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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차세상>의 어린이 차인

 

제주도 차세상에서 특별한 차회가 있었다. 특별하다고 하여 마시는 찻자리의 특별함이 아니라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지극히 제주도의 정서가 듬뿍 담긴 차회를 목격하였기에 이 내용을 밝히게 되었다.

 

차세상 어린이 차인

 

지난 723일 오후 4, 제주도 연복로 차세상’에서 제주특별자치구 다도협회(회장 문석종) 차회에 참석하였다. 차세상 주관 지난번 차회보다 참가자가 많다는 것을 현관의 신발을 보고 알았는데, 각각의 코너엔 차를 내거나 술을 내는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린이도 회비를 내고 별도의 방에서 운영되었다.

 

격이 다른 연어요리

 

먼저 식사를 하는데, 정식 식사가 아니라 오후 4시라서 간단한 요기가 되는 것으로 연어요리가 준비되었다. 참가한 인원들을 보면 식당 옆에 놓인 식탁의 주변에 음식 냄새가 있을 법한데 전혀 그러한 것을 알 수 없는 청정한 느낌의 자리였다. 그 시간 필자 앞에 놓은 연어 밥은 만족스러운 첫 출발이었다.

 

식사를 하고 차실로 자리를 옮기면 먼저 술을 한 잔 하게 되었다. 필자의 생각으론 찻자리와 술자리가 구분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자리에서 갑자기 설명 없이 술이 나오기에 조금 당황했기 때문이다. 필자같이 찻자리에 경험이 많은 입장에서 그랬다면 다른 분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행하는 순서대로 잘 익은 술 한잔을 하고 바로 이어지는 찻자리에서 차를 마셨다. 여기까지는 술맛도 차맛도 음미해서 마실 수 없는 분위기였지만 이후는 달랐다.

 

백호은침 찻자리

 

다음 자리는 앉아서 마시는 자리인데 백호은침을 내었다. 차를 마시기 전, 먼저 비닐 팩에 포장된 차의 봉지 입구를 열고 향을 맡는다. 백호은침의 외형과 향을 맡으면서 고급 수준의 차를 제주도에서 보고 마신다는 것이 참 신선했다. 참가자는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자리를 틀고 구성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백호은침

 

3번 우려마실 때까지 팽주는 차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찻자리는 입식으로 서서 마시는 자리다. 개완으로 마시는데 각자 하나의 개완에 안길백차를 넣어 주었다. 안길백차에는 특히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서 감칠맛이 입안 가득했는데, 팽주는 차에 대한 설명과 개완을 사용하는 법까지 알려주면서 진행하였다.

 

조용히 차를 감상하고 음미하는 것이 차회라고 한다면 이곳은 회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그 과정도 하나의 공부가 되는 차회의 형식이다. 그동안 배웠던 차에 대한 현장 경험도 포함된 재미난 차회가 아닐 수 없었다.

 

차세상 어린이 차인

 

이때 2층에서는 어린이 차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내려가 보았다. 식사할 때 아이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몰랐던 사실인데, 이 어린이의 엄마는 처녀시절부터 이곳에서 차를 배우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든 과정을 함께해 왔기에 아이들을 떼어놓고 올 수 없는 사정의 가족은 아이들끼리 찻자리를 만들어 식사와 차를 마시는 자리가 되었다.

 

이곳의 아이들을 보면서 <차세상>의 미래 뿐 아니라 제주도의 어린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차문화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수 있을 듯 하다.

 

이정주 대표, 육안차를 설명하는 모습

 

다시 성인들의 찻자리로 가서 <안길백차> 자리를 마치면 향실에서 금사선향으로 향을 경험하고 마지막 자리는 이정주 대표의 주관으로 15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서 육안 차를 마셨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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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보이차 김대환 대표

 

부산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라온보이차를 소개 받았다. 보이차도감에 라온 보이차가 빠진 것으로 보고 왜 빠졌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독자가 있었기에 제보와 함께 연락처를 받고 바로 찾아가 보았다.

 

김대환 대표의 정성으로 만든 오디오

 

이곳은 분명히 보이차 전문점이 확실하지만 오디오가 설치된 조합이 보였고, 주인장이 개성있는 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바가 있었다. 한쪽에 진열된 커피 도구를 보면서 참 참신한 느낌이 들었고 저 자리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찾아간 목적은 라온에서 제작한 보이차를 보이차도감 다음 개정판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의 차인가에 대한 시음이 우선이었다. 차실의 공간 분위기가 매우 맑은 느낌을 받고, 마음 한켠에는 참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이라 느꼈다. 한꺼번에 할 수는 없으니 하나하나 경험하기로 하고 차를 시음해 보고 싶다고 했다.

