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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마을에서 '대우령'마실 때

지난
7월에는 석가명차에서 주관한 5대 보이차 차창 총판 계약에 관련하여 동행 취재로 운남성에서 6'일간 있었다. 그때 함께 한 일행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에서 차전문 쇼핑몰 <차예마을>을 운영하는 박경찬 김복남 대표 부부를 만났다.

 

서쌍판납과 이무에서 고수차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을 가지고 사무실에 찾아가 보았다. 인터넷 쇼핑몰을 규모 있게 운영하는 그 현장과 잘 정돈된 매장과 창고를 보면서, 국내에서 차와 차도구 관련 전문 쇼핑몰 현장을 확인한 것 같아서 새삼 차문화의 변화된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 만나 잠시 일을 보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가 핸드폰을 놓고 나와서 두 시간 뒤에 다시 찾아갔다. 그래서 무더운 날씨에 몸은 조금은 지친 상태였다. 잠시 몸을 식히고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하시며 내어준 차는 무이암차였다. 상당히 무더운 날씨지만 기본적으로 차는 따뜻하게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부인이 내어준 차는 개완으로 우려낸 무이암차였다. 암차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그것이 대홍포인가 아닌가는 관심이 없다. 무이암차를 마시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흔히 보이차와 무이암차는 본질적으로 차를 잘 모르는 곳에서 마시면 영 기대한 맛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차의 세계에서의 현실이다.

무이암차입니다고 하시며 내어준 첫 잔의 맛은 그 감칠 맛 나는 향기로움에 몸 속의 열기가 그대로 시원한 맛과 함께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나중에 봉투를 보니 대홍포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마시는 차들이 많이 있지만 두 잔 세 잔을 마시면서 차 맛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동안 몸의 열기는 다 식은 것 같은 아주 상쾌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나오는 차는 대우령이였다. 참 상큼한 맛이다. 이런 상큼하고 시원하며 깔끔한 대만의 대우령도 가까운 차꾼들이 아니면 마시기 어려운 차이다. 최근에는 특히 오래된 노차 바람이 유행처럼 부는 바람에 신선한 차 맛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날은 평소와 다른 차 맛을 보았다. 특히 최근에는 외출해서 마시는 차들은 대개 보이차였다. 언제부터인가 보이차 전문점이 많이 생긴 탓도 있지만 보이차를 대접하는 집들이 많아졌기에 보이차만 마시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맑은 청자를 청차답게 마신 이 차들은 대만에서나 복건성 무이산에서 대단한 상을 받은 차들은 아니다. 그런 표기는 어디에도 없지만 그 차들은 무이암차는 채운(차예마을)에서 직접 맛을 감별하여 수입한 차이고 오룡차는 국내에서 공급받은 차라고 한다.

차를 유통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깊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차의 멋을 이야기할 때 한마디로 여유로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차를 마시는 모습 자체가 여유로운 사람들의 한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말도 있겠지만, 차예마을 김복남 부사장의 차 내는 모습은 전문적인 행다의 모습이 아니면서 국내에서 전문적인 차 유통을 건실하게 운영하면서 체득한 마음에서 우러난 멋이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멋과 순수한 맛을 내는 장점을 지닌 차를 내어 주었다. 실로 어떤 차를 마실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간 이날의 찻자리는, 차의 옹골찬 맛을 그대로 내어준 맛에 한더위를 있고 나온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상쾌한 시간이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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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에 대한 책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다. 호불호를 가리기엔 내 전공이 아닌 분야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출간한 한유미 선생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녹차 생산자를 대상으로 차 심평 수업을 했다.

그동안 인사동에서 만나지 못해 궁금했는데 이번에 큰 책을 내었다.고전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한다.

고전 <다경>을? 한유미 선생께 전화를 해보았다.? 왜 어려운 책을 내었냐고, - 돌아온 답변은 그동안 차를 모르는 사람이 번역해 왔다는 취지다. 아래 글은 보도자료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올린다. 독자가 가려서 보기 바란다.

저자의 집필 의도
다경(茶經) 동다송(東茶頌)이 중국과 우리나라의 차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실로 독보적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차 문화를 상징하는 그 위상과 달리 두 책에 대한 연구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이나 중국 학자들의 일방적인 견해를 옮겨 놓기에 급급한 실정이고 보면 연구서라 할 만한 책조차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새로 나온 책 육우다경과 동다송은 이러한 국내 차계에 경종을 울리는 첫 연구서로 저자가 6년여의 담금질 끝에 내놓은 역작이다. 차의 가공과 심평의 전문인으로, 차 품평에 대해 공식적으로 ‘심평(心評)’이란 용어를 알렸던 저자는 두 책의 출간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시 시중에는 다경의 번역서가 1~2 권쯤 유통되고 있었으나 그나마 일본학자 누노메의 영향권을 벗어난 책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경』을 출판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은 이미 연구실이 꾸려져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생각이 깊어졌다.

