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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차를 내는 효월 이기영 대표

 

16회 국제차문화대전이 6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차 박람회 가운데 가장 유서 깊고 전통 있는 박람회다. 오전 10시 개장에 맞춰 차 관련 부스를 돌아보니 지난해보다 부스를 더 크게 연 업체들이 보였다.

 

13년째 참가한 조윤석 대표(조태연가)

 

박람회는 참여한 업체뿐 아니라 손님으로 가는 차인들에게도 축제의 장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차문화대전은 신제품 전시회장이고, 만남의 장소이며,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10시 정각 김정순 위원장의 오프닝 멘트가 마이크로 흘러나왔다. 차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다. 이번 박람회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였다.

 

석가명차 직원 일동(대표 최해철)

 

석가명차는 오운산고차 브랜드로 고수차의 신상품을 전시하였는데, 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음을 돕기 위해 전직원이 참석했다.

 

경위복차 차상호 대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참여한 경위복차 차상호 대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복전차를 정식 수입 통관한 제품으로, 차인들에게 건강한 차를 제공하고자 차상호 대표가 직접 차를 내면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차우림 이원종 대표

 

차우림에서는 보이차뿐 아니라 갈명상 자사호 전시를 겸하여 부스를 여럿 내어서 강명상 작품을 한 자리에서 다양하게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항상 우리나라 차로 참여하는 조태연가 부스는 조태연 씨가 녹차를 준비하였다. 하동에서 녹차 체험 교실로 잘 알려진 한밭제다에서도 참여했다.

 

제주 야생초 차로 만든 효월차, 이기영 대표는 효월차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 뿐 아니라 소문으로 꼭 마시고 싶은 이슬차가 있어서 부스에는 사람이 줄을 서있다.

 

동화 대표 장황평

 

중국에서 참여한 동화(銅話)에서는 동기(銅器)에 포광 작업한 제품으로 찻자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다반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취명헌 김영옥 대표

 

취명헌에서는 처음으로 만든 자체 상품인 백차를 가지고 나왔다. 복정대백호 유기농 제품을 병차 형태로 만들었다.

 

고전문화 품다회 황영하 대표

 

고전문화는 평소에 매장에서 진행하는 무이암차 품평회를 박람회에서 보여주었는데, 참여도가 높아서 차를 시음하고 품평하는 품평회의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공부차(대표 박성채)

인터넷 쇼핑몰과 티아카데미로 잘 알려진 공부차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원 데이 강의도 함께 진행한다.

지유명차 본부장 서해진

 

우림고차방

승설재 조상원 본부장

 

무이성공사 한국 총판이면서 중국차 교육을 하는 승설재(원장 김영숙) 매년 무이암차 전문점으로 참가하고 있다.

백차 세미나 및 품다회(승설재 주관)

 

첫날 세미나장에서는 백차에 대한 시음과 특강이 있었다. 이 세미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관심 있는 차류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참여한 고객에게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 다양한 체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취죽진여실

 

보이차 고수차만 몇가지 가지고 왔다. 그동안 찾아준 고객에게 한 장소에서 인사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한다. 마음 편하게 펼진 찻자리는 그래서 더욱 손님이 모이는 것 같다.

티소믈리에 연구원

(주)클럽에스프레스  마은식 대표

 

꼭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그 에너지를 커피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클럽에스프레소 마은식 대표의 참가는 커피와 차가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차문화대전이 진행되어온 16년 동안 다른 박람회도 여럿 개최되었지만,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차 박람회는 국제차문화대전임을 방문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침체기의 한국 차문화가 이런 박람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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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농과 계약한 날

 

이번으로 멍하이 일기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일기형식으로 막연히 시작한 글이 석우연담 박홍관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여러분들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글을 한국최대의 차 관련 블로그 석우연담에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올려주신 박홍관 선생님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경험도 많고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저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일년여동안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보이차를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의 소망을 논의의 장에 올리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적 차이입니다. 현재 보이차는 크게 이우, 멍하이, 린창, 푸얼 네게 지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유명 차산지가 있고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우선 토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멍하이 지역은 대부분 홍토이고 땅 심이 깊습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지표면의 수십미터 아래에도 돌멩이 하나 없는 홍토 천지입니다 토양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홍토는 아직은 젊은 정열적인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멍하이 지역의 차맛은 대체로 강열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쓴맛이 약간 강합니다.

