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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중순, 부산 삼인행에 들렀다. 오전에 일찍 서둘러 간 이유는 지난번에 촬영을 위해서 가져간 2001년 생산품인 허사화 보이 생차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허사화를 한 번 더 시음해 보자고 하여 차의 양을 많이 넣어 맛을 보았다.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시음을 할 때는 강하게 마시는 차꾼의 기질 때문이다.

주인은 이 차를 생차 붐이 불기전인 2001년에 구입한 것이라 차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이 차에 대한 믿음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많은 차들을 시음하면서 필자 나름의 기준이 조금씩 변화하면서도 그 가운데 자리잡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차는 사진 작업 전에 마셔본 경험, 병차로서의 외형적인 느낌, 그 이후의 차에 대한 맛들을 [사진, 보이차 대남인]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는 사진 작업을 하기를 잘했다는 쪽이다. 주인은 해남차창에서 2001년에 생산한 생차가 있는데 사진자료로 필요하면 한 번 시음해 보자는 제의에 맛을 보게 되었다. 차의 향긋한 향이 깊게 베어 나온다. 감칠 맛과 함께 나오는 생차는 오전이라서 그런지 몸 속을 툭툭치는 것 같다. 주인은 며칠동안 몸살이 많이 났는데 오늘 차들이 자신에게는 강해 보인다며 발효가 잘 된 진년 보이차를 마시자고 하였다.

1969년과 1970년에 생산되었다고 하는 대남인이다. 잘 익은 노차의 깊은 맛이 생차와 비교할 수 없지만 노차만 마실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필자 스스로도 강한 생차의 기운을 마신 후라서 그런지 잘 익은 노차가 몸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차는 세월과 함께 생차의 맛이 깊어진 진년노차(陳年老茶)임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평소 대남인을 그렇게 좋은 노차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조금 강한 차를 마신후 주인이 차를 내는 배려라 생각된다. 강한 생차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다스려 보고자 하는 주인의 마음은 노차와 생차의 드나듬이 원활하기에 손님과 함께 또는 스스로 차를 마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차를 사고파는 곳이지만 오랜 세월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로 차로 행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일 수 있다. 차를 내면서 상대의 몸을 생각하고 낼 수 있다면 대단한 경륜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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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앙동에서 일을 마치고 부산역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 중부경찰서를 지나면서 왼쪽 도로변에 보이는 ‘죽로재보이차’ 간판을 보았다.

 

혹시 저기가 “보이차의 매혹”을 저술한 신정현 씨가 운영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부산역에 도착한 택시를 되돌려서 그 쪽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어머니로 보이는 분께 “이곳이 보이차의 매혹을 저술한 저자의 집”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당신의 딸인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곧 올 것이라 하시면서 잠시 담소하는 사이에 따님인 신정현 씨가 들어왔다.

서로의 공통점이 있다면, 출판사 이른 아침에서 필자의 “자사호 이야기”와 일주일 차이를 두고 함께 출간하였다는 점에서 책 이름으로 통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서먹한 자리는 아니었음은 차를 주제로 공통적인 연구분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2010년 죽로재에서 생산한 노반장 엽저]          필자는 시간이 없어서 여기를 방문한 과정과 목적 을 이야기하고 보이 생차의 사진 작업을 위해서 필요한 이야기를 먼저 하였다. 흔쾌히 받아주었으며, 차를 대접하겠다며 내는 차는 2010년에 본인이 직접 작업한 노반장이었다. 생차에 있어서 노반장은 인기있는 차이며 차를 논하면서 노반장은 빠질 수 없는 것 같았다.