 

라온 차에서 관심을 가지고 마신 것은 대설산 봉경에서 1시간 거리의 마을에서 채엽한 다스라는 지역의 차와 야생차라고 소개한 차를 시음하였다.

 

2016년 라온 보이차(357g)

 

보이생차에서는 집집마다 고유의 향미가 있는 차가 있고 그렇지 않고 무덤덤한 차가 있는데 라온 차는 주인의 성격과 비슷한 차 맛이라고 할까. 솔직한 대설산 지역차의 풍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야생차는 좀 더 특별한 차였다. 중국에서 야생차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지만 이 집의 주인이 야생형 보이차를 야생차라고 말씀하시는 듯하였고 생차로서의 사람의 손에 관리되지 않은 야성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2014년 라온보이차(야생형, 250g)

보이차 기념 사진(선물용)

 

특이한 점은 이곳에서는 물을 스테인레스 포트에 끓이지 않았다. 쇠가 가지고 있는 철 성분이 차 맛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전체가 유리로 된 끓임탕관을 사용한다.

순수한 차 맛을 내기 위한 위해 요소를 분석하여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오늘날의 찻자리를 만든 것이다. 도구에 대하여 구분을 까다롭게 하면서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지만 그 공간은 유별나지 않았다.

 

조용히 그 만의 정신을 담은 차를 내고자 한다. 그래서 오디오의 소리도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나윤선의 아리랑을 들으며 그가 가는 행로에 필자 또한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시절의 동행이라는 것을 생각하게끔 하였다.

 

[보이차도감] 2018년 개정판에 [라온보이차]를 추천해 주신 분은 부산에서 차랑재를 운영하는 김상명 대표입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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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시장

 

또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 일찍부터 푸얼의 차 시장을 돌아봅니다.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보이차, 홍차 등을 팔고 있고 시장 길옆으로 매일 오전에 녹차 시장이 열리는데 양쪽 길옆으로 자루체로 녹차를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바로 보따리를 삽니다. 일부 지붕이 처져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전판매입니다. 가격은 글쎄요! 너무너무 저렴합니다.

 

한국의 차농들 때문에 밝히기조차 미안할 정도입니다. 녹차를 정식으로 통관하면 관세가 580%입니다. 한국의 차농을 보호하기위한 일종의 관세 장막인 셈인데 관세를 전부내고 수입해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번도 중국 녹차를 한국에 들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입 가능한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의 차농들을 생각하면 다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만 놓고 생각하면 국경이란 무의미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구촌 시대에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결국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한국의 차농들도 보호 장벽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노력하여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린 차들을 개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차의 고향 푸얼에 도착하니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 2007년 푸얼을 시단위로 격상시킨 후 정부 차원에서 푸얼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위하여 학술회의를 주최하는 등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도 꾸미고 각종 보이차 관련 기념 시설들도 정비 혹은 개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보이차의 중심은 시솽반나 멍하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육대차산과 신육대차산으로 일컫는 차산들이 모두 이곳에 있고 일반차 시장의 최대 생산업체, 지금은 대익으로 바뀐 멍하이 차창도 이곳에 있습니다. 라오반장을 개발하면서 일시에 고수차 시장의 영도자(링다오領導)라고 불려 지게 된 진성차창 또한 이곳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이숙차 발효 기지로서의 멍하이의 위상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이숙차의 발효는 물과 공기 해발 등의 환경 요인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차들도 멍하이로 가져와서 발효시키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보이숙차로 유명한 추병량대사의 해만차창도 차창은 쿤밍 근처의 안닝(安寧)에 있지만 발효 기지는 멍하이에 있습니다.