 

그리고 푸얼과 린창 지역은 대체로 돌멩이와 바위가 많습니다. 홍토가 세월이 흘러 돌로 바위로 굳은 느낌입니다. 맛은 평균적으로 멍하이 지역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정제된 느낌이라서 인생 중년의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떫은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우 지역의 토양은 홍토가 굳어 바위가 되고 다시 풍화되어 흙이 되어 쌓인 느낌입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합니다. 흡사 산전수전 다 격은 노년의 여유로운 풍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비교적 좋습니다.

 

그리고 변경지역인 미얀마는 린창에 인접한 곳과 멍하이의 포랑산에 인접한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린창 쪽은 비교적 달지만 맛이 단조롭고, 포랑산 쪽은 쓴맛이 강한 품종이 많습니다. 배트남, 태국 쪽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이우 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차는 잘 선택하면 이우 쪽의 고수차 맛과 흡사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맛이 엷은 편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므로 저의 느낌이 각 차산의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보이차가 생산되는 이백여 곳의 차산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살펴본 환경과 시음해본 평균적인 맛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품종입니다. 근년에 심은 소수차밭에는 대부분 같은 품종으로 식재되어 있지만 고수차의 경우 어느 차산을 가 보아도 다양한 품종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며 색깔도 다릅니다. 저의 경험으로 등나무처럼 가지가 휘어진 종류는 화향이 좋고, 소엽종은 단맛이 좋으며, 백호가 많고 흰색이 두드러지는 품종은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토양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같은 품종이라도 홍토가 많은 지역과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차맛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일조량입니다. 차나무가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일조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양달쪽은 단맛이 좋고 응달에는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기타 해발 고도의 차이, 밀식이냐 산식이냐의 차이, 차나무 수령의 차이, 등이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입니다. 그 외에도 가공방식의 차이, 사용하는 물과 다기의 차이, 보관방식의 차이에서도 차맛은 다릅니다. 심지어 마시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차맛은 수시로 변합니다. 좋은 차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차는 결국에는 맛으로 귀결됩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한지 올해로 사년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묻고 또 묻는 것이 이 맛의 화두입니다. 차가 생산되는 모든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료를 선택하여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맛을 선택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오운산의 차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여전히 저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올해도 이산저산 부지런히 다니며 저의 기준에 맞는 원료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만 수없이 많은 제품들 중에서 오운산이 선택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시장의 몫입니다. 인연따라 차업에 몸을 담았고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을 담은 오운산이지만 언제까지 저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해 살려 보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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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리기 과정

 

멍하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한데로 100편까지만 쓰고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하다가 여러분과 호흡하며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저에게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알게 되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과학적 시각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는 과학적 시각은 이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보기엔 걸음마 수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보고 느끼게 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잎 수매

 

채엽

차나무에 달린 차잎을 따는 과정이지요, 생산하는 차의 종류마다 방법이나 시기가 다르고 또한 지역에 따라 차나무의 수령과 품종에 따라서도 채엽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찻잎은 흔히 일창일기(一槍一旗), 이기, 삼기 등으로 채엽한 찻잎의 모양을 보고 구분합니다.

 

찻잎의 끄트머리에 있는 뾰족한 싹을 창이라고 부르고 그 아래의 잎을 기라고 하는데 잎이 하나 붙어 있으면 일창일기, 세게 붙어 있으면 일창삼기라고 합니다. 소수차는 보통 일창이기가 많고 고수차는 귀하기 때문에 삼기가 많습니다. 차왕수 등의 딴주차(單株)는 사기 심지어 오기로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산을 다니다보면 딴주차 등의 수령이 특별이 높은 차는 과채엽 문제로 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채엽 받침대로 설치해놓은 구조물 속에 갇히어 마치 수감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나무일수록 특별히 보호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착취당하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위조

차산에서 따온 찻잎을 그늘에 넓게 펼쳐서 산화를 늦추고 시들리기를 통해 살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운산의 경우 보통 네 시간 정도의 위조 시간을 준수합니다. 생잎 10kg을 네 시간 위조하면 수분이 증발함에 따라 8kg 정도가 됩니다.