필자도 자주 마시는 차이면서도 노반장이라고 하면 더욱 비교되는 차 맛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 차는 또 다른 맛이다. 차를 많이 넣지 않았는데도 맛이 상당히 풍부하였다. 참으로 깨끗한 맛이다. 순하면서도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맛이 풍미를 가졌다. 차의 좋은 맛을 이야기하니 주인은 노반장을 만들면서 3년만에 맛있게 우려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반장은 다른 차와 달리 1창 2기로 채엽하기 때문에 물 온도를 조금 낮추어(김을 한 번 빼고) 사용하면 차 본연의 맛을 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잘 만든 노반장에 너무 뜨거운 물로 우리면 쓴 맛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몇 차례의 차를 우려내어도 풍부한 맛에서 깔끔함까지 더해지니 차의 오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년만에 알게 되었다는 주인은 단순한 3년이 아니라 차가 생산되는 시기에 직접 운남을 찾아가서 만들어 오는 그의 또 다른 경험속에서 단순함의 진리를 터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2010년 이무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연하게 마실 것인지, 진하게 만실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이다. 저는 차꾼입니다. 진하게 한 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세사람이 마시는 량으로 7g을 저울에 달았다.

옹기에 담긴 물을 탕관에 부어 끓이는 방식으로 찻물을 다루는 주인, 필자에겐 차가 인이 박혔을런지는 몰라도 정확하게 시음해 보는 차는 항상 강하게 마시고 싶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은 강하지만 무겁지 않는 맛이 시원한 맛까지 섞여있다.

몇 잔을 마시면서 아름다운 차도구 3권에서 특집<보이생차>에 관한사진원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2006년에 생산된 이무지역 차를 마시게 되었다.개완에 담기는 차의 외형을 보며 뜨거운 물에 담기는 모습에서 4년의 세월이 보였다. 처음 마시는 차에서 묵은 맛이 시원하게 다가오는 것은 잘 만들어진 차의 공통점 하나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예고없이 방문하여 짧은 시간에 3가지 차를 시음미하고 나왔다.

죽로재는 대부분이 운남 보이 생차를 위주로 판매하는 곳임을 진열된 전시품을 보면서 알 수 있다. 1창 2기로 채엽하여 만든 노반장을 마실 때 김을 한 번 빼고 80도 정도에서 우려내는 맛은 분명 달랐다. 이무차는 근년에 만든 것과 2006년에 생산된 것과의 차이는 세월만큼 발효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효되지 않는다는 여러 정황들을 발견하면서도 오늘 같이 건강한 맛을 느끼게 되면 또 한번 생차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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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산차

부산의 차인과 상인들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찻물을 준비하는 것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숯불을 지펴 찻물을 준비한다는 점이다.

 

이 전통은 경상도 즉 경남지방 경주부터 연원을 따지게 되는데 세인들은 그것이 신라의 전통이라고들 이야기하곤 한다.

부산의 여러 차 전문점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자주 찾아 뵙는 산다원의 김성진 사장은 11월이 되면 가장 먼저 찻물을 숯불로 끓이는 곳이다.

11월 15일 9시30분에 부산 데파트 뒷쪽에 있는 삼다원을 찾았다. 마침 문이 열려있었고 문 앞에는 숯불을 피우기 위해서 준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 서자 김사장은 반갑게 맞아하며 차 [1999년 입고된 차, 2001년대나무 통에 보관된 차]    한잔을 권하셨다.당신 말씀이 “박선생, 이 차가 지난주에 아마 5일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맛에 기운이 있네요”하면서 차를 내어주었다. 그러고는 이 차를 수입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산차로 두어 그대로 놓으면 향이 나르고 맛 또한 옅어질 것 같아 보관하는 과정에 뭔가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산차 형태로 오래 보관하기 위해 대나무 통을 준비하고 약간 누르면서 다져 넣었는데 마치 장기간 보관하면서 차맛을 더욱 깊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10년을 기다려 왔노라고 했다.