그러다 어느 대학원에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관성 있는 수업을 이어갈만한 교재가 전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경 서문)

“차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기관이 없고, 학습능력을 검증할 만한 시스템이 없는 문화의 변방에서 어깨 너머로 배웠거나 시류에 흘러다니는 단편적인 말들을 주워 모아 스스로 정리하고 판단하여 세력을 만들어 사는 사람들, 기본 생존능력이 차에 대한 학습능력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이『동다송』을 등에 업고 초의의 차 사상이 중정(中正)이라고 외치다 못해, 아예 우리나라의 대표적 차정신이라고 수십 년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하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동다송 서문)

책의 특징
다경은 1,200여년 전에 나온 차 문명의 시발점이 된 책이다. 따라서 다경의 연구 또한 그 시대의 언어 습관과 생활상, 정신세계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당대 차 문화를 향유하던 지식인층은 물론이고 『다경』을 세상에 내놓은 육우의 정신세계를 알지 못하는 한 겉핥기에 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경』이 육우라는 인물을 아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고, 그밖에 다른 기록도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차 지식은 단순하고 변화가 없어 우리가 필요한 몇 가지만 보충하면 육우 시대의 차도 똑같은 차일 뿐이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육우의 생각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자면 그가 영향을 받아 정신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한 바탕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하여 파악하자니 역시 만만치 않았다. 결국『다경』의 해석은 죽은 육우와의 싸움이었다. 그가 생각하고 마시고 읽고 본 것을 똑같이 해야만 했다.”(다경 서문)“

그가 생각하고 마시고 읽고 본 것을 똑같이 해야만 했다”는 고백처럼 저자는 불필요하다 싶을 만큼 고집스럽게 집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지명에 대한 상세한 주석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토씨 하나에서 시작된 의문을 당대의 생활상으로 확장시키고 육우의 정신세계로까지 연결 짓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더구나 차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누노메(일본)의 학설을 반박하는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연구실에서 익힌 지식과, 차 가공과 심평의 전문인으로 차와 더불어 살아온 일반적인 차인(茶人)이라는 사람들의 시선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육우 차 정신의 백미를 수중(守中)이라 단언함에 있어서 ‘배꼽이 긴 차솥’을 그 근거로 제시하는 치밀함이나, 가끔씩 던져 놓는 한국 차계를 향한 고언(苦言) 등을 보면 차와 하나 된 삶을 살아온 차인의 엄정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또 필요 이상으로 포장되어 한국의 차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초의선사의 참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동다송』은, 요즘 유행하는 말 그대로 한국 차계에 던지는 돌직구나 다름없다. 거침없는 직설과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육우다경과 동다송은 한국 차계에 크나큰 선물이다.

주요 내용
제1장 주)37 - 야생이 좋고(野者上): 육우는 야생차(산에서 나는 차)가 가장 좋다고 했으나 , 지금시대의 차는 야생차보다 다원에서 자란 것이 더 우수하다. 현실적으로 야생의 경계도 불분명할 뿐더러 채엽하기가 어렵고, 변종도 많고, 영양의 불균형이 높아 다원(茶園)에서 잘 관리된 찻잎 품질이 우수하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이 얽히고 차 지식에 대한 부족하여 원료가 차 품질의 전부인 것처럼 말들 하지만, 차에서는 그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 가공기술이다.

제3장 주)7 - 지금의 엽차 가공과 날씨와의 관계를 보면 일단 비 오는 날 작업하는 사람은 없다. 흐린 날의 기준을 햇살이 가려진 정도라고 한다면, 맑은 날 가공한 녹차보다는 향기가 덜 난다. 그런데 구름이 끼었다고 육우 시대처럼 차 따는 일을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 정도의 날씨는 어렵지 않게 기술(정교한 가공)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 볼 때 그 정도의 날씨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자가 현재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지식이 없고서는 찻잎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이해를 못하니 향기를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것이다. 그 가공기술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심평(審評)이다. 기술(자연과학적 차 지식)은 차 가공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제4장 주)1 - 『다경』은 문명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책이다. 차에 대한 정의를 세우고, 차 만드는 도구를 제정하고, 만들기를 가르치고, 차의 새로운 법(法: 규칙)과 차 끓이는 그릇을 설정하여 바르게 끓이기를 지시하고, 제대로 끓이는 법에 대해 절실하고 간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풍로는 마치 예기(禮器)를 설정하듯 신성성을 부여하기까지 한다…

『다경』의 출현으로 이전에 밥사발을 찻사발로 사용되었던 것들이 구별되었고, 차 또한 감로나 제호와 견줄 수 있는 음료라는 걸출한 사회적 신분을 갖게 되었다. 육우에게 성차(成茶: 차를 이루는 것)는 속된 차(혼합차)가 아니라『다경』에 기록된 대로 만들어 마시는 차이다.

