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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최해철 대표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함이 때로는 의문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가끔 그 당연함의 당연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차는 역시 마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보이차 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광조우의 팡춘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매시장에서 횡 횡하고 있는 거래 행태를 보면 차가 차가 아니라 일종의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주식입니다. 특정 차가 차창에서 출시되기도 전에 일부 세력들이 가격을 잠정적으로 결정하여 선입금을 받습니다.

 

박스 단위로 선입금을 받는데, 가격은 입금 시기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며 출시가 되고 가격이 결정되면 선입금 한 만큼씩 일정량의 차를 나누어 같고 제2, 3의 거래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세력들이 연합하여 특정 차를 사고 팔고를 되풀이 하며 가격을 조절하는 가운데 죄 업는 차만 폭등 폭락을 거듭합니다. 똑 같은 차가 한달 사이에 수십 수백 만원씩 차이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사람, 깡통을 차는 사람들이 뒤섞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이 지금의 보이차 도매시장입니다.

 

찻집에서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품질을 평가하기보다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하루라도 빨리 간파하는 것이 차업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기보다는 유명한 차를 만들어야 되고, 포장되어 있는 차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화려한 포장에 찬란한 문장들이 손님을 유혹합니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대부분의 소상인들도 치고 빠지는 식의 대열에 편승하고자 혈안이 되어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이차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차창에서도 제작 발표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투기를 조장합니다.

 

5년뒤 10년뒤 자식들 학비를 벌어주는 차, 집도 사고 장가 밑천도 만들어줄 수 있는 차라고 부추기며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큰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박람회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휘황찬란한 디자인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차 품평대회 시상식의 맨 윗자리는 항상 그들이 차지하곤 합니다.

 

매번 마셔보면 그렇고 그런 차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세상에 좋은 말은 다 풀어놓은 듯한 설명서는 기본입니다. 차창에서 출시된 상태 그대로 박스에 손도 되지 말고 신주단지 모시듯 보관했다가 훗날 되 팔아야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의 품질에 관계없이 거대한 자본으로 홍보하는 유명 브랜드만을 좇아가고 그렇게 구입해서 또 그렇게 보관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언감생심 맛이라도 보려고 박스를 열거나 개봉한 흔적이 있는 차는 제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박스에 택배 용지가 붙어 있거나 낙서한 흔적이 있어도 가격이 떨어집니다.

 

도대체 박스에 낙서가 있거나 택배 용지가 붙은 것이 차맛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차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마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조건에 상관없이 맛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장가 아니 투기꾼들은 차맛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아예 관심도 없거나 마시지도 않습니다. 아니 마셔도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출처불명의 자본으로 시장의 주류가 되어 차값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이야기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귀속되어 그렇게 흘러가고, 저의 한숨은 그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한 자의 넋두리 일 뿐이지요

 

작금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제가 오운산을 창업하면서부터 시작한 고뇌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미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진정한 고수 원료를 사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도 미약한 업체에서 출시한 비싼 차가 과연 팔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저는 오히려 여기에 오운산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언젠가 오운산의 정직함이 알려진다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 오운산 브랜드는 세계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차맛은 어디에도 요행이란 없습니다.

 

맛있는 차는 역시 맛있고 맛없는 차는 맛없습니다.

 

갈릴레이의 한숨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고 수많은 차산을 돌고 돌면서 그래도 맛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믿음이 확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수많은 박람회에 참가하고 수없이 많은 차인 들을 만났습니다.

