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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병배차를 만들어 선물하는 모습

 

언젠가 중학생 딸내미랑 차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빼곡히 실려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돼지를 보고 깔깔거리던 딸내미의 웃음이 생각납니다. 저는 보는 순간 저 녀석들은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 다른 데로 팔려가는 건가? 혹시 도살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딸내미는 뭐가 우스운지 계속 깔깔거리기만 합니다.

 

아빠 아빠 봐 봐 뒤뚱거리는 게 우스워 죽겠어! ”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나는 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생각이 만든 생각에 침윤되어 뒤뚱거리고 있을까! 3의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지는 않을까?

 

차업을 하면서 늘 부닥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이 생각의 굴레입니다. 가급적이면 보이는 그대로 맛보는 그대로 그 차를 평가하려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누가 만들었느냐, 누가 판매하는 차인지, 누구랑 마시느냐에 따라 늘 조금씩 변합니다. 이 문제는 사용하는 물, 그리고 도구의 선택에서 오는 차이와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일종의 느낌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제가 차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저는 구정물을 마시더라도 마주한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면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주하는 사람의 그릇이 옹졸하고 사기성이 있는 사람과는 아무리 좋은 차를 마셔도 맨송맨송합니다. 그러나 차를 만들어 여러분에게 제공해야 하는 마음은 다릅니다. 차를 가지고 온 차농의 인격이 아무리 훌륭해도 차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그 차를 취급할 수 없습니다.

 

그 차농과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차를 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차를 가져온 사람은 개차반인데 희한하게 차가 맛있으면 그 차는 구입합니다. 차만 구입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그 차가 생산된 지역을 탐문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 오운산의 방식으로 생산하곤 합니다. 다행이 차도 좋고 사람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오리려 여러 가지로 애매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를 사업으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최선에 최선만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로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차이지만 그 사람의 사정을 보아서 조금씩 구입할 때도 있고 아무리 좋은 차이지만 내 팽개칠 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좋은 차 찾아 삼만리! 심심산골을 돌아 나오다가 우연찮게 맞닥뜨린 팔순 할머니가 삶은 옥수수를 건네주시면서 당신이 만든 차를 보여 주면 저는 그냥 맛도 안보고 조금씩 사가지고 옵니다.

 

오운산 차에는 그러한 연고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구매한 차들도 일부 들어 있습니다. 주로 이러한 차들은 작년부터 출시하고 있는 당해년도 오운산기념병 원료에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장담합니다. 어떤 날 오운산 차가 유독 맛없게 느껴지시면 그냥 정서를 마신다?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는 입으로 마시고 몸으로 반응하지만 느낌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작용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늘 이러한 경계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이지만 어떤 차를 만드느냐는 저의 선택입니다. 오운산 차는 저의 일생을 담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에는 지은 자의 정신이 녹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운산 차 한편한편이 모두 자식 같은 마음이지만 제 자식이라고 완벽할 수 없듯이 부족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인연 따라 여러분의 소중한 자리에 놓일 수도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적어도 차로서는 솔직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1121일 귀국하여 23일부터 개최되는 부산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123일 대만으로 잠시 출장을 다녀와서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심천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 가게에 잠시 들렀다가 12월 말에 다시 멍하이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가게로 오시면 손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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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주인이 거주하는 곳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한국 사람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가게로도 차철이 되면 종종 한국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 또는 인터넷으로만 아는 분들 그리고 저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조금씩 자기만의 차를 만드시는 분들 다양하십니다.

 

