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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손님을 준비하는 모습

 

푸른 응접실의 홍차는 영국 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 저택의 응접실 이름이다. 에프터눈티의 유래가 된 곳으로. 과거 중국의 청화백자가 집안의 장식으로 사용될 때 주인의 주변이 모두 푸른 색의 장식품과 차도구라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상호를 상표 등록한 박정아 대표는 자신이 그런 분위기에서 더 멋진 홍차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열정을 잠시나마 만나서 나눈 대화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홍차 전문점은 묘한 느낌이 든다. 이는 성공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을 운영하는 이가 진정한 꾼이라는 생각, 아트와 기예가 같이 어우러지고 홍차같은 홍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양식 티룸에 대한 기록을 하고자 그 첫 펜을 들게 되었다.

 

푸른 응접실을 선정한 이유

 

1. 홍차의 유명 차산지의 차를 계절별로 준비하고 있다.

 

2. 다식을 위해서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수준의 미세한 재료의 맛과 품질을 스스로 높은 기준을 정해놓고 제공함으로써 재료와 다식의 진정한 순수 포인트를 알게 하는 점이다.

 

3. 서양화 전공자로서 포슬린 페인팅 작품을 만들어 스스로 차에 어울리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외국의 유명한 홍차 도구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차 문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보인다.

 

푸른 응접실의 홍차 가이세끼

 

4. 일본 다도 고유의 가이세끼 차요리를 홍차에 접목하여 티가이세키를 1인당 5만으로 정해서 운영하는 용기와 대담함은 국제적인 안목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에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테이블을 하나하나 큼직하게 만들어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서 자리만 만든 것과는 별개로

한 테이블에서 홍차의 깊은 맛을 오롯이 느끼고 만끽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마니아 기질의 주인이기에 충성 고객을 확보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홍차는 좁은 테이블에서 마시는 음료가 절대 아니다.

 

6. 유럽의 티룸을 답사여행하면서 관찰한다는 것은 어디 가서 홍차 전문점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전자는 연구자의 행위요, 후자는 관광객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이며, 도구에만 연연하는 일반적인 보여주기식의 홍차와는 엄연히 처음부터 다른 세계의 길을 걷고 있다.

 

언젠가 한국에서 유럽 홍차가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를 쓴 일이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 홍차를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우리나라 차인구들이 즐겨마시는 방법의 차이에서 한 말이다. 이렇게 예술적 식견과 다식, 차에 깊은 수준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 홍차에 대한 헤게모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예상된 결과를 뒤집고 변화시킬 수 있다.

 

필자로서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든 곳이다.

이제 그 아름다운 변화를 모색하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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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1로 20번길 27-10

전화: 010-4212-8889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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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과 기념사진

 

지난 며칠간 상하이에서 오운산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이(집사람의 조선족 친척입니다.)가 손님을 모시고 와서 이산저산을 다녔습니다. 모두 오운산 차에 관심 있는 분들인데 상하이, 우한, 등에서 오신 여덟 분입니다. 마침 산둥에서 오신 손님도 있어서 모두 열한명이 승합차 세대로 움직였습니다.

 

가을차도 거의 끝나고 산골 곳곳에는 도로공사랑 주택 개량사업이 한창입니다. 이즈음이 우기도 그치고 공사하기엔 좋은 때입니다. 매년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 또는 중국 각지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차산을 오르다보면 원료 가격이 비싼 지역과 싼 지역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도로는 어디나 비슷합니다.

 

징마이처럼 일찍이 차산이 개발된 지역은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고 최근에 찻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확장공사가 한창입니다. 도로공사는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하기 때문에 빙다오나 라오반장을 오르는 길이라도 국가 예산 정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멍하이에서 라오반장을 가보면 허카이 까지는 돌길로 포장되어 있는데 반펀부터 라오반장까지는 비포장입니다.