이제 그 차 맛을 보기 위해서 가져왔는데 맛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보시라 하면서 10년의 세월을 두고 두 사람이 차를 향해 마주 앉았다.  첫 번째 탕색이 확연히 달랐다. 그냥 생차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으면서도 맛이 부드러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맛이 부드럽다는 것은 사실 좋은 뜻만은 아니다. 그 만큼 개성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 차에서 부드럽다고 하는 것은 그 이전에 대나무에 보관되지 않는 차를 알고 그 맛을 몇 년에 걸쳐 간간히 그 맛을 보았기에 지나온 맛을 경험한 후에 보관 방법이 다른 차 맛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과연 이런 차의 맛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보관 방법에 있어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무조건 대나무에 보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중국 운남에서 좁은 대나무 통에서 단단하게 밀어넣어 만든 것 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산차 형태로 만든 것을 보관하는 형태이기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도하면서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 차를 대나무 통에 눌러 넣고 한지로 입구를 밀봉한 것에는 자연적인 발효를 어떻게 도운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했고, 보관하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하는 추가적인 궁금증도 유발시켰다. 아마도 습기는 부산지역이기에 한몫 단단히 일조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필자는 김사장에게 이번 아름다운 차도구 3권에 차에 대한 특집으로 보이생차에 대한 기사를 준비중인데 보관중인 생차 가운데 자신있는 차를 한 번 사진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는냐는 제안을 드렸더니 방금 마신 이 차를 자신있게 내고 싶다는 말씀을 주셨다. 

필자는 이날 오후 한중다예연구소 총무인 전미애 선생께 연락을 했다. 개인적으로 만날 일도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이 차맛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락을 하니까 김나희 선생 댁에 있다고 해서 가능하면 김나희 선생 댁으로 와서 같이 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그 곳에서 이 차를 조금 전에 마신 순서대로 시음을 하게 되었다. 우선 함께 한 분들의 반응은 보관 방법에 따라서 이렇게 변화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진 생차에 대한 보관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국에서의 후발효작업이라는 것으로 간략히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발효시킨다는 것에 대해 아주 무지한 상태이다. 그래서 차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이차 생차를 청병으로 건네받아 통풍이 잘되는 음지에 몇 년을 두고 그 맛의 변화를 두고 보려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차 자체에 대해 스스로 발효시킬 방법, 아니 어떻게 두고 보관을 할까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보면 우리 차인들도 연치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본다.

중국에서는 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연구되어 왔을 법한 차에 대한 숙성과 발효. 우리는 이제 그것에 눈떠가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여기서 재미있는 생각을 한다. 만약 우리의 녹차도 발효를 시켜 장기보관한다면 과연 어떠할까? 가끔 우연히 만나는 2-30년 된 옛 중국차들이 차통 안에서 정체모를 명차로 둔갑해 있음을 문득 상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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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곰팡이

한국 차 시장은 현재 매우 불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보이차 전문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이차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라고 하면 우문에 현답이라 하겠다.

 

맛이 강하면, 강한 맛을 내세우고 맛이 순하면 순한 대로 고삽미가 풍부한 보이차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맛이라고 하는 부류는 또 이래저래 치켜세우며 보이차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번성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여러 보이차를 만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수준별로 차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필자의 직업상 어제도 오늘도 항상 “차꾼”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만남 속에서도 가끔 난처한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마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보이차를 보는 경우라 하겠다. 보이차에 습[濕]을 많이 먹은 차를 보여주면서 차의 표면에 허연(일명, 백상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심하게 끼어있는 차를 마셔도 되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되면 참으로 단시간에 설명키 어렵다.

[사진, 보이차에 곰팡이가 생기기 전의 상태]         늘 사람들과 대면하게 될 때, 혼자 만나는 것이 아니다. 몸은 홀로 있지만 차에 대하여 공급하는 이, 그것을 받아 판매하는 이들과 서로간의 배려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쉽게 만나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대면에서 이런 차는 마시면 안 된다고 말을 섣불리 뱉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그 차를 공급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노차를 취급하는 사람이 몰라서 이런 차를 판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소에 약간의 백상이 낀 것을 먹어왔기 때문에 조금 심한 것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과학적으로 이런 차를 먹으면 인체에 이상이나 부작용이 보고된 일은 없지만 정체가 불분명하면서 식품으로는 변질되는 상황에 이런 차가 맛이 더 좋다는 주관적인 생각만으로 가족과 함께하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현재 국내외 보이차에 대한 기록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그런 차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석우연담에 검색해서 들어오는 키워드 가운데 최근에 자주 보이는 것 중에는 “보이차의 부작용”,“보이차 어디에 좋은가”, “보이차 곰팡이 몸에 좋은가” 등이 있다.