 

가격만 물어보고 이상한 눈빛만 주고 가는 사람, 차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일장 연설을 해주시는 분,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차를 사 줄 테니 자기 브랜드 밑으로 들어 오라는 상인, 차맛도 보기 전에 가격부터 깎아달라는 분 등등 모두들 저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손님이기에 정성껏 차를 우리다 보면 종종 진정으로 오운산이 만든 차를 알아주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이번에 잠깐 귀국하여 광주 김대중커벤션센터에서 열렸던 박람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의 박람회에서는 매번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여러 고객님들의 응원이 있지만 광주는 늘 직원들만 참가하다가 저로서는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서울과 대전 등에서 오로지 저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오신 분, 저희가 만든 차를 맛보기 위해 일년을 기다리다 오셨다는 분, 선뜻 거금을 현금으로 주시고 오운산 차를 구매해주신 분 등등 참으로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오늘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차세상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 뵌 어느 고객님의 말씀처럼 차는 애초에 투자, 아니 투기의 대상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 구입해서 마시다가 남아서 자식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주면 좋고, 그 차가 가격이 올라서 어려울 때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오운산 차가 아니더라도 자가가 마셔보고 좋은 차를 좀 넉넉히 구입해서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진실한 생산자를 키워주는 천사 같은 자본가 에게는 큰 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차는 마시지도 않으면서 거상 행색 하면서 묻지마 투기씩으로 수십수백 박스씩 쌓아놓고 이차가 지금 얼마나 올랐느니 자랑이나 하고 다니는 투기꾼들의 꼬라지는 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오운산 차는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투자하지는 마세요. 지금은 그럴 분도 없겠지만 누군가 원한다 해도 저는 그렇게는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오운산 차도 당해 년도 원료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매년 일정부분 인상되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폭등하여 부자 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판매한 원금은 언제든지 보장하고 반품교환 또한 가능하지만 오운산 차에 투자하면 부자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제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차업을 하는 입장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닫지 않으면 결국은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오운산 차는 쌓아두지 마시고 기쁠 때나 슬플 때도 늘 곁에 두고 호흡하듯 물 마시듯 즐기는 차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차업도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파생 효과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사실은 어려운 것이지요. 정당한 투자라면 나쁜 것도 아니고 늘 어렵기만 하다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차는 이러한 현실과는 멀어지게 하고 싶습니다. 차 한 잔 하는 순간만이라도 물질만능의 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하고픈 순진한 생각이 빗어낸 망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백 수천년 동안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마시던 보이차가 시장에서 이렇게 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가 발달하고 홍콩을 비롯한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던 보이차가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면서 새롭게 독특한 맛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기술로 축적되어 오늘날 노차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얼마 남아있지 않은 백년 세월의 호급인급 차들이 맛의 호불호를 떠나 희소성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다 보니 각종 부작용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좋은 원료로 제대로 만들어 당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를 만들기보다는 대중에 영합하는 적당한 원료를 적당히 섞어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묵힐수록 좋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무조건 수장부터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오로지 치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투기꾼들이 시장에 개입하여 순수한 차인 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후 발효차인 보이차의 특성상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분명히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나 그해에 마시기 힘든 적당한 원료로 적당히 만든 차는 훗날에도 적당한 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또한 현재 전 중국인이 몇십년 마셔도 남을 만큼 엄청난 물량이 저장되고 있는데 언젠가는 노차라는 환상이 사라지면서 폭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오운산의 핵심사상으로 當年好茶 經年新茶 (그해에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주장하는 원인과 경영이념으로 仁做仁茶 (사람이 만든 차 사람이 마십니다) 라고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꿈으로 시작한 오운산이기에 제가 오랫동안 차업을 하면서 경험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진정한 차인들이 일구는 참다운 차문화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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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명헌 입구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중국차와 차도구를 전문적으로 취급한 취명헌(대표 김영옥)201899일 인사동길로 이전 개업했다.

 

취명헌 실내 장식장

 

김영옥 대표는 새로운 보이차와 자사호를 많이 준비하였다고 한다. 이날 개업식을 특별히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일찍 방문한 손님들과 케익을 자르고 대홍포와 보이차 등 취명헌에서 준비한 차들을 손님들께 대접하였다.

 

상호 취명헌(趣茗軒)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0. 103

전화: 010 2243 9804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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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보이차 전시 오픈

 

국내외에서 관심이 많은 골동보이차 전시가 10일 이루향서원에서 오픈 하였다.