 

이번에도 공사 때문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마을에서 얼마씩 각출하여 도로정비부터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길이 좋아진다고 모든 게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을로 들어서면 확실히 구분됩니다. 원료가 비싼 지역은 흡사 산중의 별장촌을 연상케 합니다. 옛날의 소수민족 건물은 거의 볼 수가 없고 모두 최신 콘크리트 슬래브 주택입니다. 반면에 아직은 덜 알려진 곳으로 가보면 대부분 옛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해질녘에 집집마다 저녁 짓는 연기가 오르고 아이들은 맨발로 골목길을 뛰어 다닙니다. 도야지 닭 강아지들과 아이들이 공사장 모래밭에서 어울려 뒹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맑고 천진한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 나도 그냥 흙먼지 속에 파묻히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 도취되어 지긋이 차산을 응시하고 있으면 만사가 다 평화롭습니다.

 

그렇다고 보는 우리 좋아라고 언제까지 이대로 있으라고 할 수는 없지요. 아직까지도 윈난의 산골 대부분의 농민들은 가난합니다. 산골에 다른 소득은 거의 없습니다. 산기슭의 텃밭을 일구고 감자나 옥수수를 심어 겨우 먹고 사는 정도이지요. 찻값이 오르면서 고수차밭을 가지고 있는 차농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더러는 국가에서 자금이 내려와서 일괄적으로 집을 지어주기도합니다.

 

기존 마을의 근처에 새로 터를 닦고 같은 구조로 집을 지어서 집단 이주하는 것입니다. 뿌랑산 정상부근에 있는 웨이동’(衛東)이라는 마을도 집단 이주한 지역인데 가축을 사육하는 공간을 단체로 주택과 멀찍이 구분하여 위생적인 문제도 고려한 면이 있습니다.

 

차농들에게 자금이 생기면 대부분 먼저 주택개량부터 합니다. 사실 소수민족들의 고택은 밖에서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불편한 부분이 많습니다. 주방이나 침실 거실이 거의 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어서 야간이나 비가 오면 더욱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창이 거의 없는 구조라서 깜깜합니다. 어떤 집은 들어가서 한참동안 동공을 조절해야 사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길은 멀고 무작정 감상에 젖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차맛을 보고 값을 묻고 차밭의 생태환경 등을 확인합니다. 하산 길은 늘 밤중입니다. 멀리 첩첩산맥의 가슴팍에 자리 잡은 차농들의 마을이 산길을 따라 아련한 불빛처럼 점점 멀어져 갑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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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시차

 

흔히 우리가 차 벌레라고 부르는 것 중엔 죽각충 (竹殼蟲), 차충(茶蟲), 지충(紙蟲) 등이 있습니다.

 

죽각충(竹殼蟲)은 대나무 껍질에서 주로 서식하는 벌레인데, 갈색 계통의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차를 포장 할 때 죽피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물에 한번 적셨다가 마르면 포장합니다. 죽피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거나 자체의 물기가 완전히 마른 가을 죽피가 아닌 봄, 여름의 죽피를 사용하는 경우에 더욱 많은 벌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충(茶蟲)은 차 자체에서 생기는 벌레로 흰색 계통의 색깔입니다. 오로지 차만 먹는 벌레이며 숙차나 노차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용주차 혹은 충시차로 알려진 차의 매개체입니다. 인체에 해가 없고 오히려 보이차의 후발효를 촉진하기도 한다지만 시각적으로 또는 위생적으로 별로 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충

 