 

소수차보다 고수차, 봄차보다는 가을차의 수분 손실률이 높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여름차, 가을차가 봄차보다 수분함량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조 시간이 길면 단맛이 증가하지만 너무 길면 산화가 진행되어 찻잎 색깔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짧으면 떫은맛이 많아지고 살청시 수분이 과다 노출됩니다.

 

온도측정기

 

살청

차의 제조공정 중에서 설렁설렁 하는 것 같지만 가장어려우면서도 복잡한 것이 살청입니다. 넓게 펼쳐진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중심온도가 200, 주변온도 100도 평균 150도 정도로 맞추고 위조가 끝난 찻잎을 투입합니다.

 

처음 풋내가 강하게 올라오면서 약하게 따닥따닥 찻잎이 솥의 뜨거운 열기에 반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10분쯤 지나면 찻잎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눅진눅진합니다. 20.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30.

 

온도측정기의 찻잎 온도가 70도 전후가 되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올라오고 수분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솥에 닿는 찻잎의 실제 온도는 효소의 실활 기준인 80도 이상입니다.) 줄기를 구부려보면 부러지지 않고 완전히 접혀집니다.

 

찻잎을 한두번 높게 올리면서 엉긴 부분을 털어주고 마무리합니다. 살청기계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옛날엔 긴 원통형으로 온도를 삼백도 이상 올리고 차를 입구로 투입하면 잠시 후(1분정도)출구로 곧바로 솟아져 나오는 형태였습니다.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살청기계는 최신형으로 온도를 가마솥보다는 약간 높게 설정하고 찻잎을 입구로 투입한 후 정회전으로 16분정도를 운행한 다음 역회전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계 살청의 단점인 찻잎의 탄화를 방지하고 가마솥 살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손맛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을 완전히 따라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살청이 끝나면 위조 후의 무게에서 20% 정도 다시 줄어듭니다.

 

유념

살청이 끝난 찻잎은 잠시(10) 식혔다가 유념기계에 넣어서 비벼줍니다. 일정한 압력으로 기계가 빙빙 돌면서 찻잎을 문질러 줍니다. 유념은 가능하면 기계로 하라고 권합니다. 손으로 한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압력이 강하면 찻잎의 파괴가 심하여 탕색이 혼탁하고 몇 년 지나면 차맛이 뚝 끊어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하면 차맛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서 고수차라도 밍밍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간 줄어들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오운산의 유념 시간은 대략 7분입니다.

 

쇄청

오운산에서 차의 제조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살청과 유념과정에서 찻잎 속의 물질이 흘러나오고 이 물질이 햇볕과 만나면서 보이차 특유의 향미가 형성됩니다. 저는 보이차를 다른 모든 차와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이 쇄청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어쩔 수없이 투명 지붕이 있는 곳에서 쇄청해야 하지만 햇볕에 직접 맞닿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6시간이면 완성됩니다. 찻잎이 바짝 말라서 향을 맡으면 여기선 흔히 태양 맛이라고 부르는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이로서 보이 모차 제조의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생잎일 때 10키로 이었던 차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차가 되면 2.3키로 정도 됩니다. 제작과정의 무게 변화를 간단히 정리하면 생잎(10)-위조(8)-살청(6)-유념(5.6)-쇄청(2.3) 정도로 대략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과정은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보이차에 대하여 설명 드린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운산의 방식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전통적인 보이차 생산 기법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좀더 좋은 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계나 과학적 도구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수분함량측정기

 

제작이 끝난 모차들을 수분함량측정기에 넣어서 검사해보니 기계살청(5~6%) 보다는 수공살청(6~7%)의 수분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야생차(7~8%)는 좀더 높게 나옵니다. 기계와 수공의 차이는 살청온도와 관련이 있겠고, 야생차의 수분함량이 일반 고수차보다 높은 것은 차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는 4.3키로의 생잎으로 모차 1키로를 만들 수 있지만 야생차는 5키로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생산하면서 경험하게 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수치들은 날씨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로 정리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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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빙도 기지 앞에서

 

어제 밤늦게 린창 오운산 기지에 도착하여 간단히 야빠오 차를 시음하고 바로 준비된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희 승합차와 린창 기지에서 준비한 픽업 차량 두 대에 손님들을 태우고 빙다오를 오릅니다.