 

기타 보이차 생산에 필요한 창고 등 각종 시설들도 멍하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보기에는 푸얼이 보이차 중심도시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멍하이가 보이차 원료기지로서의 위치를 넘어서 햇차 판매시장도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조만간 전 세계 보이차의 수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얼을 떠납니다. 멍하이 까지는 징홍을 거처 두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쿤루산을 새롭게 발견한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내년에는 형편이 되는데 로 조금이라도 생산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차위엔시장에서 올해 푸얼차구에서 생산된 여러 산의 햇차들을 시음했는데 라우샨(老烏山)의 차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제 여정의 목적은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차품이 괜찮은 지역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유명 차산은 방문하는데 의의가 있고 좋은 차를 선택하는 표본을 수집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발견한 징구(景谷)현의 라우샨차가 또 하나의 수확이랄 수 있겠습니다.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차였는데 푸얼에서 가는 데만 일곱 시간 걸리고 우기인지라 가을로 탐방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임시로 선택된 차산들은 기회가 닫는 데로 반드시 방문하여 차산의 환경과 차농의 인품 등을 재차 확인합니다. 문제가 없을 경우 오운산의 제조방식을 설명하고 일정한 양식의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봄차를 생산할 때 다시 방문하여 차품을 확인하고 만족할 수준의 차품에 다다랐다면 애초에 계약한 금액을 전부 지불하고 모차를 수매합니다. 만약 차품에 문제가 있거나 약속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경우는 계약금으로 지불한 금액만큼만 차를 가지고 오고 두말없이 빠이빠이 입니다.

 

제가 평소에는 그냥 성격이 원만한 편이지만? 차를 선택할 때만큼은 날카로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 실정상 대충대충 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습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어렵게 좋은 차산을 발견하고도 차농을 잘못만나면 만사가 허사입니다. 몇 번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조금 있고? 인복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저희 초제소가 완성되어 멍하이 근처의 차산들은 일부 직접 생잎을 수매하여 가공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심심산골 곳곳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경쟁력 있는 차산을 색출하여 좋은 차를 생산하자면 한두 군데 초제소를 직접 운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차 철마다 모든 곳을 찾아가서 직접 생잎을 수매하고 가공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차농들과의 합리적인 유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원료는 차산에 있지만 그 원료를 가져오는 것도 사람이며 가공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나아가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도 사람이며 결국 마시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이 연결고리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결코 좋은 차는 생산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운산이 멍하이 현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차농들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진정으로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해주고 협조를 구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쿤밍 차박람회를 참가하기위해 멍하이 집을 나선지 열흘 만에 돌아갑니다. 멍하이도 이역만리 타향인건 마찬가지지만 직접 집을 짓고 생활한지 삼년이 넘어서인지 이젠 제법 집 맛이 납니다. 요즘은 새벽닭이 아무리 패악을 부려도 니는 울어라 나는 잘 잡니다. 빨래가 한보따리입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쓸쓸 현지인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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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루산의 여운을 간직한 채 푸얼시로 향합니다. 닝얼에서 푸얼시 까지는 약 한 시간 거리, 도로변에 보이차 분말을 이용해서 만든 보이차케익을 팔고 있습니다. 기념 삼아서 한 덩어리 사서 먹어보니 쌉싸래한 것이 먹을 만합니다.

 

고구마도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하다고 해서 한 자루 구입했습니다. 중국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할 땐 고구마가 재일입니다. 구워먹어도 괜찮고 삶아 먹어도 좋습니다. 산에 갈 때 서너 개 들고 다니면 간편하고 출출할 때마다 꺼내 먹기도 좋습니다. 어떤 땐 사나흘 계속해서 고구마만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벽 문득 배가 고파서 식은 고구마를 먹고 있으면 자꾸만 목이 멥니다.

 

살다보면 아무리 물을 마셔도 내려가지 않는 목 메임이 더러 있습니다...

푸얼시는 린창시临沧市)와 시솽반나(西双版纳)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남으로는 미얀마와 동남으로는 지앙청(江城)현과 라오스, 베트남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이차 주요 산지로는 므지앙(墨江), 닝얼(寧洱), 징동(景东), 징구(景谷), 란창(澜沧), 지앙청(江城) 등이 있습니다. 아이라오샨(哀牢山)과 우량샨(无量山) 등에는 대단위의 야생차 군락이 있고 전위엔(镇沅)의 치엔지아짜이(千家寨)에는 2500여 년, 2700여 년 된 두 그루의 야생 차왕수가 있으며 징마이(景迈)에는 다핑장(大平掌) 부근으로 천년만묘고차원(千年萬苗古茶園)이라고 부르는 대단위 재배형 고차원이 있습니다.