[사진 설명] 전시장에서 이번 전시의 공동주관인 명가원 김경우 대표의 해설

 

전시 보이차


전시기간 8월 10일 - 15일

전시장소 이루향서원

문의 02-732-2666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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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중국차 관련 책이 한 권 출간되었다. 

운남성 보이차에 대한 이야기다.

 

테마별로 보는 인문학 여행, 그 열네 번째 이야기!
구름의 남쪽, 운남 보이차의 세계!!

중국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막막한 일이다. 어떤 지식과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국이다. 이 책은 그 많은 중국을 보는 방법 중, ‘차’를 중심으로 중국을 들여다본다.

‘차’, 그중에서도 보이차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오래된 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 고수 보이차라면 한 나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수천에서 수억에 달한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만으로 차를 설명할 수는 없다. 차와 함께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 바뀌어온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남나산에서 죽통차를 마시는 모습


이 책에서는 우선 운남성에 대한 기 본적인 정보, 인구 분포와 주요 차 산지, 차 산지를 나타낸 지도 등을 도입에 설명해 이해도를 높였다. 그리고 그 안을 직접 다니며 만난 차꾼들, 소수민족들, 오래된 차나무를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보이차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부록도 함께 마련했다.

중국 그리고 운남.
필자처럼 차를 중심으로 볼 때 중국은 차의 조상이라고 할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운남성 밀림 지역에서 차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차(茶)를 빼고 이 지역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차의 세계를 조망하다보면 차에 관계된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그들만의 문화를 간과하기 쉽다.

그들의 삶, 그들이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와 삶의 풍경은 과연 어떠할까 하는 것은 아직까지 잘 표현한 글이나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는 차에 대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보다 더 많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모든 기록은 필자의 현장 사진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실제 그곳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과 연결된 문화 탐방기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만약 독자 여러분들이 차와 관련된 기록물들에서 지금껏 차만으로 운남을 보아왔다면, 이 책에서는 운남의 살아 숨 쉬는 생명과 천혜의 대지를 느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목차

서문 - 행복을 저축하는 방법

1. 따뜻한 기운이 도는 운남성
1) 운남의 시작점
- 곤명에서 시작하는 운남성
- 곤명 웅달 차시장
- 곤명 시내 골동 상가
extra> 극장식 식당에서 만난 수유차

2) 보이시
- 바람과 햇볕이 만드는 선물, 보이 생차
extra> 생차 만드는 방법
- 봄과 가을을 동시에 즐기는 병배차
extra> 자색빛 자연차, 금황색의 자아차
extra> 한정판 생차로 승부
- 갱매 고차산에서 만난 방해각
- 경매 차산에서 만난 미국인 브라이언

2. 차마고도와 서쌍판납
1) 차마고도의 출발지 그리고 사람
- 공항에서 본 보이차 광고
- 경홍 음식문화와 야시장
extra> 경홍의 음식
- 경홍의 경란 차시장
- 남나산에서 죽통차 마시고 긴압하는 날
- 노반장 800년 차왕수 마을
- 노반장 마을과 허카이 마을
extra> 보이차의 숫자
- 보이차의 역사를 간직한 맹해차창
- 진승차창
- 우림고차방
- 맹송산 1300년 남본노채
- 진미호
- 맹해 차 시장
- 소수민족과 보이차
extra> 죽통차 만드는 법

2) 차마고도의 거점도시
- 보이차의 태두, 해만차창
- 대리와 백년기업 하관차창
- 세계문화유산 여강고성
extra> 장예모 감독 인상여강 쇼

3) 세계 최고 차왕수가 있는 임창
- 3200년 수령 향죽청 고차수
- 운현(云玄)에서 석귀(昔歸)까지
extra> 빙도 가는 길, 국수 전문점
- 빙도 가는 길
- 빙도에서 만난 태족과 이니족
- 차나부의 보고, 백앵산
- 백앵산 2800년 차나무 흑조차
- 드론을 띄워 만난 고차수
extra> 운남전홍, 운남성의 홍차