빙다오 노채 까지는 세멘 벽돌을 박아서 만든 길인데 몇 구간은 아직 작업 중이지만 거의 완성단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포장이라서 비가 오면 흙탕길이라 오르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석가명차 빙도 기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답게 한집 한집의 규모가 건평으로 보통 백 평이 넘고 수백 평이 되어 보이는 집도 있습니다. 계단으로 잘 정리된 고차수 산책길을 따라 마을 중심의 차밭을 둘러보고 마을 위쪽에 있는 빙다오 모수차를 친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나무의 씨앗이 떨어져 빙다오 차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한 줄기가 부러져 지금의 모습인데 원래는 더욱 웅장한 수형을 자랑했었습니다. 매년 샘플 삼아서 조금씩 모차를 구입하는 차농 집에서 작년의 노채차들을 시음하고 선물로 준 용주차(구슬처럼 돌돌 말아 놓은 차)를 점심을 먹으며 재미삼아 경매로 붙였습니다.

 

생각과 달리 이번에 오신 손님들은 어쩌나 단결심이 좋은지 모두 담합하여 천 위안에 대구의 병원장님께 낙찰되고 말았습니다.

 

8g짜리 36개면 300g정도인데 노채 중수 가격이 1킬로에 200만원 정도인데 300그람이면 대충 계산해도 60만원입니다. 이차를 15만원에 낙찰 받으신 병원장님은 횡재하신 것이니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에게 꼭 소주한잔 사셔야 됩니다...

 

농담이고요! 빙다오의 현재 시세를 알려드리는 의미에서 이렇게 계산해 보았습니다. 빙다오는 소수(50년이하), 중수(50~100), 대수(100년이상)으로 차나무를 구분하는데

 

빙도 태후앞에서 기념사진

 

봄차 가격은 소수(80), 중수(200), 대수(4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수령이 특별이 오래된 것은 딴주차로 따로 구분합니다. 딴주차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데 모차 1키로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경매 낙찰금액 천위안은 이번 일정 내내 고생하는 저희 직원과 린창기지 직원들에게 200위안씩 나누어주고 오운산 빙다오 기지가 있는 디지에로 향합니다.

 

기지에는 사륜구동 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험한 길입니다. 이번에 다시 해발을 척정해보니 디지에 1호 차밭의 해발이 1950미터 전후입니다.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 모두가 노채보다 이곳의 환경이 훨씬 좋다고 인정하십니다. 오운산 린창기지에서 계약한 차밭은 모두 세 군데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올해 첫물차로 빙다오 조춘특제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곳의 현재 시세는 노반장과 비슷한데 노채 가격의 삼분의 일 수준이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노채 차와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과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빙다오에 오면 항상 들리는 빙다오 호수 바로 아래에 있는 송어 양식장에서 민물 생선회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린창기지의 숙소에 도착하여 작년에 생산된 차들을 다 같이 시음합니다. 처음엔 다들 가격대비 괜찮은 샤후싸이(小户赛) 차들을 조금씩 구입하시더니 빙다오 지계차를 맛보시고는 전부 바꾸어 달랍니다...