차도 식품이다. 때문에 정갈한 숙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들 때도 있다. 메주와 같은 숙성과는 다르다. 씻어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씻어 내면 차맛은 없어진다. 차를 마시는 것은 보관과는 다른 일이다. 이제 숙성이라고 하는 숙제를 가져다 준 보이차는 처음부터 다시 보이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을 보이차생활의 시작이다. 때문에 자신이 보관을 잘못한 보이차에 백상을 넘어 심한 곰팡이가 번져 있다면 당연히, 아낌없이 버려야 한다. 오래된 커피원두를 버리듯 때로는 과감하고 건강한 차생활이 뒤탈이 없다.

[사진 설명] 사진에 보이는 차와 같은 것은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차는 보이차 7542로서 정품이었다. 하지만 보관이 잘못되어 일정한 습[습기]이 넘치면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이다. 이런 상황이 진행되면서 곰팡이가 생긴다(절대로 숙성의 단계는 아니다). 보이차의 표면이 건강하지 못한 차를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 부작용은 사람들의 체질에 따라 다양한 경우로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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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금요일 오후 3시경 부산 삼인행을 방문했다. 평소와 달리 차탁 위에는 오룡차로 보이는 크고 작은 포장이 여러개 보였다.

 

주인은 어제 대만을 다녀왔는데, 불교성지순례로 다녀오면서 차 전문점에서 일행들과 조금씩 나누어 마시기 위해 구입한 차라고 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삼인행에서 소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생차가 없냐고 묻자, 화색이 돌면서 혹시 "중국에서 고차수를 처음으로 발견한 허사화" 라는 분을 아는가 하고 필자에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자료를 뒤적이면서 보여주시는 것이 인터넷 자료다. 인터넷에는 이렇게 나오는데 이 차는 본인이 2001년에 중앙동에서 다른 분과 함께 구입한 것인데 그 때는 20년 뒤에 마실 것이라 생각하고 고향에 잘 보관해 둔 것이라 한다.

주인의 좋은 마음과 함께 이 차를 한 번 마셔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보이차 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보관하는 방법이 주인장의 안목으로 다양한 실험정신에 의한 것이었다. 필자는 그렇게 해오는 것을 늘 오고가며 보아왔다. 더구나 주인은 항아리에 팻말을 명기해 놓아서 그 차를 구입하고 보관된 날자의 기록을 믿을 수 있었다.(사진.허사화 고차수 2001년)

이번에 마시는 고차수는 정확하게 2001년 11월23일에 들어온 것이다. 보관 햇수로 보면 장장 9년이다. 이 차는 그동안 삼천포 지역에 보관되었다가 2년 전에 가게로 가지고 온 것이라 한다. 외형은 기계로 긴압한 것이 아니라 발로 눌러 만들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차는 부풀어져 있었다.

차 맛은 쓰면서도 단 맛이 도는 것이 고차수라고하는 차들의 공통적인 맛이다. 여지없이 그 맛과 향을 풍겨내고 있지만 차의 엽저를 보면 필자가 이전에 마셔온 고차수로 만든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사화 차를 다양하게 시음해 보지 않았기에 이 차가 생산된 지역의 공통적인 맛과 엽저의 형태를 말 할 수 없다. 허사화의 다른 차를 보관된 지역에 따른 차의 맛을 비교해 보고 한 번더 블로깅을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차를 넣는 양의 차이가 있지만, 차의 풍미는 순하면서도 맑으며, 깔끔한 맛을 지녔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은 허사화의 정보는 보이차업계에서 "숙차의 아버지"하면 추병량선생, "고차수의 아버지"하면 허사화선생을 가르킨다.는 내용이다.