3. 부록
1) 보이차의 이해
- 보이차란?
- 시간이 빚는 맛과 향
- 보이 생차와 숙차
- 중국 역사와 함께 쓰인 보이차
-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
- 좋은 보이차 고르는 비법
- 마시면 안 되는 보이차
- 70년의 나이차, 대수차와 대지차법
2) 다양한 보이차의 세계
- 보이차, 수집의 즐거움
- 숫자로 쓰인 보이차
- 어떻게 저장하는가, 어떤 차가 저장 되는가
- 3g과 5kg 사이, 모양이 만드는 보이차
- 굳혀먹는 보이차, 보이차고(普?茶膏)
- 고수차로 만든 보이 숙차
- 봄차 시세

에필로그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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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손님과 명가원 안주인

 

명가원에서 김경우 대표 부부와 같이 차를 마시는 도중에 아주 젊은 여성 손님이 왔다. 이 젊은 손님은 속칭 차계의 꼰대, 아재들 앞에서 추억의 유행어를 하게 되었다.

 

90년대에는 전국에 찻집이 즐비했고 성인들의 차 모임도 많은 시기였다. 이 당시 차회 모임이나 사무실에 들르면 왜 왔느냐 하기도 전에 차고파서 왔소~ 하며 문을 밀고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그런 추억은 이미 30년 가까이 되는 과거인데, 갑자기 불쑥 온 손님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필자도, 대표 부부도 이렇게 반가울수가 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어쩌면 명가원에서 만나기 쉽지 않는 분위기를 잠시 같이 하게 되었는데, 젊은 여성이 다소곳한 자태로 명가원에 들어왔다. 명가원이 어디인지 전화로 먼저 문의를 한 모양이다. 보이 생차를 찾는 손님에게 어떻게 알고 명가원을 찾아오게 되셨나요 물었을 때, 블로그 석우연담을 보고 찾아 왔다고 한다.

 

김경우 대표는 석우연담에는 보이차를 명가원에 가서 구하라는 말은 없었는데 했더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명가원에 가면 된다는 의미로 여겼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사모님이 석우연담 운영자가 여기 있다고 하고 필자가 인사하며 제가 운영자입니다라고 했다.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 인사를 청했다. 반가운 분 만나고 싶은 분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고, 그동안 필자의 책 찻잔이야기, 사기장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3가지를 읽었다고 하며 오늘은 차가 고파서 오게 되었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꺼내었다.

 

이것 참 오랜만에 듣는 말인데 그것이 이렇게 젊은 분에게 듣게 되니 대표부부와 함께 무척이나 반가웠고 갑자기 허물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함께 차도 같이 마시고 싶었지만 필자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게 되었다.

 

잠시 되돌아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제 젊은 층에서 보이차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층은 녹차나 청차를 찾아 나설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이제 차의 세계도 그 변화의 폭이 넓어졌고 즐기는 고객층의 나이도 한층 내려왔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세상이 서서히 변해가고 또 이어지고, 그렇게 넘실대며 가는 듯 마는 듯 그렇게 전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올해 가을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특강과 찻자리를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다. 오늘 그 말, “차가 고파서 왔어요라는 말은 예전생각에 모두 내어주며 더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은 생각이 활활~ 드는 하루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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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차를 내는 효월 이기영 대표

 

16회 국제차문화대전이 6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차 박람회 가운데 가장 유서 깊고 전통 있는 박람회다. 오전 10시 개장에 맞춰 차 관련 부스를 돌아보니 지난해보다 부스를 더 크게 연 업체들이 보였다.

 

13년째 참가한 조윤석 대표(조태연가)

 

박람회는 참여한 업체뿐 아니라 손님으로 가는 차인들에게도 축제의 장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차문화대전은 신제품 전시회장이고, 만남의 장소이며,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10시 정각 김정순 위원장의 오프닝 멘트가 마이크로 흘러나왔다. 차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다. 이번 박람회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였다.