 

오운산에서는 그동안 특별한 인연이 닿지 않아서 징마이 이외의 푸얼차구 차들은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작년부터 린창지역의 차들은 조금씩 개발하고 있습니다만 이우멍하이지역의 차맛에 익숙해진 탓인지 기타 지역의 차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데도 잘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각종 통계 자료를 취합해보면 푸얼과 린창이 차밭 면적이나 전체 차 생산량은 시솽반나보다 두 배 가량 많습니다. 그러나 보이차 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시솽반나가 두 배 정도 많습니다. 시솽반나는 최근에 여름차를 이용해서 조금씩 홍차를 생산하는 차농들이 있지만 대부분 보이차 만을 생산하고 푸얼과 린창은 보이차보다 녹차나 홍차의 생산량이 네 배가량 많은 이유 때문입니다.

 

푸얼시는 원래 쓰마오(思茅)시였는데 2007년 푸얼시(普洱市)로 바뀌었습니다. 사모(思茅)는 글자 그대로 초가집을 생각한다는 뜻인데 옛날 제갈공명이 남하하여 지역을 평정하고 비단 보자기에 기록하여 남겼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맹획이라는 이 지역 우두머리를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다시 풀어 주면서 교화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공밍산(孔明山), 지노족(基諾族) 등 차산에 가보면 아직도 제갈공명과 관련된 기록들이 여러 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정통 역사학자들은 공명이 윈난의 쿤밍까지는 갔지만 푸얼이나 시솽반나 까지는 당시의 지리적 여건 상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한국에도 원효대사와 관련된 암자들이 전국에 수 십군데 있는데, 주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과 연결되어 소문이 소문을 낳아 하나의 불분명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 어디에나 있습니다.

보이차와 관련해서도 때론 황당한 설들이 있습니다. 집을 허물다가 벽 사이에서 또는 무덤에서 발견했다는 등의 괜한 이야기들에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차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차맛은 언제 어디서나 정직합니다. 노차는 노차라는 맛이 있지만 노차의 의미에 걸릴 필요는 없고 햇차는 햇차 대로 차산마다 각기 다른 맛이 있지만 차산에 걸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현재 많은 차인들이 선입견에 이끌려 다니거나 혹은 명성을 좇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쿤루산에서 생산되는 정품 고수차는 일년에 1톤 정도입니다.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콘루산 고수차는 적게 잡아 수십톤 일 것입니다. 라오반장이나 빙다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차맛은 언제 어디서나 정직합니다. 마시는 사람이 문제라면 문제이겠지요. 일체의 관념을 가라앉히고 내 몸이 마음이 가는 데로 괜찮은 차 선택해서 드시면 좋겠습니다.

 

푸얼시에 도착하니 늦은 저녁입니다. 차 시장 근처의 호텔에 여장을 풉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늘 같은 호텔에 묵게 됩니다. 떠돌다 보면 때론 그래봐야 타향이지만 조금이라도 익숙한 것이 그립습니다.

 

푸얼시에는 롱성(龍生) 시장과 차위엔(茶源) 광장이라는 두 개의 큰 시장이 있습니다. 저희 차창이 쿤밍에 있어서 가끔 오고가면서 들리는 시장입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이천년 초 중반의 준 노차들이 가끔 눈에 뜨이는데 파는 사람이 언제 만든 건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가짜 차들도 심심찮게 만납니다. 잘 살피다보면 정말 좋은 가격에 정품 준 노차를 몇 편씩 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허탕인 경우도 많은데 이번에도 조금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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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2 대구중, 10초 만에 결정할 수 있는가?

 

보이차에서 감정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서 다음과 같이 의미한다

감정(鑑定) : 명사

 

(1) (기본의미)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로 물건의 특성이나 가치, 진위(眞僞) 따위를 판정함.

나는 보석 전문가에게 내 다이아몬드 반지의 감정을 맡겼다.

 

검찰은 증거품으로 압수된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립 과학 수사 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2) [법률] 재판에 관련된 특정 사항에 대하여 그 분야 전문가가 의견이나 지식을 보고하는 일.

 

이외에 감정이라는 말의 용례들은 금전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는 것에 많이 보인다. 예를 들면, 고미술품 감정, 부동산 감정평가 등등의 용례에서 보듯이 확인 할 수 있다.

 

포장지 열지 않고 차의 상태와 종이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가?