 

차산 기행을 하다보면 현지에서 방문 기념으로 조금씩 보이 산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원가가 오픈되는 문제도 있고 여러 사람이 원할 경우 일정이 지체되는 등 번거로운 부분도 있어서 되도록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자면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야하지만 여기까지 저희를 믿고 찾아주신 분들이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조금씩 구입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그러나 저희와 협조 관계에 있는 차농들이 저희에게 제공하는 가격이 오픈되면 곤란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이번에 함께하신 스님께서 통도사개산대제기념으로 제작하신 귀면상을 몇 개 가지고 오셔서 린창기지에 선물로 주었습니다. 악한 기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해주고 스님이 직접 그림 뒤쪽에 샤오미 이름을 적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가게의 보배로 걸어두겠다고 남편 이름도 같이 적어달라고 합니다. 스님이 흔쾌히 적어 드렸더니 착한 샤오미 너무나 좋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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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함량 측정기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답변한 글

답변 감사합니다. 저는 토론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선생님과 같은 전문가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꿈으로 뛰어든 사업이기에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로서는 막연하게 생각하던 부분을 과학적 시각으로 다시한번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살청

살청은 충분한 정도로 무조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고온살청과 저온살청은 시간과 솥 온도의 차이와 비례합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옛날에는 저온으로 오랫동안 살청하던 방식을

최근엔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고 고온으로 빨리 끝내는 곳도 있습니다.

다만 오운산이 저온 살청을 아니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편리함이 꼭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자각과 장인 정신을 추구함에 있습니다. 저도 일이 밀리고 때로 몸도 마음도 지칠 경우에는 대충대충 온도도 높이고 빨리빨리 만들고 싶은 충동들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차와 손으로 한땀한땀 정말 땀입니다...만든 차들을 놓고 나중에 시음해보면 확실히 틀립니다. 저로서는 저온살청이 확실히 좋다는 과학적 증명을 하긴 힘들지만 만들어본 경험과 마셔본 경험으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살청 과정에서 제가 차엽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살청 중에 솥의 온도를 가늠하기 위해 종종 차엽을 맨손으로 만저보는데 손으로 차엽을 만졌을 때 뜨겁긴 하지만 80도 까지는 아닐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더라도 실활 될 조건이 충분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녹차도 살청을 끝내고 나면 효소 80%로는 실활 되고 20%의 효소가 남아 있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보이생차일 경우 어느 정도의 효소가 실활 되지 않고 남아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녹차보다는 보이차가 살청을 마쳐도 효소가 많이 남아 있을 것 같고 효소가 남아 있다면 효소는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산화(발효)의 촉매 역할을 하므로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고 그 결과로 보이차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암녹색에서 갈색 흑갈색 계통으로 바뀌고 탕색도 점점 붉어지는 것 아닐까요?

 

물론 수분활성도가 문제가 될 것 같긴 합니다만 이 부분은 가능하다면 한번 측정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수분

수분활성도(0.85) 이하이면 효소의 역할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검측을 해보신다니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곰팡이 부분인데 수분활성도(0.85) 이상이면 곰팡이가 자라기 용이하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곰팡이가 발생한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인가요?

 

저는 유익한 곰팡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보이차가 익어 간다는 것은 자체 효소의 작용으로 인한 산화(발효)도 있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는 이상 습기는 자연히 작용하고 각종 미생물 즉 곰팡이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습창차라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차는 자연 습창과 인공 습창차로 나누어 질수 있는데 광조우, 홍콩, 대만 등 습도가 높은 지역의 창고에 보관하다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습창차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상관없이 의도를 가지고 습도를 조절해서 습창차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도는 다양 하겠지만 이것도 시장의 요구에 따른 하나의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습창차를 판매하는 사람의 양심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3년 동안 의도한 습창으로 만든 차를 30년 된 차라고 판매 한다면 양심불량이라는 것이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습창차도 수분함수율 측면으로 보면 습창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시각의 습창차 와는 약간의 온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3 녹차와 보이차의 변화

녹차나 보이차나 변화한다는 것은 이미 서로가 동의한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녹차는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점점 맛없게 변화하고 보이차는 맛있게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저는 보이차와 녹차의 제조 공정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색깔 그리고 변색?

역시 저는 과학적으로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각종 원소 기호들만 보면 정신이 어질어질합니다...

솔직히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선생님을 탓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마시고요...

