생산한 산차를 마시면서 남인철병(藍印鐵餠)이 생산될 시점에 제작된 다른 종류의 차를 이해할 수 있도록 보이차 도감을 돌려보면서 차를 마시며 평온하게 즐기는 시간이었다.

 

[남인철병 34g]

 

좋은 찻자리라고 할 때 기준을 잡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오늘 만남이 특별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다름 아니라 보기드문 골동보이차와 더불어 오랜만에 모인 꾼들의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 보이차를 우리는데 사용하는 자사호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과 집중 속에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 개개인의 차 맛을 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었다. 

지역성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차를 즐기기 위해서 모인 자리였다. 찻자리에 앉은 분들은 대부분 경주 인근에서 모인 차 애호가들이셨다. 타 지역에서 온 분은 서울에서 두 명, 부산에서 한 명, 포항에서 두 명 그 외는 경주에 거주하는 분이다. 평소 찻자리에 참가하는 분들이라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찻자리가 이어졌다.

[사진 오른쪽, 이복규 교수. 김은호 회장]

 

[사진, 포항에서 참가한 차 메니아]

 

[마지막으로 마신 차는 말차, 도곡 정점교 작]

차는 14명이 34g으로 마셨다. 개인적으로 약 2.4g이다. 이번에 시음한 남인철병에 대해 감히 평하자면 ‘남인’과는 다른 것으로 조금은 강하지만 쓴 맛이 지나면서 곧 바로 회감이 부드럽게 올라오고 긴 여운을 남기는 특징을 가진 맛이다. 다른 인급 차와는 비교되는 맛을 내는 차였다. 그것은 화려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까칠함과 조금 강한 맛, 그 본질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음미하였기에 개인적으로는 귀한 맛을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보관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차호에 넣기전의 차는 아주 건강한 차였다. 향후 5년 뒤, 한 자리에서 ‘남인’과 ‘남인철병’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과연 그 맛은 어떨까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흥분되는 일이다.

와인도 미묘하게 변하고 그 보관에 따라 때로는 완전히 망가지는 일도 있는 것은 보이차에 있어서도 분명히 공통점이 있기에 이는 와인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동일한 패턴이며 숙성과정에서의 개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지대했는가를 알 수 있는 한가지 맥락이기도 하다.

귀한 자리에 초대해 준 아사가 김이정 대표, 환대해 준 김은호 회장님과 참가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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