 

석가명차 직원 일동(대표 최해철)

 

석가명차는 오운산고차 브랜드로 고수차의 신상품을 전시하였는데, 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음을 돕기 위해 전직원이 참석했다.

 

경위복차 차상호 대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참여한 경위복차 차상호 대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복전차를 정식 수입 통관한 제품으로, 차인들에게 건강한 차를 제공하고자 차상호 대표가 직접 차를 내면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차우림 이원종 대표

 

차우림에서는 보이차뿐 아니라 갈명상 자사호 전시를 겸하여 부스를 여럿 내어서 강명상 작품을 한 자리에서 다양하게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항상 우리나라 차로 참여하는 조태연가 부스는 조태연 씨가 녹차를 준비하였다. 하동에서 녹차 체험 교실로 잘 알려진 한밭제다에서도 참여했다.

 

제주 야생초 차로 만든 효월차, 이기영 대표는 효월차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 뿐 아니라 소문으로 꼭 마시고 싶은 이슬차가 있어서 부스에는 사람이 줄을 서있다.

 

동화 대표 장황평

 

중국에서 참여한 동화(銅話)에서는 동기(銅器)에 포광 작업한 제품으로 찻자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다반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취명헌 김영옥 대표

 

취명헌에서는 처음으로 만든 자체 상품인 백차를 가지고 나왔다. 복정대백호 유기농 제품을 병차 형태로 만들었다.

 

고전문화 품다회 황영하 대표

 

고전문화는 평소에 매장에서 진행하는 무이암차 품평회를 박람회에서 보여주었는데, 참여도가 높아서 차를 시음하고 품평하는 품평회의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공부차(대표 박성채)

인터넷 쇼핑몰과 티아카데미로 잘 알려진 공부차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원 데이 강의도 함께 진행한다.

지유명차 본부장 서해진

 

우림고차방

승설재 조상원 본부장

 

무이성공사 한국 총판이면서 중국차 교육을 하는 승설재(원장 김영숙) 매년 무이암차 전문점으로 참가하고 있다.

백차 세미나 및 품다회(승설재 주관)

 

첫날 세미나장에서는 백차에 대한 시음과 특강이 있었다. 이 세미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관심 있는 차류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참여한 고객에게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 다양한 체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취죽진여실

 

보이차 고수차만 몇가지 가지고 왔다. 그동안 찾아준 고객에게 한 장소에서 인사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한다. 마음 편하게 펼진 찻자리는 그래서 더욱 손님이 모이는 것 같다.

티소믈리에 연구원

(주)클럽에스프레스  마은식 대표

 

꼭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그 에너지를 커피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클럽에스프레소 마은식 대표의 참가는 커피와 차가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차문화대전이 진행되어온 16년 동안 다른 박람회도 여럿 개최되었지만,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차 박람회는 국제차문화대전임을 방문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침체기의 한국 차문화가 이런 박람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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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농과 계약한 날

 

이번으로 멍하이 일기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일기형식으로 막연히 시작한 글이 석우연담 박홍관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여러분들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글을 한국최대의 차 관련 블로그 석우연담에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올려주신 박홍관 선생님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경험도 많고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저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일년여동안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보이차를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의 소망을 논의의 장에 올리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적 차이입니다. 현재 보이차는 크게 이우, 멍하이, 린창, 푸얼 네게 지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유명 차산지가 있고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우선 토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멍하이 지역은 대부분 홍토이고 땅 심이 깊습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지표면의 수십미터 아래에도 돌멩이 하나 없는 홍토 천지입니다 토양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홍토는 아직은 젊은 정열적인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멍하이 지역의 차맛은 대체로 강열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쓴맛이 약간 강합니다.