멍하이 시내에 가게를 열고 한국인 이름으로 정식으로 유한공사를 오픈한 것은 제가 처음이지만 징홍이나 쿤밍에서 저 이전에 사업자등록을 하신 분들은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 명의로 직접 한 경우도 있겠고 상황에 따라 부인이나 현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용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일찍이 윈난으로 와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보이차 시장을 직접 개척하신 분들입니다. 2014년 저희가 오픈을 준비할 때부터 여러모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손님들 중에 다른 분들이 만든 차에 대하여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멍하이에서나 한국에서도 가끔 다른 분들이 만든 차도 시음하지만 저는 가급적이면 평가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한국 분들이 만든 차는 각자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섣부른 평가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혹여 누가 될 수도 있겠기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차맛이란 일종의 문화 맛이기도 하기에 그 맛의 가치를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자기가 만든 차는 무조건 최고고 다른 분이 만든 차는 모두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자신의 일에 너무 깊이 파묻히다보면 다른 세계가 잘 안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도 늘 경계하고 있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경거망동하고 있는 꼬라지를 볼 때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특히 경쟁 관계일 수도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일 조심해야 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일을 떠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가끔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냥 다녀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언젠가 터놓고 좋은 이야기 나눌 때도 있겠지요. 이역만리 타향에서 한국 분들을 만나서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들을 나누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운산을 제가 중국 땅에 설립한 목적은 보이차의 본 고장인 멍하이에서 한국인의 시각과 기술 그리고 한국인의 사상으로 보이차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평생 꿈꾸어 오던 차를 직접 만들어 당당히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으로도 물론 오운산 제품이 들어갑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주요한 시장은 우선 중국에 있고 나아가 전 세계에 지점망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꿈으로만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지만 언젠가는 결실을 맺고 싶습니다. 그럼으로 저는 차업을 하던지 안하던 상관없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멍하이에서 만나면 무조건 반갑습니다. 그분들을 결코 경쟁 관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숨기고 감추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면 마음 편합니다. 다른 차보다 보이차에 있어서는 아직도 약간의 비밀스러운 경향이 있는데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괜히 감추고 비밀스럽게 하기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입장이니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는 적당한 이윤은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사람들과 교류하고 각자가 필요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멍하이 일기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입니다. 멍하이 가게 입구에 각 지역의 모차 가격을 그때그때 표시하는 LED 전광판을 걸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가게로 들어와서 전시되어 있는 차들을 시음하고 원료를 조금씩 구해달라는 분이 있는데 표시된 가격에서 약간의 이윤을 더하여 구해드리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96년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2001년 본격적으로 차업을 시작하면서 늘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때론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칠 때도 있습니다.

 

멀리서 기름 달카가메 오신 손님, 와 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물건 값까지 물어주시니 어찌 고맙지 않으리오!” - 울엄마 말씀 -

 

한국 가게 입구에 굵은 매직으로 쓰 놓은 글귀입니다.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언젠가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써놓은 것인데 볼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최근엔 한국에 있는 날들도 점점 줄어들어서 가게를 찾아주시는 소중한 분들께 인사도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다행히 최실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저의 빈자리를 잘 매워주고 있어서 마음 놓고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사족 -

 

멍하이 일기는 제가 윈난성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직접 생산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보이차 관련 지식과 정보 그리고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드리고자 개설 되었습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10여년 혼신의 노력으로 한국 최대의 차 관련 불로그로 자리 잡은 석우연담에 멍하이 일기를 초대해주신 박홍관 선생님께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로 보이차 관련 이야기들을 해 왔습니다만 제가 차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로 오운산 관련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업을 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는 블로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늘 한국. 중국을 오가다보니 때로는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멍하이 일기는 애초에 계획한데로 내년 햇차가 출시되기 전까지 100호까지만 연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이차 업계가 옛날에 비하여 많이 투명해 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멍하이 일기가 좀 더 밝고 정직한 차의 세계를 열어 가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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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출하 준비

 

이번에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상하이의 오운산 직영점을 방문했습니다. ‘홍치아오’(虹橋) 공항 근처의 구완청’(古玩城)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로 골동품과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주안꾸이(專柜)라고 부르는 전시대 한 공간에 오운산 차를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같이 진열해서 판매하는 가게를 두 군데 개발 했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방문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오운산이 한국에서는 여러 고마운 님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2015년에 오운산을 시작하면서 중국20, 한국10, 기타 국가에 20 모두 50곳의 대리상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개발 완료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부분의 큰 도시마다 박람회를 참가하고 난징을 비롯하여 몇 군데 대리상을 개발하였지만 판매가 부진하였습니다.

 

기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출범한 신생업체의 압도적 물량 공세와 홍보 전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본여력도 없고 한국의 조그마한 석가명차에서 설립한 신생 업체를 오로지 차의 품질과 사람만 믿고 대리상을 맡아서 운영해준 분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판매가 부진하여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모든 차들을 반품 처리하고 올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 등으로 박람회 참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오운산은 멍하이에 본사가 있고 쿤밍에 차창을 지인의 협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광조우, 상하이, 쿤밍에 판스처라고 부르는 직영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오운산으로서는 차를 마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홍보방법입니다.