제4장 주)23 - 솥의 배꼽을 길게 하는 것은 수중을 지키라는 뜻이니(長其臍 以守中也): 제(臍)는 솥의 배꼽이다. 솥의 배꼽을 ‘솥의 밑바닥 중심부’로 해석했다. 당대의 솥이 다 배꼽이 길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일상적으로 가스 불에서 사용하는 냄비와 같이 배꼽이 평평한 솥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우가 배꼽이 긴 차솥을 쓰라고 한 것은 바로 수중(守中)을 위해서이다.

문제는 중(中)에 대한 해석이다. 여러 해석 중에 필자는 중(中)을 마음(心)과 비슷한 내면(內面)으로 해석했다. 내면으로 해석하면 수중은 중정(中正)이며 중정은 무위(無爲)의 도(道)이다. 수중은 전형적인 도가(道家)의 용어이며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마음의 상태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지만 새롭게 생성될 수 있는 근원(뿌리)의 바탕이 되는 현상’이다. 근본으로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더욱 더 외부를 향해서 발전하고 만물이 더욱 더 흥성하기 때문에 사람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중은 득차(得茶)의 경지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 표현이다. 차에 대한 육우의 궁극적 목표이자 우리의 목표이기도 한 득차의 실체는 향기와 맛으로 나타난다. 필자는 수중(守中)을 육우 차 정신의 결정(結晶)으로 본다. 차 정신은 장생불사(영원히 죽지 않는 것)와 연결된다. 그러나 정신이란 것은 검증되는 것이 아니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배꼽이 긴 차솥을 지정하는 육우의 차 지식이, 정신의 도구로 활용되어 외부로 발전하며 직접 표현된 것을 통해서 그의 차 정신과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다경』은 득차를 위한 전제 조건인 성차(成茶: 자연과학적 관점의 물질적인 차를 이루는 것)를 위한 책이다. 득차(내면)의 열망이 외부의 발전을 불러일으킨 물증을 수중(守中)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수중은 성차의 완결이다. 이 완결이 차(탕)의 근본을 지키는 일을 향해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육우의 의중(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제5장 주)21 - 첫 번째 찻물이 끓으면(第一煮水沸): 누노메의 책에서는 이 부분을 일비(一沸)와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비는 차가루가 들어가 있지 않은 물의 끓음이며 그 물이 전영이라고 해석했다. 초비(初沸)일 때도 그는 이 부분과 같이 일비로 해석을 했다. 그러나 과정은 엄연히 다르다. 국내의 어느 책은 그나마 모순을 발견했으나 혼란스러움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모두가 이비(二沸)에서 두 번의 과정이 있음을 간과했기에 생긴 혼란스러움으로 생각한다. 이 문장“第一煮水沸”는 이비 중에서 두 번째 과정인 차가루를 넣고 난 이후의“첫 번째 끓는 차탕(찻물)”으로 해석이 되어야 한다. 이비 중 첫 번째 과정은 끓는 물을 숙우에 덜어놓는 것이었다. 누노메와 국내 다른 책들의 해석대로 첫 번째 끓은 찻물(煮水)이 일비라면, 지극히 맛있고 좋은 전영(雋永)이 소금물이라는 말과도 같다. 소금물은 맛이 아니며 간을 봤으면 더 보지도 말고 버리라고 한 육우의 말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제5장 주)27 - 검(儉): 일본의 『다경』 연구자들에게 육우의 차 정신은 검(儉)으로 정론화 되었다고 한다. 중국 학자들 역시 의심 없이 동의하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차(사물)의 실용적 가치에 과도한 정신작용을 부여하다보면『다경』의 본질적 의의가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실용적 가치를 가벼이 여겨 역사적으로 손실이 많았다.『다경』의 의의와 사물의 실체를 제대로 보려면 차(茶)의 실용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차(茶)의 성질이 검한 것은 그 자체의 본질이지 육우가 부여해 준 도덕성이 아니다. 물론 양생(사실 양생은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국의 의술과 양생에 대한 것도 불교의 영향이 있다)을 위하여 검한 것이 인문학적 관점, 차를 대하는 태도와 연관된 정신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검이 양생을 위해 차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음식에 대해서도 많이 먹지 않는다는 보편적 정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차 정신을 검이라고 과도하게 생각하여 본질을 왜곡할 우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차의 성질이다. 외부적 환경이 아니라 차 자체가 갖고 있는 찬 성질, 몇 모금만 먹어도 열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찬(쓴맛) 바탕(質)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전해내려 오는 통치자의 미덕은 검소였다. 아마도 이 문제는 문화와 문명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화의 관점으로 차를 본다면 차를 마시고 다루는 사람들의 정신적 자세를 중요시하게 되는데, 보편적인 것을 너무 숭상하여 부담이 느껴질 정도라면 한 번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과도한 부자연스러움에서 일본 다도(기예)를 연상하게 됨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경』은 득차(得茶)의 경지를 갈망하는 육우의 실행정신이 빛나는 실용적인 차 전문서이지, 도덕적 행동규범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차라는 사물에 대해 서술해 놓은 책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차 정신이 검이라는 학문적 유행을 따라가야 할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제6장 주)11 - 차의 대중화를 선불교(禪宗)의 발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그러나 차가 남쪽에서 올라오는 물건이었다는 것과, 또 북쪽의 사찰에서 차(茶)농사를 짓지 는 한 그 많은 대중이 먹는 양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임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사찰에서 그 많은 양을 다 조달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중에는 먹지 않으면 안 될 물건이 되어 사 먹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필자의 관심은 ‘그렇게 퍼지기까지’의 과정이다.…