 

그리고 푸얼과 린창 지역은 대체로 돌멩이와 바위가 많습니다. 홍토가 세월이 흘러 돌로 바위로 굳은 느낌입니다. 맛은 평균적으로 멍하이 지역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정제된 느낌이라서 인생 중년의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떫은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우 지역의 토양은 홍토가 굳어 바위가 되고 다시 풍화되어 흙이 되어 쌓인 느낌입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합니다. 흡사 산전수전 다 격은 노년의 여유로운 풍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비교적 좋습니다.

 

그리고 변경지역인 미얀마는 린창에 인접한 곳과 멍하이의 포랑산에 인접한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린창 쪽은 비교적 달지만 맛이 단조롭고, 포랑산 쪽은 쓴맛이 강한 품종이 많습니다. 배트남, 태국 쪽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이우 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차는 잘 선택하면 이우 쪽의 고수차 맛과 흡사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맛이 엷은 편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므로 저의 느낌이 각 차산의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보이차가 생산되는 이백여 곳의 차산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살펴본 환경과 시음해본 평균적인 맛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품종입니다. 근년에 심은 소수차밭에는 대부분 같은 품종으로 식재되어 있지만 고수차의 경우 어느 차산을 가 보아도 다양한 품종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며 색깔도 다릅니다. 저의 경험으로 등나무처럼 가지가 휘어진 종류는 화향이 좋고, 소엽종은 단맛이 좋으며, 백호가 많고 흰색이 두드러지는 품종은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토양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같은 품종이라도 홍토가 많은 지역과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차맛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일조량입니다. 차나무가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일조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양달쪽은 단맛이 좋고 응달에는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기타 해발 고도의 차이, 밀식이냐 산식이냐의 차이, 차나무 수령의 차이, 등이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입니다. 그 외에도 가공방식의 차이, 사용하는 물과 다기의 차이, 보관방식의 차이에서도 차맛은 다릅니다. 심지어 마시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차맛은 수시로 변합니다. 좋은 차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차는 결국에는 맛으로 귀결됩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한지 올해로 사년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묻고 또 묻는 것이 이 맛의 화두입니다. 차가 생산되는 모든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료를 선택하여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맛을 선택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오운산의 차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여전히 저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올해도 이산저산 부지런히 다니며 저의 기준에 맞는 원료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만 수없이 많은 제품들 중에서 오운산이 선택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시장의 몫입니다. 인연따라 차업에 몸을 담았고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을 담은 오운산이지만 언제까지 저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해 살려 보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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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리기 과정

 

멍하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한데로 100편까지만 쓰고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하다가 여러분과 호흡하며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저에게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알게 되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과학적 시각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는 과학적 시각은 이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보기엔 걸음마 수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보고 느끼게 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잎 수매

 

채엽

차나무에 달린 차잎을 따는 과정이지요, 생산하는 차의 종류마다 방법이나 시기가 다르고 또한 지역에 따라 차나무의 수령과 품종에 따라서도 채엽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찻잎은 흔히 일창일기(一槍一旗), 이기, 삼기 등으로 채엽한 찻잎의 모양을 보고 구분합니다.

 

찻잎의 끄트머리에 있는 뾰족한 싹을 창이라고 부르고 그 아래의 잎을 기라고 하는데 잎이 하나 붙어 있으면 일창일기, 세게 붙어 있으면 일창삼기라고 합니다. 소수차는 보통 일창이기가 많고 고수차는 귀하기 때문에 삼기가 많습니다. 차왕수 등의 딴주차(單株)는 사기 심지어 오기로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산을 다니다보면 딴주차 등의 수령이 특별이 높은 차는 과채엽 문제로 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채엽 받침대로 설치해놓은 구조물 속에 갇히어 마치 수감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나무일수록 특별히 보호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착취당하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위조

차산에서 따온 찻잎을 그늘에 넓게 펼쳐서 산화를 늦추고 시들리기를 통해 살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운산의 경우 보통 네 시간 정도의 위조 시간을 준수합니다. 생잎 10kg을 네 시간 위조하면 수분이 증발함에 따라 8kg 정도가 됩니다.