죽천향 박창식 선생의 도움으로 중국측 내용의 자료를 받았다. 이를 다시 번역해보니 그가 발견한 고차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91년 4월과 11월 2차례 차수 진행 종합고찰,운남성 차엽연구소 화학실험 분석 결과: 차수 화학성분과 세포조직 재배형 차수와 상동,단 수관、화주、화분립、차과피등 야생 차수 접근,수령 천년좌우。

1992년 10월11일-14일,“란창 방외 대차수 고찰 논증회. 방외 대차수 야생 대차수적 화과 종자 형태 생정, 우구유 재배차수 아엽지초적 특점시 야생형 과 재배형 지간적 과도형속 고차수가 직접이용

“허사화 선생이 방위 과도형 고차수를 발견하게된 일화는 꽤 유명한데...허사화선생이 사모지구 외무국주관 차엽생산부국장을 지내던 시절 줄곧 바라던 염원이 바로 사모지구에 있는 오래된 고차수를 찾아내는 것으로 역사기록이나 사모차수자원을 살펴보니 사모지역 어디엔가는 반드시 오래된 고차수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을때마다 사모 지역 방방곡곡 수많은 차농을 만나가며 고차수의 위치를 찾아 다녔는데 결국 1991년 3월 현지의 어느 차농에게서 邦葳村의 마을 구석에 있는 차밭에 아주 오래된 고차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허사화 선생은 얼른 방위촌을 찾아가 그 나무를 살펴보았더니 생기가 넘치는 것이 주관이 곧고 가지가 무성한 틀림없는 고차수였다고 합니다.”

이런 내력을 가진 허사화 보이차는 대표적인 포장지가 두가지 있는데 삼인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차들이 가장 정확한 차라고 한다, 필자는 사진 작업을 위해서 서울로 가져왔다.

필자가 맛본 것은 7년 동안 볏짚과 함께 항아리에 보관 것이라고 하지만 9년 동안 항아리에 보관된 차의 맛이 기대된다. 보관된 방법과 그에 대한 숙성 단계를 거치면서 1년이라도 제 맛이 나는 중요한 연간 포인트가 있는 법. 때문에 9년된 변화의 맛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지 아니한가!

삼인행은 보이차 뿐 아니라 무이암차를 보관하면서도 나름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또한 차를 보관하는 항아리에는 흑단이나 자단나무에 전각 작가인 석촌의 솜씨로 만든 운치를 볼 수 있다. 보이 생차는 고향에서 오래된 항아리에 다양한 방법을 시험하면서 보관한다.

그에 따라 같은 차라도 맛이 다를 것 같은, 자신만이 가지는 믿음으로 차에 향기가 넘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그동안 무심(無心)하고 우직한 기다림으로 새롭게 탄생될 차들의 향기를 기대하게 한다.

새해에는 그 항아리와 짚 속에서 어떤 맛을 내며 차들이 객(客)들을 맞아 줄지 정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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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던 차, 그러나 진실로 새로운 개안의 차

 

깊어가는 가을 날씨, 다양한 찻자리를 경험하면서 올해 필자가 마신 차 가운데 명차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2-3가지 종류로 축약된다.

5-6년 전에는 보이 생차는 보이차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기였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보이생차를 수집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특히 맹해차창에서 만든 것 또는 대기업에서 기념으로 제작하는 것이 많아 지고 소상인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취급하게 되는 것도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소비시장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 편으로는 보이차를 많이 취급하는 전문점에서는 홍콩이나 대만에서 가져온 발효를 잘 시킨 차들만 보이차라고 하며 생차를 취급하거나 보이생차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차에 대한 수준이 좀 낮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마찬가지다.

하지만 보이 생차의 보급과 확산은 우리 차문화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몇 일전 청주에서 5년 전 여명차창에서 만든 노반장을 마시게 되었다.

방문한 곳의 주인은 평소 보이차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평소에는 대만에서 잘 만들어진 오룡차를 마시는 편이다. 즉, 보이생차를 마시는 부류가 아니었기에 노반장을 마시기 위한 예약된 자리는 아니었으며 필자가 원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연한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차의 주인은 대만에서 온 분이다. 처음엔 그 방에 차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보이생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지금 과거 잘 만든 노반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 맛을 보여드리겠다고 하면서 차를 내었다.