 

보이차를 두고 오래 전부터 가짜냐 진짜냐를 논하면서 감정이라는 단어가 붙은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도 시장에서의 수입오류, 혹은 시장에 대한 판단 미숙에서 발생된 초기현상이었으며 보이차에 대한 상식적인 구매와 근본적인 확인 작업 후 수입되어 들어오는 차류에 대한 일들은 진짜 가짜를 다투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 세월이 지나 한국에서의 보이차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그래서 감정이라고 단어가 붙는 것은 예를 들어 보이차에서 30년 이상된 차들을 품평하거나 차의 진위를 논할 때 또는 좋은 차를 두고 금전적인 가치를 논할 수 있을 때 감정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기물로 말하자면 고려청자 접시와 최근에 만들어진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 중에 어느 것에 감정(鑑定)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울릴까 하는 것이다.

 

맨위 사진에서 포장지 앞면과 뒷면을 확인하고, 이만큼 병면을 더 보여줘도 70년대 말, 7572 대구중 결정 할 수 없다면 보이차를 '감정(鑑定)'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지방을 다녀보면 보이차를 감정한다고 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차를 마시고 나서 엽저를 부어 놓고 집게로 하나하나 뒤적이면서 이차가 입창을 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것은 최근간에 유행하는 아마츄어 차 동호인들의 엽저확인 방식이다. 즉 시음과 그에 따른 확인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감별은 정확한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학술과 경험에 의한 분석이다.

감평은 그러한 여러 전문인들이 모여 하나의 차를 두고 차의 전반적인 수준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는 것을 감평이라고 한다. 논평과 의미를 비등하게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일반적인 경우 서로 마셔보고 자기에게 맞네, 안맞네, 쓰네, 떫네, 달달하네 등을 따져서 자기느낌 말하기로 들어가는 것은 오락이요 여흥이지 감평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일이 이파리들을 나열하고 이 차는 뭐가 섞였네 아니네 등등의 말과 행위를 통해 비추어지는 현상은 보이차 분석하기 프로젝트이지 어떤 의미 있는 결과물은 아닐 것이며 그저 내가 마신 차를 분석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시음의 결과일 뿐, 감평, 감정이라는 의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만약 그러한 시음행위가 의미있게 비추어지려면 특정 차류와 종류, 그리고 생산시기와 시대별 생산물을 두고 한꺼번에 차엽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야 어느 시대 어떤 제품이 어떠한 구성으로 어떤 맛을 내더라 하는 감평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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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왕수

 

언뜻 보아도 노반장 차왕수보다 굵고 큰 나무가 수 십 그루 보입니다. 제가 그동안 어림잡아 이백여 군데의 차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큰 차나무들이 한자리에 있는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야! 잠시 탄성을 지르고 고차수 숲으로 들어갑니다.

 

쿤루산(困鹿山)은 푸얼시(普洱市) 닝얼현(寧洱縣) 펑양샹(鳳陽鄕) 콴홍춘(寬宏村)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콴홍춘도 써라고 부르는 8개의 조그마한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족(彝族)이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고 지금은 이족, 하니족, 한족이 비슷한 비율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황지아짜이(皇家寨)에 고수차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청나라 때 공차로 황실에 납품되었다는데, 봄차 철엔 관에서 병사를 파견하여 감시 감독하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차나무의 자라는 속도는 지역의 토양환경과 위치 나무의 수종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이곳의 차나무 수령을 물으니 대충 400년 이상이라고만 답합니다.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천년고수들보다도 훨씬 크고 굵어 보이는데도 딱 보면 안다는 뜻일까요! 다른 곳처럼 수령 뻥튀기 같은 게 없습니다. 사실 차나무의 수령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수로 지정된 샹주칭차왕수처럼 공인기관에서 수령을 측정하지 않은 이상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을 가보면 정확히 300650년 등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몇월 며칠 몇시 몇분에 심었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노반장 차왕수도 2008년 즈음엔 800년 정도로 이야기 하더니 어느새 천년이 되고 올해 차왕수 경매에서는 1200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10년도 안되어서 400살이 늘어나 버렸는데 유명해지면 빨리 늙나요...

 

오솔길 사이로 전설처럼 이어진 천년고차수 숲길을 거니는 감흥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저는 차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런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차 숲 중간쯤에 이 지역의 차왕수로 모시고 있는 차나무 아래 잠시 머리를 숙입니다.

 

천년의 역사 속에 차로인하여 명멸해간 수많은 사람들과 차농들의 수고로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합니다. 비수기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서 향을 사르는 곳이 잡풀들로 무성이 덥혔습니다. 청소 삼아서 풀을 뽑고 근처의 쓰레기들을 정리하는데 도부장이랑 젊은 친구가 자꾸 말립니다.