현종은 전국의 각 주(州)에 개원사(開元寺)라는 국립사원을 짓도록 명령했고 황제의 생일이나, 축하불공, 국가의 중요행사를 모두 국립사원에서 치르도록 했다. 그 국립사원 중 하나가 산동의 태산인데 중요한 행사를 잘 치루기 위해 조정에서는 승려를 파견하고 사찰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을 하사했다. 하사품을 전해줄 조정의 대신이 해마다 파견되었다. 승려들은 조정의 후원을 충분히 받았으므로 생계를 꾸릴 필요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차(茶)도 그 하사품 중의 하나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차를 마시는 것이 꼭 차가 생산되는 곳이어야 할 필연성은 없다. 비록 시기는 차이가 좀 있지만 황제의 하사품 속에 차(茶)가 들어있었던 것을 본 외국승려도 있었다. 오히려 북쪽에서 마시기가 보급되었다는 기록이 남을 정도였다.

이러한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사찰에서 차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어 세상에 퍼진 것이 아니라, 왕의 공덕 표시인 하사품으로 사찰에 파급된 것이 먼저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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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한유미는 중국에서 심평(차 품질 심사평가)을 배웠다. 십여 년이 넘게 차 가공과 심평, 최초의 차 전문서적인 중국의 고전『육우다경』과 우리나라 초의의 다시(茶詩)인『동다송』을 가르치고 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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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33호/우송 김대희

우송 김대희 사기장 2013년 7월 22일 별세 하였습니다.

빈소: 서울 아산병원장례식장 33호
발인: 7월 25일 7시
장지: 전남영광불갑사

우송 김대희 사기장은 근대 2세대 사기장입니다. 정교한 백자 다기를 만드는 한국 대표 작가로서
차인들이 고급다기를 사용할 수 있게 연구해 왔습니다. 척박한 한국 차도구 시장에 격(格)을 갖춘
다기를 제작해 왔습니다. 
장녀 김현진 도예가, 차녀 김현아 한양대 박사과정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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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작업장 부근에서 변을 당하였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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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차 견문록 시리즈 8번째 앱북이 출시되었다.

그동안 중국차와 그 문화 현상에 대한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진 반면 일본 차문화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았다. 실제 상황에서 현지 촬영을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저것 종류별로 촬영한 것을 적당하게 편집한 것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다도의 세계에서는 그러한 것을 용인하기 어렵다.

★<일본 다도의 세계>, 마음의 수양을 중시하는 일본 다도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 사진과 함께 다루었다.
★일본에 차 문화가 보급된 시기, 다도의 시조부터 성립까지!
★다도인이 갖춰야 할 기본정신을 비롯, 예의를 강조하는 일본의 다도 속으로!

일본 다도의 세계!
일본 다도는 총체적인 문화 예술이 접목된 것이라는 필자의 해석!
민속적, 풍토적인 이해를 통해 이후 치장과 장식의 예술적인 이해까지 포괄하는 일본 다도의 세계를 소개한다.일본에 차 문화가 보급된 시기, 다도의 시조부터 성립까지! 다도인이 갖춰야 할 기본정신을 비롯, 예의를 강조하는 일본의 다도 속으로 들어가보자.