첫 맛이 쓰고 떫으면서 뒷맛은 단맛으로 나오는 것이 이전에 노반장차라고 경험한 것과는 다른 차였다. 다른 고수차에서도 많이 경험한 쓰고 떫고 단맛이 나는 차와는 수준이 다른 맛이다. 입안에 가득 차는 무게감있는 쓰고 떫은 맛은 이전의 차들이 너무도 약하게 느껴졌다.

노반장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취급하면서 가장 확실한 차라는 노반장을 많이 마셔왔기에 그 차이점은 필자는 느낄 수 있다. 즉 어느 것이 진품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마셔온 것이나 노반장의 정점이라고 하는 차들을 경험하였고, 이게 노반장차구나 했던 과거는 마치 옛날 아이스께끼와 지금의 베스킨라빈스를 비교하는 듯 했다. 강한 쓴맛 이후의 단맛. 아니 단맛이라기 보다는 입안 가득 한꺼번에 밀려 오는 감칠맛의 홍수였다.

필자는 단박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보이 생차의 맛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혹독한 경험이었다. 차의 맛에 있어서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경험을 가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기존의 경험이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맛에 대한 품평이자 숨길 수 없는 진실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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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차례의 찻자리에서 천신호를 마신 경험이 있다. 2009년에 처음 마실 때는 별 맛을 느끼지 못하고 내 취향이 아니다는 생각만 했다.

그동안 천신호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천신호를 소장한 분을 알게 되면서  여러번 마실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차 맛을 잘 몰라서인지 차 맛에 대해서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어떤 때는 스스로 천신호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그 차를 청해서도 마셨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을 보면 필자에게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신호는 봉산삼걸(鳳山三傑)에 속한 차라고 하지만 봉산지역에서 생산된 차가 모두 좋은 맛을 낸다고 할 수는 없다. 천신호라고 명명하는 차의 맛은 그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차들과 단순 비교하여 가격이 싸다고만 해서 평가 받지 못한 것이라고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천시호의 특징으로 맛이 강하게 쓴맛이 난다는 것도 있겠지만 강한 쓴맛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서 비교할 수 없는 맛이 있을 수 있다. 천신호 가운데도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습을 많이 먹은 것과 습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병차의 외관에서 부분적으로 충시차를 틀어볼 수 있는 정도의 차, 대체적으로 건조한 차로 평가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평가 절하된 차라고 하며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에서의 이야기다. 막연한 기대심리로 접근할 수 있는 차로 보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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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tea)를 전문적으로 마시는 사람을 속칭 “차꾼”이라고 한다. 꾼이라는 표현은 무리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느 분야나 일에 많은 경험을 가진 이들의 수식어로 따라 붙는 것을 보면 차꾼이라는 표현은 전문가라는 딱딱한 대명사보다는 친근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 차꾼들이 마시며 평하는 차들은 차 자체를 두고 정석으로 규범에 맞춘 차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마치 오랜 경험을 가진 박물학자가 잘 빠진 백자병을 두고서 밋밋하다 하고 유구한 세월 속에 이지러지거나 또는 완성형이 아닌 기물을 두고 명작이라 품평하듯이 그것은 나의 차생활 속에서 주변인들과 함께 스스로 느끼는 문제이다

무이암차를 아주 좋아하는 차꾼들이 모여서 볼 수 있는 경우를 예를 들자면 암차의 경우 혼자 마실 때나 여럿이 모여 마실 때 아주 농도를 진하게 해서 마시는데, 그 방법이 다호에 차를 무조건 가득 넣어 우려마시기 보다는 건강한 찻잎을 차호에 넣기 전에 차통에서 가루같은 부서진 찻잎을 모아 넣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진, 다진원 제품의 특세작 녹차]                        그것이 없을 때는 일부러 차를 분질러 꺾어서 다호