 

괜찮아! 놔 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소엽종, 중엽종, 대엽종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이무 의방 쪽에 많이 자라고 있는 흔히 찻잎 모양이 고양이 귀처럼 작다고 해서 마오얼두어’(猫耳朵)라고 부르는 특소엽종들도 눈에 뜨입니다. 봄차 가격을 물어보니 생잎이 1kg5000위안이랍니다.

 

생엽 4.3kg정도를 가공하면 모차 1kg이 생산되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kg400만원 가까운 금액입니다. 다소 절망스러운 가격입니다만 일년 생산량이 1톤밖에 안되고 역사적으로 공차로 바쳐질 만큼 유명한 지역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녹차, 오룡차 등의 최고급 차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걸로 위로삼곤 합니다.

 

젊은 친구 집으로 내려와서 올해 차들을 시음합니다.

야생차, 홍차, 소수차, 대수차, 고수차, 봄차, 여름차 등을 차례대로 시음합니다.

먼저 야생차는 쿤루산근처에 대규모의 야생차 군락이 있는데 봄에 직접 가서 채엽해서 만들었답니다. 쓴맛이 강열합니다.

 

이런 차는 많이 마시면 배탈 납니다. 야생차들 중에서는 약간의 독성이 있는 것도 있어서 마실 때 조심해야 됩니다. 홍차를 마십니다. 여름차로 만들어서 그런지 맛이 연하고 약간의 단맛이 있습니다. 소수, 대수, 고수를 순서대로 마시는데 맛 차이가 확연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정도로 크지는 않은데 이 지역에서 차를 분류하는 방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수차는 50년 이하의 유성생식 즉 차 씨를 심어서 고수차밭 근처에서 키운 차를 말하고 대수차는 100년 전후의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차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소수차는 새로 개발된 운항계열의 개량종 품종으로 만든 차를 뜻하고 대수차를 키가 크다는 의미인 까오토오’(高頭) 라고 부르는데, 차나무 수령이 50~100년 정도의 차를 말합니다. 고수차는 200년 전후의 차들과 400년 이상의 차들을 따로 분류합니다. 지역마다 차를 분류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맛으로 구분하게 되면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지 않는데 처음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현제 이곳에는 376그루의 400년 이상 된 고수차가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쿤루산의 보물을 마십니다.

 

차실로 만들어 놓은 정자의 이름이 추록대(追鹿臺)입니다. 사슴을 좇는 전망대라고 할까요? 해발 1650고지의 탁 트인 정자에서 굽이치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음미하는 차맛은 가히 일품입니다. 개개인의 입맛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 마신 고수차 중에서는 감히 최고의 맛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리 비싸도 1kg은 사서 이 향을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노반장의 단맛을 함유한 떫고 쓴맛과 빙도의 우아하면서 맑은 단맛, 이무의 부드럽고 유장한 맛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차는 모두 판매되고 없습니다...

 

열감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머리카락이 땀방울로 촉촉이 젖습니다. 회감과 회운이 호흡을 타고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고수차는 없고 약간은 아쉬운 맛이지만 비견할만한 까오토오차를 1kg 8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820일 귀국예정인데, 멍하이 일기 애독자 분들께는 저희 가게로 오시면 제가 직접 우려 드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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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을 포제(泡製)하는 모습

 

한국향도협회는 87일 향예사 자격증 시험 1기 수료생을 대상으로 안국동차관 향실에서 향회를 가졌다. 1부 향회는 침향과 기남을 사용하여 격화훈향법으로 진행하였다. 기남을 칼로 자를 때 수지의 순도를 알 수 있을 만큼 조각 하나하나에서 기운이 보이는 듯했다.

 

기남을 자른다

향을 얹는다

 

향실에서 오랜만에 한 품향은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기분이다. 향로의 재속에 숯불을 넣을 때 온기가 전해오고 재 위에 향을 얹을 때, 향실의 공기가 다름을 알게 했다향을 돌리면서 긴 호흡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이제 내 가슴으로 알 수 있었다. 품향 시간은 이렇듯 늘 긴장되고 기다려지게 된다.