 

제 생각을 대충 정리해보면 산화효소가 작용하면 찻잎이 붉게 변한다고 하셨는데

생엽일 때 혹은 가공 중에 찻잎의 색깔이 갈색 계통 혹은 검붉은 계통으로 변하는 것은 종종 봅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산화효소 작용에 의한 홍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산화효소가 없으면 아주아주 느리게 색깔이 변한다고 하셨는데 자연산화 즉 비효소적 산화는 보관 조건과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주로 홍차나 녹차처럼 밀봉된 차를 관찰하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생차는 좀 다릅니다.

 

제조가 완료되어도 일반적으로 밀봉하지는 않고 바람이 숭숭 통하는 한지 같은 종이로 포장합니다. 애초부터 후 발효(산화)를 염두에 둔 포장입니다. 그리고 수분활성도가 아니라 수분함수율이 녹차나 홍차와 달리 12%에 달합니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산화(발효)의 여지가 아주 높은 것이 보이생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답변을 쓰다 보니 저도 생각이 정리되고 선생님이 지적하신 부분도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감사드리며 계속 좋은 대화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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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 박람회장

 

어제 중국으로 들어와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선쩐국제차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칠월의 쿤밍박람회를 참가한 후 사드사태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중국의 기타지역의 박람회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중국 최대 규모의 선쩐국제차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여러 상황이 어렵더라도 이왕에 시작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각 지역의 오운산 전문점에서도 홍보 차원의 참가를 요청하고 멍하이, 쿤밍, 광조우, 상하이에 있는 오운산 직영점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아내도 함께 와서 한복차려입고 팔자에 있는 대장금노릇하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심천 박람회는 중국 전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큰중국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손꼽히는 선쩐에서 열리는 박람회라 모든 비용이 비쌉니다. 전시부스 여섯 칸에 설치비 및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이천여만원의 경비가 소요됩니다. 이 비용을 좋은 원료를 만드는 쪽으로 투자하면 좋으련만 차업도 어쩔 수 없이 사업인지라 일단은 규모의 경제로 몰아가는 중국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박람회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수익이 초과되고 있어서 부담이 덜합니다만 아직 중국은 홍보 단계인지라 이중 삼중의 부담입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박람회장

 

보통 전시부스를 두칸 혹은 네칸으로 참가 했는데, 이번엔 여섯칸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아예 중국식으로 꾸며서 보란 듯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韓國人做的普洱茶)라는 글씨를 대문짝만하게 걸었습니다. 최근에 한중의 긴장관계가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속 좁은 중국인들도 있습니다. 공산당에 통제된 언론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방적인 보도에 익숙한 그들이기에 무작정 탓할 수도 없습니다. ‘사드문제도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상황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중국인들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중국이 이제 미국과 더불어 G2(Group of 2)로 불이우고 있지만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굴욕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게도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내 할 말하고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줘야 할 것이 있다면 주면 될 것입니다. 오운산은 박람회장에서 결코 중국의 거대 보이차 집단에 기죽지 않습니다. 가격을 할인 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정직한 맛으로 승부합니다.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먹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라는 당년호차(當年好茶) 경년신차(經年新茶)의 경영이념으로 기존의 보이차들이 가진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의 새로운 개념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오운산 차를 시음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하는 첫 질문이 오운산이 한국에 있는 산이냐는 것입니다. 悟云山 즉 윈난의 차산을 깨달아서 만든 차라고 설명하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라고 적혀 있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차인 줄 알았답니다.

 

오운산고차 부스

 

한국인이 윈난에 가서 한국인의 기술과 양심으로 직접 만든 차라고 설명하고 기타 차들과 비교해보고 입맛에 맞으면 연락하라고 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박람회 현장에서 판매되는 경우는 희소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연락이 오고 한번 구매한 분들이 다시 찾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박람회 첫날이라 하루종일 먼 곳에서 올라오신 분들 그리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들이 찾아와서 인사하기에 바빴습니다. 한국에서도 울산공예가 협회 등에서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고 내년 일월에 울산에서 보이차 개인 소장전을 개최하시는 여상구선생님 등의 마니아 분들도 오셨습니다. 부디 먼길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모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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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대 차산 병배차 6kg

 

진주 죽향에서 오랜만에 진미호 고죽을 마셨다. 생차에 대한 편견 없는 필자의 마음을 잘 아셨는지 고죽의 맛은 깊고 향기는 깊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2006년에 죽향에 들어온 6kg 대형 기념 병차가 있다고 해서, 무슨 기념이냐고 물었더니 2000년 밀레니엄 기념으로 6대 차산의 차로 병배해서 만든 차라고 한다.