<차견문록8_ 일본 다도의 세계>

프롤로그

1장. 차의 마음
2장. 차의 기원
3장. 차의 보급과 말차법

용어설명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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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차의 마음
01. 계절을 생각한다
02. 천하일의 점전
03. 와비·사비의 미의식
04. 화경청적
05. 리큐칠칙
06. 리큐칠칙의 실행

2장. 차의 기원
07. 차의 기원
08. 차의 전래

3장. 차의 보급과 말차법
09. 차를 마시는 방법의 확립
10. 사원에서의 끽다 습관
11. 무사들의 음다 유행
12. 무로마치 시대의 음다
13. 무가의 차
14. 간소한 차를 좋아한 족리의정
15. 서민의 차간과 끽다의 확대
16. 센 리큐와 다도의 성립
17. 센 리큐의 차
18. 토풍로와 재로 만든 원산
19. 토풍로의 시회에 대해서
20. 차 도구 관리
21. 미즈야 관리

차견문록 시리즈는 책으로 출간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앱북'에서만 볼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서 3300원 유료로 다운받아 보는 것입니다.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 http://www.seoku.com/599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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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차 견문록 시리즈 가운데 첫번째로 출시된 보이차 앱북을 소개한다.

▶ 보이차 100년의 역사, 첫 어플로 말하다!
차견문록 시리즈 1권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는 중국 명차이자 건강차로써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이차를 정리한 첫 어플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명차로 사랑 받아온 보이차는 최근, 여러 유명인들의 건강과 미용의 비결로 꼽히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뜨겁게 지속되고 있다.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는 보이차의 기원부터 색다르게 즐기는 법까지.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는 물론, 보이차의 매력을 알아가는 애호가에게 차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저자가 생산지를 찾아 다니며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촬영한 사진을 통해, 보다 생생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 1000만원의 몸값! 3300원으로 즐기는 법!
차에도 명품이 있다! 그 중에서도 보이차는 역사와 효능 덕에 최고급 차로 구분되어 고급 브랜드 제품 시장이 만들어 진 지 오래다.

최근 골동보이차 가격이 1000만원 5000만원에 거래되는 보이차가 있다. 비싼 몸값에도 워낙 인기가 좋아 수요는 끊임이 없는 것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차라 해도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고, 건강히 마시는 것!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는 비싼 차가 아닌,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보이차를 편하게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여유, 건강한 차를 고르는 법, 꼭 알아둬야 할 보관법과 특별한 블렌딩 방법까지. 여러분에게는 1000만원의 행복이 저축될 것이다!

          행복을 저축하는 방법 - 보이차의 세계

 - 보이차 첫걸음

01 보이차란?

02 시간이 빚는 맛과 향

03 따뜻한 기운이 도는 보이차 산지

04 중국 역사와 함께 쓰인 보이차

05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

06 보이차, 수집의 즐거움

07 보이차, 100년 만의 호황

08 보이차는 왜 일곱 편씩 포장할까?

09 포장에서 정보를 읽는다

- 다양한 보이차의 세계

10 숫자로 쓰인 보이차

11 바람과 햇볕이 만드는 선물, 보이생차

12 전통으로 보이생차를 빚다

13 70년의 나이차, 대수차와 대지차

14 봄과 가을을 동시에 즐기는 병배차

15 어떻게 저장하는가, 어떤 차가 되는가

16 3g과 5kg 사이, 모양이 만드는 보이차

17 차를 익혀먹는다? 보이숙차의 탄생

18 콜레스테롤 잡는 보이숙차

19 굳혀먹는 보이차, 보이차고(普洱茶膏)

20 소수민족의 혼이 담긴 죽통차

21 자색빛 자연차, 금황색의 자아차

- 보이차 제대로 즐기기

22 좋은 보이차 고르는 비법

23 차꾼들의 유쾌한 시도, 6대차산 블렌딩

24 보이차, 건강을 마시다

25 맛을 음미하는 새로운 법, 보이차 블렌딩

26 마실 수 ‘없는’ 보이차

27 숯불과 대나무통의 비밀

28 얼마나 쪼개고 얼마나 우려야 할까

29 보이차 씻기(세차)의 묘미

30 음미의 시작, 찻물 끓이기

31 보이차 마시는 방법과 도구

32 드립으로 마시는 보이차

- 보이차 용어 해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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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구의 이해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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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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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주 씨의 신간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차도구를'바라보는 시각은 필자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오랫동안 동다문화론을 강의하면서 ‘차문화 독립운동’을 말해온 저자의 인문학적인 사고를 바라볼 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차문화, ‘전통’과 ‘다도’(茶道)의 개념을 되짚어보다

차문화에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문화적 힘, 막강한 전파력이 담겨 있다. 중국의 차에는 유장한 역사와 웅장한 전통이 응축되어 있어, 흔히들 한번 맛보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예술성과 약리적 효험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이 1500년 넘게 차문화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정교한 인문철학이 집약된 일본의 차문화는 사무라이의 거친 정신에 중국 차문화의 넓고 깊은 지혜를 융합시켜 변용해낸 이성적 창조물이다. 차는 음식의 한 가지로서 정신과 심성을 형성하고,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찻그릇은 그 사회의 의식을 담는 산물이며, 차법은 전통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자본, 기술, 경영의 산물인 현대의 커피나 탄산음료와는 차원이 다른 문화 응집체라는 의미다.