 

사향을 포제하는 과정

 

2부에서는 처음 기획은 정진단 회장의 특강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특별히 마음을 내어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사향을 직접 여는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향도 수업 아무리 오래 해도 이렇게 직접 사향 하나를 여는 과정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이후 작은 그 병에서 맡아지는 사향의 내음이 어떨지 너무도 기대가 된다.

 

이날 그렇게 큰 마음을 내어 한 것은 협회 1기 회원에게 제공되었던 특별한 프로그램이며 한국향도협회에서 지향하는 높은 수준의 향회를 찾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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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주인(최해철)

 

므장미띠펑황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한 시간 삼십분을 달려 닝얼에 도착합니다. 닝얼은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옛날부터 보이차가 이곳에 모여서 전국으로 운송되었기 때문에 이 지역 이름을 따서 보이차로 불렀다는 지역적 명칭의 유래지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나커리(那柯里)라는 곳이 있는데 차마고도를 오르내리던 마방들의 큰 객잔이 있던 곳으로 최근에 시에서 새롭게 단장하여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이차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2007년 원래 스마오(思茅)시 푸얼현이었던 것을 스마오시 자체를 푸얼시로 바꾸고 푸얼현은 그냥 닝얼현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지요. 푸얼의 영토 확장이랄까요?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여러 사람에게 그럼 왜 푸얼이 닝얼로 바뀌었냐고 물어보았는데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정부에서 하는 일이려니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하기 참 쉽죠...

 

나중에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1900년대 초에도 푸얼이 닝얼로 바뀐 적이 있고 이후에도 몇 번 왔다 갔다 했네요!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름은 닝얼로 바뀌었지만 유적은 그대로 남아 있고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옛 시조 한 구절이 떠오르는 이름 바뀐 푸얼의 옛 거리를 잠시 걸어봅니다. 곳곳에 아직도 푸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간판들이 보입니다. 시가지 한복판에 우뚝 솟은 보이차 기념관이 있습니다. 내부 계단으로 오층까지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층층마다 보이차 관련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는 저물고 쿤밍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저녁으로 소고기 샤브샤브에 바이주 한잔을 겻 들여 든든히 먹고 근처의 호텔에 투숙합니다. 이곳에서는 최고급 호텔이라는데 요금이 삼 만 원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목적지인 쿤루산(困鹿山)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우기인지라 비만 안와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건 다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한 달 내내 비 맞고 돌아다니다보니 비만 오면 살짝 이상해지는 느낌입니다. 속담에 비 맛은 중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꾸 입에서 중얼중얼 이상한 소리가 나오려고 합니다. (스님한텐 죄송한 표현입니다...)

 

쿤루산은 푸얼차구 중에서도 차 가격이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지역입니다. 중국의 유명 배우가 천년 야생고수차를 한그루 입양하여 보호하고 있다는 곳이기도 합니다.

 

닝얼에서 한 시간, 산길이지만 비교적 포장도 잘되어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습니다. 차산 길이 이정도만 되면 관광버스도 다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차가 다니는 길 중에 이정도로 나쁜 길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 봄차가 출시되기 전에 그동안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모든 차농에게 일괄적으로 봄 고수차 3kg씩을 샘플로 발송해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제가 멍하이에 있으므로 근처의 차농들은 직접 샘플 차를 가지고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푸얼이나 린창(臨凔) 등 멀리 있는 지역에서는 먼저 전화를 하고 샘플 가격을 입금한 후 차를 보내주곤 했습니다.

 

모든 차산을 방문하고 시음을 한 후 샘플이라도 가지고 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봄차가 출시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매년 이렇게 모인 차들은 연말에 오운산 기념병으로 제작합니다. 오늘 방문하는 쿤루산의 차농도 그때 상담 후 차를 발송해준 친구인데 차농사를 시작한지는 4년밖에 안된 젊은이입니다.

 

현재 유명 차산의 많은 차농들이 그렇듯이 옛날엔 도시에 나가서 일하다가 찻값이 오르면서 귀농한 케이스입니다. 올 봄에 상담할 때 고수차는 너무 비싸서 생태차로 3kg만 보내 달라고 했는데 고맙게도 고수차도 조금 같이 보내주었습니다. 한 창 차철이라 여러 가지 차들을 매일 같이 시음하곤 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맛이어서 이번 기회에 방문하기로 한 것입니다.

 

황지아짜이(皇家寨) 차밭 바로 앞에 자동차를 세웁니다. 젊은 친구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저희를 맞이해 줍니다. 악수를 하고 고개를 차밭으로 돌리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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