지충(紙蟲)은 종이 포장지를 갉아 먹는 벌레로 주로 오래 보관한 노차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종이가 삭아서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왕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차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벌레로 흰색 계통의 색입니다. 퇴치 방법으론 차를 며칠간 밀봉했다가 열어보면 차속에 숨어있던 벌레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타 여러 가지 벌레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들만 말씀드렸습니다. 벌레가 보이면 일단 포장을 벗기고 햇살에 한 두 시간 노출시킨 뒤 깨끗이 털어내고 다시 포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여름에 주로 발견되다가 겨울이 되면 현저히 줄어들며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아직 이러한 충들이 보이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음용할 경우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정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보이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므로 생물인 상태로 섭취할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벌레라는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도 있고 차는 식음료이므로 맑음을 추구함에 있어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좀 더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생산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충시차(蟲屎茶) 혹은 용주차(龍珠茶)라고 부르는 벌레의 배설물로 만든 차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차의 배설물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에 용주차(龍珠茶) 즉 용의 구슬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붙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원래 충시차는 광시성 꾸이린 지역의 특산품이라고 합니다. 야생등나무, 찻잎, 환향수 등의 줄기와 잎을 쌓아놓으면 화향아(花香蛾)라는 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배설한 것과 벌꿀 그리고 찻잎을 일정한 비율로 섞고 솥에 덖어서 차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만든 차는 보통 100g3만원정도 하는데, 충시차도 오래되면 될수록 맛이 순해지고 묵은 노차향이 있습니다.

 

최근엔 이무 등지에서 찻잎을 갉아먹고 있는 벌레를 찻잎 채로 집으로 가져와 채반위에 놓고 길러서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진 것을 모아 만든 충시차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충시차는 야생형이라고 해서 엄청난 고가에 거래됩니다.

 

그리고 차 벌레가 노차를 갉아먹고 배설한 것과 차 부스러기 등을 모아서 판매되는 충시차도 있습니다. 생산된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인데 같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어서 약간은 혼란스럽습니다. 모양은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조금 다릅니다. 찻잎 등을 갉아먹어서 나온 차는 약간 달고 쓰며 탁한 맛이 있는데 차를 갉아 먹은 것으로 만든 것은 묵직한 노차 향과 걸쭉한 느낌이 있습니다. 가격도 차를 갉아먹어서 만든 것이 훨씬 비쌉니다. 소개서를 보면 여러 가지 효능을 이야기하는데 대표적으로 위장에 좋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상한 이야기만 잔뜩 했네요. 차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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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랑산 지역 차산지

 

멍하이 일기는 다양한 분들이 읽는 글이라서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가끔 차를 전공하는 교수님들이나 전문가들의 질문을 받을 때는 따로 메일로 답변 드리곤 합니다. 이번에 올린 멍하이 일기 58에서 위조와 유념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해서 다소 복잡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들 드려 볼까합니다.

 

질문하신 것 중에 보이차에서 다소 강렬하고 자극적인 쓴맛과 떫은맛을 내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혹자가 이야기하는 농약 문제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품종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고수차들 중에 단맛이 좋은 지역은 이우 쪽의 차들과 징마이, 빙다오, 시꾸이, 나카 등이 있습니다. 대체로 고급차들은 단맛이 풍부한 경우가 많습니다. 쓴맛이 강열한 지역은 크게 뿌랑샨의 라오만어-신반장-파량으로 이어지는 라인과 따멍롱-미엔디엔 쪽으로 이어지는 라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떫은맛은 뿌랑샨의 허카이 지역에서 거랑허의 파샤로 이어지는 라인 그리고 멍송 지역의 허지엔, 바오탕, 멍번 등의 차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수차들은 대체로 떫은맛이 많은 편이고 맹하거나 오히려 자극적이란 느낌도 있습니다. 고수차도 강열한 맛이 있지만 마치 약이 캡슐에 들어 있듯이 동그라미 안에 쓴맛과 단맛 떫은맛이 들어 있어서 자극적이지 않고 술술 잘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위조와 유념의 문제로 조금 더 자극적인 쓴맛과 떫은맛이 돌출하기도 합니다.

 

유념이 강한 차를 우리면 찻잎 표면의 파괴가 많아서 처음부터 찻잎속의 물질이 많이 우려져 나옵니다. 탕색은 약간 혼탁하지만 구감은 풍부하며 강열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만든 차는 그해에 먹기엔 밀도가 높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보관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맛이 뚝 끊어지는 듯한 단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봄차철에 찻잎이 한꺼번에 생산되다보면 위조를 하지 않고 바로 살청을 하는 차농들도 있습니다.