 

선 제공 후 결제 방식인데 기존의 보이차 전문점에 저희차를 우선 제공하여 기타 차창들의 제품들과 경쟁하게 하고 판매 후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전문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담 없이 우리차를 접할 수 있고 일 년의 홍보 기간이 완료되면 다시 상담하는 방식입니다. 판매 성과와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대리상을 맡을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는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는 문화 상품이고 거대 자본의 홍보가 아무리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결국 차는 마셔본 사람이 다시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생산된 모든 차의 샘플을 제공해야 하므로 다소 손실이 있지만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상하이에서 띠디처(滴滴車)’라고 부르는 일종의 공용 택시를 타고 이싱으로 갔습니다. 상하이에서 이싱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가오티에’(高鐵중국의 고속철도)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 띠디처를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현재 내가 있는 곳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입력하면 차주로부터 연락이 오고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장소에서 탑승하면 됩니다. 150위안 한국 돈으로 26000원정도인데 버스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런데 같이 가는 일행 때문에 때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젊은 친구 한사람,

 

아줌마 한사람이 일행이 되었는데, 웬걸 아줌마가 잠깐만 기다리면 슈퍼에서 물건을 좀 사오겠다며 나가더니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질 않습니다. 기사보고 전화를 해보라고 재촉을 하지만 매번 마상후이라이’(馬上回來) 금방 온다는 답변만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인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줌마가 미안하다며 길거리 음식을 몇 가지 사들고 와서 먹으라고 줍니다.

 

속으로는 아따 니나 많이 쳐 먹어라...싶지만 한입 먹어봅니다. 기름기가 입술에 줄줄 흐르는 맛입니다. 그때부터 기회는 찬스인지 아따! 덩치가 산만한 이 아줌마가 이싱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애교를 떨면서 귀가 따갑도록 떠들어 재낍니다. 자기는 한국사람 좋아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다는 둥 온갖 황당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영화 미저리생각이 자꾸만 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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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춘(방촌) 차시장

 

귀국길에 쿤밍 공장에 들러 올해 생산된 차들을 점검하고 숑다(雄達) 차 시장 맞은 편에 있는 저희 가게에서 박람회 참가 후의 재고 상황 등을 확인한 후 어제 광조우 팡춘으로 왔습니다. 우기 인지라 비행기도 심심찮게 결항 또는 연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하이에서 쿤밍으로 나올 때도 연착이더니 광조우로 올 때도 두 시간 연착입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은 공항패션이니 쇼핑이니 하면서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작업복 차림에 배낭하나 걸치고 공항에만 오면 그냥 딱 무료합니다.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특히나 연착이라도 하게 되면 하릴없이 몇 시간이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두 번은 의자에서 졸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습니다...

 

9시 광조우 바이윈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서다가 황급히 다시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후끈한 열기와 습도에 숨이 막힙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니 휴대폰에 표시된 온도가 39도입니다. 습도까지 높으니 이런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싶습니다. 이즈음 광조우는 낮에는 보통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습니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한국 사람이라니까 130위안이면 가는 거리를 300위안 달라고 합니다.

 

차엽성에 가게가 있고 자주 온다고 하니까 그럼 200위안만 달랍니다. 결국 미터 요금 기를 켜라고 하고 136원에 호텔까지 도착했습니다. 외국 사람이라고 바가지 쉬울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150위안을 주니까 잔돈도 안 내어주고 그냥 갑니다. 모처럼 외국사람 하나 태워서 좀 더 벌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된 기사 마음도 이해해줘야 되겠지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랑 근처 매점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최근의 팡춘시장 동향과 보이차 시세를 확인합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인 대익과 하관의 시세부터 살피자면 7542, 7572, 8653, 등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숙차로 유명한 추병량 대사의 해만차창이 숙차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밀감보이차(小靑柑) 시장의 성장으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기념병으로 출시된 대익의 난운’, ‘산운’, ‘진장공작’ ‘금대익등의 제품들은 출시되기도 전부터 투기성 자본들이 몰리더니 몇 달 만에 서너 배 씩 급등하였다가 최근에 약간의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해 복금에서 먼저 출시하고 진승에서 곧이어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상근병이라는 차가 있습니다. 야생이라는 말은 중국 정부에서 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내표에 원시삼림의 500년 이상 된 고수찻잎으로 만들엇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상근(橡筋)이란 줄기를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탄력성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천여 편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오운산에서 올해 출시한 샹주칭지역의 차들이 이런 특징들을 보이는데 수령이 오래된 고수차는 섬유질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잎이나 줄기가 비벼도 쉽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출시 가격이 3000위안 정도였는데 20000위안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호흡을 고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팡춘시장에 와서 보이차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종종 꼭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입니다. ‘팡춘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차엽성에 오운산 가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의 성지가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차를 오로지 상품으로만 보는 국적불명의 자본이 할 기치는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부 공무원들의 세탁용 자금, 부동산 투기자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미 끌기 등의 형태로 자본이 들어오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세력들의 연합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 반대로 깡통 찬 사람들이 모여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입니다. 만여 개로 늘어난 상점들은 평소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누구가 무엇을 어떻게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고 발 빠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고 보이차라고 해서 상품이 아닌 것도 아니지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자본을 축적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곳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 오면 어쩐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날씨도 더운데 머리만 띵합니다. 저를 도와주는 가게 직원도 저와 성격이 비슷해서 늘 멍 때리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마주앉아 아무리 고고한? 정신을 추구한다는 오운산차이지만 그래도 사업인데, 니나 내나 자식 공부도 시키고 잘 묵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쫌 잘해보자고 얘기하면서도 시장 상황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저 고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아직은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차!