시음용 차

 

호기심 발동하여 보자고 했는데 병 면의 모양과 색상은 호가 많이 들어간 것으로 황금빛이 돌았다. 사진을 촬영하고 내비를 확인하기 위해서 덮인 찻잎을 떼면서 떨어진 것을 개완에 담아 시음하였다. 새콤달콤하면서 생차에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차 맛이다. 정식으로 일정량의 차를 뜯어서 시음할 때의 맛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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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병배차를 만들어 선물하는 모습

 

언젠가 중학생 딸내미랑 차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빼곡히 실려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돼지를 보고 깔깔거리던 딸내미의 웃음이 생각납니다. 저는 보는 순간 저 녀석들은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 다른 데로 팔려가는 건가? 혹시 도살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딸내미는 뭐가 우스운지 계속 깔깔거리기만 합니다.

 

아빠 아빠 봐 봐 뒤뚱거리는 게 우스워 죽겠어! ”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나는 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생각이 만든 생각에 침윤되어 뒤뚱거리고 있을까! 3의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지는 않을까?

 

차업을 하면서 늘 부닥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이 생각의 굴레입니다. 가급적이면 보이는 그대로 맛보는 그대로 그 차를 평가하려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누가 만들었느냐, 누가 판매하는 차인지, 누구랑 마시느냐에 따라 늘 조금씩 변합니다. 이 문제는 사용하는 물, 그리고 도구의 선택에서 오는 차이와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일종의 느낌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제가 차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저는 구정물을 마시더라도 마주한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면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주하는 사람의 그릇이 옹졸하고 사기성이 있는 사람과는 아무리 좋은 차를 마셔도 맨송맨송합니다. 그러나 차를 만들어 여러분에게 제공해야 하는 마음은 다릅니다. 차를 가지고 온 차농의 인격이 아무리 훌륭해도 차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그 차를 취급할 수 없습니다.

 

그 차농과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차를 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차를 가져온 사람은 개차반인데 희한하게 차가 맛있으면 그 차는 구입합니다. 차만 구입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그 차가 생산된 지역을 탐문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 오운산의 방식으로 생산하곤 합니다. 다행이 차도 좋고 사람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오리려 여러 가지로 애매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를 사업으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최선에 최선만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로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차이지만 그 사람의 사정을 보아서 조금씩 구입할 때도 있고 아무리 좋은 차이지만 내 팽개칠 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좋은 차 찾아 삼만리! 심심산골을 돌아 나오다가 우연찮게 맞닥뜨린 팔순 할머니가 삶은 옥수수를 건네주시면서 당신이 만든 차를 보여 주면 저는 그냥 맛도 안보고 조금씩 사가지고 옵니다.

 

오운산 차에는 그러한 연고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구매한 차들도 일부 들어 있습니다. 주로 이러한 차들은 작년부터 출시하고 있는 당해년도 오운산기념병 원료에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장담합니다. 어떤 날 오운산 차가 유독 맛없게 느껴지시면 그냥 정서를 마신다?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는 입으로 마시고 몸으로 반응하지만 느낌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작용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늘 이러한 경계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이지만 어떤 차를 만드느냐는 저의 선택입니다. 오운산 차는 저의 일생을 담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에는 지은 자의 정신이 녹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운산 차 한편한편이 모두 자식 같은 마음이지만 제 자식이라고 완벽할 수 없듯이 부족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인연 따라 여러분의 소중한 자리에 놓일 수도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적어도 차로서는 솔직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1121일 귀국하여 23일부터 개최되는 부산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123일 대만으로 잠시 출장을 다녀와서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심천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 가게에 잠시 들렀다가 12월 말에 다시 멍하이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가게로 오시면 손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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