 

소수차보다 고수차, 봄차보다는 가을차의 수분 손실률이 높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여름차, 가을차가 봄차보다 수분함량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조 시간이 길면 단맛이 증가하지만 너무 길면 산화가 진행되어 찻잎 색깔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짧으면 떫은맛이 많아지고 살청시 수분이 과다 노출됩니다.

 

온도측정기

 

살청

차의 제조공정 중에서 설렁설렁 하는 것 같지만 가장어려우면서도 복잡한 것이 살청입니다. 넓게 펼쳐진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중심온도가 200, 주변온도 100도 평균 150도 정도로 맞추고 위조가 끝난 찻잎을 투입합니다.

 

처음 풋내가 강하게 올라오면서 약하게 따닥따닥 찻잎이 솥의 뜨거운 열기에 반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10분쯤 지나면 찻잎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눅진눅진합니다. 20.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30.

 

온도측정기의 찻잎 온도가 70도 전후가 되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올라오고 수분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솥에 닿는 찻잎의 실제 온도는 효소의 실활 기준인 80도 이상입니다.) 줄기를 구부려보면 부러지지 않고 완전히 접혀집니다.

 

찻잎을 한두번 높게 올리면서 엉긴 부분을 털어주고 마무리합니다. 살청기계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옛날엔 긴 원통형으로 온도를 삼백도 이상 올리고 차를 입구로 투입하면 잠시 후(1분정도)출구로 곧바로 솟아져 나오는 형태였습니다.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살청기계는 최신형으로 온도를 가마솥보다는 약간 높게 설정하고 찻잎을 입구로 투입한 후 정회전으로 16분정도를 운행한 다음 역회전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계 살청의 단점인 찻잎의 탄화를 방지하고 가마솥 살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손맛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을 완전히 따라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살청이 끝나면 위조 후의 무게에서 20% 정도 다시 줄어듭니다.

 

유념

살청이 끝난 찻잎은 잠시(10) 식혔다가 유념기계에 넣어서 비벼줍니다. 일정한 압력으로 기계가 빙빙 돌면서 찻잎을 문질러 줍니다. 유념은 가능하면 기계로 하라고 권합니다. 손으로 한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압력이 강하면 찻잎의 파괴가 심하여 탕색이 혼탁하고 몇 년 지나면 차맛이 뚝 끊어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하면 차맛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서 고수차라도 밍밍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간 줄어들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오운산의 유념 시간은 대략 7분입니다.

 

쇄청

오운산에서 차의 제조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살청과 유념과정에서 찻잎 속의 물질이 흘러나오고 이 물질이 햇볕과 만나면서 보이차 특유의 향미가 형성됩니다. 저는 보이차를 다른 모든 차와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이 쇄청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어쩔 수없이 투명 지붕이 있는 곳에서 쇄청해야 하지만 햇볕에 직접 맞닿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6시간이면 완성됩니다. 찻잎이 바짝 말라서 향을 맡으면 여기선 흔히 태양 맛이라고 부르는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이로서 보이 모차 제조의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생잎일 때 10키로 이었던 차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차가 되면 2.3키로 정도 됩니다. 제작과정의 무게 변화를 간단히 정리하면 생잎(10)-위조(8)-살청(6)-유념(5.6)-쇄청(2.3) 정도로 대략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과정은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보이차에 대하여 설명 드린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운산의 방식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전통적인 보이차 생산 기법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좀더 좋은 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계나 과학적 도구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수분함량측정기

 

제작이 끝난 모차들을 수분함량측정기에 넣어서 검사해보니 기계살청(5~6%) 보다는 수공살청(6~7%)의 수분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야생차(7~8%)는 좀더 높게 나옵니다. 기계와 수공의 차이는 살청온도와 관련이 있겠고, 야생차의 수분함량이 일반 고수차보다 높은 것은 차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는 4.3키로의 생잎으로 모차 1키로를 만들 수 있지만 야생차는 5키로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생산하면서 경험하게 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수치들은 날씨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로 정리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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