듣도 보지도 못했는데 턱도 없이 비싼 차!

정해진 규정 외에 할인도 안 해 주는 차!

보이차의 변방인 한국인이 만든 차!

 

그 외에도 오운산이 가진 약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팡춘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차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차는 괜찮은데! 하고 맙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한 편 두 편 신기해서인지! 실험용인지! 사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년호차(當年好茶) 즉 그해에 만들어서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를 경영이념으로 세웠고, 보이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먹다가 남으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경영이념에 새긴 것입니다. 훗날 재산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언하건데 그러려고 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늘 귀국합니다.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멍하이 일기는 시월에 다시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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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차박람회

 

오늘은 최근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드에 대하여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번 박람회 기간에 중국 인민군 건국 90주년 기념일이 있어서 그런지 박람회에 오신 많은 분들이 사드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는 더욱더 집요하게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멍하이에는 소수 민족들이 많고 저나 차농들이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와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도 거의 없었는데 대도시의 박람회에 나와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되도록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지만 최근에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의 대국적이지 못한 처사에 대해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단호히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몇몇 공무원 쯤 되어 보이는 손님이 사드문제를 지나치게 거론하기에 저는 단박에 사드의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너희 중국의 소심한 처사는 결국 진정한 대국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순 없겠지만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는 분명한 대원칙과 이웃을 배려하고 정도를 존중하는 국정 철학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데도 그러할 진데 하물며 국가가 나서서 쩨쩨하게 경제 보복 운운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정부는 비공식적으로 경제 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뻔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비공식적이란 이유로 감출 수는 없고 오히려 더욱 비굴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튼 지금에 와선 복잡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양쪽 국민 모두에게 앙금을 남기고 있습니다. 쉽게 처리할 수 없는 난제가 되어버렸고 한국이나 중국이나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더욱 큰 시름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오운산차 중국에 안 팔아도 좋으니 국가에서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자존심을 지키며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오히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사드는 남의 집 안방에다 감시 카메라 다는 격이라며 흥분하는 중국인들 앞에서 다소 주춤거렸습니다만 이젠 피하기보단 솔직하게 저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그들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고 오운산에 대하여 더욱 신뢰를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의 현안은 많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제를 볼모로 잡아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의 태도를 버리게 해야 됩니다. 경제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앞으로도 통일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내 조국 대한민국이 무조건 중국이나 미국의 눈치나 보면서 움직여야할까요?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당연한 주권적 권리가 경제에 발목 잡혀서 좌지우지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도 북한처럼 핵폭탄 만들어서 대국들과 한판 붙자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볼 땐 사드문제는 괜히 불필요한 불씨를 자꾸만 건드려서 문제를 키워놓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은밀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괜한 문제들을 야기 시켰고, 언론도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개념 있는 보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망각한 체 오로지 이슈 성 속보 경쟁에 매달려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들어낸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드를 간단히 설명하면 말 그대로 방어무기일 뿐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날아오는 적의 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북한의 핵이나 대륙간탄도탄처럼 직접적인 공격 무기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시끄럽게 되었는지 저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와 복잡한 국제 정세의 한복판에서 국가 운영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대처를 잘못하여 괜히 소용돌이에 말려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작금의 세계에서는 방어가 곧 공격일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합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이 한국을 겨누지는 않을 것이고 사드가 한국보다는 미국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수긍합니다만 그렇다고 현실로 다가온 핵의 위협 앞에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씩의 논리는 어느 나라 사람의 무슨 작태인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에서도 한 나라 국정운영의 근간인 국방 문제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이 이슈 하나하나를 매일 같이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올은 것일까요. 물론 국민의 알 권리 소중합니다만 때론 모를 권리도 소중합니다. 책임 있는 당사자들 끼리 서로 잘 의논해서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괜히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것 같습니다. 오운산의 쿤밍 박람회 성과가 미흡해서 사드핑계를 위로 삼아 올립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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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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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축제장에서 연주하는 태족