 

살청시간도 솥 온도를 높여서 10~20분 만에 끝내고 유념도 기계 유념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념은 오히려 손으로 대충하는 것보다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조와 살청은 아직까지는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변하는 날씨와 찻잎의 상태를 즉시에 감지하고 대처하기엔 기계의 힘으론 어렵습니다. 위조와 살청도 기계의 힘을 빌리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는 합니다.

 

현재 소수차들은 모든 과정을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차들은 대체로 맛이 거칠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위조나 유념의 문제로 처음부터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강열한 맛이 나는 경우는 일단 당장 먹기보다는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념이 과하여 찻잎의 내 물질이 과다하게 우려져 나오는 경우라면 외부의 영향을 적게 받는 밀봉 보관법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차를 비닐 랩 등으로 완전히 감싸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에서도 2013년에 다시 쓰는 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양중위에라는 중국의 보이차 연구가가 줄 곳 주장하는 방법인데 보이차의 발효를 외부환경의 작용을 완전히 차단하고 찻잎 자체가 지니고 있는 효소에 의한 발효만으로 한정할 때 가장 좋은 보이차가 된다는 주장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차를 이렇게 보관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다만 품종 자체의 원인으로 강열 한 맛이 있는 것이라면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취향에 따라 즐기면 그만이지요. 애초에 생산할 때 이런 모든 부분을 머릿속에 그려 두어야 훗날의 명차를 기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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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관을 준비하는 차

 

좀 전에 가게로 아주머니 한분이 다녀갔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으로 보이산차 1톤을 보냈는데 물류회사의 착오로 다른 차를 발송해서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주문한 1톤은 다시 발송하여 잘 처리되었습니다만 잘못 들어온 1톤 때문에 여러 가지 번거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방금 다녀간 아주머님이 잘못 들어온 차의 주인인데 물류회사에서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면서 저한테 한참동안 하소연을 하고 같습니다. 한국으로 들어 올 때 화주 이름이 저희로 되어 있어서 본의 아니게 저희도 통관사로부터 매일같이 운송 통관비 독촉을 받았습니다.

 

저희 제품이 아니니 다시 돌려보내면 될 것 같은데 아직 한국에서 중국으로 보이차를 수출하기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잘못 들어온 차라는 걸 증명하기도 어렵고 억지로 다시 돌려보내자니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세관의 창고 보관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우여곡절 끝에 물류회사의 부탁을 받고 일단은 저희가 통관비를 지불하고 저희 창고로 옮겨 보관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정상적인 방식으로 한국으로 보이차를 수입하자면 물류비, 식품안전검사비용, 관세(20%) 부가세(10%) 등을 지출해야 됩니다. 정밀검사 비용은 보이차인 경우 대략 100만원 차 도구는 보통 한 종류에 10~20만원정도입니다. 정밀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일주일 정도이고 검사에 사용되는 차는 1kg으로 보이병차 세편정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는지 매번 꼭 최고 비싼 차만 골라서 빼갑니다...

 

멍하이에서 한국까지 보이차를 보내자면 윈난에서 물류회사가 있는 칭다오웨하이까지 화물차로 운송하는데 일주일, 배에 실고 한국에 도착하는데 삼일, 식검 등에 소요되는 시간 일주일정도를 합하면 한국의 주소지에 도착하는데 까지는 2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화물이 많아서 정체되는 등의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므로 한 달 정도 예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도 종종 예상보다 물건이 늦어져서 애태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주인 아주머니나 물류회사 측에서는 내심 저희가 제품을 인수해주기를 바라지만 저는 제가 선택한 제품이 아니면 절대 취급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저희를 믿고 구매해주시는 고객에게 출처 불명의 차를 소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류회사에서 한국의 다른 판매점이나 보이차를 취급하는 곳을 찾아서 상담하고 제가 먼저 지불한 통관비와 주소를 보내주면 바로 발송해주겠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답변입니다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지 자꾸만 가격으로 협상하려 듭니다.