안쪽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건강한 찻잎을 넣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차의 가루나 부스러기가 물을 붓게 되면서 위로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다호 가득 차를 넣고 물을 넣어 우려내면 정말 암운의 향기가 입 안에 가득하다. 아주 진한 차 맛을 즐기는 이들이라 이상스럽게도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마시면 차 맛을 느낄 수 없는 농한 차맛 아닌가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지난 9월 중순, 창원 중앙동에 있는 삼소방(대표 이창희)을 예고없이 방문한 적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처음 마신 차는 10년 정도 보관된 목책철관음이었다. 차를 마시고 엽저를 보며 지난 세월의 제조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우리는 저녁을 먹게 되었다.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다시 삼소방으로 와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 사장은

“우리나라 녹차인데 햇차는 아니지만 진하게 해서 한 번 마셔볼람니까” 하고 필자에게 물었다.

“이맘때는 잘 만든 묵은 녹차 잘 마시는 것도 복인데 녹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는 백자 다관 뚜껑을 열고나서 친근한 분위기에서 다칙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져 있는 봉지의 입구를 틀어서 툭툭 눈대중으로 털어넣는다. 좀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돼지고기 먹고 녹차 진하게 마시는 것도 괜찮아요” 하며 뜨거운 물을 따른다. 모든게 개량적이지 않지만 오랜 습관으로 차의 양이 많으면 물로 그기에 물의 온도를 차를 따르는 시간을 이것이 종합적으로 팽주의 판단에 의해서 차가 우러나온다.

나는 첫 마디에 “이야! 아주 농하면서 우리의 옛날 녹차 맛이네!” 라고 했다.

우리의 옛날 조선조의 녹차 맛이 어떤 지는 나는 잘 모르지만 내가 말한 옛날 녹차 맛이란 20년전 부산에서는 차(茶, tea)라고 하면 녹차를 말하고 5월이면 당연히 하동 화계차공장을 방문하고 보성 차공장에서 하루 밤을 아이들과 함께 자면서 회원들과 밤새 차마시고 놀면서 마셨던 그 당시의 바로 그 맛이었다.

요즘 같은 과학적인 잣대로 재는 차품평의 맛이 아니라 멍석에서 주름진 손으로 투박하고 거칠게 다루어 나온 녹차. 당시의 향기 짙은 그 맛이다.

우리는 어느 새인가 그런 녹차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었고 또 당시에 처음 접한 우리 차의 흥취를 미각이 붙잡고 놔주질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날 이창희 사장이 낸 차는 거칠게 만든 것으로특세작이라고 붙어 있는 작설차에서 그 예전의 우리 찻자리가 그렇게도 아련하게 생각나는 것이다.

그 때 마셨던 차 한 통을 가져와 집에서 우려마셨다. 요즘 품평이라는 잣대와 표준이라는 형태, 탕색은 규범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20년 전 화계 녹차를 즐긴 사람들의 손 맛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차의 외형이 고르지 않고 유념이 거친 것을 이사장이 몇 번이고 보완해달라고 했지만 주인 할머니는 자신의 방법으로만 만들고 있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도 변하고 차도 많은 변화를 강산 두 번 뒤집어 지면서 또 변하고 변했다. 그러나 차맛은 어릴 적의 입맛이라 당시 처음 입에 접한 감동은 평생가는 법. 할머니의 차맛을 다시금 우연히 느끼고 나서는 “아! 이렇게 차들이 변했구나!”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찻잔에 담긴 옛날 우리식 녹차의 모습과 향을 맡으며 또 나는 그 세월을 거슬러 당시의 백열구 아래 앉아 있음을 발견한다.-

PS: 거칠게 찻잎을 다루면서 만든 차의 주인은 김복순 할머니라고 한다. 하동 녹차를 만들어온 효시와 같은 분의 이름과 같다. 과거 김복순(고인) 할머니가 만든 집에서 차 만드는 일을 했고 여러 집에서 찻일을 도와주다가 독립적으로 차를 만든다고 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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