 

오늘은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윈난성과 시쐉반나 멍하이에 대하여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윈난성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하며 남쪽으로 북회귀선이 통과합니다. 면적은 394,100 km2로 남북한 합친 크기의 두 배 정도 됩니다. 성의 북쪽은 고원지대로 티베트, 귀주성 등이 있고 동쪽은 광시 장족 자치구, 서쪽은 미얀마, 남쪽은 라오스 베트남등과 접하고 있습니다.

 

남부의 저지대에는 아열대성 기후도 있으며, 북부의 고산 지대에서는 아한대성 기후도 있어 다양한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식물 상이 풍부하고 특히 원예 분야에서는 신종 화훼의 산지로서 알려져 있습니다.

 

1월 평균기온은 8~17 °C이고 7월 평균기온은 21~27 °C입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600~2300mm이고 이 중 절반이 7월과 8월에 집중됩니다. 윈난은 민족전시장이라고 일컬을 만큼 많은 종류의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공인된 55개의 소수민족 중 25개 민족이 윈난에 살고 있는데, 윈난성 전체 인구는 2016년 기준 4800만명 정도이며 그중 소수민족은 1800만 명정도 입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는 없고 오로지 윈난성에만 거주하는 소수민족이 15부족 정도 됩니다.

 

그중에서도 시쐉반나는 태족자치주로서 전체 인구는 120만 전후입니다. 징홍시를 중심으로 크게는 이무지역인 맹랍현과 포랑산지역인 맹해현으로 나뉘어지고 그 외 맹송, 파달, 격랑화 등이 있으며 다수의 유명 차산을 품고 있습니다. 한족 40, 태족35, 하니족20만명 정도와 기타 포랑족, 라후족, 이족 등 십여개의 소수민족이 골짝골짝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특히 멍하이는 보이차 산지와 공장, 상가 등이 밀집된 지역으로 최근에 보이차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면서 봄이 되면 전 세계의 보이차 애호가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윈난성의 네 가지 기둥 산업은 담배, 농업, 광업, 관광산업이었습니다. 아직은 윈난성 전체에서 보이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차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점점 중요성이 확대되리라 예상합니다.

 

중국차엽유통협회에서 2016년 발표한 윈난성의 2016년 차 생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차엽 총생산량은 36만 톤이며 그중 녹차16만톤, 보이차13만톤, 홍차7만톤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 중국에서 복건성(38만톤) 다음으로 차엽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 바로 윈난성입니다.

 

윈난성이라고 하면 우리는 우선 보이차를 떠올리는데 오히려 녹차 생산량이 조금 더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 중국으로 확대해보면 아직도 녹차 생산량이 63%이고 보이차는 7%정도입니다. 열배정도의 차이인데 윈난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윈난성의 보이차 생산량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시에 가보면 보이차보다 녹차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더 많습니다. 홍차의 생산량도 생각보다 많은데 주로 임창지역의 봉경현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디엔홍(滇紅)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전이 윈난성의 옛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전홍은 곧 운남홍차란 뜻입니다. 지금은 전홍집단이란 회사에서 상표등록을 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이차 생산량은 올해 일기불순과 과채엽등의 원인으로 봄차 생산량이 급감하였는데 전체적으로는 이천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천년 초에 3톤정도이던 것이 0607년도 보이차 붐을 타고 10톤 가까이 급증하였다가 0809년 오히려 감소하더니 10년 이후 현제까지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수차의 생산량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변경지대인 미얀마. 라오스. 태국. 라오스 등지의 차들도 계속 유입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럼 보이차 생산량에서 고수차가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넉넉하게 보아서 전체 생산량의 5%정도로 추산합니다만 시장에선 흔한 것이 고수차입니다...고수차의 생산량과 종류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다시 자세히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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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 박람회장

 

710일 밤 비행기로 인천에서 쿤밍이로 들어와서 차창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정규 제품들과 주문 제작 차들의 생산 현황을 점검하였습니다.