또한 차는 매우 미묘해서 단순히 유행과 이윤을 따르기보다는 생산국의 의식구조와 역사인식 등 철학적 가치와 영향력에 더 따르게 된다. “차를 아는 민족은 흥하고 차를 모르는 민족은 노예가 된다”거나, “군대 없이 상대를 정복할 수 있는 정신 전쟁의 무기가 바로 차”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주로 학자, 예술인, 상류사회의 부유층, 주체의식 강한 지성인 등 사회 주류 인사들이 차를 즐겨왔다는 역사를 보더라도 차가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100여 개국의 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차문화를 전략적인 문화상품으로 활용하고 주재국 국민들에게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차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모방과 종속의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차 식민지’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문화와 전통을 말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전통이란 일정 단위의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그 공동체의 생활을 지속시키는 정신적, 물질적 양식이다. 또한 현재의 생활과 필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차는 ‘전통’ 개념을 함부로 끌어다 붙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철저한 역사의식과 논리가 결핍돼 있다.

흔히 말하는 ‘다도’ 또한 그러하다. ‘다도’라는 말은 1960년대에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일본 차문화의 고유 명칭인 ‘차도’와, 차를 끓이고 끓인 차를 손님 앞에 내놓거나 차를 마시는 ‘행다’(行茶)를 배우면서부터다. 신라 중엽에 중국의 차문화가 처음 알려졌으나 ‘茶道’라는 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고려 때도 송의 차문화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茶道’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차’라는 말 외에 ‘茶道’라는 글자가 따로 사용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적 외교나 공식 행사, 왕실과 귀족, 사대부들이 차를 마셨다는 기록에도 ‘차’만 있을 뿐 ‘
茶道’는 없었다. 한국의 다도는 일본 차도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말이다. 차를 끓이고 마시는 방법 모두 일본 차도를 근간으로 삼았다. 놀라운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한국 ‘다도’의 정체성과 독자성, 그리고 동아시아 차문화의 상징적 명칭인 ‘茶道’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계속돼왔다. 특히 한국의 다도는 중국과 일본의 ‘茶道’가 수천 년 시간을 겪으면서 확립해온 것처럼 보편성과 독자성을 인정할 만한 사료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공식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차문화가 확립됐다. 여기에 따라 차문화와 전통을 말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첫째는 독자적으로 만든 차가 있어야 할 것, 둘째는 그 차를 끓이고 마시는 데 고유의 찻그릇을 갖출 것, 셋째는 차 마시는 법, 즉 차법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반드시 독자적으로 그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어야만 ‘전통차’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차문화는 어떠한가?

차(茶), 군대 없이 상대를 정복할 수 있는 정신 전쟁의 무기

저자는 수십 년 동안 차문화를 연구하고 발굴해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해오면서, 한국 차문화와 그 역사가 똑바로 자리를 잡지 못해 마음 쓰린 지경에 처해온 것을 지켜보았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대사관의 문화원이 주관하는 차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 대체로 중국차·일본차·한국차를 동시에 비교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세 나라의 차인들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차회를 진행하고 문답 시간이 가질 때면, 주로 한국 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 차법은 중국과 일본 두 나라 차법과 매우 닮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한국 차로 볼 수 있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드니, 런던, 파리, 뉴욕 등지에서 모두 비슷한 질문을 받곤 했다. 행사 주관자가 중국과 일본의 대사관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단순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대사관에서는 이와 같은 행사를 주관한 일조차 없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실상 차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호음료 ‘차’는 기원 이전부터 인류의 생활 속에 등장했다. 고대인들에게 차는 생존에 꼭 필요한 약으로 쓰였고, 더 폭넓게는 신에게 바치는 제사음식으로도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 중국 차문화가 전해진 6세기 이후로 차는 신라, 고려, 조선시대 중반 이전 상류층 사람들의 기호음료가 되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차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차를 두루 마셨다. 중국 차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한국 차문화에는 매우 상징적인 특징이 있다. 손님을 편안하게 모시는 겸손 위에 차살림을 펼치는 행위가 그렇다. 좋은 차를 지성으로 달여 권하는 일을 통해 겸손의 덕을 기르고, 고마움,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차를 내는 사람은 위압적이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치·경제·사회의 위대한 지도자는 물론 문학과 예술에서도 불멸의 작품을 남긴 이들이 대부분 차에서 큰 힘과 영감을 얻었다.