 

반값에 준다느니 나중엔 반에 반값까지 이야기합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냥 줘도 안한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해도 또다시 찾아와서 괴롭힙니다. 제 말이 중국인들 특유의 상술쯤으로 생각하는지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어떡하면 좋겠냐고 진짜 원하는 방식이 무엇이냐고 묻고 또 묻습니다. 나중엔 아고마 팽 돌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론 업무처리를 하다보면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이고 매일매일 찾아와서 부탁하는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어떡해든 방법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참 난감합니다.

 

2015년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라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특히 농업관련 분야는 한국 측에서 농민을 보호해야하므로 예외 규정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거대화된 차 관련 산업과 한국은 아예 비교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우리차도 하루빨리 한국적 특성에 잘 맞는 차를 개발하여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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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이싱에 도착하여 산 아줌마와 그야말로 속 시원한 작별을 하고 광조우에서 넘어온 직원이랑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 늦었지만 자사호 작가의 가게로 갔습니다. 자사1창 박물관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최근의 자사호 근황을 물어봅니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차농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차의 대중화를 위해 송나라의 점다법(點茶法) 차를 갈아서 다완에 마시는 문화를 폐지하고 포다법(泡茶法) 다관에 넣고 우려 마시게 하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싱의 자사호가 중국의 차 역사 속에 등장합니다.

 

자사호의 시조로 알려진 공춘이라는 작가로부터 수많은 작가들이 제 나름의 형태를 창안하여 지금의 자사 표준들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처음엔 실용성의 바탕위에서 창작되었다가 나중에 예술의 경지로 승화되어 가는 것이지요. 자사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중국뿐아니라 세계적으로 징더전 자기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product.kyobobook.co.kr

 

현재 이싱에는 정식 직급을 가진 자사호 작가만 오천여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싱(宜興)의 인구는 200, 특히 딩수전(丁蜀鎭)에는 30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자사호 관련 일들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사호의 가격을 가늠하는 가장 큰 요인이 작가의 직급인데, 숙련의 정도와 학력, 대회 입상 경력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차인구도 증가하고 특히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날로 뚜렷해지면서 자사 업계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0년 중국의 CCTV에서 자사호의 각종 문제에 대하여 심층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크게 원료의 문제, 유명 작가의 호를 대신 만들어 주는 대공(代工)의 문제, 직급의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리를 예전보다 좀 더 엄격하게 할 따름이지요. 그럼으로 오히려 유명 작가의 정품은 더욱 가격이 치솟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문제는 호의 가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시음할 때 개완을 자주 사용하지만 가끔 노차를 마시거나 혼자 마실 때는 자사호를 사용하곤 합니다. 주로 이십만원 전후의 반 수공 원광 니료(泥料)로 만든 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만원 하는 호들도 있지만 저는 그저 바라만 볼 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여년 적지 않은 자사호들을 취급했지만 저는 아직도 자사호의 예술적 가치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가격 대비 좋은 상품호를 구해서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차에 집중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차 관련 모든 도구는 차를 있는 그대로 잘 우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호로 우리면 차맛이 이렇게 변하고 저 호는 어떻고 하는 것은 원래 그 차가 가진 맛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차나고 도구 생겻지 도구 나고 차나지 않았다는 단순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는 각자의 관념과 기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호는 오래 길들이다보면 못난 놈도 기른 정 때문에 예뻐 보이기도 합니다...다만 어떤 호이던 원료 즉 니료의 정직성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형태 또한 일단 차를 우리기 좋은 모양이여야 하겠지요.