 

올해 생산 되는 오운산의 정규 제품은 2017년 진.선.미를 포함하여 전부 12종류입니다. 주문 제작 차들은 현제 8가지입니다. 작년에 비하여 주문 제작차가 많이 증가 하였습니다.

 

오운산의 포장 디자인은 그대로 사용하고 상품명만 주문 제작자가 원하는 이름을 넣는 방식입니다. 회갑을 기념하여 제작하시는 분,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상호를 넣어서 생산하시는 분 등 다양한 형식의 주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최된 서울, 부산, 대구의 박람회에서 확인 하였듯이 한국에서는 벌써 오운산이 확실히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고도 두려운 마음입니다. 고마움은 저희의 노력을 인정하고 찾아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고객들의 마음을 만남에 있었고 두려움은 앞으로도 믿음을 견지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다짐에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고전중입니다만 이번에 참가한 한국의 박람회에서 참으로 많은 차인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차인으로 널리 알려진 님을 비롯한 많은 보이차 마니아들과 아직은 잘 모르지만 소문으로 찾아오신 분들 특히 멍하이 일기를 읽어 보시고 보이차의 생산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덕담을 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석우연담 박홍관님의 제안으로 우연찮게 시작한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거쳐 많은 분 들게 전달 된 것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현장에서 그때그때 올리는 글이라 앞으로도 때론 오자들 투승이고 때론 사실 관계가 명확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제가 보고, 듣고, 만드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전한다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에 멍하이 일기를 위해 큰 맘 먹고 최신형 핸드폰을 하나 새로 구입하였습니다...(사진 자료가 부족하다는 분들이 많아서 좀 더 좋은 사진을 올리기 위함입니다.)

박람회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와서 보름여동안 여전히 바쁜 날들이었지만 모처럼 한국 음식도 실컷 먹고 된장찌개도 끼니때마다 먹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가장 그리운 것이 사실은 마누라 자식보다 된장찌개입니다...모국에서 잘 먹고 잘 쉬다보니 한 달 만에 체중이 2kg이나 불었습니다.

 

원래 체중 변화가 크지 않은 체질인데, 그만큼 타국 생활이 팍팍했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또다시 쿤밍을 거처 어저께 멍하이로 왔습니다. 이곳은 지금 위지(雨季)라고 부르는 비의 계절입니다. 매일같이 비가 내립니다.

 

가끔 맑은 날에 위지차라고 부르는 여름차를 생산합니다만 향이나 맛이 현격히 떨어져서 숙차용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가격 또한 봄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그중엔 그래도 슬만한 모차들이 더러 있는데 오운산에서 생산한 숙차 속에도 포랑산 여름 고수차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아주머님이 아주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아직도 곱씹고 있습니다.

차는 뭐로 만들어요?

차이파리로 만들어요!

차이파리는 어디에 열리나요?

차나무에 열려요!

차는 어떻게 만들어요?

차이파리 따서 만들어요!

차는 왜 마셔요?

그냥..

차는 어디에 좋아요?

몸에..

어느 몸에?

.

마음?

.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그냥 대답했는데 생각할수록 재미있기도 하고 선문답 같기도 해서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훗날 좀 더 아름다운 답변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국내도서
저자 : 박홍관
출판 : 형설출판사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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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중국 맹해 직원

 

압병(壓餠)이 끝난 차는 포대기를 벗기고 건조대에 올려서 일단 열기를 식힙니다. 나무 막대기로 가로 90cm, 세로50cm, 높이4cm 정도로 제작한 건조대는 병차 8개정도를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8개를 올리고는 다시 8개를 올려 여러 층으로 쌓아서 일정량이 되면 홍방(烘房)으로 옮겨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갑니다. 홍방의 온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0도 전후로 맞추어 줍니다.