고려시대에는 ‘중형주대의’(重刑奏對儀)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는 신하가 중죄를 범해 사형이나 이에 준하는 엄한 판결을 받게 되었을 때 왕이 사헌부 관리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형벌 정도를 토론한 제도다. 판결이 엄정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이때 차는 냉철한 이성과 편향되지 않은 견해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졌다. 조선 중엽 사헌부의 ‘차시’(茶時)는 감찰들이 사헌부와 같이 감독하고 검열하는 관청에 모였다가 파하는 것으로, 이는 차를 마시고 파하는 것이었다.

기록을 통해 차를 마시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업무를 보기에 앞서 정신을 맑게 가다듬고 공정한 판단과 엄정한 일처리를 위해서 차를 마신 것이다. 명분과 체통을 목숨같이 여겼던 조선시대에 관료들이 차와 함께 정신을 다스려 소통하는 자리는 또 있었다. ‘사다’(賜茶), ‘사좌(賜座)의 예(禮)’도 정치적 소통 방법으로서 차가 훌륭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임금과 신하가 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여러 문제나 정치적 사안 또는 개인적 소견을 말하는 방법이었다.

동다와 차살림, 동다문화론으로 차문화의 독립을 외쳐오다

저자 정동주는 1966년 처음 차를 마셔본 이래 47년째 차와 더불어 살고 있다. 1980년에 처음 차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고, 중국차의 약효와 품격, 일본차의 멋과 맛에 비교해 한국차만의 특성을 밝히고 그 독자성을 구체화시키는 데 긴 시간을 보냈다. 숱한 곡절 끝에 1990년 무렵에 반 발효차의 약효와 차의 품격에 대해 안정된 확신을 얻었고, 중국과 일본의 오랜 차문화를 바탕으로 볼 때 여기에 견주기 위해서는 한국 차문화에만 사용하는 찻그릇과 차 마시는 법도까지 분명히 갖춰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연구를 쉬지 않은 저자는 도예가들과 긴 세월 토론을 거쳐 동다완(東茶碗)이라 불리는 우리만의 찻그릇 형태를 연구하고 만들어냈다. 고된 연구 끝에 동다완은 이제 안정된 형태와 빛깔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우리 차법을 정립하는 데도 여러 해가 걸렸다. 일본과 중국의 차문화와 함께 놓고 볼 때 한국 차문화에 잘못 배어든 것, 즉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또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차문화가 중국과 일본의 ‘茶道’가 아니라 혹여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는지, 독자성을 평가할 만한 유산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오랜 시간 추적해왔다. 유장하고 도도한 중국과 일본 ‘茶道’ 역사에 가려 아예 잊혔거나 희미하게 흐려진 한국 차문화의 원형이 없는지 찾아 헤맸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토종 인문학이라 할 ‘동다문화학’을 창안했다. 지난 50여 년 동안 ‘다도’와 ‘행다’ 행위를 한국 차문화의 정체성인 것처럼 일컫고 가르쳐온 데 대한 뼈아픈 반성이고, 이를 견디고 이겨내면서 매진한 연구였다.

차 한 잔에 담긴 ‘보태주기, 챙겨주기, 돌봐주기, 보살피기, 섬기기’의 미덕

본디 중국 당나라 승려 교연의 시에 처음 쓰인 ‘다도’가 일본에서 ‘차도’가 되고, 한국은 중국의 ‘차다오’와 일본의 ‘차도’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차법이 통용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다’ 개념을 정립하고, 한국 차문화의 정체성을 새롭게 탐구한 것이다. 일찍이 차에 탐닉하고 그 정신성을 높이 산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 등 역사 속 인물과 기록의 자취를 따라 우리 고유의 차문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이렇게 바로 세운 ‘차’의 정신성을 되살려 현대 한국인의 생활에 맞춰 ‘차살림’으로 다듬었다. 내 몸을 살리고, 가족과 이웃을 살리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우리 일상에서 ‘보태주기, 챙겨주기, 돌봐주기, 보살피기, 섬기기’ 등을 구체적 방법으로 구현해낸 것이 바로 ‘동다살림’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차문화사 전반에 걸쳐 폭넓은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차와 그릇에 관한 책을 6권 저술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13년째 강의하고 있는 주제는 모두 22가지다. 1 차살림론, 2 『백장선원청규』(百丈禪苑淸規), 3 육우의 『다경』(茶經), 4 초의의 『동다송』(東茶頌), 5 이목의 『다부』(茶賦), 6 다례사(茶禮史), 7 그릇의 사회사, 8 불교문화와 차, 9 비교차문화론서양의 차 의식, 한·중·일의 차문화 비교, 10 사림학파와 차문화의 계보, 11 차시(茶詩), 12 차의 효능과 약, 13 헌다의 미의식과 제사, 14 차와 불살생: 채식 세계, 15 찻그릇의 미학, 16 한국 잎차문화의 역사, 17 차와 명상, 18 제다론, 19 한국차문화론, 20 동다살림법 이론과 실제, 21 동다문화학, 22 중국·일본 차문화 체험과 비교론 등이다.