 

지나친 조각이나 산만한 형태는 차를 우리는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도 불편합니다. 그리고 가격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비싼 호들은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경우엔 내가 도구를 사용하여 차를 우리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직급에 집착하면 평범한 호를 비싸게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안목을 길러서 정직한 니료로 사용하기 좋게 잘 만든 호를 선택하시는 것이 최선입니다. 평범한 정답 같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니료를 보고 다음에 마음에 드는 형태를 보고 다음에 가격을 보고 선택하면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작가의 직급은 마지막에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이싱에서 오운산 로고를 새긴 호를 다시 주문제작하고 기타 고객님들의 부탁받은 업무를 보면서도 모두 이러한 기준에서 처리하였습니다.

 

자사호은 저보다 안목이 높은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저 가격대비 차 우리기 좋은 상품호를 구해서 여러분에게 소개할 따름입니다. 평범한 호를 예술의 경지까지 이르도록 이끌어 주시는 장인의 손길과 그 호의 가치를 세밀한 눈으로 평가하고 역사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자사호 애장가 님들의 고견은 늘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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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출하 준비

 

이번에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상하이의 오운산 직영점을 방문했습니다. ‘홍치아오’(虹橋) 공항 근처의 구완청’(古玩城)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로 골동품과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주안꾸이(專柜)라고 부르는 전시대 한 공간에 오운산 차를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같이 진열해서 판매하는 가게를 두 군데 개발 했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방문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오운산이 한국에서는 여러 고마운 님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2015년에 오운산을 시작하면서 중국20, 한국10, 기타 국가에 20 모두 50곳의 대리상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개발 완료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부분의 큰 도시마다 박람회를 참가하고 난징을 비롯하여 몇 군데 대리상을 개발하였지만 판매가 부진하였습니다.

 

기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출범한 신생업체의 압도적 물량 공세와 홍보 전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본여력도 없고 한국의 조그마한 석가명차에서 설립한 신생 업체를 오로지 차의 품질과 사람만 믿고 대리상을 맡아서 운영해준 분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판매가 부진하여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모든 차들을 반품 처리하고 올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 등으로 박람회 참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오운산은 멍하이에 본사가 있고 쿤밍에 차창을 지인의 협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광조우, 상하이, 쿤밍에 판스처라고 부르는 직영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오운산으로서는 차를 마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홍보방법입니다.

 

선 제공 후 결제 방식인데 기존의 보이차 전문점에 저희차를 우선 제공하여 기타 차창들의 제품들과 경쟁하게 하고 판매 후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전문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담 없이 우리차를 접할 수 있고 일 년의 홍보 기간이 완료되면 다시 상담하는 방식입니다. 판매 성과와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대리상을 맡을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는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는 문화 상품이고 거대 자본의 홍보가 아무리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결국 차는 마셔본 사람이 다시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생산된 모든 차의 샘플을 제공해야 하므로 다소 손실이 있지만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상하이에서 띠디처(滴滴車)’라고 부르는 일종의 공용 택시를 타고 이싱으로 갔습니다. 상하이에서 이싱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가오티에’(高鐵중국의 고속철도)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 띠디처를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현재 내가 있는 곳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입력하면 차주로부터 연락이 오고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장소에서 탑승하면 됩니다. 150위안 한국 돈으로 26000원정도인데 버스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런데 같이 가는 일행 때문에 때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젊은 친구 한사람,

 

아줌마 한사람이 일행이 되었는데, 웬걸 아줌마가 잠깐만 기다리면 슈퍼에서 물건을 좀 사오겠다며 나가더니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질 않습니다. 기사보고 전화를 해보라고 재촉을 하지만 매번 마상후이라이’(馬上回來) 금방 온다는 답변만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인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줌마가 미안하다며 길거리 음식을 몇 가지 사들고 와서 먹으라고 줍니다.