 

357g 생차를 압병하면 수증기로 들어간 물의 무게 중가로 380g정도가 되는데 다시 357g이 될 때까지 건조하는 것입니다. 홍방에서의 건조 시간은 보통 하루 이틀 정도인데 최근엔 홍방에 넣지 않고 서서히 식히는 것이 더욱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그리고 순료차들은 느림 식힘 방식을 택하고 있고 생산량이 비교적 많은 고수황편차는 빠른 식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건조가 끝나면 포장실로 옮겨서 각종 차의 형태에 맞추어 제품을 포장합니다. 모차를 차장으로 보내고 나면 즉시 인쇄소에 연락하여 그 차에 맞는 포장 설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먼저 내비를 제작하여 차창으로 보냅니다. 포장은 건조 과정이 끝나고 나서지만 내비는 압병할 때 차속에 묻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차를 포장하는 종이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만 최근엔 점점 화려해져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이 제질 또한 한지부터 일반지까지 다양합니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병차 포장지 한 장 가격은 보통 60원정도입니다. 한국에 비하여 많이 저렴한 편이지만 생산량이 많으면 그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오운산은 찻값에서 차지하는 포장지 가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적으로 차를 보관하기엔 한지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최고급 한지를 사용합니다만 시중에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들은 100원전후의 저렴한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한지는 중국에서 전수공으로 생산된 천연 한지로서 한 장에 300원정도 합니다. 보이차 포장지로는 최고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숙차는 거풍이 잘 되어야 좋으므로 한지 한 장으로만 포장하고, 생차는 향기의 보존과 제품의 청결함을 유지하기위해 안쪽에 얇은 천연지를 한 겹 두르고 다시 한지로 포장하는 이중 포장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인쇄 공장에서 제가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처음에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며 한지 비슷한 포장지를 권했습니다. 가격이 턱없이 저렴하여 자세히 보니 한지 흉내를 낸 일반지입니다. 색깔이 한지보다 밝고 예쁘게 보이지만 천연 원료가 아닌 것 같아서 아쉽지만 지금의 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운산처럼 내비에도 총생산량을 표시하고 각 차마다 제품 번호를 넣는 경우에는 내비와 포장지의 번호가 일치해야 되기 때문에 포장할 때 일일이 확인해야 됩니다. 자칫 한편이라도 잘못 포장하면 모든 번호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 포장이 끝난 차는 다시 대나무 껍질로

(바나나 잎이라고 우기는 분들도 가끔 있는데 그냥 웃고 말면 됩니다...)

 

한통에 오운산은 6편이지만 일반적으로 7편씩 묶어 줍니다. 차산을 오르다보면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는 굵은 대나무에 붙어 있는 죽피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인건비 상승과 제작 공정의 기계화로 대형 차창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차는 통 포장 역시 종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운산이 다소 번거롭고 비용과 시간 또한 많이 드는 죽피 포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죽피의 보습 기능과 방한 방수 기능이 종이보다는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죽피는 습도가 높을 땐 습기를 차단해주고 건조할 땐 죽피에 머금은 습기를 차에 전달해줍니다. 차밭 주변의 천연 재료를 이용하여 차와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고안한 조상님들의 지혜의 산물입니다. 죽피 포장을 완료하면 다시 사나흘 정도를 말려야 합니다.

 

죽피에 물을 뿌려 녹진녹진 하게해서 통 묶음 작업을 하므로 자칫 차에 수분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죽통 윗부분에 전기인두를 사용하여 제품의 명칭을 새깁니다. 도치램프로 죽피 작업 중에 풀린 가드다란 실밥 줄기들을 소각시키면 더디어 죽포장 완료입니다. 옛날에는 상자까지 대나무를 사용하였습니다. 얼기설기 역은 광주리 같은 기물에 12통을 넣고 노끈으로 묶는 방식이었습니다. 12통이면 357g 84편 약 30kg인데 말의 양쪽 잔등에 한상자 씩 걸쳐서 멀고 먼 차마고도를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요즈음은 종이 상자의 규격에 따라 2, 4, 6통 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오운산은 333g*6*48kg을 한상자로 만드는데, 포장 무게까지 합하면 약 10kg입니다. 오운산 만의 포장 방식인데 옛날의 세금 제도 때문에 규정한 357g의 규격에 얽매일 이유가 없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포장 규격을 비롯한 오운산의 모든 디자인은 오운산 만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좋은 원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작자의 정신을 담은 포장도 결코 소월이 할 수 없습니다. 온고창신(溫故創新)의 정신을 살려 오운산 만의 새로운 보이차 문화를 열어가려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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