오랫동안 동다문화론을 강의하면서 ‘차문화 독립운동’을 말해온 저자는 차를 통해 우리나라 차문화가 바로서는 것뿐만 아니라 차가 그 자체로 토종 인문학의 씨앗이 되기를, 수입 학문의 열대우림 속에서 온대성 소나무 같은 학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은이 소개 정동주
1948년 경남 진양에서 태어났다. 시집 『농투산이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해, 장편시 『순례자』로 ‘제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서사시 『논개』를 비롯해 대하소설 『백정』 『민적』 『단야』, 장편소설 『콰이강의 다리』 등 40여 권의 시집과 소설을 펴냈다. 마당극 『진양살풀이』와 오페라 『조선의 사랑 논개』를 쓰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글쓰기 방향을 전환하면서 민족 정체성 연구를 시작했고, 『소나무』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어머니의 전설』 『부처, 통곡하다』 등 광범위한 연구 성과를 책으로 발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오랜 차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의 차 문화’라는 새로운 인문학 분야를 개척했다. 이후 『조선 막사발과 이도다완』을 비롯해 『우리시대 찻그릇은 무엇인가』 『한국 차살림』 『한국인과 차』 등 차와 도자기 문화를 비평적으로 탐구해 꾸준히 책으로 출간해왔다. 현재 한국 차문화학 연구에 매진하며 저술과 강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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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문경새재 달빛차회를 마치고 기념촬영] 

경북 문경차문화연구원(원장 고선희)은 매달 야외에서 차를 즐기는 모임을 열기로 했다. 첫 번째 차 모임은 6월 21일 오후 8시 30분 문경새재 1관문 앞에서 열렸다. 찻자리를 여는 방식은 대만에서 시작된 무아차회[(無我茶會, 총재 채영장(蔡榮章)] 형식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차를 대접하는 사람과 손님이 함께 차를 우려 내고 차를 대접받음으로써 평등한 관계가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행사 참석자는 자신의 차도구와 물을 준비하여 다른 사람에게 대접할 차를 우려서, 다른 사람의 자리에 가서 차를 마시면 된다.
문경차문화연구원이 정기적인 찻자리를 열기로 한 이유는 전통 찻사발의 고장인 문경에 어울리는 차문화를 보급하기 위해서다. 문경은 전통 찻사발을 만드는 도예인이 많은 만큼 차를 즐기는 문화도 확산돼 있다. 차문화연구원은 좀 더 많은 사람이 차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달빛차회를 열기로 했다.

공지
제2회 7월 달빛차회는 20일(토) 저녁 8시 문경새재 제1관문 앞 잔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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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발전을 위한 잠시의 입니다-
어제 오후 장대 같은 빗줄기를 차창으로 보면서 지방 출장을 가고 있던 중, SNS로 문자 알림이 왔다.

경주 문화의 거리에서 2013720일까지 운영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께 더 나은 모습으로 뵐 수 있도록 충실한 준비를 거쳐. 이전 장소가 정해지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이정 올림
김이정님은 경주의 전통다원 아사가를 운영하는 대표다.

지난주 금요일 아사가에서 무지홍인 차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아사가가 문을 닫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부터 인급 차회를 주도적으로 열면서, ‘남인 철병’, ‘홍인’, ‘무지 홍인차회를 연속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경주라는 지방 도시에서, 그것도 해당 차회 차() 금액 정도만을 회비로 받고 열 수 있다는 것은 보이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화젯거리였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말하면 현재의 아사가로는 더 이상 확장된 일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어야, 한국에서 차관(찻집)을 대표하는 이름,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은 웅지(雄志)를 펼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곳에서 6년 동안 A급과 B급의 차회를 한 달에 두 번이나 가진 것만으로도 아사가는 이 시대 차관으로서는 성공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사가 차회 참석해 보았나요?’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되고, 하게도 된다.
새로운 장소에서 아사가 문을 열었습니다는 소식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그동안 수고하셨고, 여러 번의 차회에 초대해 주신데 대한 감사한 마음도 함께 전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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