 

속으로는 아따 니나 많이 쳐 먹어라...싶지만 한입 먹어봅니다. 기름기가 입술에 줄줄 흐르는 맛입니다. 그때부터 기회는 찬스인지 아따! 덩치가 산만한 이 아줌마가 이싱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애교를 떨면서 귀가 따갑도록 떠들어 재낍니다. 자기는 한국사람 좋아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다는 둥 온갖 황당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영화 미저리생각이 자꾸만 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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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매장

 

이싱에서 자사호 주문을 마치고 쿤밍으로 가서 차창과 쿤밍직영점을 둘러보고 멍하이로 왔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비가 왔다는데 어제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가게에서 여러 지역에서 샘플로 들어온 가을 차들을 계속 시음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운산은 여름차나 가을차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숙차로 가공할 원료를 구하기 위해 각 지역의 봄 차와 맛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있습니다. 가을차는 대체적으로 향기는 좋은 편이지만 맛이 엷다는 느낌입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모든 면에서 별로입니다. 예년에 비해 멍하이를 찾는 사람도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산량이 줄어서 그런지 가격은 여전히 비싼 편입니다. 지역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있지만 가을차 가격은 봄차의 절반정도에 형성됩니다. 여름차는 가을차의 절반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올해 노반장 봄차 가격이 일키로에 백만원 전후였는데 가을차는 오십만원 여름차는 삼십만원 전후입니다.

 

차가 계속해서 맛이 없으면 차 마시는 일이 참 고역입니다. 취미로 한두 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매번 집중해서 연거푸 마시다보면 때론 머리도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도 올라옵니다. 봄차철엔 매일같이 이차 저차 가리지 않고 시음에 집중하다보면 손가락 발가락 끄트머리가 간지럽습니다.

 

일종의 차중독인지 나중엔 발갛게 부어오르고 물집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지요. 이럴 땐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럴 수는 없고 소독삼아 저녁에 바이주한잔씩을 마십니다. 50도 이상의 독주라 한잔만 마셔도 곯아떨어지기엔 좋습니다. 차농이 가리켜준 일종의 비방인데 술만 취하고 상처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격 또한 터무니없고 멀리서 샘플을 들고 찾아온 차농일 경우 바라보기도 참 안타깝습니다. 저희도 사용하고 차농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제작한 오운산 다기를 한셋드 줬더니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는 차를 한보따리 주고 갑니다. 이렇게 저렇게 모인 차들도 연말에 2017년 기념병을 생산할 계획인데 맛없는 차만 모아서 만드는 건 아닙니다...

 

오운산초제소와 숙소

 

맛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쓴맛이던 단맛이던 있어야 평을 하는데 그냥 맹한 물맛만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대량 생산하는 여름 차에서 나타나는 맛인데 장맛비에 쑥쑥 자란 맛입니다. 그리고 강열한 쓴맛과 떫은맛이 자극적이라는 느낌의 차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찻잎 품종 자체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유념을 지나치게 강하게 하거나 위조를 하지 않은 차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청은 부족 하면 비릿한 향이 올라오고 불이 너무 강하거나 완료 타이밍을 놓치면 향이 좋고 고소하지만 연기 맛 그리고 탄 듯한 맛이 목을 자극합니다. 어떤 분은 농약이 있어서 자극적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대량 생산하는 차는 일부 농약을 사용하지만 보이차는 아직 녹차나 오룡차에 비하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고수차는 구조적으로 농약을 치기가 어렵고 대지차는 워낙 저렴해서 농약 값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보이차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시며 입으로 느낄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모를 일입니다. 어떤 분은 마시자마자 찻잔을 탁 놓으면서 농약 맛이다! 이거 먹으면 큰 일 난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예민한 분들은 농약 맛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런데 농약은 무슨 맛일까요? 맛이 아니라 농약으로 인한 신체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저는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차는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가을비가 내립니다. 멍하이도 이젠 가을이라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지난 추석에 고향친구들이랑 가족 동반으로 필리핀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옮아온 감기가 한국에서 시작되더니 멍하이 에서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차 마시는 사람이 감기 들면 영 폼이 안납니다. 어머니는 연로하시고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있고 아내도 몸이 좋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혼자서 바라보는 멍하이의 가을달이 불그스레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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